무대는 막이 열린 채 텅 비어있다. 관객석이 매워지면 전주곡이 흐른다. 이 극 의 설명역을 맞은 연기자가 객석 입구로부터 기타에 맞추어 노래를 하며 무 台를 향해 통로에 들어선다.
[설명역] 아이고 金선생! 오셨군요 그리고 李선생님도 오셨네요 어머나 수철이 엄마 朴양! 미스김도 오셨군요. 틀림없이 오셨군요. 만나고 싶었읍니다요!! (설명역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관객에게 인사를 한다. 이어 舞台에 뛰어 오른다) 선생님들 젊은이들 그리고 아가씨들 여기는 우리들뿐 우리 마음놓고 웃어봅시다. 가슴이 시원하게 울어봅시다 (舞台를 가르키며) 이곳은 텅빈 舞台올시다 빛도 장식도 없는 메마른 땅 마치 우리가 처음 태어난 장소와도 같읍니다. 우리의 조상이 처음 발을 밟은 지구와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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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음 누구나가 느끼는 우리의 마음처럼 허전하기만 합니다. 자 여러분 이 텅빈 무대에 겨울철 콩밭처럼 허전한 우리의 마음에 즐겁고 유쾌한 人生을 심어보지 않으렵니까? 그리하여 우리의 참모습을 한번 느껴봅시다. (舞台에 불이 켜진다) 메마른 땅에 태양이 솟았읍니다. 자, 이 햇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장소에서 마음껏 울고 웃고 싶은 분은 누구든지 나오세요. 자 누구든지 나와주세요. 누구든지 좋습니다. 아 올라오시는군요 안계십니까? 또 안계십니까? (연기자들이 관객석 입구를 텅해 무대로 올라온다)
[설명역] 여러분께서는 관객 대표단이시군요
[이세상] 아니죠, 인생의 대표단이죠
[설명역] 우선 극단을 하나 조직해야겠는데 저 맨 앞에 계신 선생님의 존함은--- ?
[이세상] 이 세상 이라고 합니다
[설명역] 이 세상--- 좋습니다. 직업은?
[이세상] 저는 동장에서부터 면장, 고아원 원장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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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까지 수많은 요직을 거쳤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사람을 통솔하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읍니다.
[설명역] 살겠읍니다. 그럼 이세상 선생님은 극단을 통솔하는 단장역을 좀 해주셔야겠읍니다.
[이세상] 단장 좋습니다. 장자가 불은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읍니다. 단 두가지만 빼놓구요
[설명역] (머리를 끄덕이며) 옛날에도 당신같은 사람이 있었는데--- 요세도 남아 있군요.
[오소공] 영원히 남을겁니다.
[설명역] 쓸쓸하고 안타까운 인물의 표본으로서 영원히 남겠지요
[윤하수] 저는 이분들하고는 달리 여성입니다.
[설명역] 예 반갑습니다. 요즘처럼 남여의 구별이 힘든 이때 이렇게 첫눈에 여자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으니 꿈만 같습니다.
[윤하수] 이름은 윤하수 하수란 강물이라는 뜻이죠 강물처럼 변함없이 흐르는 것이 여성이니까요 전 세상을 지배하는 남자를 지배합니다
[설명역] 네
[박해녀] 저도 여성입니다. 이름은 박해녀라고 하죠 바닷가에서 살았다고 해서요 연극은 보지 못했지만 워낙 착하고 순진하니까 거기에 맞는 역이라면 어떤것이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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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차사장에게) 아 저 영감님 앞으로 좀 나와 주십시요
[차사장] 나는--- 헴--- 차사장이요 돈 쉽게 말하면 금전은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비상한 재주가 있읍니다. 두고 보시요 내가 (사람들을 가르키며) 저 물건들이 다 사버릴 테니까
[설명역] 세상을 돈으로 흥정할 수 있다니 부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일이 아닐텐데
[차사장] 천만에 알고 보면 그것처럼 쉬운일은 없거든요 (관객석을 가리키며) 모든 게 다 요령입니다.
[설명역] 예 행복하시겠읍니다. 영감님께선 이 극중에 아주 좋은 역을 맡을 수 있을 것 같군요 같아온 아가씨는
[차사장] 제 딸년입니다
[설명역] 예 반갑습니다. 극중에 두분의 관계가 좀 달라지드라도 이해해 주십시요.
[차사장] 문화인이 그것쯤이야
[설명역] 아저씨도 의상을 좀 갖고 가십시요 이거 맞을런지 아하 이러고 보니 아역을 맡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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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없는데 이를 어쩐다
[만삭] 그럼 저는 않되겠군요 죄송합니다
[설명역] 아 올라오세요 선생님은 대학연극에서 뵌 것 같군요. 실례지만 어느 대학에 나가시는지요
[만슥] 저 모대학에 나간다고 해두죠
[설명역] 대학 연극도 하셨고 하니 아역을 좀 맡아서 해 주실까요
[만삭] 제가요
[설명역] 어차피 연극이니까요
[만삭] 해보죠
[설명역] 고맙습니다
[만삭] 엄마도 아빠도 냠냠 초코렛
[설명역] 아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배역이 다 끝났는데 이거 어떡하죠
[길형사] 할수 없죠 뭐
[설명역] 모처럼 용기를 내어 올라오셨는데 안됐군요 마스크도 좋고 음성도 좋고 참 아깝습니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갖은분이 뒤에 서 계셔가지고 딱지를 맞는군요 하여간 내려가 계십시요 필요하면 꼭 부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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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형사] 집사람이 말리는걸 억지로 올라 왔는데 하여간 내려가 있겠어요 그 때 그 때 단역이라도 필요하면 꼭 불러주세요 네 기다리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설명역] 안녕히 가십시요 자 됐읍니다. 전부 준비가 됐군요 모두 특징이 있어 좋습니다. 다시 말해서 영 기력이 문젠데 특히 오늘같이 신파에서 현대극까지 다양하게 표현하려면 뛰어난 재능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난 여러분의 연기력을 믿을 수가 없읍니다. 죄송하지만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봐야겠읍니다.
[일동] 테스트요 (불만스레)
[설명역] 아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십시요 모든건 관객들이 평가하는 것이니 까요 정 싫으시다면 다시 내려가도 좋습니다. 저 다른 사람들을 쓸 권리가 있읍니다. 아시겠어요
[지리산] 뭐 권리?
[설명역] 전 이연극의 설명역 이거든요 자 어떻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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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겠읍니까?
[일동] (불만스럽게) 좋아요 해 봅시다
[설명역] 자 그럼 작가 지망생 오소공씨 혹시 옛날 대본이 있으면 하나 부탁하겠읍니다.
[오소공] 네 마침 제게 신파 대본이 하나 있군요. 임성구씨의 육혈포 강도입니다.
[설명역] 네 좋습니다 (받아서 나누어준다) 우선 여러분들은 옛날 팔도강산을 우람하던 우랑극단원이 되어야 하겠읍니다.
[차사장] 예? 유랑극단이요 그것참 재미있겠읍니다.
[금강산] 그럼 저희들이 딴따라 역활을 해야한단 말입니까?
[설명역] 아 제 의도는 유랑극단을 이 무대에 재현시키려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활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강조해서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지리산] 아하 신파요 오래간만에 몸 한번 풀게 됐구먼
[설명역] 자 그럼 우선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서 현실의 때를 털어 버리고 과거의 옷을 입어봅시다 그리고 회상과 추억의 얼굴을 만들어 봅시다. 자 모두 분장을 해 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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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맞추어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는다. 무용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가끔 이 세상에서 혼자 살았으면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읍니다. 그러나 편리는 하고 부담은 없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게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보기 싫은놈 미운놈이 늘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이란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비극의 연속이겠죠. 마치 서로 믿었다가는 서로 싸움질하며 팔도강산을 누비던 옛날 유랑극단 사람들과도 같습니다. 서로 사기하고 싸움을 하면서도 유랑극단 사람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목표를 향해 걷고 굴러가고 힘에 겨우면 기여 같습니다.
[오소공] (자기의 책을 들어 보이며) 여기 유랑극단의 차림표가 있읍니다. 극단의 특징 목표가 들어 있읍니다.
[설명역] 특징은 우리와 마친가지로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목표는 세웠지만 잊기 쉬운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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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세우지만 실현되는 일보다 않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자 그 차림표의 내용을 이 무대에서 펼쳐볼까요
(오소공 퇴장)
[설명역] (주제곡) 사람이 태어나서 무엇을 하나? 천백번 물어도 대답이 없네 영광도 부귀도 뱫은 연극 행복도 기쁨도 광대의 눈물 무엇을 바라며 뛰어다닐까? 누가 인생을 묻는다면 우리는 조용히 대답하리 우리는 무대 위에 배우 같다고 (팡파레 음악 이어서 총소리 두방)
[해설자] 백주에 육혈포를 든 권총강도가 어떤 전당포에 침입해서 물건을 털고 있읍니다. 이윽고 그 육혈표 강도는 (조명 밝아진다. 복면을 한 사나이가 터다란 봇짐을 어깨에 메고 한손에는 육혈포를 들고 뛰어 나간다 안에서 도둑이야! 하고 소리 나며서 전당포의 주인과 그 처가 붸아 나온다)
[강도] (되돌아서며 육혈포를 겨누면서) 소리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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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쏜다 (덜덜 떠는 주인과 처)
[강도] 하하하 떨 것 없다 죽이지는 않는다. 정 억울하거든 경찰서에 신고를 해라 하하하 (이때 행인 나오다 본다)
[경부] (화를 내며 상을 탕 치며 벌떡 일어나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이 몇일짼데 그까진 강도하나를 못 잡는단 말야 썩어 빠진 것들 (상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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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인 초인종을 탕 탕 친다)
[형사A] (쑥 들어와 뻣뻣이 서서) 부르셨읍니까?
[경부] 불렀으니까 왔을 거 아냐?
[형사A] 네 그래서 왔읍니다
[경부] 지금 형사가 누구 누구 있나
[형사A] 네 이형사 김형사
[경부] 그리고
[형사A] 최형사, 저하고
[경부] 또
[형사A] 신입 순사 한명이 수부에 있읍니다
[경부] 그까진 것 있으나 마나고 또 없나?
[형사A] 다른 형사들은 육혈포 강도를 잡으러 출동중입니다.
[경부] 출동만 하면 무엇해 잡아야지
[형사A] 넷 시간 문제 입니다
[경부] 시간이 갈수록 범인은 오리무중으로 점점 들어가는 거란 말야
[형사A] 넷
[경부] (화를 내며) 빨리다 불러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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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A] 넷 (나간다)
[경부] 똥을 먹여도 아까운 놈들이다
(형사A 앞서고 B,C 들어와 나란히 선다)
[형사A] 불러 왔읍니다.
[형사B] 이형사 명령을 받고 대령했읍니다.
[형사C] 김형사 명령을 받고 대령했읍니다.
[경부] 도대체 그대들은 지금 무얼하고 있나?
[형사B] 지금 주인님 앞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읍니다
[경부]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엉? 그 백주에 전당포를 턴 육혈포 강도를 각각 채포하라고 명령을 내린 지가 언젠데 아직도 못잡느냐 말야
[형사C] 넷 그까진놈 체포하는 건 시간문제올시다
[경부] 시간문제? 사건 발생후 몇백시간이냐 말이야? 앞으로 또 몇 십시간만 지나면 영 범인을 오리무중으로 들어간단 말야 그동안 내가 서장 어른으로부터 얼마나 책임추궁을 당할 줄 아나? 엉?
[형사A] 면목없읍니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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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 무에 그렇치만야?
[형사A] 그 놈은 육혈포를 소지했기 때문에
[경부] 무섭단 말인가?
[형사A] 아니올시다
[경부] 그럼 뭐야
[형사B] 그놈은 변장술이 하도 용해서 통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경부] 에이 바보들 그리고도 형사질을 할 수 있겠나
[형사C] 김형사도 한말씀 사리겠읍니다 그저께 낮에 수상한 놈이 경찰서를 배회하기에 자세히 보니 인상 착의가 범인으로 인정되기에 미행했더니 어느 음식점으로 들어갔읍니다.
[경부] (화를 내며) 그래서 어쨌단 말야 잡았어? 못 잡았어?
[형사C] 못 잡았읍니다.
[경부] 왜?
[형사C] 밖에서 탈출구 유무를 살펴보고 들어가니까 벌써 그놈은 온데 간 챁데가 없읍니다.
[형사A] 참! 신출귀몰하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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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 뭐야? 범인을 잡지 못하고 탄복을 하고 있으니 네까짓 것들이 형사냐?
[형사B] 넷? 면목 없읍니다
[경부] 그대들은 노련한 형사로서 엄지 손을 꼽는 사람들이 아닌가
[형사들] 그렇습니다
[경부] 그런데도 그 한놈을 못잡으니 무슨 염치로 국녹을 받어 먹나? 엉?
[형사들] 면목없읍니다
[경부] 면목을 좀 세우라고 엉!
[형사들] 넷 목숨을 받치겠읍니다
[경부] 목숨을 밭쳐? 이것들 보아 그놈은 품에 육혈포를 지니고 다닌단 말야 그러니 목숨만 바칠 생각 말고 잡으란 말야 잡아
[형사들] 넷 ( 이때 신입순사가 급히 들어와서 거수경례를 하고 뻣뻣이 섯다)
[경부] 뭐야?
[순사] 급한 보고가 있읍니다
[경부] 머야?
[순사] 육혈포 강도에게 도난을 당한 전당포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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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말하기를 그 때 강도라고 생각되는 자가 거지 복장을 하고 자기 집 근처를 배회하더랍니다.
[경부] 뭐라구?
[형사들] 그럼 저희들은 출동하겠읍니다. (급히 서둔다)
[순사] 잠깐만 (형사들 정지) 그 수상한 자는 그 주인을 보자 어데론가 뺑소니를 쳤답니다[형사들] 엥! 분하다
[순사] 주임어른
[경부] 왜 그래?
[순사] 저에게 외근을 명해 주십시요.
[경부] 왜?
[순사] 제가 그놈을 잡고야 말겠읍니다.
[경부] 뭐?
[형사들] 하하하 (냉소)
[경부] 자네는 순사로 된지 얼마나 되나.
[순사] 일주일밖에 안됩니다.
[경부] 하하하 이봐 이사람들은 북부경찰서에서 이렇게 손꼽는 노련한 형사들이여 그래 이런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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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한 형사들이 못 잡는 그 신출귀몰 하는 놈을 자네 같은 쌩둥이 신입순사가 잡아? 하--- [형사들] 하하하
[순사 (열을 내서) 잡겠읍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형사A] 그놈은 변장술이 기기 묘묘하단 말야
[순사] 압니다
[형사B] 그놈은 육혈포를 품고 다닌단 말야
[순사] 압니다
[형사C] 공연히 설치지 말고 놈의 검정콩알에 아까운 청춘이 이슬이 되고 싶은가?
[순사] 목숨을 걸고 잡고야 말겠읍니다
[경부] 자네 목숨이 몇이나 되나?
[순사] 하나 뿐입니다
[경부] 아깝읍니다 그렇지만 저는 순사가 되면서부터 제한목숨을 받쳐 임무를 수행할 것을 맹서했읍니다
[형사A] 그사람 공명성이 무던하군
[순사] 공명심이 아닙니다. 임무완수올시다 선배님들은 그렇게 오랜 경험을 갖이시고도 그까짓 강도 한 놈을 못 잡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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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B] 뭣이?
[경부] 안돼 (소리친다) 여봐 임순사
[순사] 넷
[경부] 이 북부 경찰서 전 형사가 총동원해서 그 육혈포 강도 체포에 나섰지만 자네도 소원이라면 나서 보게
[순사] 넷 감사합니다.
[형사C] 아까운 목숨하나가 비상천 하는구나
[경부] 그런 소리 하는 게 아냐 그럼 임순사
[순사] 넷 (五立)
[경부] 오늘부터 임순사에게 파출소 근무를 명한다
[순사] (차렷하고 거수경례) 넷 암전
[해설자] (나서서) 임순사가 파출소 근무를 한지도 여러날이 되었으나 이렇다할 단서조차 못잡고 혼자 번민에 싸여 있었읍니다. 그러든 어느날 밤 (걸인으로 변장한 강도 얼굴을 파묻고 파출소앞을 지나간다)
[순사] (생각에 골몰하여 걸인을 지나쳐놓고 거진 퇴장 할 때 문득 급히) 여보!
[강도] (그냥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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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 여봇 (붸아 가 잡는다)
[강도] (정지한 채) 왜 그러십니까?
[순사] 어데서 어데로 가는거요
[강도] (고개를 수그린 체) 저기서 이리로 가는 길입니다
[순사] 성명이 뭐야?
[강도] 거지가 서영이 있읍니까?
[순사] 주소는?
[강도] 주소라니요 집 말씀입니까?
[순사] 그래
[강도] 원 순사 나리도 거지가 집이 어디 있읍니까 집이 있으면
[순사] 두손 번쩍 들어! 몸수색을 해야겠어 (수색하려 한다)
[강도] (두팔을 가슴팍을 가리며) 아닙니다. 아무 것도 가진 거 없읍니다.
[순사] (흥분) 가진 것이 없다면서 왜 두 손을 들지 못해 빨리 손 들엇
[강도] 아무 것도 없어요
[순사] 음! 수상한 놈이다 본서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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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승을 끄르는데)
[강도] (급히 달아난다 행인이 등장하다가 부딪쳐 강도와 행인 엉덩방아를 찧는다)
[행인] (강도의 얼굴을 바라본다)
[강도]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
[행인] 엉? 유 유혈포 강도다!
[순사] 머시? (포승을 풀어들고 덤비는데)
[강도] (재빨리 품에서 육혈포를 끄네 한방 쏘고 달아난다)
[순사] (왼손을 맞았다) 앗!
[행인] (떨며) 저놈이 바로 내가 목격한 육혈포--- 가 강도요
[순사] (고통하면서) 응 놓쳐서는 않된다 (칼을 빼들고 호각을 불며 딸아 뛰어 나간다)
[힝인] 아이구 하나님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해설자] 그러니 임순사는 범인을 놓치고야 말았읍니다. 육혈포 강도의 변장이 가지가지로 바뀌었고 임순사도 가지가지의 변복을 하고 범인체포에 혈안이 되었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에 못 보던 장님하나가 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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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다리 아래로 밤이 되면 지나가드라는 동리사람의 말을 듣고 걸인으로 변복을 하고 다리아래에 잠복하고 있었읍니다 (좌편 다리 위에로 걸인 복색의 순사가 사면을 살피며 살살 조심스레 등장)
[순사] (휙 둘러보다가 한쪽을 바라보고 놀리는 듯 날쌔게 다리아래에 숨는다. 다시 그 쪽을 바라보다가 포승을 풀어서 다리아래 무대 中央에 올개미를 신속히 다리 아래로 다시 가서 숨는다. (이윽고 멀리서 무이리 수혜하는 소리가 난다)
[순사] (긴장한다 장님소리 계속하며 가까히 온다. 긴장하는 순사 이윽고 장님(강도) 이 눈을 감고 고개를 외로 꼬며 소리치면서 등장 초 긴장하는 순사)
[강도] (갓 쓰고 장죽을 길게 뻗혀 뚜덕거리며 무이리 수혜를 하며 무대3/1쯤 와서 한번 눈을 뜨고 사방을 살펴본다. 순사 더욱 긴장한다 이틈에 해설자 앞에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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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종바리대를 묶어놓은 악기대를 내놓는다.
[강도] 흠! 풋내기 신입순사가 날 잡는다고 자원했지 핫핫핫 날 집을 놈은 생겨나지도 않았다 에흠("무이라 수혜" 눈을 다시 감고 한층 소리높이 외우며 무대를 가로지른다 이윽고 강도는 한발을 올개미 안에 넣는다 날새게 잡아채는 순사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지팡이를 내던지고 달아나려 허우적거리는 강도)
[순사] (다리 기둥에 몸을 숨기고 필사적으로 나꾸어 꾼다 이때 곡 해설자는 둥따라 당따 북과 종바리를 친다. 전진하려는 강고 나꿔다리는 순사 일진일퇴 이것은 바로 무슨 무용과도같이 장단에 맞추어 한동안 실갱이를 한다. 점점 후퇴하는 강도 서로 땀을 씻으며 결투한다. 그러나 품속에서 육혈포를 꺼내들고 순사를 겨누는 강도)
[강도] 이놈아 네 풋내기 순사야 네 목숨이 아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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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알거든 이 포승을 풀어라
[순사] 네 이 흉악한 놈아 네 운수는 이제 마지막이다. 어서 그 총을 버리고 내 포승줄에 묶여라 (이때 우편 배달이 나오다가 이 광경을 본다)
[강도] 이 포승을 안 풀겠느냐
[순사] 나는 너를 체포하기로 목숨을 내 놓았다 (잡아 끄르면서 몸을 나타낸다)
[강도] 오냐 그럼 할 수 없다 (발포)
[순사] (포승을 낚아챈 채 다리를 만지며) 앗! (벌건피가 보인다)
(우체부는 놀라 뛰어 간다)
[순사] 빨리 경찰서에 경찰서에 (강도에게 덤비어 육혈포를 쥔 손을 잡는다. 총을 뺏앗으랴 안 빼앗기랴 실갱이를하는 동안 장단은 더욱 신난다)
[순사] (이렇게 신갱이 하면서 빙빙 강도의 몸에 포승을 돌린다 그러는 순간 경부와 형사A,B,C 우체부를 따라 급히 등장)
[강도] 앗 놓아라 (순사의 가슴에 1발 2발 강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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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위하려는 형사대 가슴에 손을 대는 순사 총을 뺏은 형사들은 강도를 묶는다)
[순사] (죽어가며) 주임님 선배님 저는 이것으로 제 임무를 수행했읍니다. 제 목숨을 받쳐서 여러 목숨의 위태로움을 방지한 공과 이 명예스러운 영광을 북부경찰서의 여러분 것입니다 (강도에게) 나는 비록 네 총알에 죽어가거니와 아무쪼록 네 죄과를 뉘우치고 개과천선하여 좋은 사람이 되기를 부탁한다(경부와 형사를 쳐다보며) 주임어른 선배어른 부디 안녕히 계십시요 (운명)
(구슬 효과음 일동 거수경례를 할 때)
[설명역] (박수를 치며 나온다) 네 아주 훌륭했읍니다. 정말 놀랬는데요 일류 배우 뺨치게 잘 하셨어요. 지금부터 여러분은 그 옛날의 유량극단원이 陖읍니다. 이 무대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 텅빈 무대 위에서 눈물과 웃음을 마음껏 뿌려 보십시요. 자! 부탁합니다. (팡파레 울려 퍼진다. 이어서 주제곡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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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들 의상을 다시 바꾸어 입는다. 이어서 이 세상이 이세상 민족 예술이란 푯말을 들고 나왔다.
[李世上] " 뜻 있는 동지들이여! 뜻 있는 친구들이여 나와 같이 고생을 할 분은 없는가? 이상 민족 예술" (수염과 금강산이 무대를 지나간다)
[이세상] 동지들
[수염] "우리들 말이요? "
[금강산] "저 사람이 왜 고함을 지르지
[이세상] '어디로 가오? "
[수염] "저쪽으로"
[금강산] "나는 서쪽으로"
(윤하수가 나온다)
[李世上] "어디로 가시오? "
[尹河水] "북쪽으로 가오"
[池利山] "(뛰어나오며) 남쪽으로 가려면 이리로 갑니까?
[李世上] "여러들 들어보서 어디로 가건 혼자서는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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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혼자서는 안되오 눈이 오고 비바람 부는 이 험한 길을 혼자서는 못 가오 혼자서는 안되오 우리 같이 갑시다 외롭지 않게 자 이리 모여서 팔장을 끼고 서로를 의지하며 같이 갑시다
(다섯사람이 팔장을 껴잡고서 무대를 돈다>
[一同] "하나 둘 셋 넷 같이 갑시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발을 옮기고 슬픔도 기쁨도 숨겨버리고 산 넘어 강 건너 동으로 가자 (吳小公이 나와 이 광경을 보다가 흥에 겨워 한 몫 끼어 든다)
[一同] "하나 둘 셋 넷! 같이 갑시다. 구름따라 바람 따라 발을 옮기고 슬픔도 기쁨도 숨겨버리고 山넘어 江건너 東으로 가자" (이어 朴海女가 나와 이들과 합세 한다 기차소리가 들린다 一同은 상상적인 기차 좌석에 앉는다 몸이 흔들린다. 싸이크로마에 차창을 통한 풍경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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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내려 무대 밖 "환호성" 에 손을 흔들며 한줄로 서서 인사를 한다 잠시 후 천둥소리가 나더니 비가 내린다>
[지리산] 음? 비가 쏟아지는데?
[윤하수] 장마가 시작됐나?
[금강산] 손님들이 이런비를 맞고도 구경올까?
[수염] 그렇지 않아도 요새는 손님이 떨어졌는데
[吳小公] 손님이 오건 안오건 우리는 무대에 서야죠
[說明役] 만삭아 2호실 손님 신발 내드려라.
[만삭] 네---
[李世上] 아이구 전부 여기 있었구먼 굿쟁이들 방금 극장속에서 연락이 왔는데 문을 닫는다.
[이세상] 문을 닫다니?
[說明役] 극장문을 닫는다는 거예요.
[池利山] 그럼 어떻거죠?
[說明役] 그러니 우리 여관도 생각을 달리해야겠소 뭐 일언이 폐지하고 우선 밤값이나 냈으면 쓰겠네
[李世上] 아시다 시피 손님이 안들어 오셔요!
[페이지] 030
[說明役] 그건 댁의 사정이지 자 돈 대세요.
[李世上] 글쎄 돈이 있어야 여관 값을 내죠
[說明役] 그럼 할 수 없지 같이 경찰서에 갑시다.
[朴海女] 잠깐--- 여기 금비녀가 하나 있어요. 이거라도---
[說明役] 그거 하나로야---
[李世上] 여기 시계가 있읍니다. 2원은 받을겁니다.
[吳小公] 여기 만년필이 있읍니다.
[이세상] 우릴 믿어주시오 어디에 가든 밀린 여관값은 보내드리겠읍니다.
[尹河水] 여기 있는데
[說明役] 그게 뭐요?
[尹河水] 구루모요! 팔면 몇푼은 받을 수 있을텐데
[說明役] 아이고 마빡 벗겨지겠네! 그럼 이 물건들은 받겠오 그러니 당장 나가주세요
[金剛山]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說明役] 자! 나가 주시오 만삭아 <만삭이 네 하며 나온다> 너 이사람을 따라가거라 압록강 한라산까지
[페이지] 031
따라가 여관값을 받걸랑 돌아와라 자 나가시오! 빨리
[수염] 휴! 걸어가야지?
[윤하수] 짐은 어떻건다
[오소공] 자! 갑시다. 이런일도 잇을 수 있으니깐요.
[지리산] 기차여 자동차여 당분간 이별이다.
[만삭] 아저씨 같이 가요 나 참 (밖으로 나간다. 잠시후 무대안에 손 구루마를 끌고 밀며 媯? 들이 등장한다. "싸이크로 마" 에 4절의 변화가 생긴다. 사람들은 노래를 하며 무대를 돈다)
[노래] 사람이 기쁨도 물거품 같은데 무엇을 바라며 뛰어 다닐까? 그 누가 인생을 묻는다면은 우리는 조용히 대답하겠지. 우리는 뭘 모르고 태어났다고 (각자 피곤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뿜고 땀을 씻으며 구루마에서 상자 모괴등을 끄네 앉거나 눕는다. 가까운 곳에서 산새가 운다. )
[차사장] 되게 너절하군 내 申가놈한테 속았군 (오소공이 심하게 기침을 한다) 잘한다 저 젊은 광대는 병에 걸렸군 申가 놈이 일등가는 극단을 소개한다더니 나 참!
[이세상] --- 저 이세상 이라고 합니다. 이 극단의---
[페이지] 037
대표 입니다.
[차사장] 이 세상도 좋고 저 세상도 좋지만---
[이세상] 이 사람은 부단장이고---
[금강산] 저는 총무를 보는--- 금강산입니다.
[지리산] 저는 기획일을 보는 지리산입니다
[윤하수] 저는 경리를 보는 윤하수라고 합니다.
[차사장] 흥, 물이 낡았구만 (박해녀를 가리키며) 이 덜 익은 색시는?
[박해녀] 박해녀라고 해요
[이세상] 취사 담당입니다.
[오소공] 저는 문예담당인 오소공입니다
[차사장] 흥. 되게 감투를 좋아하는군 (똘똘아 부딧친다) 너는 무어냐?
[똘똘이] 네 저는--- 아무것도 아녜요.
[차사장] 너 똘똘이구나.
[페이지] 038
[만삭] 전 만삭이예요
[차사장] 만삭이? 너 이사람들 여관값 받으러 여기 까지 따라왔지.
[만삭] 그걸 어떻게 알아요?
[차사장] 틀림없군 결국 문경에서는 여관값도 못 벌었군 큰일인데 내 申가놈 얘기를 듣고 당장 오늘 저녁부터 극장 날자를 잡기는 했지만--- 이 꼬낙서니를 보니--- 아까운 무대를 이런 뜨내기들한테 빌려줄 수는 없고 그렇다구 해서 내가 왕창 손해볼 수는 없거든---
[지리산] (분에 못 이겨) 단장님! 이거 어디--- 에잇!
[차사장] 저사람 어디가 아픈가?
[이세상] 아닙니다. 저희들이 연극을 좀 보아주십사 하고 부탁할 참이죠.
[차사장] 여기서?
[윤하수] 그럼요
[수염] 저희들이 할 연극의 맨 끝 부분을 잠깐 보여 드리죠
[페이지] 039
[차사장] 그거 슬픈 연극인가?
[이세상] 그럼 슬픈 것을 하죠 (단원에게) "외로운 종달새를 하자 맨 끝장면 지리산 자네가 등장해서 달을 보고 한탄하는 장면부터 자 준비 (박해녀가 재빨리 등 받침이 없는 의자를 갖고 와 차사장을 앉게 한다. 모두 능숙하게 무대를 정리한다)
[지리산] (분을 참지 못해) --- 휴(상상의 달을 보고) --- 세상에 아니꼽고 더러운 것이 많지만--- (차사장을 힐끔 보고) 저런 늙은 여우같은 것은 처음 보았다. (차사장이 놀라서 일어난다)
[이세상] 연극 대사중의 말입니다.
[지리산] (신파조 대사로) 분노에 이 심장이 찢어질 것 같고 머리가 박살이 날것 같노라 이놈의 주먹이 분을 참노라 이렇게 떨고 있다. 아 저달 그처럼 행복하게 보였던 저 달이 오늘밤에는 왜 그렇게 원망스럽게 보일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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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다오 밝은 달아 그대가 참말로 여자의 마음을 안다면 말해다오 천년만년을 맹서하 우리들의 사랑이 가는 곳이 어드메냐. 믿지못할 것은 여자의 마음 춘자야 나를 저리고 어디에 간다는 것이냐. 이 박춘식이의 마음에 비수를 드려내는가 춘자야 하필이면 내 원수의 품에 안기다니 이 박춘식이가 설 땅은 어디란 말인가? (품에서 칼을 꺼내들고) 차라리 내 목숨을 꿇어버릴까? 아니 어머님 어머님의 모습이 눈앞에 상상히 떠오른다. (옆에서 윤하수가 물그릇을 들고 나온다) 아니 어머니가 무슨 일로--- ? 잠시 나무 뒤에 숨어서 거동을 살피자
[윤하수] 달님! 또 한번 비옵니다. 열아홉에 과부가 된 이 몸입니다. 오직 우리 춘식이의 성공만을 위해 살아 왔읍니다. 춘식이만 성공한다면 어떠한 고생도 달게받겠읍니다.
[지리산] 흑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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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춘자씨의 아버지가 나온다. 잠시 나무 뒤에 숨어서 또 한번 거동을 살피자
[수염] 아, 안녕하시오
[윤하수] --- 김진사님
[수염] 내 지극한 모성애에 감탄했오 자! 여기 돈이 있오 이 돈이면 춘식이가 서울에 가서 아무 근심 없이 공부할 수 있을거요 받으시요 내일이라도 당장 춘식이를 서울로 보내시오
[윤하수] 저 많은 돈? 손이 떨린다. 받을까 말까--- 아니다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다. 아닙니다. 이 돈은 다님의 혼사 때 보태쓰십시요.
[수염] 망할 것! 춘식이놈한테 얘기해 내 딸을 만나지 말라고 내일 혼사가 있단 말이야 (수염과 윤하수가 사라진다)
[지리산] 돈으로 남녀의 순정을 흥정하는 지저분한 세상됐구나 저건 누구냐? 아 저게 누구냐? 오 나의 원수 춘자씨를 가로챈 천일석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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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온다 잠시 나무 뒤에 숨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거동을 살피자 (금강산 비틀거리며 나온다)
[금강산] 자--- 내일은 결혼식이라는데 마음은 조금도 내키지 않는다. 내가 춘자 같은 것을 얻어? 부모가 하라니 할 수 없지. 서울에는 나하고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도 있고 송월이라는 예쁜 기생도 있는데 결혼을 하자마자 서울로 가자. 그까짓 춘자 같은 것이 문제야?
[지리산] 에이 고약한 놈 (칼을 뽑는다) 너 같은 놈은 죽어야 한다
[금강산] 사람 살려!
[지리산] 아니다! 살인을 해서는 안 되 어머님이 조석으로 늘 말씀하셨다. 그러나 사나이 한번 뽑았던 칼을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죽자 (칼로 자기 배를 찌르고 쓸어진다)
[금강산] 살인이다! 살인!
(수염과 윤하수가 뛰어들어온다)
[윤하수] 아니 춘식아 이게 무슨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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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요
[수염] 네가 그랬니?
[금강산] 아닙니다. 자기가 자기 배를 힘껏 찔렀어요. (이때 오소공이 박해녀를 업고 나온다)
[수염] 아니, 춘자야!
[오소공] 나리! 큰일났습니다. 아씨가 잿물을 먹고 자살을 했읍니다.
[수염] 춘자야! 너 이게 무슨 일이냐? 춘자야!
[박해녀] (오소공이 등에서 내리며)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요. 저의 사랑은 변할 수가 없읍니다. 춘식씨와 맺어 질 수가 없을 바에야 차라리 생명을 끊는 것이 좋을 것 같읍니다.
[지리산] 김춘자씨!
[박해녀] 아 박춘식씨 저의 사랑은 변함이 없읍니다. (지리산에게) 일석씨! 앞으로는 참된 사람이 되세요 많은 여성을 울리면 죄가 됩니다. 일석씨의 죄는 저의 죽음으로써 다 청산 됐읍니다. 착한 사람이 되세요.
(박해녀가 죽는다. 감격한 지리산이 큭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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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내며 운다. 차사장이 운다)
[지리산] 마지막이다 김춘자씨
[박해녀] 박춘식씨
(모두 일어나 차사장의 거동을 살핀다. 윤하수가 차사장에게 수건을 준다. 차사장이 수건에 코를 푼다)
[차사장] 그만!!
[이세상] 어떻습니까?
[만삭] 멋 있어요! 참 좋아요!(울면서)
[차사장] 좋아요--- 그러나 너무 비극이야 춘식이와 춘자를 꼭 죽여야만 하나? 응? --- 그렇지 죽어야지, 죽어야지 좋아 오늘 저녁부터 당장 공연이다.
[이세상] 고맙습니다.
[차사장] 그럼 다섯시에 극장에서 만납시다.
[이세상] 사장님 저--- 계약금이 좀 있으면 좋겠는데요
[차사장] 계약금? 흥 미쳤나? 아,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일텐데.
[이세상] 그럼 할 수 없죠 저희들은 이곳을 떠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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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사장] 떠나? 마음대로 해? 누가 말린대?
[이세상] (? ? 들에게) 자 짐을 챙겨! 곧 여기를 떠난다.
[차사장] 흠--- 고집이 대단하군--- 좋다! 내 일생 처음이다. 자네들 같은 뜨네기한테 선금을 지불하는 것은 (차사장이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준다)
[이세상] 다섯시에 뵙겠읍니다. (차사장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나갈려고 하다가 되돌아선다)
[차사장] 내게도 조건이 있네 배우를 하나 채용해 주게
[이세상] 배우를요?
[차사장] 배우는 아니지만 소질이 있는 여자야 내 아들놈을 꾈 정도니까. 이 극단에 여자광대는 둘 밖에 없군 하나 더 필요해 써봐 얼굴도 뻔뻔하거든 내 다리고 올께 (차사장이 나가 버린다)
[윤하수] 일주일은 문제없다.
[지리산] 빗도 청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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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빗을 청산하면 뭣해?
[금강산] 빗을 지는 것 보다는 낳았지
[수염] 어차피 빗을 지고 태어난 인생들인데
[윤하수] 빚을 두려워 말아요 빚을 지고 사는 것이 인생인데 꿀 수 있는 돈은 왕창 꾸어야 해 양심의 빗만 없으면 두려울 게 없다.
[만삭] 빚 좀 갚으세요. 여관집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수염] 똘똘아!
[一同] 똘똘아!
[만삭] 왜 그래요?
[一同] (노래 語로) 똘똘아 똘똘아 빗 받으러 따라온 귀여운 똘똘아 그 빗 받아 갖고 가면 누가 배불러? 빗지는 것은 기쁨이요 빗을 두려워 말자 태어날 때 지고 나온 우리의 빗은 돈으로 풀리는 빗은 아니네. 똘똘아 우리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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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 자 읍내에 가서 점심이나 먹자
[지리산] 곰탕을 먹는다.
[금강산] 나는 개장국이다.
(오소공과 박해녀만 남기고 모두 나간다. 오소공은 의자에 앉아 무엇을 곰곰히 생각한다)
[박해녀] (잠시후) 점심 안드세요?
[오소공] 응? 먼저 가세요.
[박해녀] 오 선생님.
[오소공] 네?
[박해녀] 말씀 낮추세요. 저는 아직 어려요.
[오소공] (잠시후) 어떻게 이 극단에 들어오게 됐죠?
[박해녀] 글쎄요 저는 선생님처럼 무슨 뜻이 있어서 극단에 들어온 것이 아니에요. 그저 나도 모르게---
[오소공] 말도 할 줄 아는군요. 난 벙어리인가 했더니.
[박하녀] 선생님의 뜻은 이해가 되지만--- 선생님은 이 극단하고는 어울리자가 않아요.
[오소공] 해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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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녀] 저야 이 극단하고는 어울리죠 여기를 떠나면 갈곳이 없어요, 공부도 못했고--- 부모도 없고--- 팔자죠 윤하수 아줌마가 저를 주었어요. 갈곳이 없어 울고 있었거든요 윤하수 아줌마가 여기를 소개했어요. 고마운 분이예요 결혼식날 아침에 도망쳤었거든요 친척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시집을 보내준대요 쉰이 넘은 어떤 홀애비 한테요 애가 넷이나 있대요 그래서 도망쳤어요. 벌써 3년이 됐어요. 이 극단을 따라 다닌지도 밥을 지어주고 빨래를 해주고 그래도 행복했어요. 그러다 여기저기 돌아 다니는 게 재미있어요. 배우가요. 한사람은 앓다가 죽고--- 한사람은 자살을 했어요 우리가 물어줬지요. 희극을 제일 잘하던 배우였어요. 항상 우스운 말만 하던 사람인데--- 자살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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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었는지 모르겠어요. 참! 말이 많지요? 이렇게 말이 많아보긴 처음이예요--- 앞으로 이 극단은 어떻게 될까요?
[오소공] 새바람이 필요해요 이념도 흐리멍텅하고--- 철학도 없고 도도히 흘러오는 세계사조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고--- 한다는 것이 쾨쾨묵은 옛날 연극이나 하고--- 과감한 현실과의 대결이 없어요. 입쎈을 봐요 섹스피어를 봐요 하우프트만을 봐요.
[박해녀] 네? 무슨 얘길 하세요?
[오소공] 휴!--- (박해녀를 보다가) 예쁘군요.
[박해녀] 어마나
[오소공] 거리구경이나 합시다. 제게 돈이 몇푼 남이 있어요.
[박해녀] 좋아요.
(두사람이 나간다. 설명역이 키타를 치면서 나온다. 싸이크로마에 태양이 원을 그리며 돈다. )
[설명역] (太陽의 회전수를 센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 여섯번, 일곱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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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그 간 일곱번을 돌았읍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어째서 太陽이 도는가, 지구가 돌지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太陽이 돌건 지구가 돌건 그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저 유랑극단 사람들처럼 그저 잠자고 먹기에 바쁜 사람들, 다람쥐가 체바퀴를 돌듯 그저 돌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태양이 돌건 지구가 돌건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7일간 잘 자고 잘먹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인생이 한 낯 잠자고 잡을 먹기 위한 궁극작인 목적에 불과 하다면 이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소를 짓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입니다. (무대 한쪽에서 얼씬 좋아라 하고 춤을 추며 차사장이 나온다) 인생의 장님들이 꼭두각시 노릇을 할 때 그 들을 뜯어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저런 부류의 물건들입니다. 차사장님 좋겠읍니다. 돈을 벌어서!
[차사장] 좋다 뿐이야? 대성공이야 성공! 극장이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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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것 같아 우리 극장 앞에서 지물포상을 차려놓고 잇는 작자는 지금 하고 있는 연극을 글쎄 다섯번이나 봤대지 뭡니까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온 다는군 내 이번 연극을 위해 선전도 많이 했지. (무대 밖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가 뭔지 알아? 선전대원의 북소리야. 물건은 나빠도 포장을 잘하면 날개 도치 듯 팔리거든 세상일은 다 그런 겁니다. 북을 치고 소리를 치르면 안되는 일이 없어 상품을 파나 사람을 파나 나라를 파나 요는 북을 치나 소리를 지르면 돼 그러면 고양이도 호랑이로 보이지 머슴의 종자도 임금처럼 보이지 나라살림도 마찬가지야 요란하게 떠들고 구호를 마구 난발하면 화려하게 보이거든 (가면을 쓴 선전대원들이 북을 치고 괭과리를 때리며 들어본다. 현수막도 들고 있다. 「세기의 大? ? 」이라고 쓰여있다. 선전대원들이 무대를 돈다) 매원을 마침내 선을 뵈는 서기의 대 예술!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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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이는 못 보는 대 감격편 드라마! 보시라 눈물의 홈드라마! 남녀의 순정이란 무엇인가? 파격적 대 할인 봉사! 여러분의 극단 여러분의 예술! 우리는 민족의 기수다! (주먹을 흔들며) 보라. 지지하라. 지지하라. 지지하자! (선전원이 사라진다)
[설명역] 무엇을 지지하라는 겁니까?
[차사장] 그게 문젠가? 그 구호가 갖는 힘이 중요하지. 자, 나 바쁩니다. 은행에 가야 하오.
(차사장이 들어간다)
[설명역] 민족과 이상을 내걸고 출발했으나 한낱 지망흥행사의 이용물이 되고 말았읍니다. 그러나 배의 갈증이 풀어지고 한쪽에서는 정신갈증이 생겼읍니다. 정신과 육체 이 두가지를 다 같이 배불린 방법은 없을까요?
[이세상] (밖에서) 안된다니까!
[오소공] 왜 안돼요? 실험삼아 해봅시다 (이세상이 불쾌한 표정을 짓고 나온다. 오소공이 뒤따른다)
[설명역] 예상대로 사건을 벌어지고 말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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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공] 단장님!
[이세상] 지금 형편으로선 안된다니까!
[오소공] 그럼 언제까지 이런 구태의연한 연극만을 한다는 겁니까?
[이세상] 이것 봐! 자네는 아직 어려. 세상이 그런 게 아냐. 우선 기초가 필요해
[오소공] 그 기초가 뭡니까?
[이세상] 기초? 생활에 안정이야 그후에 이상을 찾는거다.
[오소공] 그후에요? 이상이 집을 잃은 어린애 모양 미아보호소에 가 있는 줄 압니까? 이렇게 바삐 살아가면서 찾아야 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를 가고 있는 겁니까? 무엇 때문에 살아요?
[이세상] 무엇 때문에 살다니?
[오소공] 무엇 때문에 연극을 하는가 말입니다. 내일이 없다고 체념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민족을 이야기해 주고 국가를 얘기 해줘야 합니다. 제가 할 일이 없어서 단장님을 따라 다니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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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십니까? 이상이 있기에 따라 나선겁니다. 책임과 의무를 말해주야 합니다
[이세상] --- 자넨 아직 젊어 거기다 몸도 약해 기다려. 기다려
(오소공이 나가버린다)
[설명역] 일이 잘 안되는 것 같군
[오소공] 이젠 얘기도 안 통해요
[설명역] 왜요?
[오소공] 내 왜 이런 모임에 발을 들여놨지요? 하나도 소통이 되는 것이 없어요
[설명역] 이 길로 단장의 뒤를 또 한번 따라가시오. 또 한번 설득해 보시오.
[오소공] 가망이 없을 것 같아요.
[설명역] 천만에 지금쯤 단장은 후회하고 있을지 몰라요 실은 오소공氏가 자기의 아픈 곳을 찌르기 때문에 피하는 거예요 겉으론 화를 내셔도 속으론 오소공씨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있어요. 집요하게 투쟁하면 그 사람도 한번쯤은 용기를 낼 껄
[오소공]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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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그렇습니다.
(오소공이 이세상이 나간 방향으로 뛰어 나간다. 싸이크로마에 태양이 돈다. 설명역이 세찬 음률을 튕기자 무대조명이 변한다. 이어 ? ? 들이 나와서 구루마에서 소도구를 꺼내 공연준비를 한다. 필요한 의상도 입는다 수염과 금강산이 소도구를 들고 관객석 가까이 나온다)
[수염] 나 참! 우리 단장 머리가 돈 것 아냐?
[금강산] 글쎄 말이야. 굴러든 복을 발길로 차버리는 것 같아. 나 참.
[수염] 오소공이 같은 올챙이 말을 듣고서 그런 모험을 하다니
[금강산] 뭐 「아리랑고개」
[지리산] 저 젊은놈이 우리와 합친 것이 불과 6개월밖에 안되는데! 아니 이럴 수가 있어?
[금강산] 일본에 돌려보내 하던 공부나 마치라고 하지
[수염] 누가 아니래
[오소공] (지리산에게) 아! 그건 여기에 놔주세요.
[지리산] 안단말야!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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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상] 자 준비가 다됐지? 그럼 오소공 마지막으로 무슨 할말이 있으면 하지.
[오소공] 네! (기침을 가볍게 하고) 별 할일은 없읍니다. 그간 연습한 대로 해주시면 되니까요 연습중 선배님들께서 다소 언짢게 생각하신 점이 있었을 줄로 알지만 젊은 놈을 이해하시는 뜻에서 관대하게 봐주시면 고맙겠읍니다.
[지리산] 요점만 얘기하지 그래!
[오소공] 알겠읍니다. 우리는 연극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금강산] 누가 아니래
[이세상] 잠자코 있어 계속해
[오소공] 연극은 인생의 축도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 연극은 항상 한 사회의 사회현상 또는 사회사상의 종합적 성격을 지녀 왔읍니다. 뿐만 아니라 계몽적 역할도 해 왔읍니다. 연극은 관객에게 직접적인 호소를 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우린 외세지배하에서 굴욕적인 통치를 받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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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옳소
[윤하수] 우리--- 좀더 쉽고 알기 편리한 말로 하지 그래
[박해녀] 아줌마!
[금강산] 이게 뭐 소학교 교실인가?
[이세상] 자네는 이번 연극을 반대하나?
[금강산] --- 뭐 노골적으로 말해 그렇습니다.
[이세상] 왜?
[금강산[ --- 그건 --- 수염 자네가 말해
[수염] 왜 날 끌어들이고 야단이야.
[금강산] 뭣이? 너 술집에서 우리한테 하던 얘기는 뭐야?
[수염] 내가 언제 그랬어?
[금강산] 뭣이?
[이세상] 시끄럽다. 이미 관객은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이제 「아리랑 고개」를 공연하는 거다. --- 가만--- 만삭이
[봉이父] (가서) 봉이야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누가 정든 제 고향을 버리고 떠나리 하겠느냐만 땅도 뺐기고 집도 뺐겼으니 안 떠날 수 있겠니? 자 이거 길용이에게 주어라
[봉이] (보따리를 내맡기고 엎으려 운다)
[봉이父] (말없이 보따리를 길용에게 준다)
[길용] (보따리를 받아 멘다)
[길용父] (돌아서서 동네사람들에게) 여러분 섭섭하오. 조상이 물려준 땅과 집을 건사하지 못하고 남에게 빼앗기고 제 고장을 떠나는 이 못난 놈은 여러분을 뵙기도 부끄럽고 지하에 계신 조상님께 면목이 없오 (울음 섞어) 이 기름진 땅과 화려한 강산을 버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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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로 가는 거요 내가 발 부치고 몸담을 곳이 어디요.
(동리사람들 눈물을 씻는다)
[봉이父] (눈물을 씻는다) 아무데를 가든지 부다 몸 성히 살게 그러고그러고 언제고 이 고장은 자네 고장이니 잊지 나 말게
[길용父] (울음소리) 잊다니! 내가 어떻게 내고장을 잊어? 내 조상이 이룩하신 이 땅! 내 조상이 묻힌 이 땅! 이 땅을 어떻게 잊어 풀 한포기 흙 한줌이 다 우리것인데 내가 어떻게 잊어!!
[봉이父] 그렇지 잊을 수 없지.
[길용父] 여보시요 동네어른들 저 양산기슭에 모신 우리조상의 산소를 이제부터는 돌보아 줄 사람이 없구료 나 없은 후라도 여러분은 당신네 조상 산소에 벌초할 때 내 선조에 벌초할 때 내 선조 산소에 벌초나 해주시지요.
[봉이父] 그런 부탁이야 안한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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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 눈물 씻는다)
[길용父] (허리춤에서 흙을 싼 보자기를 펴놓으며 털썩 주저 앉어 두손으로 흙을 움켜쥐며) 아! 이 흙!!! (하고 엎어져 운다) 내고장의 내 흙--- 으--- (모두 소리내어 운다)
[길용父] 내뼈도 이 흙에 묻히랴 했는데 장차 나는 나는 어느흙에 ꍨ힐 것이냐. 으--- 아버지--- 할아버지!!
[봉이父] (울음소리) 여보게 떠날 사람은 어서 떠나게 (흙 보자기를 매여준다)
[길용父] (받아들고) 여러분 부다 안녕히들 계십시요. 길용아! 가자 (먼저 천천히 걸어 다리를 건는다) (아리랑의 전주가 들린다)
[길용] (父의 뒤를 따라 다리를 건느랴 할제)
[봉이] (깜짝 놀라듯 일어나 길용을 잡으며) (노래) --- 울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를 못 가서 발병이 난다.
[동리? 女] (? ? 후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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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리라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길용] (노래) 서산에 지는 해는 시고 싶어지며 임을 두고 가는 나는 가고싶어 가나 (천천히 걸어간다) (따라 가려는 봉이를 잡고 서서 울며 후렴하는 女)
[一同] (후렴)
[봉이] (노래) 문전옥답은 다 어디 가고 쩍박의 신세가 웬일이냐
[一同] (후렴)
[봉이] (후렴 가운데 피나게 부른다) 길용이!!
[길용] (후렴 가운데 힘나게) 봉이!!
(호각소리) (이때 관객석 뒤에서 호각소리가 나며 吉刑事가 무대에 뛰어 오른다. )
[길형사] 야! 이공연 검열 맡았나 이공연 중지시켜.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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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아 다 나가!
[관객] 계속해!
[길형사] 뭣이! 나가지 못해
[관객] 계속해
[길형사] 좋다. 막나리고 불꺼
(설명역이 키타를 치며 나온다)
[설명역] 마침내 극단은 멍이 들었읍니다. 오소공의 민족정신은 동료 딘원들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시켰읍니다. 성급한 판단. 졸열한 방법이라고 비난을 받을 것은 물론입니다. 다음은 경찰서로 장면을 옮겨 보겠읍니다. (무대한쪽에 책상과 의자 두개를 준비하는 단원들. 길형사가 자리를 잡는다. 차사장이 그 앞에 선다. )
[길형사] 당신 더 콩밥을 좀먹어야해
[차사장] 길형사님 나는 전혀 몰랐다니까요.
[길형사] 그걸 말이라고 해
[차사장] 이런 봉변이 어디 있어 속았다니까요.
[길형사] 이무튼 거기 앉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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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를 꾸며야 하니까
[사장] 조서요? 아니 내가 죄인입니까?
[형사] 죄인도 일등 가는 죄인이지.
[사장] 길형사님 춘부장 환갑때도 내가--- 갈비 두짝을 그것도 등심으로 사모님 출산때에도 미역 한다발 그리고 아들 돐때도---
[형사] 시끄러워요! 법은 법이요.
(차사장이 잠시 망서리다가 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 책상에 내민다)
[사장] 날씨가 왜 이렇게 우중충하지요
[형사] 이것 봐 차사장 이런 불법적인 수단으로 이 길형사를 매수 할 작정인가 잉! 한--- 둬장 더 있으면 몰라도
[사장] 날씨 참 좋군요.
[형사] 좋군요 수고 많이 했읍니다. 나가 보시오. (차사장이 두장을 더 내민다) 길형사가 수표를 집어넣는다. 이어 조서를 죽 찢는다. )
[사장]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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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사장이 나간다)
[길형사] (밖을 향해) 오소공을 끌고 와!
(오소공이 비틀거리면서 나온다)
[길형사] 거기 앉아 수고가 많았지? 담배 한대 피겠어?
[오소공] 수고요? 제가 무슨 수고요 그저 가만히 앉아 고문만 당했지요. 오히려 땀을 흘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때리던 당신네들이 수고를 했겠지요.
[길형사] 흥 입은 아직 살아있군. 자네가 吳소공 씨의 아들만 아니었던들---
[오소공]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어떻게 아시우?
[길형사]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줄 아냐 이것 봐 자네 부친은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분이야
[오소공] 모든사람?
[길형사] 그리고 오 군수님은 일본에서도 소문이 난 분이야.
[오소공] 할일이 없어 군수나 하고 있다고 해서요?
[길형사] 닥쳐. 그렇게 훌륭하신 분인데 자네는 무엇이 잘못되어 그런 건달패들하고몰려나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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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공] 네, 그레두 당신처럼 앞재비 노릇 하는 것보다는나았읍니다. (길형사가 펄떡 일어나 오소공의 뺨을 갈긴다. )
[길형사] 뭐야 임마 다시 한번 그런 얘기를 했다가는 죽여버린다.
[오소공] 내가 당신을 죽이기 전에 어서 날 죽이시오
[길형사] 뭣이?
[오소공] 당신은 한국사람이 아니요? 도대체 왜 이러시오
[길형사] 자네 지금 몇살이지?
[오소공] 조서에 나타나있지 않습니까?
[길형사] 자네 전쟁터에 나가 본 적이 있나?
[오소공] 전쟁터보다 더 심한 생지옥에서 살고 있읍니다
[길형사] 그럴까? 전쟁터에서 특공대를 조직하는 일이 많지. 만약에 일개분대에서 두사람을 특공대에 내보내진다고 하자. 싫건 좋건 두사람은 생을 당해야 해. 모두가 특공대에 나가 길 거부한다면 그 분대는 전원총살을 당해 왜 명령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부득이 누군가가 특공대 지원해야해 난 말이야. 정책상 한국인 경찰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어. 내가 싫다면 누구든 대신 나가야 해. 일단 이런 자리에 서서 세월을 보내면 경험을 얻고 일생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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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이 되거든 다시 말하면 이 직업이 생리화 되버려 그렇게 되면 헤어날수가 없어. 생각을 해봐. 오히려 인간으로써 피해를 주고있는 것은 우리야 나는 오히려 동정을 받아야해.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택한 것이 아니야. 환경이야. 역사야.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힘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야. 나를 원망하지 말란말이야.
[오소공] 당신을 동정합니다.
[길형사] 야!--- 네가? 너는 달을 보고 짖어대는 강아지 같은 놈이야. 예술이니 민족이니 하면 달을 보고 울부짖는 강아지야. 아 현실에 무슨 민족이 있고 무슨 예술이 있어? 안 그러냐? 예술을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할 일 이자 이 현실에서 너같이 덜 익은 사람이 예술을 해?
[오소공]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일어난다)
[길형사] 글쎄, 입을 다물고 가만있어 이 지구가 백만번 천만번 더 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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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밖에서 이세상의 비명이 들여온다. )
[금형사] 자 일어난 김에 그대로 나가게 너의 단장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
(박해녀가 뛰어들어와 오소공을 부축한다. )
[박해녀] 나가요--- 아이--- 피가--- (주무대의 불이 밝아진다) 대원들이 구루마에 소도구를 싣는다. 차사장이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있는 ? ? ? 을 데리고 나온다. 모두 그를 보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장] 그래--- 떠나는 거요?
[수염] 우리 단장님은 어떻게된다는 거요?
[차사장] 난들 아나 법대로 처리되겠지 이것 봐 그런 눈초리로 날 보지마 망한 것은 자네들 뿐만이 아니야. 나도 망했어. 약속 위반을 한 것은 자네들이야. 그건 그렇고---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며) 이건 단장하고 맺은 계약서인데---
[수염] 저 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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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사장] 아는 군? 내가 추첨하는 여자를 앞으로 단원으로 쓰기로 했단 말이야. 단장의 처지는 안됐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까 세실아 뭐하고 있어 (수염에게) 하다 못해 빨래나 밥도 할 수 있으니까 자 그럼--- 잘들 해보시우 (차사장이 도망가듯 나간다)
[지리산] 저런걸 그저!
[윤하수] 자 아가씨 이리 와요. 이름이 뭐라고 했지?
[진세실] 진세실이요.
[윤하수] 차사장은 어떻게 알지?
[진세실] 그집에서 일을 했거든요?
[윤하수] 그런데?
[진세실] --- 저더러 일을 가만두고 극단에 들어가라고 했요.
[윤하수] 너 연극에 취미가 있냐?
[진세실] 예, 연극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수염] 그집에 젊은 아이들이 있지?
[진세실] 네? 그걸 아떻게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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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 틀림없구나 저 차사장 아들놈의 생각이 수상해지니까 너를 내 보내는 거다.
[진세실] 무슨 말씀이세요?
[윤하수] 두고두고 생각하면 알게 될거다. 자. 저기 가서 앉아 있거라--- 우리는 어떻건다
[지리산] 단장은 언제 풀려 나올지도 모르니---
[금강산] 문제야.
[수염] 문제가 없어본 적이 있었나?
[금강산] 이건 큰 문제란 말이야.
[수염] 이거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지 누가 알아?
[지리산] 문제를 지니고 사는 것이 인간이니까. 그렇지만 어째서 좋거나 나쁜 문제도 있을텐데 우린 힘들고 까다로운 문제만 당하게 될까?
[금강산] 내40평생 살았지만 좋은 문제니 기쁜 문제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지리산] 이제 방금 들어본 적이 없다. 임마!
[금강산[ 그런 말은 없다니까! 문제란 귀찮은 거야. 임마! 기쁜 문제 라는건 없어. 기쁜문제는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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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
[지리산] 말은 만들면 있는 거야. 옛날에 무슨 말이 있었어? 옛날 사람이 바보라는 말을 했으니까 바보가 있는 거야.
[금강산] 뭐 임마 너 임마 그럼 내가 바보란 말야? 임마
[지리산] 내가 언제 너 보구 바보라구 그랬냐 임마!
[금강산]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임마.
[수염] 집어 치워라! 어떻게 할 작정이냐
[금강산] 잘됐어! (지리산을 가리키며) 이런 것 보 싫어서 극단을 뜨겠어 (자기 집을 챙긴다)
[금강산] 누가 나쁘다고 했어? 그건 그렇고 우리 극단의 돈이 어떻게 되어있어? 얘기 좀 해봅시다.
[윤하수] 돈이 어디 남아있어?
[금강산] 아니, 돈이 없단 말이야?
[지리산] 말도 안되지. 그렇게 관객이 많았는데. 명세서를 내놔. 공금이란 말야.
[윤하수] 명세서 좋아한다. 난 이래뵈도 양심에 살고 양심에 우는 여자야.
[지리산] 양심이 부끄럽지? 그럼 울어봐
[윤하수] (두 손을 들고) 자! 내 몸 속을 찾아봐 오장육부를 다 꺼내서 찾아봐 어서 돈을 못찾아 냈다가는 알지.
[지리산] 여자의 몸에는 손을 안덴다. 너 좀 이리와. 여자의 몸을 탐색하는 것은 여자들끼리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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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녀] 오선생님의 몸이 좋잖아요?
[윤하수] 흥, 아파 싸지 싸! 만삭아!
[만삭] 네?
[윤하수] 넌 무엇이 우서워 싱글벙글 웃고 있냐?
[만삭] 나요? 우서우니까요. 어른들이--- 나 참!
[윤하수] 무엇이 우서워?
[지리산] 건방지게 웃어?
[금강산] 망할 놈이!
[수염] 나 참 (잠시 후 모두 웃는다)
[수염] 자 다 집어치우자! 창피하다. 일이 급해지면 죄다 어린애처럼 되어버리는 것이 우리들이다 봐 그러다가는 어처구니없이 살이도 하겠어. 우선 여기를 뜨자.
[금강산] 어디로 걸어가? 수염! 단장이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 적이 있었나?
[수염] 없어.
[금강산] 그게 할이야 단장은 모든것을 혼자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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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혼자 결정했으니까 단장이 없어지니 이건 어다 핸들이 빠진 자동차 같지 않아
[지리산] 그래서 누가 얘기했어 민주주의 식으로 하자고
[윤하수] 왜 그 얘길 단장한테 직접 못했지?
[지리산] 너희들은 왜 못했어? 피차 마찬가지지.
[박해녀]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윤하수] 그래 네 생각엔 어떻게 하면 좋겠니?
[박해녀] 일시로 새 단장을 뽑아 극단을 움직여야죠. 이 단장님이 언제 풀려 나올지 모르지 않아요.
[지리산]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럼 누가 단장을 하지?
[금강산] 흠, 저 오소공을 시키지. 꿈이 많은 친구니까.
[지리산] 우리한테 좋은 선물을 주었고.
[박해녀] 아파서 누워계시는 사람을 건드리지 마세요.
[금강산] 아니 저게 언제부터--- ? 정말
[윤하수] 백번 아파서 싸지 싸
[박해녀]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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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수] 안 그래? 잘되어 가는 일을 누가 망쳤어? 입이 열개 있어도 알을 못할걸 새 연극이면 새 연극이지. 거기다 무슨 얼어죽을 놈의 사상극이야? 사상극이 우리가 지금 사상이다 민족이다 찾게陖어? 우리의 꼴을 좀 보란말야. 단장은 매를 맞고 징역을 살게되고 우리는 앞으로 길가에서 노숙을 하게될 팔자라구
[만삭] 아주머니, 아주머니 말씀도 옳지만 일만 시작한 일에 대하서는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닙니까?
[윤하수] 마침! 숫닭 싸우는데 병아리가 끼어드네.
[오소공] (몸을 일으키며) 아주머니 (모두 그를 본다) 이번 일에 대해선 미안합니다.
잠시나마 여러분께 이렇게 고통을 주었으니까요 허지만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며 그저 광대처럼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읍니까? 나라야 어떻게 되건 민족의 장래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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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되건 그저 이런 생활만 하면 되는 겁니까.
[금강산] --- 우리도 한때는 자네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다구. 차이가 있다면 우린 그저 마음속으로 막연히 느끼구 있었고. 자네는 그거 퍽 근사하게 말로 표현한다는 것 뿐야. 자네는 배웠으니까. 그러나 민족이니 독립이니 하는 문제는 지금 만주나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혁명가나 독립투사에게 매끼는 것이 상책이야 모든 사람이 독립운동을 하다가는 다 죽어 난 연극밖에는 몰라. 모른다구.
[지리산] 옳은 말이야. 이런 말을 되폴이하면 뭣해? 자 단장을 뽑자.
[만삭] 난 못해요.
[윤하수] 누가 널 시킨댔어?
[지리산] 그럼 단장 없으면 부단장이 자동적으로 승격하는 거지 뭐 그래 그럼 수염 니가 단장해라 어飁? 자 찬성하는 사람 박수 친다. (모두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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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단장 명령을 내리지.
[수염] 난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싫은데 그럼 우선 즘을 꾸리자 (모두 짐을 꾸린다. 수염이 생각에 잠긴 채 서 있다. 설명역이 나온다)
[셜명역] 축하하오
[수염] 축하? 난 고민이오 어떻게 하면 좋지?
[설명역] 명령을 내리면 되지.
[수염] 어떤 명령을?
[설명역] 마음이 내키는 대로
[수염] 그러다가 일이 잘 안되면?
[설명역] 그때는 모든 책임을 단원중의 한사람에게 뒤집어 쒸우는 거지 통솔의 비법 제일조지. 지2조도 있어. ,
[수염] 그게 뭔데?
[설명역] 가끔 단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오. 지도자기 눈물을 흘리면 좀 배운 사람은 비난하겠지만 일반 사람의 수가 적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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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요. 이 단원중에 배사람이란건 오소공. 밖에 없으니까. 배운사람을 두려워하지 마시오 수도 적고 따라서 무력하니까.
[지리산] 자. 떠납시다. 남쪽이요? 북쪽?
[수염] 북쪽!
(노래를 한다)
배가 떠나네, 조각배 떠나네
망신창이 된 배가 떠나네
그 누가 물을 겁니다.
이 배는 압니까 그 방향을
배는 육지에 있으면 안되오
좋건 싫건 물에 떠서 움직여야 하오.
배가 떠나네 조각배가 떠나네 망신창이 된 배가 떠나네. (사이크로마에 달이 떠있다. 단원들이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잠을 잔다. 먼 곳에서 개가 짖는다. 잠시후 윤하수가 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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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조그만 보따리를 들고 일어나 눈치를 실핀다. 이어 수염쪽으로 온다)
[윤하수] 수염.
[수염] 응?
[윤하수] 알았지? 아까 누었던 그 묘지 입구 말이야. 내 가서 기다릴께 돈은 나한테 있어
[수염] 알았어]
[윤하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 한시간 뒤에 서울로 가는 가치가 와. 그럼 조심해 (윤하수가 나간다. 금강산이 몸을 일으켜 그들을 본다. 수염 일어난다. 금강산이 눕는다) (수염이 가방을 들고 조심스럽세 나간다 금강산이 그를 덮친다. )
[금강산] 굶게 됐으니 문제다. 끼니도 없는 데다. 저렇게 앓고 있으니 오늘밤 공연은 할 걁 있을런지, 무리를 할 수는 없잖아.
[지리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동네에 가서 쌀이라도 얻어 와야지.
[금강산] 뭐야? 금강산이 어떻다고?
[지리산] 미안하다. 네 이름 불러서 귀는 오라지게도 밝네 그려, 자 전부 내려가자.
[수염] 그래 앉아서 굶느니 움직여 보지 전부.
[지리산] (그릇을 하나들고) 이건 배우가 아니라 산 거지로구나.
[금강산] 그러구보니 딱 어울리는구나. 예술가나 거지나 종이 한장 차이로구나.
[지리산] 왜 너는 어색해서, 야! 이왕이면 총연습이나 하고 내려가자. (장타령) 얼시구 절시구 들어간다
[오소공]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친다) 시쓰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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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들을 항상 비하시키고 있읍니까? 제발 그만두세요. (쓰러진다)
[금강산] 아직 배가 덜 고픈 모양이구먼 소리 질르는 것 보니.
[지리산] 아! 아직도 목소리가 기름진데
[수염] 해녀! 그 친구 잘 간호해 줘 신경이 쇠약해진 탓이야. 자 전부 가보세 (일동 흩어진다) (이飁 설명역이 금성극단 단장으로 쫙 빼고 등장한다. )
[설명역] (파이프를 여유 있게 피면서) 전부 어디를 갔나?
[박해녀] 아랫마을에 끼니를 얻으러 갔어요.
[설명역] 끼니를 얻으러 쯧 쯧 쯧 자립을 해야지 언제까지 동량질을 하며 예술을 할텐가.
[오소공] 비웃으러 왔거든 돌아가세요. 저희두 곧 자립 할수있읍니다.
[설명역] 내 신문에서 읽었네 이세상 단장이 감옥에 들어갔다구. 끝내 고집을 부리더니 그 꼴이 되고 말았지. 글쎄 총독부에 등록을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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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충고를 했나
[박해녀] 총독부에 등록하면 밥은 먹을 수 있을까요?
[오소공] 해녀!
[설명역] 아니 밥이 문젠가. 생활보장을 다 시켜주고 있어요. 생각해봐 이 판국에 민족극이다. 저항극이다. 해봤자. 이세상 단장 꼴이 되는거야. 이 나라 독립되기는 틀렸어--- 보면 몰라 일본제국이 승승장구 태평양에서 전승전고를 올리고 있어요. 어차피 일본사람들 밑에서 살 운명이야. 허니 그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천황 만세를 부르면 극단이 살 수 있는 보조를 얼마든지 해준다는 거야.
[박해녀] 그럼 우린 고생을 안해두 되겠네요.
[설명역] 총독부에서 도락꾸 꺼정 내 죄요
[오소공] 머지않아 도락꾸는 전복될거에요.
[설명역] 쯔 쯔 쯔 요새 젊은이 들이란 매사에 감정을 앞세운단 말야. 이 봐 「아리랑 고개」따위는 이제 캐캐묵은 구닥다리에요. 요새 관객들은 새롭고 박력 있고 아삼사 한걸 좋아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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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녀] 아삼사 한게 뭐예요?
[설명역] (어깨를 으쓱대며) 나 이번에 총독부의 특명으로 동경을 다녀왔어요. 하--- 그쪽은 광장하드군. 모두가 전파적이고 진보적이야. 캐캐묵은 옛날얘기 하는 극단은 하나도 없어요 전부가 서양 번역극야 신신교육 받은 지식인들은 머리가 터져라 하고 극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니까. .
[박해녀] 번역극이라니요?
[오소공] 서양사람들의 찌꺼기를 어색하게 얻어먹는다는 얘기야.
[설명역] 하아. 이게 소위 차원과 차원의 질적 단절이라는 거야. 이사람아. 좀더 시선을 멀리 뵈야 하네. 서구, 유럽, 그리고 일본---
[오소공] 그건 우리 것을 정립시킨 다음에 할일입니다.
[설명역] 동경 축지소극장에서 서양연극을 하나 봤는데 기가 막혀요. 무대장치 이런 거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더욱 매력적인 것은 내용이 애매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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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확실한 건 옛날거예요. 요새는 내용이 아삼사 해야 그게 명작이래요. 저 뭐래드라. 그렇지 의식의 흐름 자네 아나! 의식의 흐름. 막이 척하고 열리면 애매하게 시작해서 아삼사 하게 끝나는데 뭔지 모르지만 가슴이 뭉클해 와요. 이게 현대인의蝡예술이라고 신문에다. 대서 특필하고 있다고---
[박해녀] 전 무슨 말씀인지 하나두 알아듣지 못하겠어요.
[설명역] 차원이 틀리니까!
[오소공] 겨우 그 말씀 하려고 왔으면 되돌아 가세요. 우린 우리의 얘기를 할게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설명역] (신문 한장을 꺼내 보이며) 이것 봐! 여기 읍 기사를 「금성극단」번역극 공연하여 大힛트 서구의 새로운 스타일에 일반 관객들 경악」 자네 극단두 우리극단하구 합치면 끝나느거야.
[박해녀] 굉장히 재미있는 연극인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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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허풍을 떨며> 우선 막이 올라가는 데부터가 재래식 하구 틀려요 (음악이 베토벤의 "운명" 첫 소절이 요란하게 울린다)
[설명역] (한쪽으로 비켜가며) 자 보라구! 그 특이한 분장, 그 유창한 발성법 완전히 새로운 경지야. (나머지 단원들 번역극 아 나톨 프랑스의 벙어리 아내를 얻은 판사를 전형적 스타일로 공연한다. ) 의상과 분장은 모리엘 풍으로 과장되고 발성은 번역극 투의 공식에 의하여 우스광스럽게 처리한다)
[지르] (판사에게) 선생의 손님이 오셨나 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의사이고 그의 이름은 아담후에 라고 합니다.
[판사] (반가운 척 과장하여) 오! 아담후메 그가 왔다구? 뭘 우쭐대고 있어! 어서 안으로 모시지 않구선.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의사가 왔단말야.
[지르] 네 분부대로 그를 안으로 모시겠읍니다.
[판사] (문밖에 대고) 어서 들어오십시요. 그는 선생님을 아주 오래도록 기다렸답니다요.
[의사] (들어서며) 감사합니다. 안녕하셨읍니까 보따르氏!
[판사] 어우! 아담선생 정말 오래간 만입니다.
[의사] 그래. 판사선생께선 무슨 용건으로 절 이리로 부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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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외국사람 걸음걸이로 왔다갔다하며) 선생께서도 재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까또리느 모이뉴라는 여자죠. 헌데 불행하지도 그녀는 벙어리라. 그게 고통입니다.
[의사] 벙어리요? 전혀 말을 못하시나요?
[판사] 붕어처럼 예쁘게 숨만 쉬고 있답니다. (옆에서 부인이 수를 놓고 있다)
[의사] 지극히 불행한 사태로군요.
[판사] 그래서 선생님을 부르게 된 것입니다. 저 아름다운 육체에서 단 한마디의 라음다운 목소리만 울려 나온다면 전 죽어두 한이 없겠읍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아내라도 말을 못하니 동상이나 인형하고 사는 기분입니다. 말만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여성입니다.
[의사] 너무 염려 마십시요. 제가 파리의 귀부인들의 혓바닥을 절단 수술하는 것으로 평판이 자자하다는 걸 선생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손을 써서 부인의 입에서 은방울 같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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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나오게 해보겠읍니다.
[판사] 정말입니까? 선생 감사합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듣게 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읍니다.
[의사] 그녀에게 이 가루약을 한봉지만 먹여 보십시요. 마치 얼음이 말을 할 수 있네. 사랑하는 나의 까뜨리는 어서 이 약을 먹어봐요,
[아내] (약을 받아먹는다) ? ?
[의사] 이제 말문이 서서히 열릴겁니다요.
[판사] 어때 까뜨리느 말을 해봐요. 어서 그 아름다운 목소릴 돌려줘요.
[아내] (사물을 하나 하나 가르키며) 책!--- 못--- 연필--- 꽃--- 책상--- 하늘--- 당신--- 가방---
[판사] (감격) 어 휴!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 아내가 말을 시작했읍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자! 여보 어서 계속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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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 여 --- 보
[판사] 음! 계속해봐!
[아내] 엽--- 보통옷과 토이기식의 미로도 옷과 어디가 제일 잘 어울리죠?
[의사] 인제 시작이올시다
[판사] 그야 둘 다 전부 어울리지 계속하야지 까뜨리느!
[아비] 여보 페티코트를 너무 적게 하는 것을 보지 흉하지 않아요. 물론 스커트는 좀 부풀어야겠지요. 그러나 스커트 끈은 짧아서는 안되겠죠 여보 유행은 금방 지나가니까요.
[판사] 그렇지 그래
[아내] 구두도 잘 맞춰야되죠. 여자는 다리를 보고 알아보는 거니까요. 날씬한 여자는 신발을 보면 알거든요. 당신도 그렇기 생각지 않나요? 여보 당신도 그렇게 생각치 않나요? 여보 당신의 오늘 저녁은 찌꺼기와 양고기예요 그럼 되겠죠 저는 인색한걸 싫어해요. 식탁이 화려한 것을 좋아하죠 허지만 음식이 많은데 부엌에서 썩을만한 음식을 많이 만들어도 소용이 없죠. 물기가 너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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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어요. 새 시장 야채시장 푸줏간 과일가게에도 모든 물가가 올라 이러다가는 요리집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것이 더 싸게 먹겠어요.
[의사] 약효가 한장 발효되고 있는 중입니다.
[아내] 그렇구 말구요 닭고기, 메추리고기도 기름에 발라서 구운 것이 시장에서 살아있는 것을 사는 것 보다 싸니까요. 왜냐하면 대량으로 사들이는 요릿집은 싸게 사기 飁문에 돈을 잘 벌죠. 물론 매일 새 요리를 요릿집에서 시켜올 수는 없죠. 보통 열도명분. 이십명분. 삼십명분, 사십명분. 오십명분을 척척 만들어 오니까요. 새 요릿집은요. 고기와 새를 그리고 제리와 쏘스를 썩고 과자가게는 반죽에다 파이나 과자나 디저트 만들어오죠
[판사] 여보 까뜨리는 우선 그 정도로 해두지 그래
[아내] 모든 값이 다 올라다고 당연하죠 사람은 자주 맛있는걸 먹고 싶어하니까요. 손님이나 친구를 초대하는데도 수프에 불고기를 세접시를 내놓지 않으면 만족해하지 못하죠 게다가 대여섯 가지의 방법이 다른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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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요리에 쏘스를 잔득 끼얹고 또 고기나 사시미 같은 요리를 많이 장만해 놓기를 바라거든요. 여보! 지나치다고 생각치 않으세요. 그렇게 많은 고기를 먹는 취미를 나도 상상을 할 수가 없어요. 물론 좋은 고기를 싫어하는건 아니죠. 저도 약간은 사치스런 혀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허지만 맛있는 것은 조금 먹는걸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숫닭 콩팥과 시금치. 원숭이 혓바닥 공작새 간. 양념을 한 순대, 소의 골 악어의 조리 메뚜기 뒷다리를 더 좋아해요,
[페이지] 왠만하면 좀 쉬지 그래 까뜨리느!
[의사]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판사님
[아내] (창밖을 내다보며) 어머 저 여자를 보세요 비단 장식이 붙은 모자를 쓰고 붉은 망또를 걸치고 걸어가네요. 노란 원피스에 자주색 목걸일 그리고 보라색 귀거리를 했어요. 왼손에는 양산을 그리고 오른손에는 가방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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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하얀 구두가 더욱 잘 어울리네요. 보세요 밖을--- 하늘은 푸르고 땅은 검은데요. 사람은 재잘재잘 참새들은 짹짹 발굽소리 달그락 방울소리는 짤랑짤랑 모두가 신기하군요.
[판사] 여보! 까뜨리느--- !
[아내] 여보 신문을 읽었어요. 세상은 종말을 향해 달음질을 치고 있데요. 오늘날의 젊은 사람들은 보통 결혼보다는 돈 많은 늙은 과부와 관계를 갖길 더 좋아 한데요. 여자는 정조를 지켜야 한데요. 겨울은 춥고 여름에는 덥죠. 봄에는 꽃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진데요. 하루는 24시간 한달은 30일 일년은 365일 하나 다음엔 둘, 둘 다음엔 셋, 백 다음엔 천, 천 다음엔 만, 만 다음엔 십만 얼음은 차고 불은 뜨겁네요.
[의사] 아하. 약을 너무 많이 먹인 모양이군요
[판사] (고함) 그만!
[판사] 제발 부탁합니다. 다시 그녀를 벙어리로 만들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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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대단히 죄송하지만 여자의 잔소릴를 고치는 약은 아마 발명하질 못하였읍니다.
[판사] 그럼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선생님! 차라리 말없는 아내가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의사] 부인을 다시 벙어리로 만들 수 없으니까 선생이 대신 귀먹어리가 돼야 합니다. 그것만이 부인의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알약 하나만 먹으면 평안을 되찾을 수 있읍니다.
[판사] 내가 귀먹어리가 되다니 안될 소리야!
[아내] 어머 여보 당신 얼굴을 보니 화가 나신 모양이네요. 저도 모르는 불평을 갖고 계시죠 그걸 말해보세요. 증명을 해야 하니까요. 왜 하가 나섰는가를 알면 화가 안 나도록 해드리죠. 그걸 말해주세요. 아내에게도 숨기시다니 너무 무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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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에는 비밀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그러지 않아요? 여보 부부가 서로 흉금을 헐어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그 가정을 파탄이 온다고 쇼펜하우스가 말했어요. 보세요. 뽀뿌레 부인도 그런 이유 때문에 불행에 빠지지 않았어요 글세 들어보세요. 남편을 즐겁게 하려고 방안 장속에다 돼지새끼를 감춰두지 않겠어요. 여보! 지금 내 말을 들어요? 너무 찡그리지 마세요. 그럼 전 싫어요--- 그래서 남편은 돼지 소리를 듣고 정부로 오인을 해서 칼을 뽑아 들고 가련한 뽀뿌레부인의 심장을 쭉 하고 찔러버렸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끔찍해요. 하고많은 육체 중에 심장을 찌르다니 그 남편이 장온을 열어보고 얼마나 놀래서 절망을 했겠는가 상상해 보세요. 저는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자주 나온답니다. (울음) 당신도 저를 의심하고 잇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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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숨기지 마시고 말해 주세요.
[판사]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고하) 알약! 알약을 주시요.
[의사] 결코 후회는 하지 마십시오.
[판사] (알약을 먹는다) 이제야 안식을 찾았군
[아내] 여보, 여보 당신은 나의 태양 나의 심장. 나의 동반자. 나의 진시왕, 나의 헤롯왕, 나의 푸른수염, 여보 나를 보세요. 아야 어여 오요 우유 으이아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衁遁鑁鱁ꁁꑁ걁--- 카카 키키 코코 에에 오오--- 타타토토타타 칵칵쿡쿡 칙칙폭폭 찰삭찰삭---
[판사] (미소를 띄우며 잠든다)
[의사] 훌륭한 환상의 부부로군.
[만삭] (손뼉을 치며 소리를 지른다) 고만하세요 고만!
[연기자들] (어리둥절하며) 아니 왜 그래? 야 임마 지금 공연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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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공연이고 뭐고간에 객석을 보세요. 한사람도 없잖아요?
[수염] 아니 어떻게 된거야. 객석이 텅텅 비었으니
[지리산]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객석에다 대고 대사를 읊었단 말야
[금강산] 어쩐지 조용한가 했지.
[만삭] 관객들이 재미없다고 전부 나갔단 말예요.
[오소공] 보세요 금성극단 단장의 말을 듣고 외국작품을 하자고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관객들에게 외면만 당하게 됐잖아요.
[지리산] 아니, 이사람이 나보구 야단이야
[금강산] 네가 그놈의 매국노 말에 속아서 번역극을 하자고 생떼를 부렸잖아. 뭐 돈이 가마니로 굴러 들어와--- ?
[수염] 자! 자! 시끄러워 관객은 이미 없어졌어.
[오소공] 관객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면 이런 결과가 오는 거예요.
[지리산] (혼자소리) 일본에서는 꽤 재미를 봤다는데 여기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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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안되네.
[만삭] 난 노랑물 드리고 코 뾰죽하게하고 혀 꼬부리며 소리하는 거 재미하나도 없드라. 누가 돈 내죠 그런걸 봐요.
[오소공] 하는 사람들이 작품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대사만 읊기 때문에 관객들이 식상하는 거예요.
[박해녀] (신문지를 들고 뛰어들어온다) 신문에 났어요, 우리극단이 이번 공연이 크게 신문에 났어요. 보세요 여기「연극평」 이라고 써 있잖아요
[일동] 뭐? 신문에 나?
[수염] 관객이 전부 도망간 연극에 평이 나왔단 말야?
[지리산] 해녀 전부 크게 읽어봐
[박해녀] (신문을 읽는다) 연극평 이번 공연된 아나톨 프랑걁의 작품은 전체의 갈등구조에 따른 극적 이메지의 상승에 비례한 무대 매카니즘의 적절한 안배로 의식내부의 대각선적 설정에 입각한 인간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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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현실을 다이나믹하게 표출된 데리케이트한 구도와 배열의 연속이며 연기자 개개인의 심적 내부에 잠재된 압축된 감성의 지극히 인간적 역학관계로 재래식 연극구조의 평면적 반응으로써 다각적이고 고전적 사실성의 도전으로 간주되며 표정 관념화한 사회정의에 문화적 차원에서 다양한 개념의 포괄적추구로 확인되는 부조리한 사상의 심저에 응결된 단절된 상황의 메랑고리로 되 극적행동의 불일치가 빚어내는 한계상황의 압축감에 동굘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리얼리티의 소멸을 극복하려함이며 극적 인식론의 타당성을 무의식적 기억의 푹발을 성격적 대립과 초현실주의의 정적인 극적 긴장을 대립시킨 의식의 투영이며 통상적 리얼리즘에서 객관적 네츄얼리즘으로 옮겨가는 시간의 파괴적 확인이며 인간고뇌의 내부로 향한 폭발을 제 삼차원에서 만남의 미학을 추구하려는 빛과 선 그리고 평면의 환성자인 아들은 압피아와 고든 그레이크의 완벽한 표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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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후반이 대체로 저지고 지리산의 연기다 무난했다.
[금강산] 요새 평은 다 그저 그런 거야.
[박해녀] 무슨 소린지 한마디도 모르겠군.
[일동] (박장대소하며 다시 유랑극단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_
( 장소는 시냇가로 바뀐다. 아침준비에 여념이 없다)
[금강산] 문제다 문제
[지리산] 뭣이! 또 문제야
[금강산] 번역극도 실패하고 오소공이는 병이 도져 다시 누워버렸으니 오늘밤 공연은 어떠한다. 사람이 모자라서 말이야.
[지리산] 그렇긴 그래 누굴 대치하지?
[금강산] 저 만삭이를 연습시키면 어떨까
[지리산] 저 만삭이를?
[수염] 음성은 觧찮터군
[윤하수] 누가 알어 개천에서 용 날지---
[지리산] 한번 해보지 애 만삭아!
[만삭]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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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너 지금 부치고 있는 게 「버드나무 밑에서 맺은 사랑」대본이지
[만삭] 네? 자세히 보니 그런대요.
[금강산] 그 책 갖고 이리와 봐 어서!
(만삭이 책을 들고 온다)
[지리산] 너 말야 여기 좀 읽어봐.
[만삭] 제가요?
[지리산] 그래 기분을 내서
[금강산] 야, 임마 이왕 극단을 따라 다닐 바에야. 너도 배우가 돼야지. 자 읽어봐!
[만삭] (잠시 망설이다가) 밤마다 설레이는 마음을 달래며 이 언덕을 나오는 괴로움 아.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옥순씨 품으로 날아 갈 수 있으련만 그렇게 사모하면서도 옥순씨를 만나면 말문이 탁 막혀버리니, 아. 저기 옥순씨가 온다. 오늘밤은 더욱 아름답군. (역들 웃는다)
[금강산] 이놈아 그게 어디 대사 읽는 거냐? 책을 읽는 거지 다시 읽어 진짜 연애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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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읽어봐.
[만삭]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금강산] 누군 연애를 해봐서 연기하니? 감성잡고 연기해봐. 다시 한번 해봐
[만삭] (가볍게 기침을 하고) "밤마다 설레이는 마음을 달래며 이 언덕에 나오는 괴로움 아!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옥순씨 품안으로 달려 갈 수 있을텐데! 그렇게 사모하면서도 옥순씨를 만나면 말문이 딱 막혀버리니! 저기 옥순씨가 온다. 오늘밤은 더욱 아름답군 (모두 박수를 친다)
[만삭] "옥순씨" "안녕하셨어요? " 아. 이건 옥순씨의 말인데. 여자 대사를 내가 어떻게 읽어?
[페이지] 개천에서 용 났네. 사람이 죽으라는 법 없지 않어. 암탉이 늙으면 병아리가 큰다네. 황소가 병들면 망아지가 밭을 갈지 고목이 쓸어지면 묘목이 뿌릴 받지 개천에서 용 났네 개천에서 용 났네
(모구 춤을 추면서 무대 밖으로 나가고 오소공와 박해녀만 남는다. )
[박해녀] 좀 어때요?
[오소공] 미안합니다.
[박해녀] 뭘 좀 드시겠어요?
[오소공] 생각이 없어, 나 확실히 이쪽 갈비뼈에 고장이 생겼나봐.
[박해녀] 아파요?
[오소공] 흥, 그 길형사한테 받은 선물이지.
[박해녀] 어쩌면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 있어요?
[오소공] 그 사람이 때린건 아니지
[박해녀] 그럼요?
[오소공] 제도 그사람을 묶고 있는 그 제도가 때렸지.
[박해녀] 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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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공] 이제 저 만삭이 하고 세실이 하고 읽은 연극을 어떻게 생각해요?
[박해녀] 놀랄 정도로 능숙하군요.
[오소공] 능숙한것은 좋지만--- 저런 연극을 백번 하면 뭣해.
[박해녀] 사람들이 몝아하지 않을까요?
[오소공] 좋아하겠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단원들의 밥줄은 끊어지지 않을테고
[박해녀] 그게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이런 상태에서 무엇을 하겠어요? 지금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지 않아요? 일본사람들이 연극을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만 떨어져도 우린 마지막 아녜요? 꿈은 밤에만 꿀뿐 시간이 오지 않는 한 꿈은 버리라는 말이군
[박해녀]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까?
[오소공] 그럼 우리의 꿈은 영 있을 수 없을까?
[박해녀] 글쎄요. 꾸고 싶은 꿈을 말해 보세요. 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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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린 만식이나 세실이에게 언젠가는 그 꿈이 살현될테죠. 화를 내실 지 모르겠지만 전 오선생님이 하고 저 하는 연극이 무서워요. 너무나---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좀 과격한 것 같아요. 결국 희생을 치뤄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관객이 우리편을 들어 일어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럴 바에야 무엇 때문에 그런 모험을 해요.
[오소공] --- 옳은 말이지 그러니 나는 연극에서 손을 떼야 할 것 같애. 하기야 이런 몸을 가지고서는 쉬 인생에서도 손을 때게 될는지도 모르지.
[박해녀] (격한 어조로) 그런 말씀 마요!
[오소공] 미안합니다.
[박해녀] --- 선생님은 다른 분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오소공] 그렇게 뵈오?
[박해녀] 선생님의 그 높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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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연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부모를 모르고 살아왔어요. 그러나 부모가 한때 사람으로 태어나 살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애요. 제가 이렇게 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으니까요
[오소공] 그래서요?
[박해녀] 네? 목적 없이 연극을 한다고 해서 선생님은 언잖아 하시지만 연극이라는 것을 이땅에서 말짱 없애버리면 몰라도---
[오소공] 그럴수야 없지.
[박해녀] 그렇죠? 연극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면 지금처럼이라도 좋으니 연극은 계속해야 할것 같애요. 선생님처럼 이상만 찾으시다간 그나마 연극도 없어져요
[오소공] 그거 어디서 배운 말이요?
[박해녀] 미안해요--- 몸은 좀 어떠세요? 갯가에 가서 세수를 하시면 어때요?
(이때 만삭이가 들어와 구루마에서 세숫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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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를 꺼낸다.
[만삭] (아저씨 저기 농악대가 오는데요. 소학교를 세울려고 쌀을 모은 데요. 지금요
[박해녀] 어디서?
[만삭] (먼데서 꾕과리와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저기 조 아래서요. 가봐요 빨리.
(농악대가 들어와서 흥겹게 뛰논다. 한바탕 무대뒤에서 돌다가 서서히 퇴장한다. )
[박해녀] 농악대인 모양이죠?
[만삭] 신나게 노는데요?
[오소공] 저게 우리의 민속이지.
[만삭] 우리도 저렇게 놀아보면 어때요?
[오소공] 저렇게 놀다니?
[만삭] 글세요, 그저
[만삭] 그래요. 이왕 농촌을 돌아다닐 바에야 농촌 사람들이 좋아하는 저런 연극을 하면 어때요.
[박해녀] 저게 무슨 연극이니? 그냥 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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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공] 만삭아!
[만삭] 네?
[오소공] 너 천재다!
[만삭] 아녜요. 전 거저 만삭이에요.
[오소공] 됐어 됐어 그래 그래 길이 있다 길이 있어.
[만삭] 왜 그래요?
[오소공] 그래 연극이 살 수 있다. 이젠 살았다. 우리의 탈을 살리는 거야 그뿐인가. 그 탈속에 사상도 만족도 담을 수 있어. 자 가자.
[오소공] 단원들한테! 빨리 가서 꼼짝 말고 있으라고 해 어서
[만삭] 나 참 그렇게 흥분하면 몸에 해롭지 않아요?
[오소공] 어서 이 녀석아! 빨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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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속놀이야.
(만삭이 뛰어나간다)
(오소공이 뛰어나간다. 설명역이 나와 그 광경을 보고 어깨를 히쭉 올린다. 오소공과 박해녀가 뛰어나간다)
[설명역] "개천에서 용 났네
개천에서 용 났네
사람이 죽으라는 법 없지 없어
암닭이 늙으면 병아리가 큰다네
황소가 병들면 망아지가 밭을 갈지
고목이 쓸어지면 묘목이 뿌릴 박지
개천에서 용 났네
개천에서 용 났네
우리모두 두 손 모아
새끼용을 돌봅세
(정장을 한 차사장이 나온다. 그 뒤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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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따른다)
[설명역] 호, 어디 여행자 떠나십니까?
[차사장] 보시다시피 저도 총독부에 등록을했읍니다. 보십시오. 이 금뺏지를. 대일제국이 뒤에 있는 한 이젠 흥행에는 자신이 있어요. 이제 길 형사 하고 같이 갑니다.
[설명역] 어디로요?
[차사장] (주머니에서 신문을 꺼내 보이면서) 이걸 봄 보시오 나 참! 우리집 부엌떼기가 인제 팔도강산에서 제일 유명한 배우가 됐다니까! 세실이 말요 난 세실이를 찾으러 가요. 길형사님 하고 내 세실이가 그렇게 될줄 알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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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이를 총독부에 등록을 시켜서 내 스타로 만들어야지.
[설명역] 세상이 참 편리하구려, 근데 두 분은 언제부터 그렇게 사이가 좋아졌읍니까?
[길형사] 사이요?
[차사장] 사이요?
(두 사람 빙그레 웃는다)
[차사장] 인정, 우정을 믿나이까?
[길형사] 포도대장도 도적으로 몰리죠
[차사장] 지도자가 역적이 되는 세상
[길형사] 역적이 애국자가 되는 세상
[차사장] 스승이 제자에게 붸겨나고
[길형사] 강도가 표창을 받는 세상
(두 사람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한손으로 칼을 등뒤로 감추고 미소를 띄우며 나머지 손으로 악수를 한다)
[두사람] 우리는 다정한 친구 우리는 다정한 친구 얼싸좋다. 부모보다 귀한 친구 때가 올때까지는 그 飁가 올 때까지는 칼을 숨기자. 때가 옳때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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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참 다정한 친구이십니다.
[차사장] (길헝사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 친구 우리 세실이를 찾으러 갑시다.
[길형사] 다정란 친구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두사람이 나간다)
[설명역] (관객에게) 지금 다정히 앉어서 구경을 하고 있는 친구들 애인들이시여 상대방을 찌를 비수는 준비되어 있읍니까? 인정이란 가끔 모략 배반 반역의 대명사구실도 하는 모양입니다. (무대가 밝아지고 가면을 쓴 남녀단원들이 나와 춤을 춘다. 이어 수염이 인사를 한다)
[수염] 오동리 동민 여러분! 우리하고 한바탕 놀아 봅시다. 우리는 연극을 합니다. 그러나 입장료는 필요없읍니다. 대신 마음이 내키시는 데로 햅쌀도 좋고 고구마도 좋고 닥도 좋으니 연극이 끝나면 우리에게 던져주십시오. (설명역에게) 아 이장님도 나오셨구려.
[설명역] 수고가 많소이다.
[수염] 천만에요. 이렇게 동리 한복판 마당까지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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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니 감사합니다.
[설명역] 글쎄 난 마당에서 연극을 한다기에 하도 신기해서 가만--- 아까 주재소 박순사가 나온다고 했는데---
[수염] 그래요? 박순사는?
[설명역] 요새 다 그런게 아닙니까 연극패들이 지나가면 꼭 순사들이 지나가면 꼭 순사들이 지티니까요 아 저기 오시는군.
(설평역이 밖으로 나간다. 단원들이 장소를 정리한다. 상상적인 동민들에게 말을 건다)
[단원] 자 꼬마들--- 조금만 더 뒤로 가고 저 아주머님--- 네 갓난애를 업고있는 아주머니 이리 나와 앉으세요. 아이구 할아버지도 오셨네요. 자 이리로 오세요 젊은 양반 그렇게 서 있으면 됩니까? 닭이요? 벌써 주십니까? 연극을 보지도 않고 들고 있기가 귀찮아서요? 네 감사합니다.
(설명역이 경찰관 모자를 쓰고 어깨에 경찰관이라는 흰테를 두르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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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나 박순사요
[수염] 말씀 많이 들었읍니다. 박순사님
[설명역] 이 연극내용에 혹시 불순한 내용 같은 건 없오?
[수염] 천만에요. 옛날 꿈같은 얘기뿐입니다 그저 놀아보자는 거죠 자 이쪽에 않으세요. (단원하나가 의자를 갖고 와 설명역에게 권한다) 단원들이 탈을 쓰고 탈춤을 춘다. 행복하게 사는 마을에 약탈자가 뛰어들어와서 착취하나가 대중들의 힘에 의해서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하게 그려준다. 물론 왜정시대 민족을 수난이 담긴 얘기다 춤이 끝나자 오소공이 쓸어진다. )
[설명역] 수고이노 했으무니다.
[박해녀] 선생님!
[지리산] 소공이
[오소공] 성공이죠 네?
[지리산] 그래 대 성공이야.
[수염] 이근처 어디 병원이 없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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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의사 내 의사를 데리고 오지 (설명역이 뛰어 나간다) (암전)
[설명역] 오소공은 갔읍니다. 고향이 어딘지 친척이 누군지 일지도 모르는 채 조용히 갔읍니다. 그는 꿈도 있었고 정열도 있었읍니다. 전 그의 생애가 성공으로 끝났는지 실패로 끝났는지 모릅니다. 그는 비극적으로 갔읍니다. 그는 그가 염원하던 것을 이루고 갔읍니다. 호화로운 침상에서 수많은 처녀들이 둘러쌓여 주는 것만이 성공한 생애를 끝내는 것이라도 말할 수 있을까요? (방울소리) 장례식이 있는 모양입니다. (긴 장례식 행렬이 구루마를 애워싸고무대를 돈다)
[수염] 만삭아 너 정말 끝가지 해볼테야
[만삭] 네!
[금강산] 너도 고행 찾아 내려가렴 혼자서는 연극도 안되겠지만 해 봤던들 가망이 없다 모든 것이 불리해
[만삭] 그렇지만 이세상 단장님이나 오소공 아저씨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구 없어오. 뿐인가요? 오소공 서생의 죽음은 저에게 공포심을 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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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녕 오히려 옹기를 주었거든요. 오소공 아저씨가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연극이 할수 있는 좋은 길을 발견하고 가신 것 같았어요. 오소공 아저씨가 돌아가시지만 않았으면 연극과 우리극단은 틀림없이 성공하고 말았을거예요. 대신 우리가 이 연극을 꼭 성공시키고 말겠어요.
[윤하수] 세실아 넌 어떻하지?
[진세실] --- 저는 저 구루마가 집이얘요
[윤하수] 그래도 차사장이 너를 데리고 가겠다고 지금 버티고 있잖니?
[진세실] 그분하고 저하곤 관계가 없어든
[윤하수] 그러나 길형사를 데리고 왔단말야.
[진세실] 걱정 마세요
[금강산[ 해녀 인젠 일어나지
(박해녀와 진세실만 남겨놓고 모두 서서히 나간다. ) (박해녀 나간다)
(차사장과 길형사가 무대 한쪽에 들어와 선다)
[차사장] 세실아 난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여기 길형사님도 바쁘시단다.
[길형사] 자 우리하고 같이 가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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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실] 생각이 없어요
[차사장] 극단이 해체한다면서? 이제부터 총독부 전속극단이 되는 거얘요. 뿐인가. 너는 한달에 그 백원을 받는 명배우가 되는거야 그리고 좋은 신랑감 얻어서 결혼도 해야지.
[전세실] 어제 분명히 얘기했어요
[차사장] 넌 어직 어려 내 말을 들어야 해
[만삭] 세실아
[세실] ---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테니까요.
[길형사] 차사장님 저들은 아직 어려서 그래요. 철이 들때가지 더 기다려봅시다. 다음에 또 옵시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말아라 길 형사님 같이 갑시다!
(싸이크로마에 태양이 솟는다. 만삭이 구루마를 끌고 진세실이 그 뒤를 밀며 무대를 돈다. 처절한 음악이 들려온다. 노쇠한 이세상이 색안경에 지팽이를 짚고 나온다.
[만석] 힘들지 않니?
[진세실] 아니 만삭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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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괜찮아
[이세상] 젊은이들! 어디로 가시오?
[만삭] 네?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면서 연극을 합니다.
[이세상] 둘이서 힘이 들겠는데
[만삭] 글쎄요. 그냥 한번 해보는거죠 뭐
[이세상] 자신이 있오?
[만삭] 모르겠어요. 저희들은 배운 것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그냥 해보는 거죠.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잖아요. 실은 먼저 하든 선배들도 다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그 분들을 거울삼아 열심이 그리고 착실하게 해본 생각이얘요. 그런데 선생님은 누구세요 혹시---
[이세셍] 아니 난 옛날부터 당신네 극단을 좋아하던 사람이요 자 그럼 잘해보시요 어서 갈길을 떠나시요.
[만삭] (이세상의 가슴에 달린 뺏지를 유심히 보며) 선생님 가슴에 달린 뺏지는 뭐얘요? 어디서 많이 보던건데---
[세실이] (가만이 들여다보다가) 아? 알았다! 총독부 뺏지로구나 전에 금성극단 단장이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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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걸 봤어.
[만삭] 응 매국노! 선생님도 총독부에 계세요?
[이세상] (감추며) 아냐--- 아냐 어서들 가보게
[만삭] 이상한 아저씬데 가자 세실아!
[진세실] 우리극단을 만드시는 단장님은요 절대 총독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감옥에 계시지만요. 그런 거 달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세싱] 그래? --- 누군 디--- 훌륭한 단장이시구먼--- 자 가봐--- 그리고 끝까지 당신들은 이런걸 달지 말아야 돼 자 어서들 가봐 힘들겠지만 참고해 봐야지
[만삭] 세실이 됐니?
[세실] 응 됐어
[만삭] 그럼 가자!
[만삭] 자 뜻이 있는 사람은 다들 모시요
(객석으로 몰려갔던 연기자들이 다시 몰려나와 구루마의 뒤를 따른다. 설명역이 나온다)
[설명역] 자 어떻습니까 연극을 하신 소감이
[이세상] 전 가장이나 훈장만 어려운 줄 알았더니 극단 단장 짓도 못해 먹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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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역] 이제 아셨읍니까?
[차사장] 난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안되는 게 딱 한가지가 있더군요, 사람 마음을 사는 일말입니다.
[설명역] 아 늦게 다행이군요.
[금강산] 난 마음껏 울고 웃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그런 것 별로 없는 데요.
[설명역] 원래 인생 자체가 그런가 아닙니다.
[오소공] 형식상 이 작품은 제가 쓴 것으로 돼 있지만 이런 우울한 연극은 쓰지 않겠읍니다.
[설명역] 결코 우울한 얘기는 아닐텐데요
[만석] 세실 그럼은요!
[윤하수]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전 오히려 희망적인 것을 느꼈거든요.
[박해녀] 전 우는 연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어요 괜히 웃음이 먼저 나와 혼이 났어요.
[설명역] 배우 되는 게 어디 그렇게 쉽습니까 하여튼 수고 많이 했읍니다. 네 관객 여러분들도 안녕히 돌아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