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슬로길 2~4코스

[와운]

청산도 슬로길 2~4코스

화랑포길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조금 전 지났던 화랑포갯돌밭 입구 삼거리다.

여기에서 청산도 슬로길 2코스(사랑길)가 시작된다. 이곳을 연애바위 입구라 부른다.

슬로길 2코스를 알리는 표지판과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다.

슬로길 2코스 입구에는 복원된 초분도 있다. 초분은 일종의 풀 무덤으로 섬 지역에서 행해지던 장례양식이다.

초분은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올려놓은 뒤 짚이나 풀 등으로 엮은 이엉을 덮어두었다가

2~3년이 지나 시신이 육탈되면 뼈를 골라 땅에 묻는 방식이다.

슬로길 2코스는 해변 절벽 위 오솔길을 따라 걷게 되어있다. 주로 숲길로 되어 있지만 바위지대를 지나기도 한다.

길이 험해 남녀가 같이 가면 손을 잡아주고 서로 의지해서 걷게 되니 그 추억이 연애의 바탕이 된다고 하여

연애바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옛날 청산도의 불타는 청춘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서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슬로길 2코스를 ‘사랑길’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슬로길 2코스를 걷다가 뒤돌아보면 가끔 방금 지나왔던 1코스 ‘화랑포길’이 아름답게 바라보인다.

당리재에 도착하니 초가지붕을 한 정자가 당리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슬로길은 당리마을로 가지 않고 해변으로 내려선다.

해안절벽 위 오솔길을 걷는데, 아래쪽 해변이 화랑포 쪽 풍경과 오버랩 된다.

이런 풍경을 가슴에 담느라 걸음이 느려진다. ‘슬로(Slow)길’이 될 수밖에 없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들려올 뿐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전혀 없는 고요한 길은 그 속에 있는 사람을 평온하게 해준다.

자연이야말로 나와 세상을 평화롭게 해준다. 어느덧 조그마한 몽돌해변을 이룬 읍리앞개에 도착했다.

읍리 아래쪽에 있는 해변이라서 읍리앞개해변이라 부른다. 몽돌해변 앞으로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드넓은 바다에 떠있는 여서도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인적 없는 읍리앞개 몽돌해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 마음을 맡긴다. 파도가 내 마음 속 깊이 간직된 탐욕을 씻어준다.

읍리앞개에서 슬로길 2코스가 끝나고 3코스(고인돌길)가 시작된다. 바다를 등지고 마을로 가는 길이다.

정면으로 대선산 자락에 남향으로 자리 잡은 읍리마을이 바라보인다.

개울가를 따라 걷는데, 주변 습지에서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슬로길은 읍리마을을 바라보고 가다가 왼쪽으로 틀어 당리마을로 향한다.

당리마을로 가고 있는데 조금 전 걸었던 <봄의 왈츠> 촬영지 2층 건물이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서편제> 촬영지에서 당리마을로 곧장 내려오면 5분도 채 안 걸리는데, 해변을 한 바퀴 돌고 오니 2시간 가까이 걸렸다.

빨리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돌아가더라도 과정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식이 슬로길의 매력이다.

당리마을에 들어서자 돌담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고,

작은 돌로 쌓은 담장이 집과 집의 경계를 이룬다.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니 <서편제> 촬영 당시의 초가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초가집 마루에서 유봉(김명곤)이 북을 치고, 송화(오정해)가 소리를 하는 장면이 상징물로 남아있다.

서편제 촬영가옥을 나와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도로를 건넌다. 슬로길은 당리마을을 감싸고 있는 청산진성으로 올라간다.

청산도는 예로부터 바닷길의 요충지로서 왜구가 침범할 때 가장 먼저 당도하던 곳이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에는 첨사진(僉使鎭)이 신설되면서 청산진성이 축성되었다.

청산진성은 1871년 축성 당시 높이 4.5m, 둘레 1.1km에 달했고, 동‧서‧남쪽에 세 개의 성문이 설치되었다.

군사요충지 역할을 하던 청산진성이 1895년 첨사진이 파진되면서 청산진성도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무너져 내린 청산진성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성곽 일부가 복원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청산진성에 올라서니 성곽이 당리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 같다.

당리마을은 청산진성에 감싸여 마치 어머니의 품속같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

동쪽에서는 읍리마을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청산진성에서 내려와 읍리마을로 향한다.

읍리마을로 들어서자 옛 창고를 활용한 ‘읍리향토문화예술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출입문이 닫혀있어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주민들이 사용하던 농기구 8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마을박물관인 셈이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남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청산도 마을길을 걷다보면 어느 마을에서나 우물을 만난다. 읍리마을에서도 옛 우물이 그대로 남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마을안길을 걷다보니 돌담이 아닌 시멘트벽에는 어김없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 속에는 평생 기억해야 할 경구들이 적혀있다.

신라시대에 읍리에 읍이 설치되었다고 구전되고 있으나 고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다만 읍리주변에 있는 고인돌들이 선사시대에도 사람이 살았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읍리마을 근처에는 20여 기의 고인돌이 남아있다. 청동기시대에 상당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슬로길 3코스를 ‘고인돌길’이라 부른다. 읍리고인돌공원에는 하마비(下馬碑)도 남아 있다.

고인돌공원을 거쳐 청산중앙교회 옆 농로를 따라 읍리앞개해변으로 향한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팽나무 고목이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읍리마을 지켜온 나무인 셈이다. 다시 읍리해변으로 내려오니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갑게 맞이한다.

맑고 깨끗한 바닷물은 깔끔하게 깎인 몽돌과 사랑을 속삭인다.

길게 뻗어나간 서쪽의 화랑포해변이 바닷물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손짓한다.

읍리방파제 앞 정자에 도착하니 청산도 슬로길 4코스(낭길)를 알리는 이정표가 길안내를 해준다.

길은 기암절벽 위 숲길을 따라 이어진다. 아래쪽은 낭떠러지이지만 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이어진다.

슬로길 4코스는 낭떠러지 위를 걷는 길이라 해서 ‘낭길’이라 부른다.

길을 걷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가 빚어놓은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돌조각 하나하나도 예쁘지만 주변 풍경과 어울린 모습이 더 아름답다.

‘낭길’을 걷다보면 바람구멍, 따순기미 같은 정다운 이름도 만난다.

해변 낭길을 몇 굽이 돌아가자 권덕리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권덕리마을 뒤로 범바위가 우뚝 서서 위용을 과시한다. 권덕리해변에 도착하니 붉은색이 감도는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권덕리해변에는 작은 포구가 있다.

권덕리마을은 해변에 몇 개의 펜션이 자리하고, 마을 안쪽에는 토착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해변마을이다.

해변 정자에 앉아 준비해간 과일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2021. 5. 29)

*여행쪽지

-청산도 슬로길은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의 해변길과 마을길, 들길, 산길을 잇는 11개 코스(42.195km)의 걷기여행길이다. 풍경이 좋아 저절로 느려진다는 뜻으로 ‘슬로길’이라 이름 지었다.

-청산도 슬로길은 각각의 코스가 길지 않기 때문에 체력에 맞게 코스를 조합하여 걸으면 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코스는 <서편제>촬영지를 끼고 있는 1코스로 풍광이 가장 좋다.

-1코스 : 도청항→도락리→<서편제>촬영지→<봄의 왈츠>촬영지→화랑포전망대→연애바위 입구(5.71km, 1시간 30분 소요)

-2코스 : 연애바위 입구→당리재→읍리앞개(2.1km, 45분 소요)

-3코스 : 읍리앞개→당리 서편제촬영가옥→청산진성→읍리마을→고인돌공원→읍리해변방파제(4.54km, 1시간 20분 소요)

-4코스 : 읍리해변방파제→권덕리해변→권덕리마을회관(1.8km, 40분 소요)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청산도 가는 배가 하루 6회 운항한다. 07:00, 08:30, 11:00, 13:00, 14:30, 18:00. 50분 소요 (여객선 운항정보 문의 1666-0950)

-청산도 내에서는 순환버스(061-552-1999), 마을버스(010-6428-9432), 청산개인택시(061-552-8747)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청산도의 식당은 면소재지인 도청리에 몰려있다. 청산도 인근 바다에서 전복양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전복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sooa]

걸어보니 보이는것들이 많아요^
우물의 시원함과 여유도,돌담들, 나를 둘러싼 바다도

[와운]

두 발로 걷는 속도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관찰할 수 있는 속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트레킹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