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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장, 상미는 정숙이 일을 하고 있는 곳으로 온다. “어휴! 꼬라지하고는? 맨날 그렇게 느려터지니 뱃속의 아이 또한 무엇을 배울까 싶네! 에이취!“ 상미는 정숙의 얼굴에 대고 제치기를 한다. 상미의 입안에 들어 있던 음식물들이 정숙의 얼굴로 그대로 튀어나간다. 정숙은 당황해서 몸을 피하지만 이미 모든 오물을 뒤집어 쓴 상태다. “어머? 이를 어쩌지?“ 그러나 말과는 달리 상미의 표정은 웃음기가 잔뜩 묻어난다. “어쩌긴 뭐가 어째? 어서 바닥을 닦지 않고 뭐하고 서 있어?“ 우민자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바닥을 닦으라고 호통을 친다. 정숙은 얼굴에 묻어 있는 오물을 대충 털어내고 바닥을 닦는다. 그러는 정숙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비참함의 눈물이다. 그러나 눈물을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며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바닥을 치우고 나서 얼른 자리를 피한다. “호호호........... 그 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구나!“ 우민자는 정숙의 모습을 생각하며 다시 웃음을 웃는다. 두 모녀는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정숙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태연해진다. 어차피 자신으로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시아버님의 말씀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는 세월도 흘러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애를 쓴다. 정숙의 몸은 전신이 다 부어오른다. 이제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이 든다. 서민철은 그런 며느리를 보며 걱정을 한다. “아가! 아무래도 네 몸이 심상치 않다. 내일은 내가 일찍 와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구나!“ “당신도 참으로 할 일도 없소. 출산을 앞두고 붓지 않는 산모가 어디 있다고 야단입니까?“ 우민자는 남편의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신하고 상미는 어디 그렇게 부었소?” “왜 붓지 않았어요? 당신이 관심이 없었으니 몰라서 그렇게 우리라고 속에 생명을 키우는데 붓지 않았겠어요?“ ”그래도 저 정도면 내가 왜 기억을 하지 못하겠소? 게다가 상미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 기억이 그리 없다는 말이오? 만일 상미가 그렇게 부었다면 당신이 가만히 있었겠소?“ ”그야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 아이는 무엇이든지 유별나니까 그런 것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니요? 내가 없는 하루 종일 당신이 심술을 부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아니오?“ ”그렇게 사람을 믿지 못하고 어찌 삽니까?“ ”그렇다면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이 왜 그리도 못마땅스러운 것이오? 내가 그러지 않아도 당신이 데리고 가 봐야 하는 것이 아니오?“ ”난 그러기 싫습니다. 가만히 놔두어도 나올 때가 되면 어련히 아이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야단을 떨어야 하는 것입니까?“ ”지금 어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까 싶어서 걱정을 하는 거요? 저 아이의 모습이 어디 정상으로 보이느냐고? 응? 당신 눈에는 며느리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느냔 말이오?“ ”맘대로 하시구려!“ 우민자는 남편을 피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음날 아침 서민철은 출근을 하기 전에 정숙을 부른다. “아가! 오늘은 내가 점심시간까지만 근무를 하고 조퇴를 하고 나올 것이다. 그러니 너도 점심을 먹고 내가 오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네!” 정숙은 대답을 하면서도 시어머님의 눈치를 본다. 시어머님의 허락이 없이는 외출준비를 하기도 어려운 것이기에 눈치를 보지만 우민자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는 척 모른 척을 한다. 서민철은 그 말을 하고 바로 출근을 한다. “흥! 병원에 간다는 핑계로 일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어림없는 일이다. 네 시아버지가 도착하기 전에 청소를 다 하고 내 옷을 깨끗하게 손질를 해!“ ”네, 어머님!“ 정숙은 긴 한숨을 내 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청소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에 겹다. 매일 하는 청소이지만 어느 곳 한곳도 소홀히 한다면 시어머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더욱 힘들게 한다. 그 시간 상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친정으로 갈 준비를 한다. “어미야!” 시어머니인 박여인이 정다운 음성으로 며느리를 부른다. “네, 어머님!” “요즘은 내가 너무 기운이 없구나! 너만 혼자서 친정에서 맛좋은 것을 먹지 말고 오늘은 뭐라도 가지고 오지 않겠니?“ ”뭐가 드시고 싶으신데요?“ ”글쎄다, 이제 갈비 곰탕 같은 것보다는 신선한 해물이라도 있었으면 한다. 요즘 대게나 꽃게 그리고 전복이 한창이라는데...........“ “네! 알겠습니다. 엄마하고 장에 가자고 해야지요.“ “오냐! 네가 아니면 이 늙은 몸뚱어리가 힘이나 쓸 수가 있겠니? 난 참으로 복이 많은 늙은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머님! 드시고 싶으신 것을 언제라도 말을 하세요. 친정에 부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것은 문제없어요.“ ”그래! 그래서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란다.“ 박여인은 현관까지 따라 나온다. “어머님! 다녀올게요.“ ”오냐! 날씨가 많이 찬데 옷을 든든히 입었니?“ “그럼요! 아무리 추워도 승용차를 타고 다니니까 추운 줄도 모르겠어요.“ “그래, 그렇겠구나! 난 어디를 나가려면 변변한 옷이 없어서...........“ 상미는 그런 말을 하는 시어머니를 쳐다본다. 간간히 드리는 돈을 다 무엇에 쓰고 옷 타령을 하시는가 싶은 것이다. “미안하다. 너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박여인은 황급하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상미는 핸드백을 연다. 그리고 지갑 속에 들어 있는 돈을 헤아리지 않고 꺼내어 드린다. “지금 있는 것이 이것이 전부입니다. 다음에 더 드릴게요, 오늘은 이 돈만으로 옷을 사세요.“ “고맙다.” 박여인은 사양을 하지 않고 덥썩 돈을 움켜쥔다. 상미는 조금은 찜찜한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기회만 있으면 돈을 달라고 하는 시어머님이다. 집안 살림도 이제는 도우미가 와서 거의 다 해주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손녀인 아영이도 어린이 집에 하루 종일 맡겨놓고 있다는 것도 안다. 아영이는 어린이 집에 가기를 싫어하고 있지만 늘 집을 비우는 엄마와 할머니로 인해서 어린이 집에 하루 종일 있다가 저녁에나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상미는 이제 시어머님이 하시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는 시간동안 자영이와 함께 계셔주시는 것이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모두 해 드리고 있다. 상미가 그렇게 집을 나서자 박여인은 아들의 방으로 간다. “아범아! 그만 일어나!“ “왜요? 무슨 일이 있어요?” “무슨 일은? 오늘은 네 형과 형수와 경희 네를 데리고 점심 외식을 하자.“ “뭐 드시고 싶은신 것이 있어요?” “그래! 요즘 대게가 제철인 모양이더라! 우리가 제철 음식은 한 번씩이라도 먹어야 되지 않겠니?“ ”그럼요! 그럼 준비를 할 테니까 연락을 하세요.“ ”오냐! 아영이를 어린이 집으로 보내고 나서 함께 나가자.“ 박여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심심하면 외식을 한다. 그것도 아들들과 딸네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나간다. 변변한 직장이 없는 큰아들과 사위다. 이제 그들은 일을 하러 다니지 않고서도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을 하지 않고 홍경환이 매달 주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돈의 위력을 맛보며 편안한 삶에 길들여가고 있는 그들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참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그들이다. 가진 것은 몸뚱어리뿐이지만 그래도 건강한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매일 매일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던 경환의 형 경민과 경희부부였다. 어느 날 생각하지도 못했던 집이 생긴다. 내 집을 가지려고 그렇게 고생을 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남들이 다 가진 그런 어엿한 집이 떨어진 것이다. 그들은 좋아하면서도 요행이라는 것도 이렇게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경환이 또 무엇을 해 주려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경환으로서는 형제들이 고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안쓰럽다. 평생을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아보지 못하고 인생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형제들을 보면 늘 가슴이 아프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늘 입버릇처럼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을 하기에 더욱 그런 마음이 가슴 깊이 새겨진다. 아직 홍경환은 돈이 생기면 그렇게 형제들을 도와주는 것에 만족을 한다. 이제는 형네 집이나 누이 동생네 집엘 가보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보기에 좋고 흐뭇해진다. 그런 경환을 형이나 매제를 공사 현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고 가끔씩 이렇게 형제들과 맛좋은 음식을 먹으러 다니곤 한다. 물론 그것은 아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다. 그저 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는 아내다. 한 번도 회사엘 가 보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때 아내에게 보이기 위해 급하게 사무실을 차렸었다. 그날 하루의 일당을 주고 직원들이라고 채용을 하고 아내에게 보여준 사무실은 며칠 동안 홍경환의 놀이터가 되었지만 매일 그곳에 나가 앉아 있기가 싫어서 그대로 폐쇄를 하고 만 것이다. 상미는 남편의 회사에 가볼 마음이 없다. 남편은 매일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기에 얼마든지 자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친정에서 있다가 남편과 전화통화로 밖에서 만나 외식을 하며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남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 상미다. 그런 상미의 성품을 이용하는 홍경환이다. 홍경환은 흥청망청 돈을 쓰고 다닌다. 형에게도 매제에게도 승용차를 구입해 주었다. 이제 그들은 홍경환의 말대로 그가 하자는 대로 따르며 살아가고 있다. 힘들게 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걱정이 없고 필요한 것을 한마디만 해도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는 삶이다. 예전의 그들이 아니다. 오늘도 그들은 승용차 두 대에 나누어 탄다. 대게도 유명한 곳으로 찾아가서 즐기자는 말에 그들은 영덕으로 향한다. 그 시간 상미는 친정에서 아침을 먹고 그대로 누워서 티비를 본다. “상미야! 오늘을 일찍 집으로 가야겠다.“ “왜?” “아버지가 낮에 집으로 오실 것이다. 저 화상이 몸이 부었다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는 구나!“ “그런다고 내가 왜 집에 일찍 가야 해? 난 점심 먹고 엄마하고 장을 봐야 하는데?“ “내일 보자. 오늘은 아무래도 네 아버지가 일찍 올 것이니 그럴 시간이 없겠다.“ “엄마! 내가 왜 저 여자 때문에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해? 여긴 내 집인데 왜 내가 쫓겨나야 하느냐고?“ 상미는 악을 쓴다. 우민자는 그런 딸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애를 쓴다. “그러니 어쩌겠니? 속상한 엄마 마음을 너라도 알아줘야 하지 않겠어?“ “정말 저 여자가 너무 싫어! 내가 저 여자 때문에 왜 피해를 당해야 하는 거야?“ ”속상하더라도 엄마를 봐서 참아! 그 대신 내일 네가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모두 사 줄게!“ “내일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 집으로 가면 우리 시어머니 빈손으로 온 것을 알면 얼마나 실망을 하시겠어?“ ”그래, 알았다.“ 우민자는 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고 돈을 꺼낸다. “오늘은 이 돈을 가지고 네 식구들과 외식을 해라. 시어머님이 드시고 싶다는 것을 사드리고 마음을 달래 드려!“ 상미는 엄마가 주는 돈을 받아서 액수를 확인해 본다. “엄마! 조금 더 줘! 우리 시어머니 요즘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고 투덜거리더라고. 이 참에 옷이라도 사드리면 좋아하실 거니까!“ “그래. 잠시 기다려라!” 우민자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더 많은 돈을 가져다준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응!” 상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웃는다. 그리고는 다시 소파에 눕는다. “아직 아빠가 오시려면 시간이 남았으니까 조금 더 있다가 갈래!” “그래!” 정숙은 그때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밥맛이 없어 아침도 먹지 않고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시어머님방과 아버님의 서재와 자신의 방을 청소하고 거실을 청소하며 이곳이 끝나고 나면 다시 바깥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긴 한숨을 내 쉰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기에 점심 전까지는 일을 다 끝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몸을 빨리 움직일 수가 없다. 상미는 누워서 그런 정숙을 본다. “대체 지금 청소를 하고 거야 뭐야? 이봐요, 그렇게 느려 터져서 언제 일이 다 끝나? 왜? 아빠가 오신다니까 그 시간까지 끌어보려는 속셈이야?“ ”..............................“ 그러나 정숙은 몸을 움직이기 힘이 들어 온 전신에 땀을 흘린다. “이봐요, 밥값은 해야 하는 것이 아냐? 여기가 당신 먹여주고 재워주는 쉼터인줄 알아?“ 상미는 소파에서 일어나 정숙의 곁으로 온다. “미안합니다. 빨리 하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뭐 이런 것이 다 있어?” 상미는 정숙을 힘껏 밀어버린다. 정숙은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서민철이 놀라서 뛰어 올라간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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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즐감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