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훈련병 엄마들을 위하여
[김윤덕의 新줌마병법]입력 2021.05.27
코로나로 사라진 입소식… 훈련소 앞에 택배처럼 아들만 떨궈야
첫 일주일 잘 견디면 18개월이 거뜬… ‘통신보약’ 놓치지 말길
‘군화모’서 깨알 정보 얻고 하루 만보 걸으며 아들들 응원합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달 초 만 20세 아들을 대한민국 육군 현역으로 입대시킨 훈련병모(母) 김아무개입니다. 눈만 뜨면 국방부 시계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26일 현재 전역까지 532일 하고도 9시간 14분 28초가 남았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글은 쓸 줄 모르지만, 아들 입대를 앞두고 잠 못 이룰 어머니들께 작은 쓸모가 되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입영 3주 차 훈병모가 군대에 대해 뭘 알겠느냐고요? 내무반 계급이 짬밥 순이듯 엄마의 군 정보력도 아들 입대 순임을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우선 연병장에서 거행하던 입소식은 코로나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대신 드라이브 스루! 훈련소 앞에 사랑하는 아들을 택배 떨구듯 던지고 가셔야 합니다.
포옹, 악수 그런 거 없습니다. 부모는 차에서 한 발도 내릴 수 없습니다.
미리 작별 인사 안 하시면 백미러로 황망히 멀어져 가는 아들의 빡빡머리를 보며 통곡하게 될 겁니다.
미리 해야 할 또 하나의 것은, 입소 준비물 점검입니다.
알아서 다 챙겼다는 아들만 믿었다간 욕실에 그대로 남아 있는 올인원 샴푸를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눈 나쁜 아들은 여벌 안경이 필요하고, 전자시계, 편지지와 우표,
자기 물건에 이름 쓸 네임펜도 필수입니다.
생활관에 코골이 대포 병사가 한둘은 꼭 있는 법. 귀마개는 꿀팁입니다.
입소 후 첫 일주일은 끝이 안 보이는 터널입니다.
철문 안으로 사라진 아들이 밥은 먹는지, 잠은 자는지, 올인원 샴푸가 없어 씻지도 못하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지만 알 길이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엄마, 밥 줘” 하고 들어올 것 같은데 돌아보면 없습니다.
머리 냄새 찌든 아들의 베개를 끌어안고 날이 맑아서도 울고, 날이 흐려서도 웁니다.
제2차 세계대전 나간 것도 아닌데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슬픔을 견뎌내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연대. 동병상련의 엄마 4만명이 모인 ‘군화모’ 카페를 아십니까.
게시판에는 ‘전선야곡’을 방불케 하는 사연들과 깨알 문답이 장관을 이룹니다.
병장모들의 위엄과 여유는 왜 그리 멋지고 부럽던지요. 전문 용어에도 익숙해져야 합니다.
‘통신보약’은 훈련병 아들이 걸어주는 보약 같은 전화, ‘아말다말’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의 줄임말,
‘인편’은 온라인 위문편지를 뜻합니다.
며칠 전 경상도 아버님이 올린 인편이 큰 위로 되더군요.
‘어느덧 입영한 지 3주. 소총도 몸에 붙고 관물대 정리도 익숙해졌나?
군가도 크게 잘 부르고 이동 중에 발도 잘 맞추나?
아무 생각 없이 밥때만 기다리다 저녁에 눈 붙이고 아침에 눈 뜨면 딱 10분 지난 것 같은 생활.
즉 머리 쓸 일 전혀 없는 그 생활이 실은 젤 편한 휴가나 다름없다. 다시 못 올 시간, 원 없이 즐겨라.
아프지만 말고, 다치지만 말고.’
그렇게 일주일을 견디면 아들의 첫 전화가 걸려옵니다.
하필 지하철에서 받아 “뭐라고?“ ”안 들려”만 외치다 끊겼지만 살아있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통신보약은 보통 주말에 걸려오고, 02 또는 070으로 뜹니다.
006 같은 국제전화는 보이스 피싱일 수 있으니 거르시고, 첫 통화는 꼭 녹음하세요.
간혹 내 아들만 전화 안 온다는 분들 있는데, 휴대전화에 컬렉트콜이 차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도 아니면 여친에게 금쪽 같은 3분 다 바쳤을 가능성 큽니다.
‘더캠프’란 앱도 요긴합니다.
군복 입은 아들의 훈련 사진이 올라오고, 위문편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수백의 병사들 속에서도 내 아들 머리통은 3초 만에 보이니 신통방통하지요?
마침내 소포에 실려온 아들의 옷과 “잘 먹고 잘 자니 걱정 마시라”는 군기 꽉 잡힌 편지를 읽으면,
하필 분단된 나라에 태어나게 한 미안함과 대견함이 교차해 폭풍 눈물이 터집니다.
군화모들을 울린 어느 연대장의 편지가 있습니다.
‘훈련병들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부대 지휘관이기 전에
자식 둔 부모로서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훈련병들을 아들처럼 생각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수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호화 급식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소 지나간 흔적만 있다는 ‘황소도강탕'이어도 좋습니다.
다만 아버지 같은 소대장, 형 같은 선임병 만나 조국의 부르심에 꽃 같은 자유를 헌납한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멋진 남자인지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헬조선 아니고 꿀조선 지키는 자부심 갖도록 멋진 정치 해주세요.
엄마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기도뿐. 18개월 뒤 무사히 품에 안기만을 빌며,
오늘도 군화모들은 가슴에 납덩이를 안은 채 만보를 걷습니다. 충성!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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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8
박태준
2021.05.27 19:13:29
亞♬細♩亞(아세아)의 ☆들이야요........ 오래 묵은 똥별들이 우글우글할지 모르겠지만 진짜 ☆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이 나라를 지키려 머리 깎고 軍隊 갔다오...... 사랑스런 후배들 보며 가슴이 뿌듯하다오...... 곧 북진통일을 할 ☆들이 한없이 자랑스럽다오....... 문재인 빼고 자유대한민국 만세 만만세 !!!!!
유세형
2021.05.27 17:25:33
예전엔 33개월이었죠 복학하면 여학생들 시집가서 싹없어지고.....18개월 금방 캠핑.보이스카웃이에요 사계절한바퀴돌면 쟤 또나왔어???돈타러 왔구먼 휴가좀 그만 내보내세요 하며 부대에 하소연합니다ㅋㅋㅋ
김구익
2021.05.27 14:33:36
34개월 복무하고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74년도 입대할 때 첫 월급이 800원이더라, 지금 복무기간이 18개월, 이런 기간이리면 군수품 損亡失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고, 보도에 의하면 이런 연유로 남한산성 밑 어느 지역에서인가에서 낙하훈련 중 총기도 분실하는 사고와 드론까지 분실했다는 보도를 봤다. 무너진 기강(간부든 사병이든)은 당나라 군대를 닳았다 하는 데 기우이기를 빌 뿐이다. 다만 軍士兵 월급에 대하여는 최저임금 이상으로는 지급해야 한다. 내 생각이다.
설현욱
2021.05.27 14:17:16
..good..아들을 장교로 군대에 보내세요..기간 길다고 젊은 친구들 처럼 싫어하지 말고.. 그럼 이런 걱정할 필요 별로 없고.. 제대할 때 쯤 몸 좋아지고 정신상태 좋아지고..
박승수
2021.05.27 13:16:43
아들 군대 보낼때의 기억과 요즘 장병급식문제 등이 떠올라"호화급식은~~"귀절부터 짠해 눈물이 났습니다ㆍ김윤덕기자님 매번 좋은글 감사드리고 본문에서 훈련병모 김아무개라해서 호기심이 발동해서 신문사에 전화했습니다ㆍ김기자님 이야기냐고직원이 모르겠다네요ㅎㆍ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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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오병
2021.05.27 11:43:51
겨우 18개월이구나. 너무 짧다. 어떻게 나라를 지키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강군이 되겠나? 더구나 옛날보다 배우고 익혀야 할 병장기도 더 많고 복잡한데. 나는 53개월이나 군에서 보냈다. 적에 비해 훈련의 양과 질에서 격차가 큰데 유사 시에 나라를 지킬 수 있겠나? 병역 기간 가지고 장난치는 자는 이적행위로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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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2021.05.27 11:41:48
윤덕줌마의 포스가 빛나는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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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용
2021.05.27 11:11:49
31개월 군복무를 마친 세대로서 18개월 군 복무 시대를 바라보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소통하고 정보를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최고조에 이른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세계를 참으로 멋지게 묘사한 글입니다. 김윤덕 기자 같은 분들의 글이 실리기에 조선일보를 탐독하게 됩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