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1. (방태산)
8월26일 (금)
9시35분. 내가 약속시간에 도착한 시간이다.
약속시간은 10시. 이미 태권과 소나기(우울한 날의 소나기)가 도착해 있었다. 이어서 호위무사(백태현), 로빈, 작은소리, 모모, 정샘, 대굴, 나그네가 도착을 하였다. 어쩜 이리도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지...
다만, 즐겨라 부부는 예상치 않은 도로교통사정으로 15분밖에 늦지 않았으니 실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전날까지 비가 왔고 오늘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화장하여 여행을 떠나는 마음이 가볍고 또 가볍게 흥분이 되었다.
이렇게 해서 8인승 스타렉스와 5인승 레조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룰루 랄라~
우리 일행은 휴게소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였다. 하지만, 난 그리 간단한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 난 원래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고, 음식을 남기는 걸 못 보는 성격이라...
내 비빔밥에 로빈누님이 덜어 주는 밥을 먹고, 멀미증세로 고생을 시작한 소나기가 남긴 설렁탕을 먹고, 대굴이와 모모음식까지 먹었더니... 커억~ 배가 빵빵~
여행기간에 내 날씬한 배를 보여주기로 한 계획이 초장부터 깨지는 순간이었다.
홍천에서 시장을 보았다. 이번 컨셉은 럭셔리 컨셉을 잡았기에... 고기는 제주도 오겹살로 쫌 센 걸로 샀다. 역시 센 게 맛있어.
백숙할 재료도 엄선된 동급 최강의 재료로 돈을 아끼지 않고 재료들을 구입하였다. 인삼도 제일 비싼(사람형상을 한 2뿌리)7천원 비용을 들였다.
술도 모자람이 없이, 거침없이 소주 한 박스와 맥주 12피티... 그 결과... 이런! 식사비와 재료비로 벌써 회비를 거덜내고 있지 않은가... 추가비용이 다시 들어가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민박을 잡기 위해 인터넷으로 뒤진 정보를 이용해서 수월하게 방을 잡았다.(비수기라서 반값에 방을 잡음) 여장을 푼 후, 즐겨라부부는 차에 기름(가스)채우기 위해 인제로 향하고...
나는 시진이를 보고 우리 보경이 보미를 같이 데려 왔음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내가 오너가 되면)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방태산 자연 휴양림으로 향하였다.
문제의 시간.
난 이미 산 오르기를 포기하고 산책과 막걸리로 여흥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버트, 계획에 동참 하리라던 사람들이 배신을 때리고 있었다. 대굴이와 작품 구상에 여념이 없을 거라던 정샘까지... 이런
암튼 난 두덜거리며 방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달 전에 애들 데리고 중간정도 오른 산이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자연스럽게 콧노래까지 하면서...
등반대장 나그네형님은 늦은 시각(4시)이라 초반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한시간 정도가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자 콧노래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후회스런 마음과 원망스런 마음... 최근 담배로 고생하는 심장의 펌프질로 헥헥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난 지리산 보다 2배나 더 힘들었다. 초반 페이스 조절의 실패로... 그리고 산에서 담배를 피어댄 댓가로...
주위사람의 눈치도 그렇고... 정말 되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이끄는 힘이 있었으니... 주위사람들의 격려도 아니고, 깨끗한 자연의 힘도 아닌... 그것은 바로... 막걸리의 힘이었던 것이다.
처음 앞서 갈 때 뒤에서 막걸이를 다 먹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땐 정말 울분을 토하고 싶었다. 다행이 뻥이어서...
처음 두 잔은 정상까지 힘이 되었고, 정상에서 4잔은 앞으로 닥치올 험난한 하행길의 힘이 돼 주었다.
처음하는 야간산행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지난번 지리산에서 배운 경험이었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와 “준비된 자는 미끌어지지 않는다.” “산에서는 막걸리가 짱이다”
4시간 반의 등산의 여정을 마치고 민박집의 도착.
즐겨라 부부가 저녁준비를 완료했다. 훈제로 구운 오겹살... 과 물끼를 머금은 밥... 정말 환상이었다. 정신 없이 먹어 대고... 중간에 우스가 합류하였다.
난, 중간에 비장의 백숙을 끊였다.
김치가 없다는 즐겨라의 질책성 발언으로 나와 로빈 누님이 깨지고... 대굴이는 건망증으로 김치를 사지 않아 내게 많은 쿠사리를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굴이는 뭔가 만회를 하기 위한 카드를 준비했으니... 바로 캠프파이어이다.
난 처음 뭘 유치하게 그러나 싶었지만 정말 환상이었다. 거기에 즐겨라 남편인 홍식씨의 카에서 나오는 준비된 음악으로 분위기를 한 껏 고추 세울 수 있었다. 표현이 쫌 그런가? 기분이 발기되었다 그런 말이지... 업 되었다구요...
암튼, 캠프파이어, 음악, 술...... 소나기의 기습 춤 솜씨... 즐겨라의 준비된 춤 솜씨, 로빈 누님, 모모의 춤까지 볼 수 있었던 환상적인 밤.
생각해 봤는데 춤은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만요.
한 사람 두 사람 자리에서 떠나고... 난 또 주절대다가 그만....
정성 들여 끊인 백숙을 몽땅 태워 먹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모두들 들어가고... 난 정성들인 백숙의 숫덩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었다. 내 가슴을 더욱 더 아프게 한 건 태운 음식을 버리는데 사람 형상을 한 숫덩이가 나오는 것이었다. 바로 비장의 인삼인 것이다. 억장이 무너지고...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음식을 다 버리고 까맣게 탄 솥단지를 닦으려는데 억장이 무너졌다. 그런데 아무리 솥단지를 닦아도 내 코에서는 탄 냄새가 가시지 않은 것이다. 한 40분을 계속해서 닦았다. 그래도 가시지 않은... 아마 난 내 실수를 나의 잘못을 쇠 수세미로 빡빡 닦아 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뒤에서 아줌마가 한마디한다. “괜찮아. 괜찮은데 뭘...”
이어 용운이가 나타났다. “형 왜 그래...” 비장의 무기 백숙을 날려다. 아침도 날렸다. 이제 날 샜다.
용운이는 재빨리 태현이와 함께 동네를 뒤져 토종닭 한 마리를 구해 주었다. 그때까지 솥단지를 닦던 난 정말... 무지 기뻤다. 그리고 주인집 할머니는 내게 엄나무를 주었다.
이제 됐어. 비슷하게... 할 수 있어.
다시 백숙을 앉힌 난, 긴장이 풀어져 나도 모르게 부둣막 앞에서 잠을 잔 모양이다. 시원한 바람에 눈을 떠보니 평상에서 자고 있는 날 발견하였다.
그리고 다시 부둣막에 가보니... 닭은 이미 죽이 되어 있지 않은가?
즐겨라가 갈무리를 완벽하게 하였고, 모모가 죽을 젓느라 고생을 했단다. 감사합니다.
이렇게하여 백숙으로 만든 녹두죽이 완성이 된 것이다. 눈물의 닭백숙...
아직 걱정거리가 남았다. 솥단지 주인인 즐겨라의 복수. 즐겨라는 솥단지의 바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내가 하도 징징대서 여러사람이 잠을 못 주무셨다는...
죄송합니다.
첫댓글 산과 바다 넉넉한 웃음.. 모든 조건을 떠나 인생의 행복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여행이었다 조안나바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눈물의 닭백숙 정말 맛있었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원하시는 일 꼭 이루시길..
참 좋은 사람아. 솥단지 바닥이 문제가 아니라 손잡이가 아작 났다.
그러게... 손잡이를 내가 너무 꽉잡고 닦어서리...
조안나바 오빠에게 감동 받았어요... ^..^ 결국 재료를 다시 작은소리가 새벽에 구해오고 닭죽은 즐겨라 언니가 끓였지만, 조안나바님이 만든 작품을 먹는 것 같았지요~ 고마워요^^, 잘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