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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자폐로 오진할 가능성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9-06-03 09:44:21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자폐로 오진할 가능성
제레미를 처음 만났을 때, 제레미는 조용하지만 사랑스러운 7살 소년이었습니다. 클리닉에 가지고 온 플라스틱 공룡 장난감을 가지고 바닥에서 놀고 있었고, 저는 제레미 쪽으로 몸을 굽혀 장난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레미는 클리닉에 가지고 놀 수 있는 공룡 장난감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선 매우 기뻐했습니다. (이 글에선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제레미'라고 칭하겠습니다)
제가 처음에 알았던 사실은 제레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자폐 검사를 받고 싶어 한다는 것뿐이였습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제레미는 사람을 좋아하는 아기였다고 합니다.그러나 점점 커 가면서 사람들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반복적 놀이에만 집중할뿐더러 폭력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분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저는 제레미 형제가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해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레미의 어머니(여기선 조이라고 부르겠습니다)는 거의 1년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조이는 제레미가 이상행동을 보인 것이 학대 이전부터인지, 아니면 그 이후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조이는 제레미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사실 제레미는 PTSD 진단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PTSD 전문가들은 제레미가 자폐라고 확신했었고, 따라서 조이는 제레미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레미 가족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제레미를 치료하던 심리 전문가들은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같은 자폐의 특징과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특징을 구분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사람들이 제레미를 자폐 아동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레미는 제 눈을 마주 보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제스처를 사용해 대화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곧 제게는 PTSD의 증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폐의 증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폐와 PTSD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이 둘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직된 놀이 방식: 제레미가 보인 PTSD의 특징 중 자폐 증상으로 오해할 만한 한가지 예시는 바로 특이한 놀이 방식이었습니다. 제레미는 공룡 장난감을 서로 세게 부딪치면서 놀거나 3개의 장난감으로 이용한 특정 놀이 시나리오를 반복했습니다. 엄마 공룡이 두 아기 공룡을 몬스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병원 대기실에 있는 나무 상자 안에 숨겨놓는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놀이를 바꾸려고 하거나 제가 공룡 역할을 맡아 놀이에 참여하려고 하면, 제레미는 저를 무시하고는 계속 똑같은 놀이를 반복했습니다. 제게 자신이 하는 놀이를 보여주고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려 저를 쳐다보기는 했지만, 놀이 패턴이나 내용, 등장인물을 바꾸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레미의 반복적인 놀이 방식과 언어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고 나니 왜 많은 전문가들이 자폐를 의심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반복적 행동을 하며 제한된 대상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폐의 주요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레미의 놀이 방식을 다른 전문가들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본 제레미는 아버지에게 감정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부모님이 몇 번의 법정 출두까지 해야 했던 힘든 이혼을 겪은 아이였습니다. 따라서 제레미의 놀이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엄마 공룡이 아기 공룡들을 보호하는 내용이라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영어를 막 배우기 시작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아이와 자폐를 가진 아이를 구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증이 있거나 트라우마를 경험한 적이 있는 아이라면 종종 타인과 의사소통을 꺼려 하거나 편하게 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구별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중인 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위한 단어나 표현을 배우는 중이기 때문에 말하기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습니다. 대신에 이 아이들은 의사 표현을 위해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났을 때 제레미는 자신의 감정이나 친구들, 활동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지만,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눈 맞춤, 제스처, 언어 등을 적절히 사용했습니다.
공통점: 첫 상담 도중, 제레미는 자신이 본 무언가에 제 관심을 끌기 위해 창문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제가 보지 못하자, 제레미는 나무에서 벌새를 보았다고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자, 저와 눈을 맞춘 뒤 제 시선을 나무쪽으로 향하게 하고, 제스처를 사용해 벌새가 긴 부리로 꽃을 쪼는 것을 따라 했습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제레미가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이 자폐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자폐의 가능성은 배제하였고, 기존에 내려진PTSD 진단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제레미가 PTSD 진료를 받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라우마를 경험한 적이 있는 아이의 경우 자폐의 특징처럼 보이는 몇몇 행동들(또래로부터 소외,경직된 놀이, 분노 분출)을 사실상 PTSD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제레미가 방문한 후 약 11개월 뒤에 그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조이는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매 개인 및 그룹 심리 치료사가 자폐 진단 가능성을 물어왔기 때문에 PTSD 치료나 그룹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조이와 정신건강 전문가 간의 언어 장벽이 이러한 어려움들을 더욱 심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이는 결국 자폐와 PTSD를 모두 전문으로 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새로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제레미가 자폐가 아니라고 보고 PTSD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이에 따르면 트라우마 해결에 초점을 둔 새로운 치료 덕분에 제레미는 학교생활에 있어 행동 개선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폐와 PTSD가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자폐와 지적장애를 동시에 앓으면서 성적 학대 경험을 가진 10대 소년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 소년의 PTSD의 특징(불안, 학대 경험에 대해 반복해서 되풀이 하는 것)을 자폐의 일환으로 보고, PTSD 진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소년이 알맞은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위한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생각을 다스리는 데에 중점을 둔 치료법이 PTSD를 가진 정상적인 아동이나 성인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자폐와 PTSD를 동시에 앓거나 특히 정서장애까지 가진 경우에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실정입니다. PTSD 치료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발달지체나 인지 지연 혹은 자폐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이나 10대 청소년은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치료법을 보강해 자폐나 지적장애, 혹은 이를 동시에 가진 사람들에게 적합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한 정신 건강 전문가들이 PTSD와 자폐를 더욱 잘 구별하고 두 증상이 같이 일어날 경우 이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캐서린 스타브로폴로스는 UC Riverside 특수교육학 조교수이자 임상 심리전문가입니다.
- 본 자료는 함께웃는재단과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생들이 번역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 출처: https://www.spectrumnews.org/opinion/viewpoint/post-traumatic-stress-disorder-may-mimic-autism-childr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