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아껴 읽기 위해 밑줄 긋지 않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읽다가 끝부분에 가서야 결심을 포기했다. 모나미 빨간 수성 싸인펜을 들고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 마음을 울렸던 문장, 새롭게 알게 된 문장에다가 과감히 줄을 그으면서 읽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첫 장부터 줄을 그으면서, 빈 여백에다가 생각을 끄적이며 적을 수 있겠다.
금요일 오후에 저자로부터 직접 책을 받고 나서 토일 이틀 동안 틈나는 대로 읽었다. 시간이 넉넉했던 것은 아니다. 토요일은 새벽4시에 일어나 어머니를 방앗간에 모셔 드렸다. 직접 캔 쑥과 불린 찹쌀을 가지고 쑥떡을 만드신다고 하셔서 꼭두새벽부터 일어났다. 오전 9시부터 오후2시까지는 교회에 가서 작업(공사)을 도와드렸다. 짬짬히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어내야했다.
독서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신 선생님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꼬드겨 책을 읽게 하는 저자의 비법이 놀랍기 그지없다. 심지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꺼번에 모아 놓고 독서 수업을 했던 장면에서는 입이 딱 벌어졌다. 독서의 고수가 아니고서는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다. 독서 수업의 시작과 끝을 생생히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읽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게 하며 글로 표현하게 하는 수업이다. 저자는 독서 강의보다 독서 수업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만나 책을 매개로 수업하기 좋아한다. 독서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킨다. 담임선생님도 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독서 수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오픈시켜 아픔을 끄집어 내고 울음을 터뜨린다. 아픔을 회복시키는 수업이다. 울리는 수업이다. 아이도 울고 저자도 울고. 마음도 울리는 수업이다. 촉촉하게 말이다. 독서 수업을 또하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저자는 책벌레답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책을 선택한다.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책을 깊게 읽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책을 선정한 후에는 책놀이로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본격적인 수업은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울리는 수업의 비법은 질문에 있다. 저자는 질문을 만들기 위해 여러번 책을 읽는다. 주의 깊게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먹는다. 꼽씹는다. 질문을 만드는 이유는 아이들이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찬반 토론의 성패도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책의 내용에서 뽑아낸 질문이 책의 주제를 찾게 만든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책을 보게 만든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이 정리 되어 있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데에는 토론만큼 좋은 것이 없다. 토론의 주제도 책 내용에서 찾아낸다. 책 내용이 곧 질문이 된다. 울리는 수업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것은 문장을 읽었다는 얘기다. 저자의 이야기다. 문장을 읽기 위해서는 문장에 빠져 들어야 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찾으면 밑줄도 긋고 "캬~" 라고 소리를 질러보자. 저자는 좋은 문장을 찾아내도록 수업 시간에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 "캬~좋다"라고 오버한다. 좋은 질문도 좋은 문장에서 캐 낼 수 있다. 좋은 문장을 자주 읽다보면 좋은 문장을 흉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쓸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좋은 문장을 가지고 초성게임도 진행하고 퀴즈도 진행한다.
책 읽는 습관을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책 한 권 읽은 것에 만족할게 아니라 좋은 문장을 읽었는지, 내 생각을 바꾸게 한 문장은 무엇이었는지, 왜 마음이 울렸는지 생각하며 읽어야겠다. 답답할 때 책을 읽으면 위로가 된다. 부산스러울때 책을 읽으면 마음이 정도되는 느낌이다. 책이 주는 선물이다. 책벌레 저자에게 책 읽는 방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