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걸음여행을 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 일기를 체크하여도 기상조건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맑음 그 자체였다. 대신 앞서 내린 비의 영향에 힘입은 기온은 다른 날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점만 신경 써서 패딩 닮은 얄은 우모복 상의와 바람막이만 챙기는 것을 끝으로 backpack 끈을 조인 후 거리로 나서기 위하여 1층 현관 앞에 섰다. 별안간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여름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멍하니 바라보다 일시적이겠지 하며 밖으로 나가는 동선을 지하 1층으로 바꿨다. 그 길 끝에서 지상으로 오르면 바로 큰길 횡단보도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도착해 보니 우산과 방수쟈겟이 꼭 필요한 날씨였다. 집으로 되돌아가 다시 배낭부터 방수커버가 있는 것으로 바꿨다. 오버 트러스 상의로 바꾼 후 우산을 추가로 챙긴 후 다시 나섰다. 이렇게 시작한 늦가을 걸음 여행 다행스럽게도 전철이 한강을 건너면서 강렬한 햇빛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가을비가 변덕을 부린 것이다.
도착한 역 주변 가을을 찾아온 추객들이 인산을 이루고 있었다. 날씨는 무척 쌀쌀하였다. 많은 시간이 남아 주변을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하고 중앙도로를 따라 걷자 옛 기억을 소환하고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즐겨 찾던 창경원 동식물원을 과천으로 옮겨 1984년 5월 1일 개원하였다. 당시 결혼하여 우리가 살던 곳은 강남 논현동이었다. 84년 어린이날 두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었다. 당시 아이들 나이는 다섯 살과 네 살이었다. 그 아이들이 지금 40 때가 되었다. 당시 많은 시간을 기다려 함께 탔던 코끼리 열차를 마주 보니 모든 삶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되돌아와 3번 출구 느티나무 아래에 섰다. 동시에 발견한 벨린다 자매, 가만가만 다가 가 인사를 나누었다. 참 오랜만이다. 잠시 함께 기다리자 인파 사이로 3명의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아주 오랜만이라 악수한 손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성원이 되었으니 걸음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고 걷기 시작하였다.
잔디광장 중앙에 세워 놓은 유광 스테인리스 개 형상, 그 표면에 반영되는 모습이 아름답다 슬쩍 다가가 기록을 남겼다. 각진 곳은 굴절의 모습으로 평면에는 평면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정직하게 반영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세상 이치는 바탕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탕이 중요한 것이다. 삶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인격을 쌓아 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자신의 본태 위에 지성을 비롯한 몸과 마음의 인격을 세워 바른 삶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함께 공유하기 위함이다. 잔디광장에서 좌측으로 돌아 걷다 보면 대공원 호수 경사면 둔덕이 나온다
가을꽃 대명사 코스모스가 만개되어 가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을바람에 한들 거리는 모습이 찾는 이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는 것 같아 보 기만하여도 기분이 좋은 꽃이다.
반 역광이라 표정은 어둡지만 전체적으로 평화의 기운이 감지된다. 호수는 정비 때문인지 물을 많이 빼내 호수로서 정취가 사라진 상태다. 호수 옆으로 만들어 놓은 꽃동산, 지금 즈음이면 구절초가 한창이지만 사람들의 진출입 영향으로 처음 꽃동산 만든 의도와 달리 많이 빈약해졌다. 이른 아침 비가 내려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물이 많이 고여 함부로 앉을 수 없어 현대미술관 조각 언덕에 설치되어 있는 지붕 있는 데크 전망대로 걸음을 옮겼다.
갈대 머리는 아직 개화되지 않았다. 쑥대머리가 따로 없었다.
인디언 돌탑 조각공원을 지나 데크 전망대에 도착 각자 편한 대로 앉아 서로 준비한 행동식을 나누며 챙겼다. 행동식은 에너지 보충에 좋은 먹거리다. 익숙한 삶은 계란을 받고 보니 옛 버스를 이용하여 다니던 걸음 여행 추억이 밀물이 되어 다가온다. 기흥 휴게소에서 버스에 오른 후 동행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던 기억이 새롭고, 먹기 좋은 과자류를 받고 보니 마가렛 자매님의 추억도 새롭다. 회색 비닐봉지에 담긴 초콜릿을 받으며 데레사 회장님 추억들도 덩달아 피어오른다. 그리고 알사탕 몇 알을 통하여 바울라 자매님 추억도 새삼스럽고~~ 조식을 챙기는 마음으로 우물거리며 걸음 여행과 함께 한 추억들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동식을 챙긴 후 다시 계획된 일정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일어섰다.
미술관 조각 언덕을 벗어나려 순간 들국화과 보라빛 소국 구절초를 발견하였다. 보랏빛을 좋아하는 데레사 자매의 손톱 빛, 구절초의 빛 비교관찰결과 대동소이(大同小異) 판정 났다. 무승부를 경험하고 동물원 경계철망 옆에 설치된 안전문을 통과하여 본격적인 숲 둘레 길 출발점에 섰다.
오늘은 북문입구에 설치된 계단 오르기를 시작으로 걸음 여행은 시작된다.
길게 늘어진 나무 계단 가파르지 않다. 이 계단을 올라서면 흙 길이 이어지다. 다시 또 한 번의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넘어서야 비로서 흙 길이 이어져 나간다. 이 구간의 이름은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 숲이라 부른다. 약 1.7km 로 35분 소요되는 구간이라 하지만 우린 45분 잡아야 한다. 소나무 숲을 이어주는 숲은 사귐의 숲으로서 편안하게 걸어 횡단 숲 길이 밤나무 산막 정자까지 이어진다.
소나무 숲 길을 오르다
쉼 터에서 잠시 머물다 담소를 나누다 다시 일어서서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지는 편안 한 길 걷기에 힘이 들지 않는다. 밤 나무 산막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테레사 자매님이 준비하신 샌드위치, 마가렛 자매님이 준비하신 김밥을 풀어 놓고 여유로운 시간과 함께 충분한 점심시간을 갖았다. 점심을 챙긴 후 다시 걸어 독서하는 숲 길을 걸어 휴식 터까지 길을 이었다.
독서하는 숲 마지막 발자국이다. 이 마지막 계단을 밟고 일어서면 바로 독서하기 좋은 휴식터가 기다리고 있다.
휴식터 옆에 김 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 목판 시비가 있다. 전문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하는 시어가 지금도 마음을 먹먹하게 이끌어 준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이 또한 양 손을 모으게 한다. 가을이란 계절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계절은 확실한 것 같다. 충분한 휴식 후 겨울 원앙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계곡을 향해 내려섰다.
억새가 백발을 휘날리고 바람도 가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