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메이커만 120개’ 시장쟁탈전 치열

[사슬이]

【청두(중국)=차상근기자】 쓰촨성 청두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양쪽에는 GM,포드,다임러클라이슬러,도요타,폴크스바겐,르노닛산 등 ‘빅6’를 포함 전세계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의 전시판매장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6차선 고속도로에는 승용차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웬 판매장은 이렇게 많지’하는 의문이 들었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사활을 건 전투는 도심 도로를 굴러다니는 승용차들과 대형할인점, 가전양판점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충칭에서 만난 (주)효성 충칭사무소의 남기학소장이 귀띔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시장은 글로벌기업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중국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메이커는 120여개사에 이른다. 이중 세단형 승용차시장에서는 빅6와 독립적인 성격을 띤 혼다,PSA, BMW 등 3개 업체를 포함 이른바 ‘6+3’의 9개 업체가 합종연횡한 합자합작기업이 95%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세계 자동차 특히 유명 승용차는 거의 모두 중국대륙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남 소장의 설명이다.

중국내 소수민족들 만큼이나 다양한 승용차들의 경쟁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 연안 대도시들뿐 아니라 중서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소장은 충칭시내에만 BMW 700시리즈가 1500대 정도 굴러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칭시에는 경쟁도시인 쓰촨성 청두는 물론 상하이나 베이징보다 BMW,벤처 등 고급차종 비중이 높다고 남소장은 강조했다.1인당 연간소득이 80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도시지만 소수 부유층들의 엄청난 구매력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라는 이야기다.

토종기업과 글로벌기업이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전시장은 자동차시장만큼 치열하다.

중국의 가전시장은 오는 2007년이면 1000억달러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글로벌기업들은 중국내 현지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이를 토대로 내수시장 확대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선양,텐진,상하이 등 중국전역에 14개의 생산법인과 9개의 분공장(판매법인)을 갖고 있지만 청두,충칭지역의 시장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는데만 10년을 허비했다.

LG전자 청두법인 손유 부장은 “이제는 1류브랜드로 자리잡았지만 진출 초기부터 월풀,소니 등 다국적기업들은 물론 하이얼, TCL 등 중국 토종기업들과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며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할 것으로 예상하고 뛰어든 서부지역이었지만 다국적기업들은 아미 아성을 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가전업체인 마츠시다는 항저우에 10억위안을 투자해 오는 2006년까지 연간 에어컨압축기 300만대, 세탁기 250만대, 전기청소기 200만대 등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이는 마츠시다의 해외투자가운데 최대규모이며 항저우공장은 세계최대 백색가전 생산기지가 될 전망이다.

도시바와 샤프도 각각 다롄과 광둥에 10억위안(1500억원)을 추가로 들여,세탁기와 에어컨 생산규모를 늘린다.

경쟁은 백색가전에서 디지털TV 등 IT제품까지 전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TV의 경우 창훙,캉자,창웨이,하이신,TCL 등 중국내 대형 TV업체와 소니,마쓰시타,필립스,삼성,LG 등 다국적기업이 고해상도TV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 델,HP,모토롤라 등까지 가세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또 중국 IT업계의 맹주인 렌상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TV’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같은 다국적기업들의 시장우위확보 전략은 아예 일렉트록스처럼 ‘중국집중,우선순위’의 발전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중국 투자와 연구개발(R&D), 판매 등에 중국지역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필립스도 중국이 2007년 미국을 추월해 자사의 세계 최대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R&D센터 설치,생산망 및 판매망 확충 등 다각적인 전략을 펴고 있고 소니,도시바,히타치 등도 마찬가지이다.

다국적 소매유통업체의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92년 일본의 야오한이 베이징에 처음 진출한 이래 이세탄,세이유,다이에,소고,미쓰코시,이토요가도 등 일본 백화점기업들이 들어온바 있다. 그러나 96년 이후 프랑스계 카르푸,독일계 메트로,미국계 월마트,영국계 테스코 등 10여개의 세계적 할인점업체들이 진출, 토종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총시장규모가 700조원에 이르는 중국 유통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상하이에는 최근 매달 1∼2곳씩 새점포가 문을 열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97년 상하이에 첫발을 내디딘 신세계도 오는 3월 중국 3호점을 내고 오는 2008년까지 텐진,베이징 등지에 10개의 점포를 개설하는 등 다국적 유통업체와 본격 경쟁에 들어간다.

카르푸는 상하이,베이징을 비롯 청두,다렌,우한,충칭까지 전역에 30개 점포를갖고 있으며 이를 2007년까지 50개로 늘린다. 세계 최대규모의 월마트는 올해 15개의 매장을 추가로 개설해 중국점포수를 55개로 확대한다.

할인점 붐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소비성장율을 기반으로 2010년 상하이엑스포때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기업들의 ‘중국올인전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도시지역의 1인당 연평균 지출액은 지난 1996년에 3919위안(미화 474달러)였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 지난해에는 6511위안에 달했다.

다국적기업의 진출전략도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공업 위주에서 첨단기업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까지 세계 500대 기업중 400개 이상이 모두 3096건의 투자를 했으며 이중 전자전기업이 가장 많은 323개였다. 다음으로 자동차,오토바이 및 부품 218개, 화공 213개, 식품,음료 207개, 금속 및 공구 192개, 은행 등금융 160개 등의 순이었다.

이와 함께 투자형식도 합자?합작에서 유통시장의 개방에 맞춰 독자투자로 바뀌고 있으며 인수합병(M&A)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은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공장설립형(그린필드)방식을 선호했으나 지난 95년 일본의 이스즈자동차와 이또츠상사가 연합해 베이징베이뤼의 주식 20%를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M&A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포드차가 쟝링을 매수한 것을 비롯, 코닥사가 산투우궁위안 등 3개사를, 유니레버가 베이징화차예를, 프랑스 다농그룹이 와하하를 인수한 것은 대표적이다.

이처럼 다국적기업은 중국을 기존의 생산제조센터에서 ‘다국적구매센터’, ‘연구개발센터’, ‘서비스센터’ 및 지역운영센터로 바꾸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중국 진출은 2002년 중국 수출의 52% 공업부문 부가가치의 26%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경제의 효율성 향상과도 관련된 것이다.

[사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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