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무역환경 전망과 과제”
고유가, 미국 금융위기, 원/달러 환율의 급변동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우리 수출은 6년 연속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은 세계경제 침체 전망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제45회 무역의 날을 맞아 업계, 정부, 연구소가 함께 모여 올해의 무역을 평가하고 내년도 무역을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ditor 송송이 기자 songiee@kita.net photographer 김광훈
일시 및 장소 : 2008년 11월 24일(월),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사 회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토 론 :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정만원 SK네트웍스(주) 대표이사 사장|이재원 (주)슈프리마 대표이사
고군분투한 수출에 박수를
사회 : 바쁘신 중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국내외 무역환경을 점검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우선 올해 무역에 대해 평가를 해주시지요.
이재훈 차관 :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우리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4분기에는 상황이 나아져 40~50억 달러의 흑자가 예상되지만, 연간으로 볼 때는 100억 달러 내외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처럼 무역수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적도 없었던 듯합니다. 7월에는 수출이 36%까지 늘기도 했는데, 11월엔 마이너스로 내려갈 것 같습니다.
이경태 원장 : 10월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개도국과 일본, 독일까지도 모두 수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무역수지가 지난해 12월부터 적자로 돌아선 것을 너무 부각시켜온 듯한데, 그보다는 올해 세계경제가 어려운데도 수출이 선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비중이 69%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우리의 산업구조가 세계 수요 패턴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만원 사장 : 우리 회사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 77억 달러 정도 수출했는데 올해는 10월 말에 벌써 110억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굉장히 많이 한 것이지요. 그런데 요새 무역금융 L/C 한도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걸 보면 경제가 어렵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10월까지만 보면 수출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실물 경기는 나빠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요. 특별한 대책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재원 대표 : 올해는 중소기업이 수출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제품 경쟁력도 좋아지고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졌습니다. 과거 저가 위주 수출에서 고부가가치 수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환율이 낮아 고민하던 중소기업들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했습니다. 최근의 환율 급등으로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경제 위기 때 해야 할 일
사회 : KIKO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근의 금융위기 등 불안 요인과 그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만원 사장 : 금융위기가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매우 심각합니다. 신용등급이 AA인 회사의 대출금리가 8.5%에 달하고, A?q인 회사도 돈을 겨우 구했다고 합니다. 정작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미국은 달러를 왕창 찍어냈는데도 달러 가치가 올라가고 있고, 전 세계에는 돈이 돌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에 꽤 괜찮은 회사가 자사가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담보로 15%의 금리로 돈을 빌렸다고 합니다. 사실 대출금리가 12%를 넘으면 견딜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위기 때는 사업 진행 속도를 낮추고, 군살을 빼고, 프로세스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가치가 하락한 자원을 확보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니켈과 같은 자원의 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위기가 끝나고 화폐유통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 돈이 또 자원으로 몰릴 것입니다.
이재원 대표 : 대기업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알아서 환헤지를 한 반면 중소기업은 KIKO에 가입했다 박살이 났습니다. 중소기업 중에는 외화대출을 받은 경우도 많은데 지금 상환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출 물량은 점점 줄어 재고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여유자금이 없는 회사는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KIKO 피해업체들이 소위 우등생들인데 그 층이 없어지면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경태 원장 : 현재 금융위기로 실제 돈이 필요한 무역업체에도 지원이 어려운 현실입니다.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 이외에 다른 방안은 없겠습니까?
이재훈 차관 : 2001년에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었다면 지금은 펀드 버블이 붕괴된 것입니다. 그래도 2001년에는 전통산업과 금융시스템은 건전하게 유지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금감원과 지경부가 공동으로 중소기업 현장지원반을 만들었는데 두 달 간 접수된 500건 이상의 건의 사항이 거의 다 금융 문제입니다. 가능한 모든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여신을 늘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은 역시 어렵습니다.
새로운 눈으로 보는 중국
사회 : 우리와 가장 가까운 중국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도국의 경기 침체가 선진국과 시차를 두고 오지 않겠냐고 전망했지만 거의 동시에 왔습니다. 중국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완충장치가 될 수도 있고, 제2의 충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경제 전망과 중국으로의 새로운 투자 진출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경태 원장 : 사실 중국 경제는 2007년 2/4분기부터 하강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공업생산 증가율 등 주요 지표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에 중국이 8%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증가율도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이 부분도 잘 분석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재훈 차관 : 중국에 우리가 약 1천억 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중 원부자재가 70~80%에 달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대세계 수출이 10%대로 떨어졌으므로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아 걱정인데 인도, 중동, 중남미, 독립국가연합(CIS) 등 중국의 대체수요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 진출을 했지만 지금은 중국의 대도시 등 내수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정만원 사장 : 최근 발표된 중국의 내수 진작 계획이 어느 정도 세계경제를 받쳐주겠지만 의류 등 소비재가 아닌 사회간접자본(SOC) 쪽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주력해야 하는 품목이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현재 중국인은 외국인의 양적 투자보다는 하이테크, 환경친화 등 질적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는 2년 전부터 중국에 수입된 외제차에 대한 보증 기간이 끝나는 것을 겨냥하여 정비소를 설립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이제는 중국 내부로 들어가서 중국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줄 때입니다.
이재원 대표 :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를 찾는 것도 필요합니다.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보면 정말 대단한 시장입니다. 저희는 지문인식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것을 이제 막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막대한 인구를 생각할 때 그 잠재력은 추정조차 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해외에서의 경쟁 측면에서 보면 아직은 우리 제품이 중국 제품에 비해 앞서 있다고 봅니다. 해외 공공기관 입찰에서 아예 중국 제품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격차는 좁혀지겠지요.
수출 5천억 달러를 목표로
사회 : 2009년 우리 무역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이경태 원장 :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8%남짓 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의지를 담아 ‘수출 5천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수출드라이브라는 말을 잊고 살았는데 사실 수출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습니다. 무역수지는 25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재훈 차관 : 수출 5천억 달러라는 목표 자체에 의미를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 수출마저 보수적으로 전망한다면 의욕을 추스르기가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만원 사장 : SK경제경영연구소에서는 10월 말쯤 내년도 수출 증가율을 6.1%로 전망했습니다. 우리의 대선진국 수출 비중은 35.9% 정도입니다. 즉 우리에게는 64.1%의 개도국 시장이 있습니다. 이를 잘 살리면 두 자릿수 증가율 유지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재원 대표 : 우리의 수출 시장이 선진국만 의존하지 않고 많이 다변화되었기 때문에 내년도 수출에도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세계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다변화를 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를 믿는다
사회 : 앞으로 우리 무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성장동력과 중장기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경태 원장 : 산업의 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고 효율성은 낮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경쟁국인 일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러시아, 걸프연합국(GCC), 호주, 남미 등과도 FTA를 체결해야 합니다.
정만원 사장 : 올해같이 원유가가 급등할 때 자주개발(자원 채굴권 확보) 원유가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지금이 자원 확보에 최적의 기회입니다. 저희는 종합상사라 일본을 늘 연구하는데 일본은 2004년쯤에 이미 자원개발회사의 지분을 대량 확보하더군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와 자원을 확보해 자립도를 제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재원 대표 :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스펙트럼이 넓고 능력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최근 녹색성장정책이 발표되자 한 내비게이션업체 사장님이 “이제부터 자전거용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자조 섞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잘하고 있는 업체를 격려하는 지원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수출 중소기업이 강해야 진정한 강국인데, 독일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중소기업이 500개나 됩니다. 찾아보면 우리도 그런 경쟁력을 지닌 중소업체가 많습니다. 이들을 잘 키워내야 합니다.
이재훈 차관 : 최근 우리나라는 인도, 중동,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선, 자동차, 휴대전화 등 주요 품목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이 자원 확보를 위해 플랜트 수출에 주력할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문제는 자원 가격이 떨어져도 살 수 있는 달러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플랜트를 원화로 제작해주고 국영설비회사에 지분 참여로 들어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자원도 확보하고 플랜트도 수출하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합니다. 최근 정부에서는 6개 분야 22개 업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발표했습니다. 태양광, 반도체웨이퍼 기술, 풍력, 수소연료전지 같은 것들인데, 2012년이 되면 이 시장이 매우 커질 것입니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연구?개??R&D) 투자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 : 오늘 좌담회는 내년도 무역환경을 전망하고 과제를 도출하는 유익한 토론이었습니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제45회 무역의 날 기념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