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 / 레이첼 리먼 필드]
이상한 일은 어떤 사람을 만나면
몹시 피곤해진다는 것,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음속 생각이 모두 움츠러들어
마른 잎처럼 바삭거린다는 것
그러나 더 이상한 일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마음속 생각이 갑자기 환해져서
반딧불이처럼 빛나게 된다는 것.
그렇다,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기를 빼앗고 인생을 재미없게 만드는 사람과 봄날처럼 마음이 밝아지게 하는 사람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둘 중 하나일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는 분명할 것이다. 우리가 힘을 갖는 궁극적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다.
시인, 소설가, 극작가, 아동문학가로 활동한 레이첼 리먼 필드(1894~1942)는 어느 인형의 삶을 묘사한 『히티, 처음 백 년 동안의 이야기 Hitty, Her First Hundred Years』로 해마다 가장 뛰어난 아동 도서를 쓴 작가에게 주는 아동 도서계의 노벨 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수상했다. 이 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집에도 자주 실린다.
이 시 자체가 우리의 마음을 반딧불이처럼 밝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뉴욕시 이스트 40번가 출신의 레이첼이 어렸을 때 집 근처 숲에서 꽃을 따다가 집시들의 무리와 맞닥뜨렸다. 집시들이 아이를 납치해 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레이첼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다가 숲의 철조망에 걸리고 말았다. 한 집시가 다가와 더 크게 울어 대는 레이첼을 안아 무사히 바닥에 내려 주었다. 건너편 길에 가서야 뒤를 돌아본 소녀는 집시들의 목에 건 구슬 목걸이와 환하게 미소 짓는 얼굴들을 보고 그때부터 집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첫 시집에 집시에 대한 시를 싣기도 했다. 마음을 밝게 빛나게 한 만남이었던 것이다.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 중에서
맹태영 옮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