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픈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금만 신경쓰면 나을 것을 방치해두면 나중에 큰 병이 된다. 팔이 부러졌는데도 모른 척하고 내버려두는 사람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보기힘든 것 같다. 하 지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탔?당하고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도 그냥 혼자 속으로 눌러두는 사람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심리치료자나 정신과의사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직장동료든 자신 의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치료자가 되어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만 그런 상처를 치료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직장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마음에 상처가 생겼는데도 어떤 이유에서든 더 이상 주변에 그런 상처를 달래줄 사람이 없을 때 발생한다. 가족이나 친 구와 떨어져 살게 되었거나 혹은 어떤 계기로 인하여 주변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생겨 아무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상처는 방치되고 병이 된다. 이때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심리치료자는 상처받은 마음을 잘 이해하고 감싸주 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치료자는 편파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담자의 마음을 왜곡되지 않게 잘 이해할 수 있고, 전문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내담자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다.
심리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리치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하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 와서 어머니에게 울면서 그 일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는 잘 들어주고 나서 "그래 속상했겠다. 화가 많이 났겠어 !"라고 말해줌으로써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치료해줄 수 있다.
상사로부터 꾸중을 들은 직장인이 동료에게 하소연할 때 "그래요, 속상하실 것 같네요. 나라도 그런 말을 들었으면 정말 기분이 안좋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해줌으로써 동료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다.
심리치료란 한마디로 말해서 상대방의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마음을 그 가 느끼듯이 함께 느껴보고, 그렇게 느낀 것을 상대방에게 표현해줌으로써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이 타인에게 이해되고, 한걸음 더나아가 타인에 의해서도 공유될 수 있다는 인식이 들도록 해주는 것이다.
공감받는 것이 어째서 치료효과가 있을까 ? 그것은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로서 항상 자신의 존재를 타인과 의 관계성 속에서 이해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의 존재를 바로 이해받지 못한다 고 느낄 때이며, 거꾸로 상처를 치유받는 것은 나의 존재가 타인으로부터 바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때이다. 공감은 바 로 상대방의 존재를 바로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치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친구에게 보내는 글>
공감이란 낯선 고장에서 고향친구를 만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애. 18년 전 이맘 때였어. 나는 독일행 비행기 안에 서 북극 얼음벌판 위를 지나고 있었어. 창밖을 내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정막한 밤이었어. 한참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나 에게 놀랍게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조그만 불빛이 따라오고 있었어. 난 그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몰라. 나를 따라오고 있는 한 동 반자가 있다는 것이 기적같았어. 난 그것이 에스키모 마을에서 비쳐나오는 불빛일 거라고 생각했지. 사막에서 길잃은 사람이 행 인을 만난 것만치 반가왔어. 그 순간의 놀라움과 반가움이란 !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근데 그것이 비행기 날개끝에서 나오는 불빛이란 걸 그때 밤비행기를 처음 타본 나로서는 몰랐던 거야. 공감이란 바로 외로운 북극하늘에서 만난 그 불빛 같은 거라고나 할까?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정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한 곳에서 사람을, 그것 도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분 그것이 공감받는 기분이라고 생각해.
우리를 진정으로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상처받은 사건 자체보다는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 는 사실이다. 그것을 우리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한다. 상처받은 마음도 아프지만 그것을 치유해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 는 외로움이 우리를 더욱 아프게 만든? 때로는 나를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어도 그들이 나의 깊은 상처를 이해해줄 능력이 없다는 생각에 더욱 외로움이 들기도 한다.
필자의 어떤 내담자는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집안 일도 잘 도와주세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없게 잘 처리해나가지요. 하지만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도 남편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니까 그것이 항상 아쉽고.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도 없어요."
심리치료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될 일이지만 막상 필요한 순간에는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상대를 도와주 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 되레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덛붙여주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몇번 당하고 나면 타인에게 상처받은 마음 을 털어놓는다는 것이 위험스럽게 느껴져 마음을 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이해해주고 느껴주고 되돌려주 기만 하면 되는 공감이 실제로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심리치료 실습생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 어렵다고 해서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것이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