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세대 주민들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 상실 규제완화 대책 세워야” 진정
조선시대에 건축된 고택이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면서 100여세대 인근 주민들이 수십년째 주택 신축 등 제한을 받고, 재산적 가치 하락 등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소재 이 고택에 인접해 있는 면민들은 주택 신축은 물론 증축에도 법적 제한을 받으면서,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못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며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경북도 지정 문화재 자료로 지정된 이 고택을 찾는 관광객이 오래전부터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주민들의 요구가 설득력을 더해 주고 있다.
이 고택은 지난 25여년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됐지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문화재법에 저촉을 받아 낡은 주택을 뜻대로 증축 또는 신축도 못하는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재산적 가치까지 크게 떨어지는 피해를 입고 있다.
기계면 현내리에 위치한 영일 기천 고택은 조선시대 이승운이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건립 연도는 1800년대로 추정되며 흙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 안으로 ㅡ자형 안채가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채 앞쪽 동편에는 ㅡ자형 사랑채가 배치되어 전체적으로 ㄱ자형을 이루고 있다.
안채는 앞면 5칸 반·옆면 1칸 규모이고 사랑채는 앞면 4칸·옆면 1칸 규모이다.
지붕은 2동 모두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꾸몄다.
영일 기천고택은 지난 1988년 문화재자료 제205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이 고택이 마을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바람에 문화재보호법에 저촉을 받는 민가가 적지 않아 피해가 심각하다.
고택으로부터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되는 거리는 반경 100여m 이내로 직접 피해를 보는 민가는 무려 100세대에 달하고, 간접적인 피해 민가까지 합하면 수백세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와 인접한 지역의 주택 증축은 물론 건축 높이까지 법적 제한을 받기 때문에 도시풍의 발전은 꿈도 못꾸는 실정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기계면 고택의 경우 고택과 가장 가까운 1구역에 위치한 건축물은 원형보존지역으로 기존 건물 범위내에서 개보수가 가능한 실정이지만 증축 및 신축은 불가능하다.
또 문화재에서 다소 떨어진 2구역의 경우 평지붕은 높이 5m이내에서 신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고택으로부터 100m안에 들어 있는 1구역~3구역까지는 사실상 기계면 일대 평균 땅 값에 비해 반값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떨어져 있는 등 사실상 민가의 재산적 피해가 상당하다.
인근 주민들은 “보존 가치가 있는 조선시대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반대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런 보상 대책도 없이 주민들만 수십년간 피해를 당하고 있으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며 “수십년된 집이 낡아 비가 새도 허물고 새로 지을 수도 없는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제 규제를 풀어 주는 것이 맞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축에 많은 제한을 받으면서 사실상 고택 주변 일대의 개발이 없고, 덩달아 문화재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인근 지역까지도 개발이 지지부진해 이 일대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주민은 고택이 서있는 자리가 위치상 주거지로는 요지에 해당되지만 건물 높이에 제한을 받는 등 법적 규제가 많아 아파트나 빌라 등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고층 건물 건립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30년째 이곳에 살아온 주민 L 모 씨는 “문화재 자료 하나 때문에 건축물을 제대로 지을 수 없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최근에 대규모 빌라를 짓기로 하고 인근지역에 땅을 샀던 한 주택 업자가 높이 제한을 받아 빌라를 2층 높이로 밖에 짓지 못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져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택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주거에 불편이 따르고 경제적 손실까지 겹치자 고택을 문화재 자료 지정에서 해제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고택을 관람하는 사람이 드물고 고택을 구경하려고 해도 문이 잠겨 있는 경우가 많아 문화재 자료로서의 가치를 상실한지 오래 됐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의 저촉을 받아 건축 행위에 제한을 받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문화재 현상 변경 허용 기준이 마련됐다”며 “이 기준안에 따르면 문화재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따라 1구역에서 4구역까지 분류되는데 문화재별로 그 기준이 모두 다르지만, 이제는 건축 제한 규정이 다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일 기천 고택의 경우 고택으로부터 대략 100여m 안에는 증축·신축에 제한을 받지만 3구역의 경우 평지붕 기준 높이 8m까지 건축할 수 있는 등 허용 기준이 완화됐다”고 덧붙였다.
최종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