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다1기 박샘님의 체험기>
깊은산속 옹달샘...
명상센터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참 정이 갔다.
아마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맑고 평온했기 때문일 테다.
우연하게도 내 이름의 ‘샘’도 ‘옹달샘’이다. 내가 태어날 즈음 한글이름 짓기가
유행이었는지 아버지께서 열심히 국어사전을 찾아 고르신 이름이란다.
퐁퐁 솟아나는 샘물처럼 정체되지 않고 깨어있어라, 숲 속 동물들이
옹달샘에서 목을 축일 수 있듯 다른 존재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라...
그런 의미를 지녔다. 더불어 옹달샘은 큰 물줄기의 원류가 되는
작은 시작점이기도 해서 나는 내 이름이 퍽 마음에 든다.
이번 3박4일의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에 참가하고 나서
내 마음 속에는 깊은산속 옹달샘이 많은 이들에게 변화의 시작점,
나눔의 공간, 본연의 모습으로 깨어나는 공간, 치유의 공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의 싹이 파릇파릇 돋아났다.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 공지 메일을 읽었을 때
나는 큰 고민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었다. 프로그램과 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아는 바는 없었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아침편지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었고 언제부턴가 몸이 좀 더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을
뜻있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런데 몰랐기 때문에 용감했을까.
이전에 장청소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장청소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까 고역이 따로 없었다. 소금물을 꾸역꾸역 넘기기도 힘들었고
배가 빵빵해졌는데 속은 비워지지가 않아서 심기가 불편했다. 프로그램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히 그러하지 않았는지 거부감도 생기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기운이 없고 졸려서
좀 거북하기도 했다. 평소의 내 식습관, 생활태도, 사고방식을
돌아보지는 않고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걷기명상만 해도 그렇다. 걷기코스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한층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었지만 처음에는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진심으로 무언가를 음미하며 걷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미끄러질까 조심했다. 그런데 마지막 걷기명상 때에는 명상을 하면서
나는 내 배에게 한없이 사죄하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하염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평소에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꾸륵꾸륵 거리곤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쳐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명상 프로그램의 하나인 장기 마사지를 해보니
배는 왜 그리 딱딱하고 뭉쳐있던지 배꼽
주변을 누르면 너무 아파서
비명도 안 나왔다.
내 몸 안에 함부로 이것저것 넣은 탓이다.
스트레스를 제 때 풀어주지 못하고 쌓아둔 탓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잘 보살피고 돌보아주지 않아서 얼마나 아팠을까..
그렇게 참회의 걷기명상을 한 다음날 아침, 어렵사리 용서를 받고
몸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내 몸 안에 음식을 넣는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독소를 마구 집어넣은 것이 마냥 미안했다.
이제는 내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먹어야겠구나 하는 것을 깨달으며 눈물을 쏙 뺐다.
걷기명상을 하며 사죄를 하다 보니 배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에게도 미안함이 하나 둘씩 솟아나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려가 부족했던 말과 행동,
쉽게 했던 부정적인 생각들까지도...
사실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내기 교사로 아이들 앞에 서서 헉헉대느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랑말랑했던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질 대로 굳어져 있었다. 정말이지
믿기지 않게 신기하게도, 나는 수험생 때 도서관에서 오롯이 나와
대면하면서 꿈꿔왔던 나의 모습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를 하다가도 문득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혹여 하나라도 놓칠까 잊어버리기
전에 어디엔가 적어놓곤 했었다. 깨어있음을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1년 남짓 지나면서
내가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가 하는 이유마저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왔고,
저마다의 고유한 빛깔과 리듬을 존중하며 아이들이
‘내 마음의 보석’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아이들과 함께
맑은 마음을 가꾸어 가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만 앞섰지 구체적인 방법을
잘 알지 못했고, 알아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며 지쳐갔다.
아이들을 멋대로 구워삶아 먹은듯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편할 수 없고 마음에 병이 나면
몸이 성할 리 없듯, 내 몸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와
별개가 아니었다.
‘그래, 나는 이런 문제가 있었구나.
왜인지 모르게 무기력하고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이것 때문이었어.
그간 이런 먼지가 쌓여 있었구나. 내 안의 밝은 면들을 잘 가꾸어 나가야지.’
깨닫게 되니까 놓여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한 다른 분들도
다 나름의 고민과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비움과 명상의 시간들을
통해서 먼지를 훅훅 털어내어 나다운 모습을 찾기도 했을 테고,
이미 지나갔지만 부여잡고 있는 것을 놓아주기도 했을 테고,
원한과 미움의 대상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기도 했을 테다.
참 감사한 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정서적 공감대를 가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함께 나누고, 함께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혼자서 해보겠다고 용을 썼다면 괴로워서
즐기기 힘들었을 텐데 서로 에너지를 나누고 격려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에
어느새 끝을 향하고 있었다.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하나씩 체험하면서
엉켜 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순간순간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유한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의
따스한 생기를 잘 간직하고 일상에서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겠노라 다짐한다.
2008년 가을, 한창 공사를 시작하던 깊은산속 옹달샘에서는
‘다모이자’ 행사가 열렸었다. 나는 시험이 임박한 수험생이었는데도
꼭 가보고 싶어 하루 나들이를 갔었다. 청명한 날씨, 선선한 바람이 부는
산 중턱 어딘가에서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가졌었는데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던 기억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먹먹한 가슴에
위로를 받고 답답하게 뭉친 것이 녹아내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아침지기분들과 옹달샘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며 소개도 받고,
마무리 진행 중인 깊은산속 옹달샘 공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때로는 눈을 반짝이시며, 때로는 벅찬 감회에 젖으셔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주변을 되돌아볼 여유를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몸도 마음도 무거워져 새날의 기적을
충분히 감사할 겨를이 없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하나 둘씩 쌓인 상처를 보듬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함께 꿈꾸는 깊은산속 옹달샘은 내게 ‘다 모이자’에서, 그리고
‘옹달샘 명상 다이어트’에서 감동으로 다가왔듯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큰 울림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