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난에서 '공돈'이란 글 막 읽고 나온 참이다. 거저 얻은 돈, 즉 '공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나의 지난 일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그 기분 메우고자 한다. 1교시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표시 내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써 보았지만, 고놈의 앓이에서 오는 아랫출구의 급박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눈치 잽싼 실장, 알았다는 싸인 보내주었다. 그대로 종종걸음 쳤다. 목표한 곳이 지척이었기에 망정이지 한 척만 더 떨어져 있었더라면 그간 알게 모르게 관리해 온 내 얼굴에 똥물 바가지, 바가지로 덮어 쓸뻔 하였다. 들어서자마자 바지춤 확 내리려는데, 사타구니에 뭔가 묵직하게 휘감겼다. 바지 주머니에 든 두툼한 지갑이었다. 고놈의 망신살 면하려고 배배 꼰 종종걸음에 바짓가랑이가 온통 한 쪽으로 쏠려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급한 지경에 처했어도 지갑만은 먼저 챙겨야 했다. 그러한 지갑, 가운데 칸막이 위에 중히 올려놓은 채, 볼 일 다 보고는 아무런 일 없었던 듯이 되돌아 왔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뒤에 그 지갑이 생각났다. 하던 일 멈추고 이젠 제대로 달렸다. 문짝을 확 밀쳐 들어서며 칸막이 위에 손부터 올렸다. 손에 잡혔다. 휴~, 한 숨이 나왔다.
이 묵직한 것, 다 내 것이었더라도 그랬을까만, 그 모두가 이 반, 저 반에서 속속 거둬들인 공금이었으니 잠시나마 천만가지 얄궂은 생각에 사로잡혔던 내 꼴, 과연 어떠했으랴.
공돈, 세상엔 그러한 돈은 없다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형태로든 제 값 치르게 하는 게 돈, 돈이 아니던가. 2013. 7.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