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섣달 그믐날 밤)에 파산(파주의 별칭)에 이르러 분묘를 살피고서 이튿날 출발할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시절을 돌이켜보면서 느낌을 적다
除夕到坡山展墓。明發不寐。撫時志感。
일락(맹자가 진심경에서 군자삼락 가운데 말한 첫번째 즐거움으로 부모가 다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하여 맛보는 즐거움)을 지닌 당시에는 온갖 일이 여유로웠기에
명절이 되면 술병과 등불 사이에서 윷놀이(저포:백제시대 놀이로 다섯개 목편을 던져 여섯개 말로 하던 현재 윷놀이와 비슷한 놀이)를 하였다네
새처럼 날아가는 세월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닭도 없는 빈 골짜기에는 밤 또한 깜깜하고 아득하여라
막 떠나려고 잔디를 밟아보니 무릎을 에워싸려고 하는데
가령 와서 잣나무를 붙잡은들( 서진의 왕부가 문제에게 살해된 아버지 의를 그리워하며 묘소 옆의 잣나무를 붙들고 슬피 울자 그 눈물이 닿은 나무가 말라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여 세상 떠난 부모를 그리워한다는 뜻) 어찌 얼굴을 볼 수 있으랴?
노복의 소홀과 태만을 꾸짖고서 도리어 너희들에게 부끄러워함은 내가 몸소 잠깐 다녀감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네
一樂當年萬事閑。樗蒲節序酒燈間。飛光如鳥今安在。空谷無鷄夜亦頑。臨去步莎疑繞膝。縱來攀栢豈承顔。責奴踈慢還慚汝。猶勝吾身乍往還。
*묘를 지키는 노복이 나무 돌봄을 게을리 하였기에 꾸짖고서 느낌이 생기다
守奴慢於養木。故責之而有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