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벌립은 농부들이 쓰는 모자의 일종으로 제주도 고유의 것이다.정동벌립은 `정동' 곧 댕댕이줄기를 재료로 하여 패랭이와 비슷한 모양으로 제주인들이 만들어 쓰던 모자로서 비를 피하거나 또는 햇빛을 막기 위하여 써 왔었다.
이 정동벌립의 제작은 예전부터 북제주군 한림읍 귀덕1리 성로동에서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정동벌립이 언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어찌하여 제주시 한립읍 귀덕1리에서 이 작업이 집중적으로 전승되어 오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 8호 기능보유자 홍만년 씨의 경우 그의 증조부터 자부까지 5대째 그 기능이 선승되고 있어 그 연원을 최소한 15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듯하다.
오늘날 정동벌립과 정동모자 겯는 일은 귀덕1리 성로동인데 총 60여 가구중 55가구에서 100명 이상이 이 일에 종사하고 있으며, 중동네 · 알동네 일부로 번져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귀덕리에 살던 사람이 다른 마을에 이주하거나 출가하게 됨에 따라, 또는 인척관계에 따라 전승되면서 제주시 다호부락이나 서귀포시 일부지역에서도 정동모자를 만들고 있다. 일제시대 때만 하더라도 성로동 안에는 벌립청이 여러 군데 있어서, 이 곳에 남자들만이 모여서 정동벌립을 결었었다.
벌립청이란 주민들 여럿이 모여서 "정동벌립을 겯는 곳"이란 뜻으로 1930년대만 하더라도 성로동 안에 일곱군데나 있었다고 홍만년씨는 회고한다.
일제시대에는 거의 가가호호마다 정동벌립을 결었었는데, 일제 시대에 이르러 공출이 심해져 가자 이를 결을 만한 겨를이 없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다.
■ 부분명칭과 작업
《부분명칭》 정동벌립은 크게 절벤 · 망 · 천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외에도 맨처음 시작되는 가마귀방석 및 절벤과 망사이, 망과 천 사이의 사갑바위 등이 있다.
정동벌립을 겯는 순서에 따라 그 부분명칭은 다음과 같다. ① 가마귀방석 : 정동벌립을 결을 때 첫 공정으로서 절벤의 중심부분이다. 옛날에는 네 가닥으로 엮었으나 오늘날은 그 두 배인 여덟 가락으로 엮는다.
② 절벤 : 가마귀방석을 결은 다음은 연결되는 모자 위쪽 평평한 부분이다. 그 다음 사갑바위를 경계로 하여 망에 연결된다. 절벤이라는 명칭은 송편 · 절편할 때의 절편에서 따온 말이라고 홍만오씨는 말하지만 분명하지 않다. 절벤의 날수는 보통 80개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날로 결었으나, 지금은 두 개의 날로 겯고 있으며, 하나일 때마다 빨리 결어질 뿐만 아니라 가볍다.
③ 사갑바위 : 절벤을 결을 때 세곱으로 하는데, 절벤과 망, 망과 천의 경계부분은 네곱으로 겯는다. 이를 사갑바위라 한다.
④ 망 : 사갑바위를 경계로 절벤 다음에 이어진 부분이며, 그 다음에는 역시 사갑바위를 경계로 천이 이어진다. 그 대략의 망의 날수는 절벤 날수의 두 배 정도로, 80개 + 80개 = 160개 정도이다.
⑤ 천 : 사갑바위를 경계로 망 다음에 이어진 절벤과 같이 평평한 부분이다. 대략의 천의 날수는 망의날수의 두 배 정도로, 160개 + 160개 = 320개 정도이다.
⑥ 바위돌림 : 천의 끝부분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작업》 정동벌립의 작업은 부분명칭에서도 살폈듯이 가마귀방석을 만들고 세곱으로 절벤으로 겯고 그 다음 네 곱으로 사갑바위를 만든 다음 세곱으로 망을 만들며, 또 사갑바위를 만든 다음 세곱으로 망을 만들며, 또 사갑바위를 만들고 그 다음 마지막으로 천을 만들어 바위돌림을 한다.이 때 날수는 절벤이 80개, 망이 160개, 천이 320개 정도로 배가 되며, 간격이 넓어갈수록 날을 그 사이에 넣는다.
① 재료 재료는 제주도 일원에서, 특히 산간에서 자라는 정동(댕댕이덩굴)을 쓴다. 지역에 따라 그 명칭이 조금씩 다른데 귀덕리나 안덕면 동광리 등의 한라산 서쪽 지경에서는 '정동'이라고 하며, 동쪽 지경에서는 '정당'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동은 안덕면 동광리와 표선면 표선리에서 나는 것이 특히 양질인데, 서쪽에서 나는 정동은 보통 마디 사이가 길며, 동쪽의 것은 마디가 짧다. 이 마디 차이는 토질에 따라 구별되는 것으로 마디 사이가 길어야 부드럽고 재료로서 더 가치가 있다. 제주도의 꼴밭이나 '자왈', 곧 돌더미에 많이 자라는 정동은 2, 3년생의 다년생일수록 좋으나, 요새는 채취자가 많기 때문에 보통 1년생 미만의 정동을 재료로 쓰고 있다. 그런데 다년생일수록 마디를 훑어내 손질하기가 어렵다.
정동에는 '참정동'과 '꺽정동'의 두 종류가 있는데, 재료로서 쓰이는 것은 참정동이다. 정동을 재료로서 쓰기 위해서는 지붕 위나 마당에서 25일 이상 햇볕에 말린다. 이 때 비를 맞게 해서는 안 되는데, 지붕이나 마당에서 정동을 말릴 때 비가 내리면 밭에 나가 일하던 마을 사람들은 정동을 걷기 위하여 집으로 달려온다. 그러나 햇볕에 말리는 정동이 비를 맞게 해서는 안되지만 이슬은 맞혀야 햇볕과 수분을 골고루 배합하면서 정동이 알맞게 마른다.
이렇게 해서 25일 이상 말린 정동은 다시 물에 담갔다가 마디를 훑어내서 재료로써 사용한다. 옛날에는 정동을 구입하기 위해서 도시락을 준비하고 동광 지경에 가곤 했는데, 지금도 7월말경이면 귀덕리 성로동 주민들은 정동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나선과. 귀덕리의 경우 정동의 구입은 보통 7, 8월에 이루어진다.
말린 정동의 경우 1근이면 대체로 2.5개의 정동벌립을 만들 수 있다.
정동벌립을 겯는 공정을 크게 세 과정으로 나누어지는데, 제 1과정은 가마귀방석에서 절벤을 만드는 과정이고, 제 2과정은 절벤에서 망을 만드는 과정이며, 제 3과정은 망에서 천을 만드는 과정이다.그런데 이러한 정동은 오늘날 채취자가 많기 때문에 20년전부터 대부분이 정동을 사서 재료로 충당하고 있다.그리하여 귀덕리에서는 5년전부터 정동단지를 만들었다.
。 제1과정 맨처음 절벤이 중심이 되는 가마귀방석을 겯고 세곱으로 평평한 절벤을 만든다. 절벤의 마무리 부분은 망과 연결되는 사갑바위로 이 때 네곱으로 겯는다. 이 때 날의 수는 80개 정도이다.
。 제2과정 절벤과 사갑바위의 공정이 끝나면 그 다음에 이어지는 부분이 망이다. 망의 마무리 부분은 역시 네곱으로된 사갑바위로 이 사갑바위를 경계로 다시 평평한 천에 연결된다. 망의 날수는 대략 절벤 날수의 두배로, 80개 + 80개 = 160개 정동이다.
。 제3과정 망과 사갑바위의 공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평평한 천이 이어지는데, 천의 공정이 끝나면 그 끝은 바위돌림을 하여 마무리작업을 한다. 천의 날수는 대략 망의 날수의 두 배로 160개 + 160개 = 320개 정도이다. 이렇게 하여 겯는 일이 마무리되는데, 정동벌립 하나를 겯는 데는 보통 4, 5일(양질의 정동벌립은 6일, 정동모자는 3일에 2개)이 소요된다.
③ 종류 정동볼립의 종류는 양태나 탕건처럼 뚜렷한 구분이 없으며, 단지 도리수의 차이에 따라 상질 · 중질 · 하질로 나누어진다. 도리수의 수효가 많은 것일수록 질이 좋으며, 수효가 적은 것일수록 질이 얕다. 정동의 굵기가 가늘어 100도리가 되어야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이다.
세부항목 지정번호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8호 명칭 :정동벌립장 지정(등록)일 :1986년 4월 10일 기능보유자 :홍달표('31.12.9) 소 재 지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1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