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겨울철 허한 몸에 맛과 영양을 동시에 주는 보신의 별미, 수원 장원염소탕!

[해리슨포들]

요즘은 아주 겨울장군맛을 톡톡히 보게 한다. 쌀쌀한 북풍이 귓전을 스치면서 옷깃속을 파고들면

뼈속까지 시릴정도. 입춘도 지났으니 어여 물러가란 말에 심술났는지 동장군의 기세는 여전히 당당하다.

이리 몸도 시리고 기가 허전할때 뭔가 몸에 영양만점인걸 넣어줘야 하는데.. 뭐 없을까.

여름철에야 장어,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이다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만 정작 겨울에는

별로 땡기지 않는다. 물론 굴이나 새조개, 낙지 등으로 틈틈히 기력보충을 하지만. 그래서 가봤다.

흑염소를 잘한다는 식당으로. 수원 탑동 주택가에 숨어있는 흑염소전골과 탕을 잘한다는 장원염소탕.

부모님과는 세번정도 왔던곳인데, 고기도 부드럽고 담백한것이 국물마저 진하고 삼삼해서 아주 깊은맛이 난다.

이 식당의 사장은 서글서글한 인상에 친절한 서비스가 느껴져 부담없고 편해보인다.

많은 욕심도 없고 자식들 잘커주는 덕에 별 걱정도 없단다. 에구 부러워라.

한달에 두번 쉬는데, 그때마다 전국의 산으로 들로 등산을 다니며 여행도 하고 약초도 캔다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단다. 좋은곳 공기 맑은 곳을 자주 다니면서 자연을 대하는 기분이란.

장원흑염소의 외부모습. 탑동 주택가에 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평범한 식당이다.

흑염소라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번쩍 눈이 띵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뭐 저런걸 먹나 할것이다.

염소탕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것이 바로 커다란 유리통에 담긴 약술들.

제일 늦게 담근것이 2년산이라니 모두 하나 하나 명주의 반열에 오를만한 것들.

약초도 있고 버섯, 과실, 인삼 등등 값진것들로 담가놓았는데, 이렇게 몸에 약이 되는 술을 담그려면

정성도 많이 들어가고 부지런해야 한다. 사장님 왈, 보물 1호는 울 가족이고 2호는 바로 무럭무럭

세월따라 익어가는 약술들이란다. 반가운 단골손님이 오면 한잔, 지인이 오면 두잔, 인상좋은

손님이 오면 한잔 이렇게 술한잔에 정이 오가는 식당이다. 값으로 따지면야 몇십만원을 호가하겠지만

쉽게 맛볼 수 있는 술도 아니고. 살모사와 구렁이로 담근 술도 저 박스에 있다는데, 비공개란다. 어릴적

외할아버지집에 가면 광 높은곳에 구렁이 한마리가 똬리를 트고 소주댓병에 무서운 눈을 하고 쳐다봤었는데.

메뉴판에는 온통 흑염소 천지다. 수육과 전골, 무침 등을 파는데, 일단 가볍게 흑염소탕으로 시작하는게

좋을것이다. 맛좀 들이면 수육과 전골로 흑염소를 느끼면 된다. 단골이 되면 사장님이 주는 그날의 약술을

맛보는 재미도 있고. 흑염소를 처음 맛본건 언 30여년전 그렇니까 초등학생일때였다.

큰고모와 고모부가 결혼한지 얼마안돼 서산 팔봉산 자락에서 허름한 화전민들이 쓰던 흙집에서 흑염소를

키웠다. 지금이야 차도 있고 교통도 편리하지만 그 당시는 한겨울 푹푹 빠지는 눈길을 밟으면서

팔봉 어성에서 금학리까지 4km 정도 되는 길을 걸어갔다. 고갯마루 넘자마자 조그만 굴뚝이 있는

외딴 집이었는데, 산에 그물을 치고 흑염소를 방목하다시피해서 키웠다. 흑집에는 살림살이도 단촐하니

부뚜막에 양념 몇가지와 항아리들, 그리고 새끼염소들이 방구석에 있었다.

염소들을 보면 참 눈빛도 멍하고 친근한 모습은 아니지만 검은털에 뿔도 하늘을 향해 치솟은 것이

상당히 강해보인다. 고모는 오랜만에 찾은 조카와 오빠를 위해 염소를 한마리 잡았다. 물론 다른 친척들도

있었고. 약간 노린내가 나지만 고모부의 칼솜씨와 고모의 음식솜씨가 어우러져 참스러운 맛을 낸것같은

기억이 난다. 탕보다는 수육과 전골로 한냄비 끓여내어 밤새도록 내리는 눈속에서 먹던 염소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별로 가진것도 그리고 산골짜기 움막집에서 먹던 흑염소탕이지만

그 당시는 모두들 웃으면서 즐거웠던 시절이었던것 같다. 어릴적 산속에서 토끼를 몰아 닭볶음탕처럼

해먹던 빛바랜 추억들도 떠오르고. 눈이 수북하게 쌓인 그길을 뒷다리 하나씩 들고 내려가던 그때가

왜리 행복했는지. 세월이 지나고 다시는 그런 추억을 만들수도 없고 만들어지지도 않을만큼 커버렸기에

슬픔과 향수가 어웃거린다. 이집도 흑염소를 못먹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식인 삼계탕이

맨 아래쪽에 떡하니 있으니 가족과 함께라면 비염소인을 위해 삼계탕을 주문하면 되겠다.

그때의 그 사랑과 고향이 담긴 맛은 아니지만 장원염소탕에서 먹은 탕도 제법 한솜씨한다.

일단 흑염소고기 자체가 상당히 부드러운데다가 염소 특유의 냄새도 없고 약재와 야채를 넣고

푹 끓여내서인지 국물이 뽀얗니 곰탕처럼 진국이다. 보신탕의 고기나 국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흑염소를 못먹는 사람들이 많을것이다. 좀 그렇기도 하고 특히나 여성분들이라면.

흑염소라 그렇니까 못먹는거지 한번 먹어보면 와 괜찮다란 말이 나올게다. 쇠고기와 닭고기를 합해놓은

듯한 고기스타일과 곰탕과 개장국을 섞은듯한 국물맛은 몸과 마음까지도 웰빙스럽게 만든다.

뭐, 토끼고기와 꿩고기를 합쳐놓은것 같기도 하다만. 언뜻 염소고기라고 하면

쉽사리 어떤 스타일일지 상상으로도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흑염소는 대부분 우리나라의 유일한 내륙지방이면서 맑은 물과 청정한 수림이 가득한 충북지역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제천, 단양, 괴산 등 산이 깊고 물맑은 곳에서 방목한 흑염소를 공급받기에 생기있고

영양만점이란다. 그런 자연환경속에서 뛰놀며 산속에 있는 약초들을 먹고 자란 놈들이니 그만큼 육질도

탄탄하고 맛 또한 자연의 모는걸 담았다. 흑염소탕을 주문하면 도기에 탕과 반찬을 가져오는데,

특별한 반찬들은 없지만 제법 맛이든 김치와 고추를 준다.

일반해장국집의 구성과 비슷하다. 메인이 워낙 뛰어난지라 찬은 그저 맛을 보는 정도로만.

그득하게 담긴 흑염소고기를 특제소스에 식초를 조금 뿌린 후에 찍어먹어야 맛이 살아난다.

팔팔 끓인 흑염소탕은 밑간만 한지라 약간 심심한 맛이지만 그 자체로도 한숟갈 떠보면 진한 국물이란걸

느끼게 된다. 뽀얀 국물에 부추를 올리고 시래기와 함께 끓였는데, 고소한 깨를 많이 넣어

텁텁해보이지만 그만큼 고소하다.

흑염소탕이라고 말을 안해준다면 그냥 평범한 설렁탕이나 보신탕이라 해도 충분히 믿을 만큼

고기 자체에는 특색은 없다. 오리탕이나 닭백숙 같은 모습도 보이고.

이집은 포장도 된다고 하니 미리 전화해 주문하고 가져가도 된다.

싱싱한 고추와 매콤한 김치전은 염소탕과 함께 먹기 좋은 찬이다.

아삭아삭 된장에 고추를 베어물고 고추를 넣은 다소 매운 전으로 입안을 씻는다.

처음엔 별로 안되보이던 괴기들이 바닥에서 자꾸 올라온다. 소스에 찍어 남김없이 쓱삭.

흑염소탕과 잘 어울리는 오늘의 약술을 주인장이 주신다. 조그만 호리병에는 세잔정도의 술이 들어있는데,

40도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첨엔 고량주처럼 독했지만 은은한 독함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차츰 향이 살아나는듯했다. 이름하여 야관문주란다. 살아있는 천연비아그라라고 쥔장이 한잔하라고 주는데,

효과는 글쎄. 어제 주인장이 세잔마시고 뻑 같다고 하던데. 암튼 몸에 좋고 양기를 불어넣는 술이라니

한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물론 머리가 좀 어리딩딩했지만. 보통 30도 이상인 소주로 술을 담그고

70도를 넘는 소주로도 술을 담기도 한단다. 잘못마셨다간 뿅가는건 순식간.

야관문주와 함께 탕을 먹다보니 어느덧 바닥이 드러난다. 진국은 바닥에 깔리는법.

뚝배기채로 그냥 입안으로 털어넣는다. 염소고기에는 아미노산과 토코페롤이 많이 들어있고

허약체질이나 체력보강, 기력회복과 두뇌피로회복에 좋다고 한다.

여성들에게는 빈혈이나 생리불순, 피부노화방지에 좋은것이고, 물론 남성에게는 힘이 불끈불끈 솟는

정력보강에 그만이고. 겨울철의 영양별미로 염소탕과 토끼탕을 추천해본다.

토끼탕은 파는곳이 많지 않지만 맛은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합한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화성 궁평항의 붕장어 구이도 겨울별미중의 하나. 갓잡은 통통하고 커다란 붕장어를 잘 손질해

숯불위에서 소금을 뿌려주며 구워먹는 붕장어구이는 겨울추위에 얼어버린 몸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특효약이다. 궁평항의 찰랑찰랑한 바닷가도 구경하고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노을도 보면서

겨울별미인 붕장어를 먹는 맛은 쉽게 잊지못할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것이다.

물론 보신을 위해 이런 음식들을 먹는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스트레스가 없는 마음, 적당한 운동, 가리지 않고 잘 먹는것이 최고의 보신이 아닐까.

많이 웃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삶을 사는것이 젊어지고 탱탱해지는 비결일것 같다.

힘은 치솟는데, 쓸곳이 없으니 달님을 보면서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면서 무공을 쌓아본다.

사장님의 아리따운 따님이 올해 갓 서른을 넘겼는데 아직 제짝이 없다고 한다. 상당한 미모라는데.

자신있고 건강한 청년들이 흑염소탕을 먹으면서 사장님께 한번 구애의 손길을 던져보는건 어떨까.

[인미즈]

염소.......여자한테 특히 좋다하던데..ㅎㅎ 한번도 못 먹어봤어요..........

[해리슨포들]

네, 여자뿐아니라 남자한테도 좋데요. 좀 꺼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맛은 괜찮더라구요!

[까만콩]

염소탕은 노린내가 나지 않나요?

[해리슨포들]

네, 염소하면 노린내인데, 잘 끓여서인지 잡내없이 깔끔하더라구요! 일단 맛은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