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장은 사무장을 사무실에 묶어놓고 자신의 개까지 데려다 놓고 보게했다. 자신의 자유와 개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개새끼는 사무실 뒷문을 열어놓으면 뒷마당이 넓어 거기에서 지 주인을 기다리며 바람과 햇볕을 즐겼다. 센터장은 자기 개는 영리해 묶어놓지 않아도 다른 곳으로 가지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깡이는 개구멍을 만들어 밖으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날의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전에 한 번 집을 나간 적이 있어서 개목걸이에 전화번호를 걸어 둔 덕에 하이마트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깡이를 찾아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까지 다쳐 800만원 정도를 들여 치료를 했다고 한다. 사무장은 개새끼를 제대로 보지 못해 미안한 척 했지만 앞으로 다시는 사무실에 개를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홀가분해 하는 것 같았다.
센터장은 자기 집에서 관리가 안되는 화초들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 자기가 해외여행 등 길게 자리를 비울 때 화초에 물을 줄 사람이 필요해서였다. 오가는 사람에게는 보기에 좋은데 늘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쟈스민이 그렇다. 센터장 남편의 표현을 빌리면 노인네 냄새이고, 나의 표현으로는 똥냄새가 나는 꽃이 문제이다. 사무장은 추위를 많이 타서 문을 계속 닫고 난방까지 하고 있어서 쟈스민향에 숨이 턱턱 막히고 목이 컬컬하다. 정말 똥냄새가 심하게 나서 어지럽고 정신이 없다. 평가하는 날 이 꽃냄새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지고 머리가 아파 내가 문을 자꾸 열어 도로의 자동차 소리로 시끄러워지자 할수없이 센터장은 쟈스민화분을 밖으로 잠깐 내놓으라고 했다. 오늘 다시 출근해서보니 또 화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있다. 본인은 사무실에 들어오면 꽃향기가 강하니 환기한다고 자꾸 문을 열어둔다. 사무장은 춥다고 자꾸 문을 닫는다.
이 꽃이 그리도 좋으면 그대의 집으로 모셔가는 것은 어떠신지요? 사무실을 하루 종일 지키는 사람에게 왜 당신의 애완동물과 애완식물까지 떠맡기는지요? 그대의 자유를 위해, 돈 몇 푼을 던져주며 너무 이기적인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무리 사무장이 가장이고, 그 나이에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할 것을 안다고 해도 지나치신 처사네요. 또 아무리 단순한 사무장의 비위를 잘 맞출 줄 안다고 해도 너무 뻔뻔하신 것 아닌가요. 이곳은 사무실이라기 보다 당신의 놀이터이군요. 이병권씨 등 예절원이나 당신 개인적으로 만나는 이들을 전부 불러들이고, 당신 새끼들을 불러들여 밥을 해먹이고, 반찬까지 만들어 주는 곳이 사무실이군요. 사무장이 업무적인 전화 통화를 할때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만큼 떠들어 대는 곳이죠. 이병권씨는 사무장에게 대놓고 얄밉게 얘기하더군요. "우리 모임에서 행사 때나 해외로 놀러 다닐 때 옥순씨가 꼭 필요해요. 사무장님이 워낙 일을 잘 하시니까 뭐 ... 호호호 " 사무장은 이렇게 대꾸했다. "어머나, 저를 너무 믿지 마세요."
오늘 사무장은 평소답지않게 짜증이 많다. 월요일부터 현장평가가 시작되어 서류도 챙겨주고 하느라 신경 쓸 업무가 많은 것이다. 제대로 센터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신경쓰는 이는 오직 사무장 한 명이다. 이러니 사무장의 어깨가 얼마나 무겁겠는가.
사무장이랑 시장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센터장이 밥값 내라고 준 카드는 결제가 되지 않았다. 센터장은 공수표만 날리고, 자기가 너무 힘들게 뒷마당 청소했다는 것만 자랑하고 나간 것이다. 자랑이라기보다 너희들도 청소를 함께 해야되지 않겠니? 라는 뉘앙스였다.
센터장이 사 준 슬리퍼는 참 가볍고 편하고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다. 신발에 대해 생색을 내시며 센터장은 나의 흰머리에 대한 지적도 빼먹지 않았다.
목련꽃을 수분체크해 병에 담았다.
딸은 오늘 당직이다.
부대찌개를 만들어 남편과 저녁을 먹고 사물놀이에 다녀왔다. 합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