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플랫폼 실험은 계속된다
넷플릭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거대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 세계 미디어업계에 미친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서 이들을 롤모델 또는 라이벌로 삼은 새로운 플랫폼들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통신사, 영화 투자배급사, 미디어 기업 등은 물론이고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까지, 너나없이 플랫폼 실험에 뛰어들고 있다.
영화와 VOD의 패키지 상품 개발하는 씨츄
대중 앞에 나선 다양한 플랫폼 실험 중 한국 영화계가 가장 주목한 서비스는 투자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체인 ‘롯데시네마’를 소유한 롯데컬처웍스의 ‘씨츄’ 서비스였다. 올해 7월 론칭한 씨츄는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VOD를 연계하는 식의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예를 들어 <인크레더블 2>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극장 티켓과 시리즈물의 전작 VOD를 함께 묶어서 판매하는 식이다. 강동영 홍보팀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고, 앞으로는 극장만 가지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 사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기 전에 먼저 씨츄와 같은 VOD 플랫폼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 컸다”고 씨츄의 론칭 배경을 설명했다. 또 “우선 올해 말까지 네이버 VOD 및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강해 나가는 데 주력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VOD와 극장 상영작들을 아우를 수 있는 패키지 형 상품 개발 또는 이벤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1인 미디어 제작자들 적극 끌어들이는 티빙
CJ ENM이 소유하고 있는 ‘티빙(
www.tving.com)’도 올해 2월 ‘티빙 2.0 스케일업’ 전략을 발표하며 플랫폼 실험에 뛰어들었다. 원래 티빙은 CJ ENM이 소유한 케이블 채널 tvN, Mnet, 투니버스 등의 실시간 보기 및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이번 티빙 2.0 스케일업 전략을 통해 케이블 채널부터 스타트업 콘텐츠 제작사까지 제휴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미디어커머스 사업과 접목시켜 창작자와 제작자들의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선 티빙은 JTBC 등 한국의 종합편성채널 4사와 히스토리 채널 등 12개 케이블 사업자들, 그리고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비디오빌리지, 모모콘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들과 제휴를 맺었다. 또한 콘텐츠 사업자들이 티빙의 인프라를 활용해 직접 광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 광고 매출의 최대 90%까지 수익을 배분하는 등 파격적인 개편안을 실시했다. 이밖에 자체 광고영업이 어려운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영업 지원, 실시간 채널이 없는 콘텐츠 사업자를 위한 각종 기술 및 네트워크 비용 지원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시청률이 급등하고 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티빙과 티빙몰(
mall.tving.com)을 적극 연동한 ‘미디어커머스’ 사업이다. 티빙몰에서 서비스 중인 디지털 콘텐츠에 등장하는 PPL 상품 등을 티빙몰에서 판매 대행하는 방식으로, 현재 <프로듀스 48>, <쇼미더머니> 등 인기 프로그램 굿즈와 함께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을 판매 중이다. CJ ENM 관계자는 미디어기업의 “사업적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스타트업 콘텐츠 사업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이용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가 주도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웹툰, 웹소설, 영화를 동시 개발하는 카카오페이지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에서 출발해 한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 역시 자사의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영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애초 웹툰과 웹소설에 집중하던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1월 영화에 이어 5월에는 드라마와 예능 VOD 서비스를 추가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지가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 다음웹툰(다음과 카카오는 2014년 합병했다)에서 연재된 <스틸레인>을 바탕으로 양우석 감독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기획에 나서 영화 <강철비>와 감독판 웹툰을 동시에 제작한 것이다. 이밖에도 김영탁 작가의 소설 <곰탕>의 웹소설, 웹툰, 드라마 제작을 진행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자사의 웹툰 <독고 리와인드>를 모바일 영화로 제작, 카카오페이지와 SKT의 OTT 서비스 ‘옥수수’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AI 기술 적극 활용하는 비플릭스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도 출현했다. 바로 ‘비플릭스(
www.bflix.co.kr)’다. 제타미디어가 만든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비플릭스는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특정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다른 출연작들을 추천해준다. 이 기술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실시하는 저작권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것으로, 제타미디어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것이다. 제타미디어에 따르면 비플릭스의 인공지능 얼굴 인식률은 98.68%에 달하며, 이용자가 특정 배우의 출연 장면 클립 영상만 따로 모아 감상하거나, 영화가 재생되는 동안 출연 배우의 프로필 등 부가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제타미디어는 유명 배우들뿐 아니라 조연급 및 무명 배우의 데이터베이스도 최대한 확보해, 인공지능의 얼굴 인식 범위를 보다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넷플릭스 표방하는 왓챠
한편 한국의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2011년 출시된 ‘왓챠(
watcha.com)’는 국내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며 조심스레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는 중이다. 일반 관객들로부터 영화 평점 및 관람평 등을 수집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준다는 콘셉트로 출발한 왓챠는 2014년 일본 서비스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는 미국과 캐나다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며 영미권 진출을 꾀하고 있다. 2018년 현재까지 약 400만 명의 이용자들이 평가한 4억 개 이상의 영화 관람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왓챠는 2016년 왓챠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월정액 VOD 플랫폼 왓챠플레이를 오픈했다. 또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콘텐츠 프로토콜’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콘텐츠 이용자와 제공자가 투명하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서로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유통을 활성화시키면, 각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프리미엄 콘텐츠 교환 프로토콜’이다. 아직 개발단계에 불과하지만 왓챠의 이런 시도가 한국 플랫폼 생태계의 또 다른 지평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 : http://www.kobiz.or.kr/new/kor/03_worldfilm/news/news.jsp?mode=VIEW&seq=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