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 경주로 1... (황간 휴게소에서)
천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 경주...
경주는 992년간 신라의 수도로부터 시작하였으니 경주의 역사가 신라의 역사다.
신라는 경주평야에 있던 여섯 부족의 촌장들이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하면서
건국되어 가야 등 주변의 여러 나라들을 통합하였다. 22대 지증왕 때 국호를 신라로
확정되었으며 23대 법흥왕 때 불교를 공인하여 찬란한 불교문화의 막을 올렸다.
이처럼 국가의 면모를 일신한 신라는 그 기세를 몰아 고구려, 백제를 병합하고
676년에는 삼국통일의 성업을 달성하여 천년의 역사가 지속되었다. 이제 경주는
전통문화와 창조적 힘이 함께하는 오래된 미래 희망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그 경주를 산악회를 따라 2월 8일 여행길에 나섰다.
아침부터 내리는 눈... 어설픈 추위가 지속된다. 얼마나 내릴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일상생활의 피로를 풀면서 노소불문하고 설렘 속에
시작된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런데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
능력 있다고 해서 팬티 5장 입고 다니지 않고 배웠다고 해서 내가 쓰는 말과 달리
사용하지 않는 법... 조금 빨리 자동차 페달을 밟아보았자 5분 먼저 도착한다.
길에 돈 다발이 떨어 뜨려 보면 개도 안 물어간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하는데 많이 벌자고 남을 울려서는 안 된다.
욕심은 무릎이하로 떨어지면 굶어 죽으니 아주 없어서도 안 되지만 가슴 이상으로
올라가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 그게 인생이 아닌가?
잔잔히 눈이 내리는 가운데 출발한 여행길은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니 비로
변하기 시작한다. 비오는 날이면 김수희의 노래 ‘못 잊겠어요.’가 생각난다.
‘가로등도 졸고 있는 비오는 골목길에/ 두 손을 마주잡고/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애태우던 그 날이/ 지금도 생각난다. 자꾸만 생각난다./ 그 시절 그리워진다.
아~ ~ ~ 지금은 남이지만/ 아직도 나는 못 잊어...’
사랑이 충만한 청춘 남녀... 어쩔 수 없는 사연 때문에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
허스키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그 아픔을 심도(深悼)있게 표현한 김수희...
그 후 그녀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국민 가수로 성장하였다.
영동군 황간휴게소에서 잠시 휴식... 용변을 보라면서 총무님이 한 마디 한다...
노상에서 소변을 보면 범칙금이 두 번 흔들면 두 배... 세 번 흔들면 세 배란다.
‘흔든다.’ 하니 전에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안내원의 설명이 생각난다.
부부지간에 노상에서 소변을 보는데 부인은 1유로인데 반하여 남편은 2유로를
받는다... 그 이유는 흔들었기 때문이란다. 조금 더 가서 다시 소변을 보는데
부인은 2유로, 남편은 1유로를 받는다. 그 이유는 좌석이기 때문이란다.
천년 고도 경주로 2... (구미를 지나며)
황간휴게소를 떠난 여행길은 추풍령을 넘으니 김천시다.
봄을 재촉하는 듯 가랑비가 내려 유리창에 서리가 끼니 주변 경관을 볼 수 없다.
차안에서는 가수 장윤정의 노래 소리가 흘러나온다. ‘몇m 앞에 두고’ ‘네 박자’
‘섬마을 선생님’ ‘들국화 여인’ ‘그리움은 가슴마다’ 등 구수한 노래 소리가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2004년 ‘어머나’로 히트하여 트로트 가수로 성장한 장윤정...
오늘 그녀가 입은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지만 해맑은
웃음에 가창력과 표현이 여행길을 즐겁게 하여 주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인기 관리를 위하여 고독한 고투가 있었으리라!
‘외로움’을 뜻하는 고독(孤獨)과 힘든 싸움을 하는 고투(苦鬪)...
요즘 구제역 때문에 고생하는 축산인과 공무원 또 수의사(獸醫師)가 생각난다...
어떻게 기른 소인데 일정 구역 안에 있는 병든 소나 돼지 때문에 같이 매몰 당했으니
바로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 절에 가서 법고(法鼓)라도 쳤는지...
축생(畜生)들의 제도를 위해 치는 法鼓... 음양의 조화를 위하여 양편에 암소와 황소
가죽을 사용한단다. 한편 범종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부처님의 음성이란다. 쇠로 만든 운판(雲版)은 하늘을 나는
조류(鳥類)를 위하여, 목어(木魚)는 수중 생물(生物)을 위하여 제도하는 것이라
이 네 가지를 사찰(寺刹) 4물(物)이라 칭한다.
오늘 관광버스에 '아름답고 행복한 동행... OO관광'이라 쓰여 있다.
행복한 동행이 어떤 것일까? 논어의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 필유아사)가 생각난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는 공자의 말씀...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치니
좋은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나쁜 것도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범이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는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 ‘근거 없는 말도 여러 사람이 말하면 곧이듣게 된다.’니
지난날 미국 소의 광우병 때문에 시끄러웠던 선동정치... 옳았던 일인지 묻고 싶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검증받은 사람만 사귀어야 하는 것인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영남의 관문이자 산 좋고 물 좋은 삼산이수의 고장 김천을 지나면... 구미시다.
조국 근대화를 위하여 총알택시 기사처럼 밀어붙였던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다.
어느 책에서 본 역대 대통령을 운전수에 비유한 말이 생각난다.
이승만 대통령은 외국 면허 기사, 최규하 대통령은 스페어 기사, 전두환 대통령은
난폭운전 기사, 노태우 대통령은 초보운전 기사, 김영삼 대통령은 무면허 기사,
김대중 대통령은 음주 운주 기사란다. 여행길은 왜관을 거쳐 대구로 달려간다.
천년 고도 경주로 3... (대구를 지나며)
6.25 최후의 방어선인 낙동강... 다시 새겨보는 한국 전쟁의 상흔(傷痕)을 느낄
수 있는 왜관... 다부동과 왜관에 전적 기념관이 있다. 문경새재와 서울로 통하는
길목이라 관원들과 행상(行商)들이 머문 곳이다. 이 때 돈 많은 거상(巨商)들이
몰려 다부원(多富院)이라 불리었단다. 하지만 팔공산, 황학산, 유학산 등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 왜관이다. 폭파된 왜관철교는 ‘호국의
다리’로 불린다. 칠곡군청의 소재지인 왜관(倭館)은 조선 초까지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회유책으로 통상을 공식으로 허가한 곳이다. 한편 옻나무가 많아
칠곡(漆谷)이라 불렀는지 모르지만 원래의 칠곡읍은 대구시로 편입되었다.
6.25하니 얼마 전에 61년 만에 귀가(歸嫁)한 국군포로... 북한의 가족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그의 눈물은 ‘누가 닦아 줄 것인가?’로 신문 톱기사로 나왔다.
기구한 운명... 누가 청춘을 돌려 줄 것인가? 김성환의 ‘인생’ 노래가 생각난다.
‘세상에 올 때 내 맘대로 온 건 아니겠지만/ 이 가슴엔 꿈도 많았지’로 시작한 노래...
‘돌아본 인생 부끄러워도 지울 수 없으니/ 나머지 인생 잘 해 봐야지’로 마쳤지만
실화(實話)로 산 그의 보상은 누가 책임질까? 천안 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책임을 부인한 북한... 최근 군사회담 결렬로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되었다.
아직도 반미 친북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 현실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남침을
못하는 이유는 집집마다 핵(核)가족, 골목마다 대포 집, 밤에는 총알택시 때문이란다.
대구를 지나면 왼편에 팔공산이 있다. 파계사, 부인사, 동화사, 갓바위가 생각난다.
하지만 팔공산은 고려 개국 공신인 신숭겸 장군의 유적지다. 왕건이 견훤에게 패한
파군재, 왕건이 탈출하여 잠시 앉았던 독좌암, 왕건이 적군에 도망을 가서 이곳에
오니 안심되었다 하여 안심마을, 왕건이 도망갈 때 밤인데 상현(上弦)달이 떠 있어
반야월(半夜月), 곳곳에 패장(敗將) 왕건의 서러움이 남겨진 곳이다.
하지만 견훤이 부자기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전세(戰勢)를 가다듬어
이겼으니 내부 분란이 외침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사적 교훈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파견되었던 김성일과 황윤길의 다른 보고... 바로 당파 싸움이
아닌가? 남북대치 상태에서의 우리 정치... 사사건건 대립만 하고 있으니 문제다.
도동분기점에서 포항으로 가는 길과 갈라진다. 도동분기점 옆의 달성측백수림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이다. 한편 남대문이 국보 1호라면 동대문은 보물 1호이다.
조선 초 대학자인 서거정이 말한 대구 10경 중의 하나로 측백의 남방 한계선이다.
대구를 지나면 찬란한 전통과 수준 높은 문화의 도시 경산이다. 불교의 선구자로
불리는 원효대사와 세종대왕의 말미암음(거치다)이라 할 이두 글자를 터놓은 설총,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태어난 경산은 대구의 배후도시로 거듭 나고 있다.
천년 고도 경주로 4... (경주에 도착하며)
여행길은 평사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행정구역은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다.
소설가 박경리가 지은 ‘토지’의 주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의 평사리가 생각난다.
만석꾼 최씨 집안의 몰락과 재기... 주인공 서희, 길상, 월선, 용이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개성 있게 등장... 25년에 걸쳐 5부작으로 완성한 ‘토지’는 우리의
근대사를 민초들의 생활상을 통해서 그렸다는데 점, 그리고 신분질서의 와해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해 겪는 백성들의 수난사를 거대한 역사의 파노라마 속에
재현시켰다는 점에서 한민족의 몰락과 재건과 같을 것이다. 독재나 식민지 생활...
사회가 불안하면서 겪는 백성들의 아픔... 이집트나 튀니지의 정치 불안이 말해준다.
작가인 박경리... 6.25때 남편의 납북... 무남독녀를 키운 심정도 안타까운 일이다.
버스를 오래 타니 지루하다... 비는 여전히 내리는데 차 한 대가 새치기 한다.
‘네가 새치기 운전하면 끼어들기, 내가 하면 비상업무’
‘네가 부동산 구입화면 투기, 내가 부동산을 구입하면 투자’ 요즘 사회 풍조다...
특히 현 국회의장인 박희태 의원이 통일민주당 대변인 때 하신 말씀...
‘네가 연애하면 불륜 내가하면 로맨스’ 현 정치의 여야 대치를 극열하게 대변한다.
합의점을 찾지 않고 비난만 일삼는 여야... 국회는 상임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끔
합의에 의해야 개최되니 뜻이 안 맞는 상임위원회다... 명칭부터 바뀌어야 한다.
수준 높은 문화 관광도시 경산을 지나면 ‘별의 수도’ ‘별의 도시’ 영천이다.
영천을 지나니 포은 정몽주의 고향이 임고면으로 임고서원이 그를 배향한다.
이방원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한 ‘하여가(何如歌)’에 대항...
그의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로 시작한 ‘단심가(丹心歌)’는 우리
문학 중에서 가장 멋있는 시조(時調)가 아닐까?
자신의 영달(榮達)과 당리당략에 의하여 당적을 바꾸기... 더 심하면 국회의원도
빌려주는 세상도 있었으니 영리한 고양이가 밤눈을 못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중국 한나라 때 원고(轅固)라는 학자... 엉큼하고 비열한 공손홍(公孫弘)에게 던진
곡학아세(曲學阿世)가 생각난다. ‘자기가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하고 그것을
굽혀가면서 세속에 아부하여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제 경주시 건천면 신평리 경주터널을 지난다... 날은 흐려 보이지 않지만 저
먼발치에 여근곡(女根谷)이 있는데... 지형이 여자의 성기 모습인 女根谷...
서라벌 옥문지(玉門池)의 개구리 울음 소리에 전쟁의 조심을 알아 챈 선덕여왕...
군사를 보내 승전하였다니 그녀의 지략은 생질(甥姪)인 태종 무열왕과 문무왕 때
통일을 할 수 있도록 탄탄대로를 만든 것이 아닌가? 여행길은 경주IC로 나오면서
문무대왕릉이 있는 감포로 간다. 내일부터는 포항으로 이어지는 여행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