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스토어의 한국프로야구단 시리즈는 No.1 두산 베어스를 시작으로 8개 구단별로 출간 예정입니다. |
■ 본문 속으로
불과 3개월 만에 그렇게 지역연고제와 대기업 중심의 창단계획을 담은 계획서가 완성되었고, 다시 3개월 만에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는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대통령이 직접 시구를 해야 했고, 모든 준비는 그 해 겨울 동안 마무리되어야만 했다. 사단장에서 연대장으로, 연대장에서 대대장으로 내려가면서 더욱 가속도를 내는 명령체계와 다를 것이 없이 굴러가던 군사정권, 혹은 병영사회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속도와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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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공밖에 던질 줄 모르던 박철순이 느린 공의 가치에 눈을 뜬 것 역시 그 무렵이었다. 너클볼, 팜볼, 포크볼, 체인지업. 손가락을 구부린 채 쥐고, 손바닥으로 감싸 쥐고, 혹은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던짐으로써 의도적으로 느리게 던지는 공들. 타자의 방망이가 돌아 나오는 것보다 더 빠르게 던져야만 타자를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왔던 박철순은, 빠른 공을 치기 위해 서둘러 나오는 방망이를 먼저 지나쳐 보내거나 살짝 비켜가게 하는 것만으로도 다를 것 없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아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그 무렵에 깨달았다.
특히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프로 원년 야구공이 마치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아드는 마술 같은 궤적으로 ‘마구’로 통하는 너클볼을 던졌었다는 이야기는 오늘날 조그만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야구팬들이 본격적으로 너클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자체가 2000년대 들어선 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척박했던 1980년대 초반에 이미 우리나라에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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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6회가 시작되기 전, 마취제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경기장 뒤쪽에 세워진 검은 밴에 올라 허리춤을 걷고 엎드렸던 그였다. 그렇게 준비되지 않는 몸으로 급한 마음만 좇아 무리하게 솟구쳐진 몸은 추락하며 마운드와 거칠게 충돌했고, 다시 일어나서 다음 타자에게 공을 던질 수 없게 되었음을 직감하게 했다.
박철순은 그렇게 쓰러진 채 절망적인 눈으로 자신의 글러브를 스쳐 뒤로 빠져나간 공의 행방을 쫒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몸을 날리듯 쇄도해 들어온 옛날 어린 시절의 친구 유지훤이 있었고, 그 공을 가까스로 건져 올린 유지훤은 우아한 노스텝 송구로 1루에서 타자를 잡아내고 말았다. 경기 끝. 시즌 끝. 프로야구 원년 우승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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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을 앞두고 OB베어스는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된다. 선수들로부터 ‘아버지’라고 불리던 김영덕 감독이 꼴찌로 추락한 팀 성적과 에이스 박철순의 부상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김영덕 감독이 떠나며 비워진 자리는 투수코치였던 김성근이 제2대 감독으로 취임하며 메웠고, 코치진도 각각 삼미와 롯데에서 감독대행과 코치를 지낸 이선덕과 최주억을 영입해 보강했다. 그리고 장명부나 김일융만큼 거물급은 아니었지만 재일교포 최일언, 홍신차를 영입한 것을 비롯해 기세봉, 윤석환, 김진욱, 김광림, 박해종 등 적지 않은 신진들을 받아들인 것도 우울하던 팀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수들과 눈물을 흘리며 작별했던 김영덕 감독이 불과 열흘 만에 맞수 삼성 라이온즈의 감독으로 취임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구단과 선수단은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이야말로 1980년대 중반 OB 베어스의 정서와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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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14일자 경향신문에는 ‘프로야구 유격대, OB 2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06년에 작고한 대기자 이종남의 글이었다. “전존혀니, 보따리 싸라.” 혀 짧은 김성근 감독의 한 마디에 울음을 터뜨려버린 포수 정종현의 이야기로 시작된 그 기사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훈련강도로 ‘사람잡는 곳’으로 불리는 이천의 OB 베어스 2군 훈련장이었다. 강남 터미널에서 9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하면 곧바로 10시 30분부터 물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혹독하게 몰아치는 훈련. 그래서 선수들에게 2군으로 떨어졌다는 부끄러움을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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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선수단이 팀을 이탈한 지 열흘만인 9월 14일, 윤동균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선수들이 팀으로 복귀했고, 남은 책임에 따라 문책의 방식이 논의되었다. 일단 구단의 처분은 이탈에 동참한 모든 선수들의 연봉을 5% 감액하고 대표격을 맡았던 박철순, 김상호, 김형석, 장호연, 강영수 등 다섯 명의 고참 선수들은 계약을 해지하고 방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팀 전력의 핵심들이기도 했고, 팀의 상징적인 인물들이기도 했다. 따라서 초반에 강경한 제스처를 연발하며 구단에 쏠린 따가운 시선을 어느 정도 무마한 다음에는 주춤주춤 징계수위가 낮아졌고, 결국 그 다섯 명 중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던 강영수만을 태평양으로 트레이드하는 것으로 엉거주춤 수습의 모양새만 갖추고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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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서문 4
프롤로그 8
1. 프로야구, 그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 17
2. 서울과 대전 사이에서 27
3.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야구단 37
4. 미운오리새끼 51
5. 너클볼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65
6. 삼미보다는 낫지 않겠나? 73
7. 그 날, 처음 누군가 ‘우승’을 말했다 87
8. 대구 결전 99
9. 원년의 우승컵 109
10. 대포주사 119
․ 베어스 결전의 순간! _ 박철순의 단일시즌 22연승 130
11. 1등에서 꼴찌로 133
12. 작은 희망, 깊은 절망 141
13. 냉전과 열전 147
14. 직구로, 정면 승부하다 159
15. ‘2군’의 개척, ‘마무리’의 발명 169
16. 덫이 된 영광 179
․ 베어스 결전의 순간! _ 김형석, 운명의 한 방 186
17. 아킬레스건 189
․ 베어스 결전의 순간! _ 장호연의 개막전 무탈삼진 노히트노런! 197
18. 저물던 태양, 불사조가 되어 날아오르다 201
19. 이탈파동 209
20. 꼴찌 후보로 꼽혀야만 우승하는 베어스 221
․ 베어스 결전의 순간! _ 김상진, 3경기 연속 완봉승 231
21. 당신은 박철순이 아니지 않은가 235
22. 우동수의 시대 243
23. 세 번째 우승 255
24. 그리고 연습생들의 시대 265
․ 베어스 결전의 순간! _ SK와 두산의 쟁패시대 276
에필로그 280
․ 베어스 히스토리 290
․ 한국프로야구 리그운영 변천사 293
․ 연도별 팀당 시즌 경기 수 293
․ 한국프로야구 신인선발제도 변천사 294
첫댓글 사야게꾼.... 근데 롯데는 안나오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요새하는거보면 욕하는데 비시즌 달래기위해서 살듯 ㅠㅠ
사야하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고싶닼ㅋㅋㅋㅋㅋㅋㅋㅋ
헐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뭐졐ㅋㅋㅋㅋㅋㅋㅋ아....사고싶다...................어쩔수없는 팬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야되는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 대박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