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2주차 중급 과제입니다.

[설렘이]

2주차 과제(소재, 제재, 주제의 발견과 이해-시 읽고 글쓰기).docx

주말에 여기 저기 다닐 곳이 많아

하루종일 밖에 있다보니 이제야 올리네요.

아래 과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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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제재, 주제의 발견과 이해 (설렘이)
시 한 편을 읽고 난 후에 그 시를 중심으로 형식에 구애 받지 말고 글을 써보자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고

 대학생 때 지하철을 타면 항상 공부를 했다. 수업 준비, 과제, 중간/기말 고사 공부, 영어시험/자격시험 공부를 모두 해내려면 그래야 했다. 커다란 전공 책을 펴 들고 혼잡한 지하철에서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서, 몰려오는 졸음과 피로를 쫓으며 교재 내용을 이해하려고 기를 쓰면서 학교에 갔다. 매일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나와 싸우는 시간이었고 책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은 유혹을 견디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집을 펴고 앉아있는 마흔 즈음의 아저씨를 보았다. 그 때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는 원서로 된 컴퓨터공학 전공 책을 읽으며 논리와 숫자의 세계와 싸움하고 있는데, 글씨가 듬성듬성하게 인쇄되어 있는 작고 얇은 책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고 있는 긴 머리의 아저씨는 내게 다른 세상 사람으로 보였다. 세상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지하철에서 시집을 본다는 건 너무나 로맨틱해 보였다.
 그 아저씨가 하도 부러워서 시집을 한 번 빌려서 읽어보았다. 그러나 시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었던 내게 시는 너무 어려웠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기 힘들었고 이해조차 잘 되지 않았다. 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그 시에서 무언가를 느껴 보려 애를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읽고, 그래도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또 다시 읽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오리무중이었다. 차라리 전공 책을 읽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지하철에서 시집을 읽는 아저씨에서 비롯된 내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그 이후로도 시집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십 년 즈음의 세월이 흐른 후,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을 구경하다 아름다운 시화가 삽입된 도종환 시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호기심에 책장을 팔랑팔랑 넘기며 훑어보니, 수록된 시가 모두 쉽게 읽혔다. 대학생 때 읽었던 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도종환의 시는 술술 읽히면서도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되고, 읽고 나면 무언가가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이 시집은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빌렸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많았고 이 멋진 책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워 온라인 서점에서 같은 책을 주문했다. 책이 도착하자 내 마음에 와 닿는 시를 표시한 포스트잇으로 시집을 가득 채웠다.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시는 <흔들리며 피는 꽃>이었다. 다른 시처럼 쉬웠고 예쁜 꽃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시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인생을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내 삶도 많이도 흔들리고 젖으며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그저 평탄하고 별 일 없던 삶이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삶에 하나 하나 얼룩을 만들었고, 충격과 아픔이 한 층 두 층 삶에 아로새겨졌다. 주위 사람의 죽음을 보았고, 남겨진 자의 슬픔과 외로움에 맞닥뜨렸다. 행복한 인생이라 믿고 살았지만 너무나 불운한 일을 만났고 삶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애써 감춰왔던 몸과 마음의 상처가 곪아터졌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큰 꿈을 안고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다시 일어섰으며, 일어선 곳에서 다시 실패했다. 어렸을 때 가졌던 소중한 꿈은 갈수록 바래졌고, 삶에 지치다 못해 나는 이제 더 좋은 것, 더 화려한 것만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삶의 폭풍 속을 거치며 내 인생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굴곡 하나 없이 탄탄대로의 순조로운 삶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삶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패해 본 경험 덕에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었다. 온갖 일을 다 겪고 나니 삶과 세상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상처받은 경험을 하자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굴곡진 삶이 남에게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사실 그러한 굴곡을 겪지 않아도 되었다면 피해가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은 무채색이었던 내 인생에 선명한 색채를 입혀주었으며, 삶의 작은 기쁨을 더욱 빛나게 했다. 흔들리기 전에는, 젖기 전에는 나와 내 주변에만 시선이 머물렀지만 이제 타인에게 눈을 돌리게 되었으며, 내 세계가 아닌 세상 밖의 다양한 곳과 삶의 어두운 이면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삶의 실패와 슬픔은 성공만을 추구하며 앞을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며 한 박자 쉬어가게 했다.
 어쩌면 삶의 굴곡과 어두운 부분이 내 삶을 더욱 아름답고 아련한 것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흔들려서 꽃인가 보다. 젖어서 삶인가 보다.

[열정이★]

언제 보아도 좋은 시지요^^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설렘이]

열정이 님 포스팅 보고 힘내서 일요일 밤과 월요일 새벽에 썼답니당.. ㅎㅎㅎ

[자기야]

저도
써봐야겠어요.

흔들리며 피는 사랑.

[설렘이]

자기야님 화이팅이요!!!

[자기야]

흔들려도 꺾이지 않으면 꽃이 피고.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으면 완주하고
화가나고 억울해도 끝까지 가보면 화날일인지 억울한 일인지.... 알게 되고

오래 지나면 다 웃을일이더라.
60년 살아보니 그렇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