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교구목성동 주교좌 성당에 있었던 대림특강을 마치고 안동교구레지아 명예기자분과 "레지오마리애"를 주제로 인터뷰 하신것입니다. 각 성당마다 아치에스행사를 하는 요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생각되 올립니다.
201702]인터뷰/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레지오는 클래식이다”
김안자 아네스 안동 Re. 명예기자
성탄을 앞둔 작년 12월7일 저녁 안동 목성동주교좌성당 미사 시간에 시와 노래의 춤판이 벌어졌다. 성당을 꽉 채운 남녀노소 신자들이 기도와 성가로 미사를 드리는 대신 시 낭송을 하고 노래를 하고 춤까지 추게 한 분.이해인 클라우디아, 구름 수녀님이 안동에 오신 것이다.
어렵게 수녀님을 초청해 대림특강을 준비한 본당 이희정 주임신부는 졸지에 수녀님께 불려나가 시낭송까지 했지만 누구보다 신이 났다. 안동교구 시내 다섯 개 본당과 공소 신자들을 비롯해서 타 종교 신자에 스님까지 오셔서 시를 낭송하고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며 두 시간 동안 종교통합을 이루었으니 십자가에서 내려다보시는 예수님이 얼마나 흡족하셨을까.
강의 반, 공연 반인 대림특강이 끝나고 그냥 돌아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수녀님을 독대해서 인터뷰할 행운을 차지할 수 있을까. 믿는 건 성모님의 은총 뿐,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냈다.
기자님 : “수녀님, 잠시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안동교구 레지오의 영광이옵니다.”
수녀님 : “갑자기? 이건 스케줄에 없는 건데?”
일 년 전에 미리 청해야 허락을 받을 수 있다고 일침을 주시는 구름수녀님. 기자의 간청에 맘이 흔들리시는지 일단 최근 발행된 월간 레지오 마리애 책을 달라고 하신다. 본당 사목을 하지 않아 요즈음 레지오에 대한 지식이 없다며 한참동안 11월호를 읽으신 후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하신다. 수녀라는 이름 보다는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지신 분이시니 궁금한 것도 많고 화제도 풍부하겠지만 이번은 주제는 레지오로 일관성 있게 나가기로 약속했다.
기자님 : “수녀님 레지오를 아세요?”
수녀님 : “나를 무시하는 게야. 내가 이래 뵈도 여학교 때 레지오 서기 출신이랍니다.”
이야기가 잘 풀려나갈 것 같은 예감을 저버리지 않으시는 수녀님의 레지오에 대한 사이다 강연이 소나기 수준으로 쏟아진다. 우산을 펼쳐들 사이도 없다.
김천성의여고 시절 레지오에 입단해서 몇 년간 서기를 하다가 1964년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입회 했다는 수녀님은 레지오에 대한 애정이나 믿음이 단호했다.
수녀님 : “우리 어머님은 팔십이 넘어서까지 레지오를 하셨어요. 그래서 나도 간접적인 경험으로 레지오를 잘 알아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레지오를 하시는 바람에 우리 올케가 모시고 다니느라 애 먹었어요.”
기자님 : 레지오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녀님 : "성당 내에는 크고 작은 모임이 있고 소공동체도 많지만 나는 교회단체의 으뜸이 레지오라고 생각해요. 내가 사는 수녀원에도 많은 신자들이 찾아오는데 레지오 단원이라고 하면 일단 점수를 높게 줘요. ‘아, 이 사람은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해요. 누군가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을 맡아서 수 년 동안 꾸준히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레지오 마리에는 성모님 군대이고 지시한 바에 복종하고 시키는 일에 이의를 달지 않는 일사불란한 단체로 알고 있어요. 국민의 의무인 군인도 아니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도 아닌데 상급평의회의 지시에 복종하고 본분에 충실한 게 쉽지가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도 레지오 단원은 단장이 시키는 일, 교회가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앞장서는데 제가 알기로 본당에서 궂은일은 다 해요. 잠시지만 월간 레지오 마리애를 읽어 보면 알 수가 있어요. 어떤 경우는 우리 수녀들이 몰라서, 사정이 안 되서 하지 못하는 힘든 일도 말없이 해 나가는 단원들을 보게 되는데 정말로 성모님을 닮은 것 같아요. 어떤 단원은 왜 우리가? 또는 우리만? 이라는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고 하지만 레지오에 대한 성모님의 보상은 분명히 있어요. 하늘에 있는 거지요. 그보다 먼저 형제자매님들의 마음에 있기도 하고요."
기자님 : 레지오를 클래식이라고 하시는데 그 이유는요?
수녀님 : "신앙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죠. 미사도 기도도 끊임없는 반복이기에 지루함과 밋밋함, 재미없음의 연속이지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레지오를 클래식 즉 고전이라고 말해요. 예를 들어서 고전문학이나 고전음악이 신나고 재미있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시작하기가 쉽지 않아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단하고 싶은 유혹이 생겨요. 그러나 공기나 물처럼 서서히 스며들죠. 고전이 우리에게 스며들면 다른 책이나 음악을 들으면 뭔가 허전해요. 알맹이가 없는 듯한 느낌. 유행음악이 잠깐은 재밌고 유쾌하지만 반복해서 자꾸 들으면 식상하잖아요? 마찬가지로 레지오는 처음에 부담스럽고 어색하고 지루하지만 기간이 이어지면 습관이 되고 뗄 수 없는 일상이 됩니다."
기자님 : 레지오 활동을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요?
수녀님 : "미사가 재미있나요? 성체가 맛이 있나요? 함부로 웃어도 눈치 보이고 재채기가 나도, 기침도 참아야하는 엄숙한 미사시간이 재미있어서 성당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미사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어요. 어떤 사람은 말하죠. 미사에 가는 것은 세탁소에 가는 것과 같다. 일주일 동안 묻은 세속의 때를 주일미사에 가서 미사를 하고성체를 받아 모시면깨끗해진 옷을 입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레지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잠시 읽어봐도 쉼 없는 활동과 많은 묵주기도가 중심인 것 같네요. 같은 말을 수십 수백 번 되풀이하는 묵주기도와 기도문 외우기, 연도와 상가방문, 어려운 이웃 찾아보기, 무엇보다 어려운 선교, 본당협조 등등. 그러나 이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외우는 지루함 이런 것들이 쌓이고 숙성되어서 성숙한 성모님 군대가 되는 것이고 성실한 레지오 군인으로서의 삶은 바로 성공한 인생으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요?"
언젠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방송인이나 앵커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한 수녀님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고상하고 아름다운 시만을 쓰는 분이 아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인 밝을 명(明) 맑을 숙(淑)처럼 다 함께 밝고 맑게 살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누구든 원하지 않는 고통을 받아 괴로움을 겪는 이들이 손을 내밀면 그곳이 어디든지 찾아가 위로하신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수녀님이야 말고 우리 레지오의 숨은 협조단원이 아닐까 싶다. 수녀님을 통해서 레지오의 진정한 목적과 가치를 깨우치게 된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단원들이 더 큰 보람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귀한 인터뷰를 마쳤다.
두 시간의 공연과 강의로 많이 피로하신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신 수녀님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진짜 귀한 기사네요
세세히 꼼꼼히 다들 숙독해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레지오의 의미를 묵상해보면서요...
고맙습니다 야고보님
어제 레지오 마치고 나오면서 단장님과 나눈대화가 생각나게 하는 글이예요. 클래식같은 레지오를 사랑하게 되었거든요^^♡
감사합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