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至)는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위치하며 오월(午月,음력 5월)의 중기(中氣, 24절기 가운데 양력으로 매달마다 중순 이후에 드는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6월 20~22일에 드는데, 올해는 6월 21일이다.
천문학적으로 보면 1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로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 이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다.
땅이 좁은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위도는 비교적 길어서 도시에 따라 하짓(夏至)날 낮 길이의 차이가 발생한다. 위도가 높은 도시 순서대로 고성은 14시간 50분, 서울은 14시간 46분, 대구는 14시간 35분, 제주도는 14시간 23분이다. 별 차이가 안 나 보이지만 실제 서울에 사는 사람은 부산에 사는 사람보다 해를 15분 동안 더 볼 수 있다. 북한까지 포함하면 함경북도 온성군은 무려 하짓(夏至)날 낮 길이가 15시간 22분이니, 온성에 사는 사람은 제주에 사는 사람보다 해를 1시간 더 길게 볼 수 있다.
서유럽 언어에서는 대체로 라틴어에서 따와서 동짓날과 함께 solstice라고 부른다. 영어로 하지(夏至)는 Summer solstice, 동지는 Winter solstice. 어원은 해(sol)가 멈춘다(stice)는 뜻. 동지와 하지 때 태양의 남중고도가 각각 하강과 상승을 멈추고 반전하기 때문에, 이 날짜쯤에 태양의 남중고도의 변화율이 작아져 천구상에서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인다.
남반구에서는 당연히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가 된다. 따라서 계절명을 붙여서는 지구의 반쪽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계절명 대신 월명을 붙여서 북반구에선 하지(夏至), 남반구에선 동지가 되는 날을 (영어로는) June solstic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대로 북반구에선 동지, 남반구에선 하지(夏至)가 되는 날은 당연히 December solstice. 한자 문화권에서는 하지와 동지를 합쳐서 이지(二至)라고 표현했다.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따라서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의 열을 가장 많이 받아 쌓이면서 하지(夏至) 이후 기온이 상승해 더워진다.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할 시기이다.
고려사(高麗史)에서는 5월 중기인 하지(夏至) 기간(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의 알이 생긴다고 적고 있다.
반하(半夏)는 밭에서 자라는 덩이뿌리인데, 한해의 절반인 하지(夏至) 무렵에 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까무릇(꿩이 잘 먹는 무릇), 법반하(法半夏), 소천남성이라고 하며 한약재로 쓴다. 가래, 해수, 천식 등 습담을 치료한다.
이 무렵이면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 매기, 마늘 수확·건조, 보리 수확·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루어진다.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전 남부 지방에서는 단오(올해는 6월 10일)를 전후로 시작된 모심기가 이 무렵이면 모두 끝났다고 한다.
당시 남부 지방은 ‘하지(夏至) 전 삼일, 후 삼일’이라 하여 이 시기를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이는 먹고 살기 힘든 초근목피(草根木皮) 시절이라 모든 논에 보리를 심었을 것이고, 따라서 요즘 말하는 2모작 모내기를 끝내는 시기로 보면 되겠다.
이때 본격적인 장마도 시작된다. 하짓(夏至)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는데, 농작물이 자라는데 물이 필요하고, 물은 곧 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하지 이전에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夏至)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해 조정과 민간에서는 기우제가 성행했다. 천수답이 많았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기우제를 지내는 광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민간에서는 신성한 지역에 기우제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이를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믿음에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비[雨]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니,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특히 농업의 주종을 이루는 벼농사의 원산지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므로 그 전후인 하지(夏至)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수리시설이 부족한 때일수록 기우제가 성행하였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비였으므로 기우제는 연중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
속담
‘하짓(夏至)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
하지(夏至)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고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한다. 이날 ‘감자천신(薦新, 새로 농사지은 과일이나 곡식을 먼저 사직이나 조상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드리는 의식을 지칭하는 용어)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
‘하지(夏至)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
모내기는 하지(夏至) 전에 해야 모가 잘 자란다는 뜻이다.
‘하지(夏至)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느라 매우 분주해진다는 말이다.
‘하지(夏至)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하지(夏至) 이후에 장마철로 접어들어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의미다.
[참고문헌 : 네이버지식백과/다음백과/민속대백과사전]
첫댓글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