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미디어 2008 여름호
수필은 사랑과 눈물의 언어
김홍은
금년의 여름은 유난히 덥다. 파란 하늘색 표지를 담은 2008 문학미디어 여름 호를 받아들고 읽는 바람에 한동안은 더위를 잊고 지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의 장영희 교수와의 문학대담에서 문학이 무엇인가를 다시 일깨워 주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보는 세상은 이전과 다릅니다. 이 봄에 피어나는 꽃들이 이렇게 작았나? 여름날 밤하늘에 별이 많았었나? 어쩌면 사랑을 잃었던 시력을 찾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글을 읽고 묻는 질의에 “문학은 사랑이다. 문학은 heart to love라고 할 수 있다. 사랑에는 남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사회와의 사랑 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과 갈등을 묘사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사랑이란 주제는 인생이란 주제와 겹친다. 문학은 인생의 교과서로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고민을 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된다. 작가는 이런 갈등을 나름대로 해소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라고 이렇게 그는 문학을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은 문학을 비 실용성에 대하여 말하고 있지만, 장교수는 문학을 하면, 돈도 나오고 밥도 나온다고 한다. 어떤 학문을 하던, 직업을 가지던 문학은 가장 기본적이라면서
“문학은 남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 세상 리더가 되는 첫째 조건이며, 시나 소설을 읽으며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생각과 느낌을 알 수 있는 훈련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으며, 자기 분야에서도 성공 할 수가 없다.”고 하는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을 주고 있다.
장교수는 작가가 지녀야 할 인간의 근본적인 석가의 자비(慈悲), 예수의 사랑(愛), 공자의 사람다움(仁)을 담아내는 게 문학임을 설명하였다.
<생각의 창가에서>의 윤재천교수(현대수필행인)는 “문학은 또 하나의 뿌리, 이미지”라는 제목에서
1. 정신적 이미지 2. 비유적 이미지 3. 상징적 이미지에 에 대한 詩작법을 통하여 수필을 쓰는데 있어서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인용하여 들려준다.
수필작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이미지’에 대하여 다시 그 내용을 요약하여 옮겨 보고자 한다.
윤 교수는 평소에도 “수필학”을 통하여 수필을 쓰는 작가들에게 많은 이론을 들려주고 있다. “이미지에 대한 인간적 과정은 육체적 자각 작용에 의해서 수용된 감각적 형상을 어떠한 계기― 경험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감각 경험을 재생하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심상(心象)’ 또는 ‘영상(影像)’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 관념(觀念)의 사물화(事物化)를 말하는 것으로, 달리 표현하면 ‘마음속에 그려진, 언어를 재료로 한 그림’이다.”라하고 설명하였다.
문학은 언어를, 문자가 없었을 경우에는 그림이나 색채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 낼 수도 있었을 테고, 자신의 감정을 예를 들어 그림으로 나타내게 됨을 다시 잊지 않게 한다. 심상이나 영상의 표현은 그림으로도, 음악으로도, 춤으로도 ‘마음속에 그려진, 언어를 재료로 한 그림’이라 함이 동감을 갖게 하여주었다.
오늘의 모든 문학은 영상시대를 돌입하면서 시각적, 감각적,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퓨전문학으로 돌입하여 있음을 공감하게 한다. 한편 윤 교수는 우리가 보다 더 현대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변화는 현대가 문화나 문명의 본질을 인식함에 있어서 시각적(視覺的) 확인을 중시하는 데에서 온 결과라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대인은 모든 정신영역까지도 시각화하여 양적단위로 확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 하고 있다.
또한 이미지란 어떠한 것인가를 구명하기위한 자료가 될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T.E. 흄이 “시는 표지(標識)의 언어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배가 항해했다’라는 표현보다는 ‘배가 바다 위로 질주한다’고 말해야 한다. 이는 시인에게 있어 이미지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직관적인 언어의 정수 그 자체임을 밝히는 예다”며, 이는 관념의 본질을 구명해 일정한 존재로 형체화(形體化)함을 사명으로 한다. 여기서 나름의 의도를 ‘일정한 존재로 형체화’ 하는 일이 ‘이미지의 구축작업’이라하였다.
한편 실제적인 이미지에 대한 시적표현 방법을 구체화 하는 문학의 현장감을 구현하고,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의 이미지의 대체적은 유형은 정신적인 것, 비유적인 것, 상징적인 것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며 이렇게 들려주고 있다.
‘ ①정신적 이미지
‘정신적 이미지’란, 심리적인 이미지를 말하는 것으로 작가의 정신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인상(印象)을 말한다. 이는 주로 감각적 체험을 통해 비롯된 심상을 가리킨다.
흰달빛/자하문 물안개/물소리 대웅전/큰보살 -박목월「불국사」중에서-
시를 들어 작가의 표현을 “시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오직 감각적 정취에 의해 비롯된 분위기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의 구조를 조성해가고 있을 뿐이다”며, 시인의 의도는 형식적인 특성이나 작품적 개성을 구현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표현 대상에서 느낀 시인의 생생한 정취 ― 직접적 접속을 통해 획득한 인상과 정서적 감응을 시에 담아 감동을 극대화하는 일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수필에 있어서도 정신적 이미지를 살려낼 때, 이와 유사할 것이다.
사물이나 그때의 상황과 현상을 표현할 적에는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 구현된다 하지만, 어떠한 표현상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들려주려고 하는가 하는 점에 서도 시뿐만 아니라 수필에서도 서사냐 서정이냐 로 구분 지어 놓고 있다.
‘② 비유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는 말 그대로 표현 대상을 통해 감지된 이미지가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김동명「내 마음은」-
시인은 ‘내 마음’을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에 비유하고 있다.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관계로 그 상관성을 설정해, 보조관념으로 제시된 사물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인상에 의존해 시를 전개하고 있다. ‘마음’이라고 하는 비고정적이고, 무형체적 대상을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과 같은 일정한 형체를 가진 것에 빗대 표현하는 것이 비유적 이미지의 본령이다.’
수필에서도 시인이 비유, 은유로 표현 하듯이, 산문에 있어서도 작품의 감칠맛을 담으려면
이처럼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간접적으로 시사하여 주고 있음이다. 글을 쓰다 보면 마음같이 그렇게 관념을 담아내고 싶지만 뜻대로 되어지지가 않는다. 무형체제나 일정한 체제를 가지고 표현 할 수 있는 방법을 시의 예제를 통하여 가르쳐 준다.
‘③ 상징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암시적으로 제시하는 기법이다.
이미지의 반복적인 제시를 통해 작가의 세계관을 구현해가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원형적 속성을 통해 자신이 판단하고 있는 ‘관념이나 존재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해 표상한다.’
관찰자에 따라서 특정언어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의 반투명성은 의미의 영역을 한정시키지 않고, 무한히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밝히는 일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라며 오렌지 시를 예제로 이끌었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지 오렌지가 아닌 채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다./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에 있다./시간이 똘똘/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신동집「오렌지」중에서-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암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지의 반복적인 제시를 통해 시인의 세계관을 ‘오렌지’ 속에 투사하고 있는 시다. 시인은 오렌지가 가지고 있는 원형적 속성을 통해 자신이 판단하고 있는 ‘관념이나 존재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해 표상하고 있다. 관찰자에 따라서는 ‘오렌지’를 신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아니면 사랑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작가의 세계관을 들려준다.
시인은 처음부터 ‘오렌지’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가를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기에, 반투명한 그대로 놓아두고 감상하는 것이 현명하다. 오히려 이 반투명성은 의미의 영역을 한정시키지 않고, 무한히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밝히는 일은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오렌지’는 시인의 사고에서 비롯된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것을 암시성에 의존하는 ‘상징적 이미지’라고 한다고 일러 주었다.
원로 김남조 시인은 "몸은 병들수록 마음은 세상에 더욱 감동하게 된다"며, "문학은 세상에 희망과 위로를 전해야한다"한단다. 그러면서, "요즘 읽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들이 너무 많단다. 작품이 '정답 없는 미로찾기'가 된다면 그야말로 하나의 실패작이며 시대적 과오라고 생각한다. 난해시라면 난해시 나름대로 피와 땀이 그 속에 배어있어야만 " 한다고, 귀 뜸을 한다.
어찌 시뿐이겠는가. 앞으로는 수필도 난해한 문장으로 작가만이 이해 할 수 있는 어떠한 추상적인 묘사의 내용으로 문장을 서술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윤교수는 수필작품을 예로 하여 이미지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서, 시를 인용해 이를 설명했다며, 수필에도 필요한 기법인 만큼, 작품 전체를 이미지화해 기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탁마(琢磨)가 요청된다고 하였다. 어쩌면 수필도 많은 변화를 가질 필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함에서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라 생각된다.
특집으로 <오월이면 생각나는 사람>에는, 8편의 작품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을 그린 내용들로 많은 감동을 주고 있어 독자의 마음을 은근히 끌어 들이고 있다.
김종삼의 <아이들에게 우상으로 심어주고 싶었던 사람>은 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온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을 안겨 주었던 황우석 박사를 만난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웠단다. 화자는 학교장으로, 아동문학가로서 황 박사를 어린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는 정신교육의 우상으로 이용하다가 난처하였던 내용이다.
이를 요약하면, 지난 4월 29일 2시에 황우석 박사의 23차 공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다. 황우석 박사는 배아줄기세포 배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그것이 사기극이었다고 해서 또 한 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장본인이다. 전 국민의 희망이었던 과학자에서 순식간에 사기횡령의 죄인으로 전락하여 법정에 불려 다닌다. 자신을 과신하고 공명 때문에 허세를 부리다가 스스로를 망쳤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위대했던 그를 죽인 것은 사회라며 분개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그는 이미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 과학기술훈장, 창조상을 비롯하여 자랑스런 한국인대상을 받은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자 대우를 받고 있다. 최초로 배아줄기 세포배양으로 우리의 몸을 만드는 세포를 키우는 일로, 사람의 신체에서 미비했거나 훼손된 부위만을 따로 배양해서 맞춰주는 일이라고 했다. 자기 연구가 잘 되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없었거나 살아가는 동안에 손상된 신체의 특정 부위를 기계의 부속품을 채우거나 바꿔주듯 복원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치병에 걸린 부위를 새 것으로 땜질하듯 바꿔주어서 완치시킬 수도 있을 것이란다. 그래서 찢어지게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돼지우리에서 이뤄낸 기적의 이야기를 학교교육통신에 냈지만, 황 박사의 모든 업적이 거짓투성이의 허상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아이들을 보기가 민망스러웠고, 오월이면 지난일 들이 생생해서 몸이 움추려 든다며, 그의 꿈이 현실화되어 아이들에게도 우상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일들이 다시 일어나기를 빈다며 끝을 맺었다.
참으로 안타가운 일이다. 어린이들 앞에서 민망하였을 인간의 양심이란 진실로 순수하고, 착하고, 아름다움 자체일 것이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마음에다 과학의 씨앗을 뿌리려다 무너져 내린, 지도자의 심정이 오래 허무하고 서글펐음을 느끼게 하였다.
서상은의 <다문화 가정의 어머니> 글은, 호미곶에는 매년 봄이 되면 호미곶 예술제가 개최된단다. 올해도 제14회 문화예술축제가 개최되었다. 백일장을 비롯하여, 다문화(多文化) 가정주부편지공모를 가졌다. 경상북도만 해도 다문화가정(결혼이민자)은 3,885명(2007. 6. 30 현재)이나 된단다. 이들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태국 순으로 몽골, 캄보디아, 우즈백, 인도네시아,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중에 포항시, 경주시가 으뜸으로 울릉군에까지 전 시, 군에 분포되어 참으로 다문화 사회를 이루고 있음을 들려준다.
부모를 뿌리치고 모국어를 버리고, 외국 땅에서 남편과 시부모를 위해 어려운 고난과 참고 견디는 힘든 고비를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 주기위해 마련한 ‘편지공모’를 하였다. 이에 51명이 작품을 출품하였다. 제목은 친정부모에게 쓴 편지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남편, 자녀, 시부모 순으로 나타났다. 내용은 주로 친정 식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염려, 자녀들을 잘 키우겠다는 다짐, 그리고 남편이나 시부모에 대한 사랑과 감사에 대한 글이었단다.
장원을 차지한 ‘팜티 김헨’ 씨의 글은 먼저 떠난 남편에게 편지를 쓴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이 죽으면 혼자 여기서 고생하지 말고 베트남으로 돌아가라던 유언과, 죽기 전에 남편이 쓴 시(詩)와 함께 ‘이 땅에서 아들을 잘 키우며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가 담긴 글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뭉클하게 보내준, 참 아내의 사랑이 깃든 편지에 감명을 받아 깊은 마음으로 위로를 보낸다며, 가정의 달 오월에 그 편지를 다시 읽어 본다는 글이다. 모든 문학은 감동이다. 시든 수필이든 간에 예술은 감동이 아니던가. 이외의 작품들도 한편한편 오래 마음을 잡아두고 있다.
‘명상의 차 한 잔’에는 강승희 <6 ․ 25 참전 소총 소대장들>, 손상희 <헌화된 제비꽃>, 정상근 <6 ․ 25 한국전쟁 낙동강 전투에서>의 글은 남다른 체험으로 한편의 스릴과 눈물을 담고 있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책에서 오래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음이 여름 호의 특징이다. 지면 관계로 작품을 일일이 거론하지 못함이 아쉽다.
첫댓글 큰 배움을 얻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문학은 감동이다. 시든 수필이든 간에 예술은 감동이 아니던가. 이외의 작품들도 한편 한편 오래 마음을 잡아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