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자라 팔랑이는 주황빛이...>
-2003. 11. 16. 일. 백장미-
구름 끝에 걸린
팔랑거리는 단풍 하나
건너편 저 쪽
신음 같은 소식 달아 오니
정겨운 오라비는
호롱불 앞에 서성서성
둥개둥개 환상 같은
사랑방 기침 소리
몽당비 싸리비
빈 마루 빈 마당
별 내리고
달 내리던 밤
송알송알 적힌
댓 자 같은 단풍 이파리 덕에
아픔처럼 안타깝고
미련 같은 여운이 남는
가을을 품고
바람을 맞는다.
와르르 쏟아 진
장터 마당 한 귀퉁이
악사는 나팔 불고
청중은 소란 한데
여즉 덜 자란 나이 덕에
모자란 한 뼘처럼
세월을 묻고
세월을 접어
비릿한 풋사랑
덜 익은 가슴 그리며
오라비 같던 연인
아비 같던 연인
둘레둘레 끔뻑끔뻑
어디로 갔을까?
터질 것 같은 울음
가만히 주워 담고
작은 촛대 속에 들어앉아
어둠을 헤친다
아하...
옹기종기 들어앉은
내 가슴속엔
어둠 보다
훨씬 예쁜 주황색이
내 연인이 되고
내 사랑이 되는구나.
오십이
여즉 열 댓살 처럼 말이다.
<반쯤 남은 가을을 보며>
-2003. 11. 17. 월. 신형호-
창턱에 햇살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모처럼 찾아온 추위에
반쯤 남은 플라타너스 잎새들
오들오들 떨면서
한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느라
누런 옷자락이
바람에 정신 없이 춤을 추는구나.
계절의 흐름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다시 다가오고
우리들은 알 수 없는 상념에 젖어
외로운 철학자로 만들어버리는구나.
벌써
내년의 캘린더가 선을 보이네.
살며시 풀어놓은 올해의 달력이
어느새 마지막 한 달을 남겨놓고
외로운 삶의 나그네들은
마무리하지 못한 올해의 상념들을
하나 하나 주워 모아
또 내년의 캘린더에 씨를 뿌려놓겠지.
잘 지내고 있지?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이다.
봉우 산악회만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네.
무엇이든지 반쯤 익은
맛과 멋이 제일 좋다고 하네
반쯤 뜬 눈
반쯤 남은 술
반쯤 벗은 여인의 멋
반쯤 남은 단풍의 울음
내 삶도 이렇게 반쯤은 남았을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만나고 살아가야지
너도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려무나.
언제나 좋은 날 그리운 날이
건강과 함께 있기를 빌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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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181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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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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