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9(수) 이른 아침비, 오전 맑음, 늦은 오후 비
<주요 일정> 뿌노 띠띠까까호, 우로스섬과 따낄레섬 답사
<숙소> 뿌노의 아메리카노 호텔
;;;;
새벽 차창에서 전해지는 공기가 무척 차갑다.
어두운 밤길을 버스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피곤한 몸이지만 좀더 편한 좌석인 ‘까마(cama)’를 이용해서인지 잠을 푹자게 되었다.
나스까에서 꾸스꼬로의 이동은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오르내림이 많았으나,
꾸스꼬에서 뿌노는 안데스 산맥과 같은 방향으로 도로가 곧게 연결되어 있어 비교적 흔들림이 적은 운행이 되었다.
약 389km 구간을 7시간만에 주파한 것이다.
이른 아침 5시경 도착한 '뿌노(Puno)'~
페루 남동쪽 안데스 고원 지대의 티티카카호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도시이다.
호수를 둘러싼 약간의 평지와 언덕에 도시가 입지하고 있다.
도시 중심의 해발고도는 3,827m이고, 티티카카호의 수면 해발고도가 3,809m나 된다.
백두산 최고봉(2,744m)보다 1,000m 이상이나 높다.
이곳 뿌노의 아침도 꾸스꼬와 다름없이 매캐한 매연이 맞이해주고 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전신이 으스스하다.
영하에 가까운 체감 기온에서 느껴지는 추위였다.
남미 여행치고는 7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비교적 짧은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였으나
이른 아침 뼈속을 파고드는 추위로 인해 일행들 대부분의 컨디션들이 말이 아니다.
일단 예약된 숙소로 이동하였다.
오전 06시~06:30에 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07:00에 출발한다고 한다.
일행들의 몸 상태를 감안하여 1시간정도 늦추기로 희망였으나
‘우로스 섬’과 ‘따낄레 섬’을 예정 시간에 투어하기 위해 불과 15분 정도만 연장하여 07:15분 출발하기로 하였다.
길잡이신 J님이 예약한 미니 버스를 타고 가까운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부둣가에서 다소 예리한 눈빛을 가진 몇 사람들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유람선을 타기 전에 가방에서 소지품을 꺼내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무언가가 뒤에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급히 뒤를 돌아보니, 아까부터 지켜보던 눈빛 하나가 잽싸게 옆으로 이동하며 피한다.
이른 시각에 관광객도 아닌 이들이 선착장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일행의 한분이신 B님은 전날 밤 꾸스꼬 터미널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였다.
현금 2천달러와 신용카드.
급히 회사로 신고하여 신용카드는 정지시켰으나, 현금 2천 달러는 꾸스꼬의 지하 경제를 살찌우는데 이바지하였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곳의 예리한 눈빛과 능숙한 손놀림을 가진 자들이 바늘 구멍의 허점을 파고드는 노력만큼이나
여행객들도 자기를 지키기 위해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캐한 냄새를 맡으면서 배에 올랐다.
10톤 남짓의 조그마한 유람선이다.
가끔 레저용으로 다니는 낚시배 정도의 규모(9.77t)에 일행 23명과 베네수엘라에서 온 관광객 1명을 포함하여 총 24명이 승선하였다.
첫 번째 행선지인 '우로스 섬(Isla de los Uros)'은 뿌노 항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배를 타고 진행하자마자 곧 갈대류 군락(또또라)들이 호수에 무수히 자라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섬위에 만들어진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우로스 섬은 '또또라(Totora reed)'라는 갈대류의 식물을 베어다 이를 물 위에 띄운 인공섬이고,
마을은 그 위에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원주민들은 생활하고 있다.
인디오의 여러 종족 중의 하나인 뿌노 일대를 지배한 우로족은 꾸스꼬 일원에서 세력을 떨친 잉카족과의 투쟁에서 패배하여,
이곳 호수로 피신하면서 주변에 자라는 ‘또또라’를 이용하여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마을을 건설하여 주로 고기잡이로 생활을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과거의 전통적인 어업보다는 관광지화 된 지역이다.
유람선이 우로스 인공 섬 가까이 접근하니 물 위에 떠 있는 다양한 가옥들,
또또라로 만든 배, 주변을 조망하기 위해 건설된 전망대(망루) 등이 나타났다.
섬에 내리니 발을 디딘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자칫 잘못 하다간 물 속으로 빠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 또또라가 자라는 곳과 주민들이 생활하는 섬 주변은 물이 녹색을 띠고 있으며, 풀이 썩는 케케한 냄새가 뿜어 나오고 있다.
일명 '부영양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원주민들의 피부색은 꾸스꼬에서 보았던 주민들보다 더 검게 보였다.
며칠 동안이나마 보아왔던 페루 원주민들의 피부색이 나스까→꾸스꼬→뿌노(우로스섬)로 이동하면서 점점 더 검은 색 계통이 강한 것 같다.
해발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자외선 지수가 높아 나타나는 현상이라 짐작된다.
섬의 여기저기를 걸어보는데, 가옥은 인공섬에다 다시 1m 정도의 터를 높인 단(段) 위에 지어져 있었다.
집안으로 스며들 수 있는 물기를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또또라로 만든 전통 가옥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된 것이 이색적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인 것 같기도 하고, 전통에 첨단이 덧칠된 부조화 같기도 하였다.
마치 조영남과 아이유가 ‘화개장터’를 열심히 합창한 것이 떠올랐다.
노인과 소녀의 환상적인 결합 내지 치명적인 부조화라고나 할까?
갖 베어온 싱싱한 또또라를 살펴보았다.
뿌리로 연결된 밑부분은 흰색의 원통 모양에 부드럽고, 잎 끝으로 갈수록 폭이 좁은 둥근 원추형 모양의 식생이었다.
들어보니 매우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주민들은 비상시 이 또또라를 복용하여 통증을 완화시킨다고도 하니,
이 식물은 가옥의 재료 뿐만아이라 식용과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잎이 둥근 모양을 띠고 있어, 맨손으로 만지더라도 억새나 갈대처럼 손이 베일 염려도 없다.
우리 일행을 선두로 하여 시시각각으로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도착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이 관광객들을 위해 또또라로 만든 모형배를 설명하기기도 하고,
이곳의 여러 모습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는데 에스파냐어로 진행하는 바람에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완전히 막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사람이 전달하는 언어나 몸짓을 유심히 관찰하면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아 기다리면서 들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잡은 물고기 이야기가 나온 듯하여 한 번 보고 싶다고 하니 가까운 집에 가서 살아있는 고기를 대야에 담아왔다.
모양이 어린 붕어 비슷했다.
집 뒤편에는 조그마한 배도 있었다.
고기잡이가 없는 시간대에는 이곳 어린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섬 위에 아담하게 설치된 전망대에 올랐다.
오르는 동안 몸무게로 인해 사다리와 전망대가 흔들거렸다.
게다가 이 순간 고소증이 다시 찾아와 어지러웠다.
그로 인해 밑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푹신한 또또라가 두껍게 깔려있어 다치지는 않을 것 같아 천천히 올랐다.
이 전망대는 원래 방어용을 만들었다고 하며, 또또라로 만들어진 각 인공 섬마다 하나씩 망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섬 표면과 불과 7~8m의 높이 차이지만 전망이 한결 좋았다.
또또라로 만들어진 수십 채의 가옥, 또또라 군락, 또또라로 만든 유람선, 녹색을 띠는 호수 물.......저 멀리 뿌노시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아래 있던 K님, S님이 자기도 조망하고 싶다하여 올라오라하니 흔들림 때문에 무섭단다.
그 귀여운 모습 인증샷을 날려주고 내려왔다.
다시 배에 올라탔다.
바로 인근섬으로 갔다.
이곳은 보다 현대식 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매점도 있고, 숙소도 있고, 그 인공섬 뒤켠에는 현대식 화장실 시설도 완비되어 있었다.
뒤이어 계속 들어오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은 또또라로 만든 유람선을 타면서 이곳을 투어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도 "저 배 한번 타 봤으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였으나,
두번째 목적지인 따낄레 섬으로 가기 위해 아쉬움으로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유람선은
보다 먼 호수에 위치한 '따낄레 섬(Isla de Taquile)'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낄레 섬은 뿌노에서 약 45km 떨어진 곳에 있다.
우로스 섬에서 이 유람선으로 2시간 30분 이상 가야하는 거리이다.
연신 이곳에 관광객을 실은 배들이 들어오고 있다.
전통적인 배의 형태에 동력 장치를 한 배가 밀어주면서 운행하고 있다.
일명 ‘택시’라고도 부르고 있다.
우로스 섬을 빠져나오니 또또라가 자생하는 지역이 넓게 펼쳐지고 있다.
그 옆에 주민이 그물을 걷는 장면도 연출되고.....
이제 배는 수로를 완전히 빠져나오고 넓은 호수를 달리기 시작한다.
'티티카카호(Lago Titicaca)~
케츄아어로 ‘띠띠(Titi)’는 ‘퓨마’, ‘까까(Caca)’는 ‘호수’를 뜻한다.
일명 ‘퓨마 호수’인 셈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퓨마가 토끼를 잡아먹는 모습이라고 한다.
이 호수는 조산 운동에 의해 안데스의 깊은 산맥에 형성된 전형적인 단층 호수이다.
호수 수면의 해발고도는 3,809m이고, 면적은 약 8,372km2 로 우리나라 충청남도(8,135km2)와 비슷하고,
제주도(1,849km2)의 약 4.5배 정도이다.
계절에 따라 수위 변동도 뒤따른다.
즉 여름철 우기인 12~2월은 호수의 수면이 넓어지고,
겨울철 건기인 6~8월은 수면이 다소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호수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는 장축의 길이가 약 192km, 폭은 약 80km이다.
평균 수심은 138~180m, 최대 수심은 약 276m이다.
섬들과 호숫가에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발상지임을 증명하는 유적지가 있다고 한다.
이 호수는 잉카의 창조 신화가 태동한 지역으로,
1,100년경에 잉카 제국을 세운 페루의 케추아족 잉카인들의 전통에 따르면 티티카카 섬에는 태양신이 잉카 왕조를 세운 전설상의 두 인물,
망꼬카팍(Mango Cápac)과 그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마마 오크요(Mama Ocllo)’가 이 호수에서 태어나 태양의 섬에 정착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페루령 섬으로는 우로스섬(인공섬), 따낄레 섬, 아만타니 섬과 볼리비아령인 태양의 섬 등,
도합 네 개의 큰 섬이 있고, 작은 섬까지 합치면 41개의 섬이 있는데, 큰 섬을 모두 둘러보는데는 최소 2일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는 페루령 섬을 투어하고 있다.
배는 점점 더 뿌노에서 멀어지고 이제는 호수가 망망대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배의 속도가 5~6노트나 될지 모르겠다.
늦은 속도 덕분에 배 덮개 윗 부분에 올라가 주변을 조망하였다.
호수를 둘러싼 산과 주변의 섬들, 그리고 호수에 떠있는 듯한 구름들,
이곳에서 관찰되는 구름은 매우 낮은 느낌을 주고 있다.
호수의 수면만 하더라도 3,800m가 넘으니 말이다.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따낄레 섬에 도착했다.
오르는 길에 아치형의 출입문이 우리 일행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치의 중앙과 가장자리는 친절한 인디오 아저씨 모형이 관광객을 맞이해주어 '그래 반갑다'는 말이 나왔다.
선착장에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오름길이 고소증으로 인해 벅차게 다가왔다.
걸어면서 쉬고 주변을 조망하면서 약 110m의 높이를 오르는데 30분 가량 걸렸다.
고소증~
이곳 페루의 안데스 지역을 여행하면서 계속 따라다니는 불청객이다.
멀쩡하다가도 어느 순간 심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주변의 기반암은 주로 붉은 색의 사암(적색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덕길 주변엔 다락밭이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민가는 흙벽돌을 이용하여 지어졌다.
힘들게 언덕 위에 있는 광장에 올랐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아래서 티티카카호는 짙푸른 색을 더하면서 끝없는 넓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광장이 돌로 포장되어 있어 흙바닥보다 그 열기가 더 심하게 복사되는 것 같았다.
광장 모서리 한 구석엔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 이정표가 있었다.
멕시코시티 5,064km, 몬트리올 6,825km, 시드니 13,027km, 마드리드 9,236km, 로마 10,552km, 파리 10,100km, 도쿄 16,335km......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표지판을 한바퀴 빙둘러서 아무리 찾아봐도 서울까지의 거리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도쿄까지의 직선 거리가 약 1,160km 정도이니, 이곳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대략 17,500km 될 것 같았다.
2011년 우리나라와 페루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페루 안데스의 뿌노에서 대한민국과 서울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점심 식사는 이곳 언덕 광장 옆에 자리잡은 식당에서 해결하였다.
먼저 노란색 계통의 뜨거운 수프와 샌드위치가 나오고, 곧이어 ‘트루차(Trucha)' 구이가 나왔다.
'트루차(trucha)'는 티티카카호에서 사는 송어과에 해당하는 물고기이다.
식당 주방에 잠시 들러 그 물고기를 좀 보여달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송어와 너무나 닮았다.
맛도 그러했다.
일행들에 비해 다소 작은 생선이 굽혀져 나왔으나, 골고루 잘 굽혀진 바람에 뼈와 껍질까지도 모두 먹어버렸다.
고소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야외 광장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을 담은 호수를 내려다 보았다.
하늘색과 호수색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푸르다.
고산 지대의 햇살은 정말 강렬하다.
피부가 곧 탈 것 같았다.
이곳 따낄레 섬은 한때 죄수들의 수용소로 이용되었다고 하고,
섬의 정상에는 잉카 시대 이전의 유적지도 발견되었다고 한다.
다시 마을을 돌면서 도착할 때와는 다른 길을 이용하여 선착장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면서 바라보는 티티카카호는 8년 전에 여행하였던 시베리아의 바이칼호를 연상시킨다.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산이 놓여있다.
이곳 따낄레 섬의 언덕은 전형적인 우리나라 농촌을 연상시키고 있다.
흙벽돌을 이용한 집, 다락밭에 일구어진 이랑과 고랑, 구불구불한 길, 돌담 등
길 주변과 밭 주변에는 서 있는 '유칼립투스(eucalyptus)'에서 특유의 향이 뿜어져 나왔다.
버드나무 잎처럼 생긴 유칼립투스 잎을 따라 코에 갖다대어 보았다.
편백나무 잎을 따다 비볐을 때와 같은 강렬한 냄새가 코를 자극시키는데,
고소증이 올때 이러한 냄새를 맡으면 덜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3일전 삭사이와만 유적을 소개해주던 꾸스꼬의 현지 가이드는 페루의 유카립투스는 모두 호주에서 가져와 이식한 것이라고 하는데,
꾸스꼬와 뿌노, 이곳 따낄레 섬 일대에 워낙 많은 유칼립투스를 보게되어 외국에서 가져온 식생이라기보다는 이곳의 자생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나무는 열대 상록수(경엽수)로 잎이 버드나무보다 훨씬 길고 마취 성분이 있어 이를 주식으로 먹고사는 코알라는 수면 시간이 길다고 한다.
다시 뿌노(Puno)행 배에 올랐다.
앞으로 2시간 30분 이상, 이 곳 티티카카호와 주변의 경관을 눈에 집어 넣고 싶어 배 지붕 위에 다시 올랐다.
오전에 따낄레 섬으로 올 때보다 햇빛이 훨씬 강렬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구름과 산, 푸른 언덕, 저 멀리의 스콜을 일으키는 구름들(적란운)...
스콜을 일으키는 수직 구름은 동시에 3군데나 나타났다.
그 곳에는 뇌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모두 호수 끝자락 육지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뿌노 방향으로 향하는 우리배 바로 앞에서도 스콜성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열대 고산 지대의 대지는 낮에 쉽게 가열된다.
반면 물로 가득찬 호수는 비열이 커서 가열되는 속도가 더디다.
먼저 가열된 육지에서 대류 현상에 의해 적란운이 형성되어 스콜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우리가 탄 배는 곧 저 구름대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귀한 장면의 사진을 연신 담고 동영상도 2편이나 촬영하였다.
유람선이 비구름대 가장자리에 도달한 것 같아 선실로 내려왔다.
그 후 불과 30여초가 지나자 빗방울이 굵어지는가 싶더니 두두둑 소리를 내고 있다.
빗물과 함께 우박까지 쏟아지고 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불과 1분만 늦게 선실로 내려왔더라도 비와 우박을 덮어쓸 뻔 했다.
가장 위험한 벼락도 주변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류성 강수(스콜)는 집중도는 강하지만 지속 시간이 짧고 좁은 지역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뿌노의 선착장까지 도착하려면 30~40분은 더 걸릴 것이다.
그 때쯤이면 이 빗방울도 그칠 것이다.
.............
예상대로 30여분 지나자 비는 거의 그쳤다.
곧 부두에 도착하였고 다시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정비한 후, 일행들과 함께 시내로 나아가 치파(중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의 치파는 국수가 들어간 닭고기 국물을 우선 제공해주고 있어 뱃속 추위를 녹이는데는 그만이었다.
그다음 나온 볶음밥은 양이 푸짐했다.
다만 음식이 다소 짜게 느껴졌다.
식사 후, 왔던 길이 아닌 다른 블록을 이용하여 숙소로 향했다.
어둠이 깔리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추위가 다가왔다.
근데 숙소로 향하는 방향이 약간 이상해지고 있었다.
택시 기사에게 길을 물어 찾았다.
알려준 대로 갔지만 숙소는 나오지 않았다.
거리의 노점상한테 물었다.
노점의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낯익은 목소리,
“오, 오, 옵빤 강남 스따일~”
이 곳 안데스의 깊은 곳에서도 인터넷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50대 60대가 넘는 분들도 이 가사의 구절과 싸이의 춤 동작을 흉내내고 있다.
그간 외국인들 여러 번 만났다.
리마에서 본 포르투갈 청년도, 나스까 구멍가게의 어린아이도, 아구아스깔리엔테스의 마추픽추를 오르는 버스 안내원도,
여러 외국인들도 대부분 이제 “안녕하세요”의 한국식 인사보다, “옵빤 강남스따일”이 한국 인사를 대신하는 유행어가 되어 가는 듯하다.
나의 볼품없는 푸짐한 몸짓과 짙은 선글라스 낀 모습이 싸이와 비슷해서인지,
현지 주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싸이와 비슷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인터넷 유투브(youtube) 공간을 타고 전파된 대중 문화의 위력은 이곳에서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는 듯하다.
아니, 나 자신이 인식도 못하는 사이에 어느 새 깊이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곳 남미 사람들,
적어도 우리와 접한 외국인들 중 축구에서 우리가 그토록 자랑하는 박지성을 아는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단 한명도 없었지만,
싸이(박재상)을 모르는 사람도 단 한명도 없었다.
인터넷을 타고 전파되는 대중 문화의 위력이, TV를 타고 전파되는 스포츠의 위력만큼이나 크다는 것을 절감하는 날이 되었다.
그 인터넷을 통해 숙소에서 한국의 대선 결과도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알게 되었다.
<참고> 해발 3,809m나 되는 티티카카호를 끼고 있는 훌리아카(Juliaca 1960~1990년의 평균)의 기후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훌리아까는 뿌노시 북쪽에 위치하며 공항이 자리잡은 소도시이다.
호수 수면의 평균 기온은 10~14°C이다. 겨울(6월~9월)에는 깊은 수심과 섞여서 10~11°C 사이가 된다.
뿌노항 선착장의 안내판
첫댓글 자세한 설명까지 곁드린 사진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여행후기 보고 사진을 보니 현실에 가 있는 느낌 디테일 부분도 상상이 가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