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세련된 마드모아젤과 글래머러스한 마담, 이 모두에게 어필하는 패션의 공통분모는? 바로 코코 샤넬의 트위드,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브로치, 달콤한 모피 액세서리, 클래식한 악어가죽 백, 그리고 와일드한 레오파드 프린트! Photographed by Jung Yong Sun |
FUR EVER 블랙과 화이트, 클래식한 컬러의 모피는 평생 동안 패션 동반자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밍크 화이트 코트와 블랙 케이프 스타일의 코트는 모두 퓨어리(Fury), 조명숙이 입은 밍크 트리밍 블랙 드레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민윤경의 비즈 장식 원피스와 백은 샤넬(Chanel).(왼쪽) 무거운 모피 대신 파스텔톤으로 염색된 모피 아이템이 보다 펑키하고 재미있는 룩을 만든다. 블루, 아이보리, 핑크 컬러의 폭스 숄은 모두 퓨어리 핑크(Fury Pink), 레이스 장식의 토끼털 핑크 머플러는 막스 앤 스펜서(Marks&Spencer). 하영진이 입은 핑크빛 원피스는 안나 수이(Anna Sui), 초커는 루이 비통, 힐은 프라다(Prada), 브로치는 타리나 타란티노(Tarina Tarantino). 한혜진의 그린 컬러 드레스는 박지원(Pak Jiwon), 힐은 펜디(Fendi). 전은주가 입은 블라우스는 카샤렐(Cacharel), 스커트는 알베르타 페레티(Alberta Ferretti), 목걸이는 펜디, 슈즈는 프라다. 김원경의 브라와 캐미솔은 막스 앤 스펜서, 미니 스커트는 다이안 본 푸르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 힐은 샤넬, 디지털 카메라는 모두 소니(Sony).(오른쪽) ............................................................................................................................................. 예기치 않은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건 패션계에서 흔한 현상이다. 카고 팬츠나 데님 팬츠 없인 단 하루도 연명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클로에의 클래식한 헤링본 팬츠를 보고 여자들은 유쾌하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니까. 마찬가지로 가끔 우리는 패션의 편견을 깨는 뜻밖의 충격을 받곤 한다. 몇 년 전, 야하거나 육덕진 여자를 칭할 때 남용되던 ‘섹시’와 ‘글래머’라는 단어가, 비로소 여자를 수식하는 최고의 세련된 찬사로 거듭나는 순간을 우리 눈앞에서 목격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나이를 초월한 여자의 세대 구분에 쓰일 ‘마담’과 ‘마드모아젤’을 앞에 두고 있다. 이제껏 당신은 마담과 마드모아젤이라는 향수 냄새 폴폴 나는 프랑스 출신의 단어에서 여성지 <마담 피가로>나 개그 콘서트의 황마담, 그리고 콘데나스트 출판사의 여성지 <마드모아젤>이나 샤넬의 클래식 향수밖에 달리 연상되는 게 없었다면, 그 편견을 여자의 패션을 구분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마담과 마드모아젤은 섹시나 글래머처럼 요란하게 패션 월드를 변화시키진 않는다. 그 어감처럼 유연하고 천천히 여자의 패션과 스타일을 나누며, 게다가 이번 시즌 ‘레이디라이크’라는 특별한 숙녀를 후견인으로 뒀다. 그 예는 유행의 진앙지인 캣워크 위에서 패션의 대가들을 통해 선명하게 감지된다. 셀린·생 로랑·랄프 로렌·발렌티노·지방시 등은 누가 봐도 성의껏 드레스 업한 마담의 표준을 제시한다. 맥카트니·클로에·카샤렐·바틀리?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딱 마드모아젤이다(올 가을, 이 두 그룹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패션 평론가들도 있다). 이러한 패션의 이분법은 하이 패션 하우스의 브랜드 전개 방식이나 마케팅 기법과도 일맥상통하다. 우리는 이미 프라다와 미우미우 같은 엄마와 딸, 혹은 언니와 여동생, 혹은 이모와 조카식의 브랜드 전개 방식에 익숙하다. 그러니 어찌 보면 ‘마담&마드모아젤’식 구분은 패션 비즈니스가 시작된 뒤부터 존재했고, 레이디라이크 신드롬을 통해 본색을 드러냈다고 보면 된다. |
Crocodile Season 모든 숙녀들이 흠모하는 것은 바로 질 좋은 악어가죽에 클래식한 디자인을 더한 완벽한 악어 백. 클러치백 스타일로 디자인된 블랙 컬러의 스퀘어 악어 백과 보디 라인을 그대로 살려주는 우아한 디자인의 레드 수트, 심플한 펌프스는 모두 셀린(Celine), 진주 네크리스와 장갑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의자 옆에 놓인 크리스털로 장식된 화려한 샹들리에는 헨(Henn).(왼쪽) 올 가을엔 악어 백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두 가지 컬러가 믹스된 캐주얼한 디자인의 악어가죽 핸드백과 밍크가 트리밍된 진 재킷, 그리고 카디건과 힐은 모두 프라다(Prada), 목걸이는 타리나 타란티노(Tarina Tarantino).(오른쪽) ............................................................................................................................................. 오늘 마담과 마드모아젤들에게 입혀지기 위해 스튜디오에 마련된 행어를 꽉 채운 의상들 역시 레이디라이크를 공통 분모로 한다. 이 공식 안에서 패션 에디터는 마담과 마드모아젤을 위해 스타일을 구별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트위드·브로치·브리티시·모피·애니멀 프린트·크로커다일 등의 패션 오브제를 공유하게 될 거라고 담당 패션 에디터 이지아는 설명한다. “마담이 원하는 마드모아젤, 마드모아젤이 원하는 마담! 고맙게도 올 가을 레이디라이크의 분자들은 마담과 마드모아젤이 사이 좋게 나눌 수 있습니다. 악어 백은 더 이상 마담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프라다를 참고하세요. 모피요? 파스텔톤의 여우 스톨은 젊은 기운을 느끼려는 마담과 패션의 경솔함에서 벗어나려는 마드모아젤 모두에게 제격이죠.” 마담과 마드모아젤이 ‘여자의 패션’이라는 미묘한 감정적 도구의 형태 구분을 위해 쓰인다고 해도, 두 그룹이 수평 관계가 아닌 수직 관계임을 감안했을 때, 질투나 라이벌 의식보다는 배려와 존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다행히 오늘 촬영의 주인공인 마담과 마드모아젤들의 의식과 태도 속에서 그것이 발견된다. 우리 엄마들이 전성기 시절에나 입었을 만한 안나 수이의 꽃무늬 원피스와 미니 스커트를 입은 마드모아젤들이 카메라 뒤에서 스타일링을 최종 점검 중이다. 패션 에디터와 어시스턴트가 마드모아젤들에게 2004년 현재의 젊음을 주입하기 위해 파스텔톤의 모피 스톨과 왕반지, 초커 등을 더한다. 그런데 이 보조 장치들 역시 모두 엄마의 옷장에서 비롯된 것들. 물론 마드모아젤을 지탱하고 있는 건 바로 순수한 젊음이다. 그들은 사랑에 빠져 있고 아이디어로 충만하며 피부의 빛으로 가득하기에, 순간의 향락을 버린 채 마담을 썩 원치 않는 눈치다. 그렇다고 아예 마담이 되고 싶은 충동이 없는 건 아니다. “날씨가 우중충할 땐 립글로스가 아닌 립스틱을 바른 채 제대로 갖춰 입고 싶어집니다. 지금처럼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트렌치코트의 허리를 질끈 묶고 성숙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싶죠.” 늘 청바지의 새로운 넘버와 티셔츠에 목숨 거는 마드모아젤들의 감상적이지만 심플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마드모아젤이 마담이 되고 싶을 때 원하는 건 뭘까. “엄마가 ‘도레미 의상실’에서 맞춘 어깨가 넓은 재킷!” 김원경은 엄마의 테일러드 재킷에 욕심을 부린다. “아주 넙적한 백도 추가할게요.” 그녀는 셀린의 직사각형 악어 백을 만지작거리며 엄마 것에는 가운데 리본도 달렸다고 덧붙인다. “대한민국에 첫 수입된 원조 버버리 트렌치코트!” 지나친 디테일이 좀 부담스럽긴 해도 한혜진은 마담스러움의 가치를 존중한다. “호박 벨트와 스웨이드 장갑도 나쁘지 않아요.” |
British Touch 영국 신사의 케이프 코트처럼 깔끔한 라인이 돋보이는 아이보리 컬러의 코트와 스트라이프 터틀넥, 그리고 레드 컬러의 스커트는 모두 앤디 앤 뎁(Andy & Debb), 레드 힐은 최정인(Choi Jung In), 아가일 프린트의 송치 백은 테스토니(A.Testoni).(왼쪽)
올 가을과 겨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제안한 강렬한 타탄 체크의 매력에 빠져 보면 어떨까? 밍크 칼라가 덧대어진 체크 코트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트위드 프린트 백은 샤넬(Chanel), 파인 컬러의 힐은 테스토니.(오른쪽) 한편, 바로 지금 패션 코리아에서 마담 룩을 표현하는데 제격인 민윤경과 조명숙은 마드모아젤들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누렸던 패션의 청춘에 대해 미련은 없을까. “어렸을 땐 강하고 보이시한 룩밖에 몰랐어요. 물론 제 외모의 특징 때문일 수도 있죠. 그러나 나이가 들고 얼굴 자체에서 성숙한 여성미가 드러나자 페미닌한 룩들도 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대를 어렸을 때로 표현하는 조명숙의 얘기에 이어 민윤경이 마드모아젤 시절을 회고하며 기다렸다는 듯 말을 잇는다. “저 역시 마드모아젤 시절엔 매니시한 룩에 빠져 있었죠. 역시 나이는 모든 것을 천천히 사려 깊게 바꿔 놓았죠. 성숙함에 대한 책임감이 패션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더군요.” 바야흐로 시간이라는 추억의 재산을 소유하게 된 마담들. 그녀들은 융통성이 결핍된 시절에 이어 마담 세대에 들어와 패션의 절정인 우아함이라는 덕목을 깨우칠 수 있게 됐고 통제력이 생겼으며, 그로 인해 마드모아젤들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은 것에 대해 우쭐해 한다. 민윤경은 그것을 마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건 패션의 바이오리듬과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마담들이 현재의 마드모아젤 룩에 대해 완전히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거침없이 입는 거 있죠? 브라 끈이 노출되는 것 자체도 패션으로 수용하는 태도죠. 그건 참 부럽더군요.” |
Leopard Print 레오파드 프린트야말로 섹시함과 와일드함을 대표하는 대명사. 한혜진의 레오파드 프린트 톱은 에고이스트(Egoist), 로 라이즈 진 팬츠는 프랭키 비(Frankie B), 통은 샤넬(Chanel). 하영진이 입은 짧은 모피 코트는 블루종(Blouson), 진 스커트는 프랭키 비, 힐은 최정인(Choi Jung In). 조명숙의 레오파드 트렌치코트와 블랙 터틀넥, 힐과 민윤경의 시폰 롱 드레스는 모두 셀린(Celine). 전은주의 오프 숄더 톱은 프랭키 비, 시폰 스커트는 에고이스트, 힐은 프라다(Prada). 김원경의 진 재킷과 팬츠는 프랭키 비, 화이트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호피 프린트 슬립은 D&G, 슈즈는 앤디 앤 뎁(Andy & Deb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