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하계 지리산종주를 마치고 - 천왕샘의 일출

[學而/이병학]

매년 어김없이 빠져 들어가는 지리산종주 중독에서 언제쯤 풀려날지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8월부터 시작한 지리산종주는 이번으로 9번째가 되고 천왕봉 찍은 것은 11번째가 되는 셈이다. 매년 설악산종주와 한라산등반과 지리산종주를 계절을 달리해가며 뛰니 가포남이라 옆에서 얘기해도 할 말 없고 등산화가 갈라지고 밑바닥이 닳아서 맨들맨들해질만도 하다.

2012년 6월 10일 늦은 밤 용산역 대합실에 들어서 김준기, 김용진, 손천수선생과 만나 2245분발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의 종착지는 여수엑스포박람회장역이다. 열차내에는 엑스포관광을 위한 청춘남녀 학생들과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노인들로 좌석을 채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배낭을 챙긴 지리산 산행객은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야간열차에서 잠깐 동안이나마 눈을 붙이기 위한 수면제로 캔맥주 대짜 하나씩을 까지만 레일 위를 굴러가는 불규칙적인 쇠바퀴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천안, 대전, 전주, 남원역을 알리는 방송이 흐른다. 곡성을 지나치면서 선반위의 배낭을 내리고 풀러 제친 등산화끈을 다시 동여맨다.

0302 캄캄한 사위의 구례구역에 열차는 우리를 뿌려놓고 여수를 향해 어둠을 뚫고 달려간다. 광장에 택시 서너대의 기사들이 1인당 1만원씩의 성삼재행 호객을 마다하고 섬진강 교량위에 대기하고 있는 구례읍행 버스에 올라 10여분만에 구례읍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

가로등 깜박거리는 인적 없는 구례읍내 차도를 걸어 구례경찰서앞 24시나드리김밥집에 들어서 이른 새벽 아침을 하고 산행중간에 간식용으로 김밥 한줄씩을 배낭속에 챙긴다. 구례구역앞에서 성삼재행을 호객하던 기사가 쫓아와 다시 탑승을 권하지만 사양하고 버스터미널 대합실로 돌아온다. 택시기사가 네가이기냐 내가이기냐 두고보자는 식으로 터미널까지 쫓아오지만 냉정하게 물리친다. 구례구택시연합회에 미안하지만 경비를 줄이자니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성삼재행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아직도 시간 반이나 남아있다. 대합실 소파의자에 몸을 눕히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나서 0600발 성삼재행 버스에 오른다.

화엄사를 거친 버스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고도를 높이며 시암재를 오르고 40여분만에 해발 1070m의 성삼재에 올려놓는다. 택시로 4만원 거리를 짠돌이 기질을 발휘해 2만원에 해결한다.

스틱길이를 조절하고 본격적인 지리산종주를 위해 20120611 0650 첫걸음을 뛴다. 김준기, 손천수선생은 지리산 처녀종주가 된다. 같이 산행하기로 계획하였던 박점열선생님은 지독한 고뿔에 걸려 코풀 힘도 없다기에 부득이 멤버에서 빠지게 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넓은 등산로에 우리 일행 외에는 산행객이 보이지 않는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는 무넹기갈림길을 통과한다.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화엄사와 구례읍, 섬진강이 아침안개에 희뿌옇게 저 멀리 아래 내려다보인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해 버너를 지핀다. 커피향이 노고단고개에 퍼진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이정표가 25.5km를 알린다. 옅은 구름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산행을 도와준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장년의 사나이 2명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행하면서 산중의 적막함을 달랜다. 두 사람에게 산행일정을 알아보니 우리와 동일한 코스로 움직이게 됨을 확인한다. 그중 한명이 덩치가 만만치 않은 게 먹성께나 있어 보인다. 말을 계속 섞으며 친숙해지면 우리 배낭속에 비축해 놓은 오겹살 4근과 소주, 복분자 등이 덩치한테 축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취사할 때만큼은 덩치와 모른척하기로 우리끼리 몰래 약속을 한다.

산행속도를 맞추기 위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주행을 하는 준기형을 종주 내내 선도로 내세운다.

임걸령 샘터에서 수통을 채우고 반야봉으로 오르는 노루목 갈림길을 통과한다. 두사나이는 반야봉 정상을 밟아보겠다며 잠시 헤어지게 된다. 경남, 전남, 전북의 접경지점인 삼도봉에 올라선다. 삼도봉에서 551계단의 기나긴 목재계단을 내려서 뱀사골로 빠지는 화개재에 내려선다.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오르는 질긴 오름의 힘든 싸움이 시작된다. 반야봉에서 십이지간 방위상으로 묘방향이어서 토끼봉으로 이름이 붙여진 봉우리를 힘겹게 넘어서고 오른 만큼 지루하게 내려서고 다시 연하천대피소를 가리고 있는 명선봉과의 지루한 싸움을 시작한다.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힘을 써 오른다.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봉우리를 넘는다는 수차례의 본의 아닌 속임에 준기형이 이제는 돌아버리겠다고 한다.

실개천이 흐르는 연하천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이고 참이슬 수류탄 1개를 까서 주사를 맞는다. 반야봉을 오르고 도착한 두 사나이가 맥주를 꺼내들고 삼겹살을 지지고 볶는다. 챙겨온 먹거리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저녁 취사할 때 좀 친숙해질 필요성을 느낀다.

한국인 가이드가 인솔하는 70대의 대여섯명으로 구성된 일본인 노인 지리산종주대를 만난다. 대단한 인간승리의 일본인이다. 일행중 한명의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준기형이 챙겨온 다마내기 장아찌, 오이소박이 등을 시식하더니 “오이시! 오이시!”를 연발한다. 아마도 맛이 좋다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일본인 특유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무사히 종주를 마치라는 인사를 건네고 반대방향으로 헤어진다. 종주를 하는 도중 중국인의 목소리들도 들려온다. 지리산종주가 국제적인 관광상품으로 등록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 유숙할 벽소령대피소까지는 2시간 못 미치는 거리로 종착역이 그리 멀지 않았다.

심리적인 느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산행 끄트머리는 언제나 지루함을 안겨준다. 너덜길을 걸어서 9시간 만에 제1일차 종주 종착지인 벽소령대피소에 닿는다.

대피소 안마당 나무벤치 식탁에 취사도구를 펼치고 오늘의 정량인 오겹살 1.2kg을 지지고 이슬이 대형폭탄 1개와 소형수류탄 1개, 복분자를 터뜨린다. 시간이 무한정 흐른다. 함양 음정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의 노을에 취기어린 얼굴이 더욱 붉어질 때까지 주흥이 이어진다.

대피소에 마라톤주자들이 골인하듯이 70여명의 남녀고등학생들이 선착순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남 산청 단성면 호리에 있는 지리산고등학교로 매년 2박 3일간의 지리산종주를 필수과정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중고교에서 왕따가 성행하고 교권이 무시당하는 일이 빈번한 가운데 극기심을 길러주고, 정신교육의 일환도 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전교생이 130명으로 대학진학률 100%의 소수정예 학교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모두 맑고 밝은 표정으로 예의바르게 대한다. 이 학생들과 6명의 인솔선생과 중산리 종주를 마칠 때까지 동행하게 된다.

대피소관리실에서 지정받은 VIP 침상구석자리에 모포 8장을 깔고 덮고 9시 소등이 되어 잠을 청한다.

손선생이 얼마 지나지 않아 탱크를 굴리기 시작한다. 아까 올라갔던 토끼봉을 꿈속에서 다시 오르는지 힘겹게 오르기도 하고 어느 순간에는 시동이 한동안 꺼졌다가 다시 걸리기도 하고 내리막길을 부드럽게 내려갈 적도 있고 캐터필러 돌아가는 소리가 실내 공기를 진동한다. 리드미컬한 운전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얕은 수면에 빠져드는데 개스 뿜어대는 소리들이 침상을 부르르 진동시켜 놀라서 모포를 걷어차게 만든다.

아침에 모포를 개면서 준기, 용진선생이 눈을 흘기면서 나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손선생이 굴렸던 탱크가 내가 굴렸던 탱크였나보다 누구 코골이가 더 거창했냐고 확인하니 내 코골이가 수면무호흡도 가끔가다 하면서 훨씬 더 성능이 좋았다고 한다. 콧구멍이 빵꾸나지 않았냐? 코피 터지지 않았냐? 코가 닳지 않았냐? 면박이 보통이 아니다.

햇반을 덮혀 아침식사를 마치고 제2일차 종주를 준비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장터목대피소까지는 거리나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다. 중간에 세석대피소에서 휴식을 한껏 취하기로 한다. 아침 햇빛이 강렬하게 쏟아진다. 자외선차단크림으로 얼굴 전면에 떡이지지 않게 골고루 코팅하고 0650에 벽소령대피소를 떠난다.

봉우리를 넘어서 파이프에서 샘물이 넘처흐르는 선비샘 공터에 닿으니 단체 산행객열대여섯명이 샘터주변에 자리를 펼치고 바나를 지피고 음식냄새를 풍기며 취사를 한다. 외대두리회 산악회총무로서의 자격으로 김용진선생이 뭣들 하는 짓거리들이냐고 야단을 친다. 산행대장인 듯이 보이는 사람이 대표로 사과를 한다. 빨리 당장 때려치우지 못하겠냐고 큰소리 치고 떠난다. 사실 우리도 이곳에서 불법으로 양치질을 하려고 했었는데 세석대피소로 미룬다. 그 사람들은 설은 밥알이 목에 걸렸을 것이 뻔하다.

천왕봉을 훤히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연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백무동에서 중산리로 골짜기를 타고 구름이 빠른 속도로 흘러 넘어간다.

세석대피소를 품고 있는 영신봉에 올라 세석평전을 바라보니 기대했던 철쭉은 한발 늦어 이미 지고 자취가 없다.

세석평전에 옅은 햇빛이 내려쬐는 아늑한 산자락의 세석대피소에 3시간만에 짐을 풀고 샘터로 내려가 양치도 하고,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물을 받아 라면을 끓여 점심도 마치고 이슬 수류탄 1개도 까고, 여유있는 시간조절을 위해 대피소 거실에 들어가 등을 붙이고 두발 뻗고 오수를 즐기고자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거실바닥 한기에 등이 시려워 몸을 일으키고 1300에 세석대피소를 떠난다.

촛대봉을 올라가는데 중학교 여학생들이 무리지어 등반한다. 충남 청양에 있는 화성중학교에서 학교주관 단체로 40여명이 지리산 등반을 하는 중이란다. 무언가 해이해져가는 학생들의 정신자세를 새롭게 무장시켜 주는 프로그램으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다. 지리산의 품은 어머니의 품처럼 넓어서 모든 것을 감싸주고 번뇌를 털어준다. 이 아이들과도 같이 장터목대피소로 동행하게 된다.

세석대피소에서 바로 올라선 촛대봉 바위봉우리에서 얼마 멀지않은 천왕봉을 찾아 보나 구름에 쌓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카메라 밧데리도 수명을 다하여 김용진 선생의 카메라가 바톤을 이어받게 된다.

봉우리들을 돌고 돌아 장터목대피소를 숨기고 있는 연하봉으로 나간다. 구상나무 군락지가 지리산을 한층 멋들어지게 만든다. 산이 커서 곳곳에 고사목들이 나타나 오랜 세월의 풍상을 엿보게 한다. 지리산에 처음 입문한 손선생의 숲해설은 종주 내내 끊임없이 이어진다.

연하봉을 지나서 하이웨이 같은 등산로를 빠져나오니 넓은 장터마당을 갖춘 장터목대피소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세석대피소에서 시간조절을 해가며 1520에 장터마당을 밟는다. 지리산고등학생들과 화성중학생들이 뒤섞여 속속 들어오면서 장터목대피소의 테이프를 끊는다.

중산리 골짜기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을 피해 마당 한구석 후미진 곳에 자리를 깐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맞는 최후의 만찬이 된다. 남아있는 밑반찬과 오겹살, 술 등을 모두 풀어 장터마당에 한상 그득히 차린다. 중산리와 백무동 골짜기를 넘나드는 바람과 구름이 짙어지더니 산아래 멀리 백무동 골짜기에서 천둥번개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구름위의 산상만찬을 즐긴다. 술병도 바닥이 나고 오겹살도 떨어져간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맥주와 삼겹살을 볶아대던 두 사나이 생각이 나지만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이윽고 천둥번개소리가 계곡을 타고 가까이 올라오더니 후드득 비를 흩뿌리기 시작한다. 마침맞게 만찬자리를 정리하게 만든다.

천왕봉실 1층 침상을 배정받아 모포를 깔고 잠을 청한다. 2층 침상은 화성중학생들이 독차지한다.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에 숙면을 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피소의 풍경에 적응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9시 소등시간이 조금 지나 미닫이 출입문을 열고 왔다갔다하는 한사람의 취객이 잠 못 들게 만든다. 습기 머금은 스산한 바람이 몰려 들어온다. 외대두리산악회 총무 자격으로서 김용진선생이 “당신 왜 문을 열어놓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거요.” 취객이 방안이 쩌렁쩌렁한 소리에 깜짝 놀라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해서 그러는데 그냥 주무세요.”하는데 한번 더 “그런데 왜 문을 열어놓고 그러는 거요.” 한층 더 톤을 높여 일갈을 한다. 준기형이 “누군데 그래 누구야.” 하고 거드니 취객이 찍소리 못하고 모포속에 파고든다. 2층 아이들의 속삭이든 소리가 뚝 멈춘다. 코골던 사람들도 코골이가 싹 사그러든다. 김용진선생이 그날의 천왕봉실 짱이 된다.

옆자리의 새신랑 같은 젊은 사람한테 여기 탱크를 심하게 굴리는 두 사람이 있으니 알아서 먼저 자라고 경고한다. 아침에 일어나 비코골이파 준기형과 용진선생한테 면박받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차리고 코를 골지 않으려고 애쓰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옆자리의 코골이파 손선생과 코를 맞대고 탱크를 굴리면 하울링이 되어 실내의 공기를 공명시키는 시너지효과가 되어 여러 사람 잠 못 들게 죽일 것 같다.

해우소를 다녀오는 용진선생이 비가 쏟아 붓는다고 한다. 자정쯤의 시간이다. 장터목 침상에 드러누워 긴 밤 잠 못 이루며 내일 천왕봉의 일출을 볼 수 있을지 깊은 시름에 잠겨든다. 해우소를 다녀온 준기형이 하늘에 초승달이 훤히 비춘다고 한다. 새벽 3시쯤이다. 밖에 나가보니 과연 초승달이 환하다. 장터목대피소 실내의 전광판이 섭씨 9°를 알리고, 습도는 100%를 표시한다.

지리산종주 마지막 날 제3일차 종주를 위해 배낭을 꾸리고 천왕봉 오를 채비를 한다. 아침은 천왕봉 일출을 맞고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로타리대피소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새벽 4시 가까이 되어서 천왕봉 등정을 시작한다. 캄캄한 밤에 초승달빛과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길을 찾는다. 제석봉 평전의 고사목 군락이 검은 형체로 윤곽을 드러낸다. 초승달이 구름사이를 비집고 가끔 모습을 비친다. 아무래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온전한 일출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은 기온도 고도에 비해 그리 쌀쌀하지 않고 바람도 잔잔하지만 천왕봉 정상의 기상은 변화무쌍하여 언제 바람이 몰아치고 구름이 머리를 덮을지 모르기 때문에 일출시간 0513에 맞춰서 정상에 서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 가며 오른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 바위구멍을 통과하고 나서 가파른 바위지대의 경사를 기어 오른다.

05시 조금 못 미쳐 천왕봉 정상에 선다. 등산객 20여명 쯤이 일출을 맞기 위해 해 떠오르는 한 방향을 향해 쭈그리고 앉아서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응시하지만 높은 뭉게구름이 일출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 같다. 일출시간을 넘겨 끝내는 일출을 맞이하지 못하고 천왕봉 정상을 내려선다.

정상 바로 밑 천왕샘을 지나치는데 정상에서 “와”하는 함성소리가 울려 퍼진다. 동녘을 보니 구름위로 해가 떠오른다. 일출시간 05시 13분을 지나 05시 30분에 2012년 6월 13일의 해를 맞는다. 그래서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두 번째로 맞이하는 순간이다.

천왕봉 일출쇼도 끝내고 로타리대피소를 향한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천년고찰 법계사 일주문을 바로 지나 샘물이 넘쳐흐르는 돌다라를 세수대야 삼아 단장을 한다. 법계사와 나란히 하고 있는 로타리대피소에서 라면 취사를 하여 아침을 끝내니 지리산고등학생들이 줄지어 로타리대피소로 들어온다. 학생들에게 남은 김치를 건네주니 입들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로타리대피소부터 급경사길을 타고 내려오는데 숲속이 연무로 자욱해 습기가 가득해진다. 나만 빼놓고 전부 미끄럼을 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다. 닳고 닳은 중고타이어라고 핀잔을 주던 용진선생이 무색해 진다. 망바위를 지나고 계곡물이 합류하는 출렁철다리를 지나 칼바위를 지나면서 0910에 지리산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지리산종주를 마감한다.

준기형과 손선생한테는 지리산종주의 머리를 얹어주는 처녀종주로 의미가 깊었을 것이다. 한 사람도 탈 없이 준수하게 종주를 마쳤다. 날씨도 최상의 조건이었고 산장에서의 취사와 만찬도 환상이었다. 천왕샘에서 천왕봉의 일출도 가름했다고 본다. 2012년의 여름 지리산종주는 이렇게 해서 매듭을 짓는다.

중산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15분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내려와 원지시외버스터미널까지 표를 끊어놓고 출발시간까지 20여분 간의 남은 시간은 캔맥주로 편의점앞 쉼터에서 보내고 난 뒤 50분간 산청 산길도로를 달려 11시 조금 못 미쳐 원지에 도착한다.

서울남부고속버스터미널행 우등고속버스 출발시간을 2시간 정도 여유있게 12시 50분으로 티켓을 끊어놓고 지리산종주의 하이라이트인 뒷풀이를 위해 원지읍내 거리를 헤맨다. 준기형이 추어탕집에 눈독을 들이지만 용진선생이 총무자격으로 곰탕과 수육을 겸하는 식당으로 정한다.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준기형의 눈치를 보면서 얼른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2칸 정도 줄어들었던 허리띠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된다.

3시간 10분간의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된다. 이제 서울도 도착했거니와 진짜 마지막 뒤풀이로 켄터키후라이드치킨에 생맥주 피처가 온통 머릿속을 채운다. 호프집을 찾아보지만 오픈시간이 되지 않아서 문이 잠겨있다. 허탈하다. 결국은 도로변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오징어포로 벌레 씹은 표정이 된다. 2박 3일간의 지리산종주 뒷풀이가 초라하게 길거리에서 해단식을 갖고 헤어지게 된다. 이번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내년 지리산종주에는 뒷풀이장소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일정표를 짜게 될 것 같다.

2박 3일간의 지리산종주 일정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뜻을 같이하고 행동을 같이하고 서로 배려하는 자세로 서로 도와주면서 무사히 종주를 마치게 된 것에 대해 일행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이러한 소모임의 활동이 두리회에서의 어울림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들의 아름다운 모임을 만들어가는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용산역에서 구례구행 열차 출발을 기다리며 

구례구행 열차내에서

구례구에 도착

성삼재에서 지리산종주를 시작하며

노고단대피소에서의 커피 한 잔

노고단고개에서

임걸령 샘터에서

경남, 전남, 전북 접경지점인 삼도봉

뱀사골로 내려가는 화개재

지루한 오르막의 토끼봉을 넘으며

실개천이 흐르는 연하천대피소에서

달이 밝은 장소인 벽소령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 안마당에서의 저녁만찬

벽소령대피소의 저녁 풍경

함양 음정으로 넘어가는 벽소령의 저녁놀

벽소령에서 보내는 편지와 야생화

벽소령의 일출

벽소령의 아침 취사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의 천왕봉 전망대

세석대피소로 넘어가는 영신봉

세석대피소

장터목대피소

장터목대피소 마당에서의 저녁 만찬

천왕봉 정상에서

천왕봉 정상 밑의 천왕샘

천왕봉 정상 일출시간 보다 20분 늦은 천왕샘의 일출

개선문 통과

로타리대피소에서의 라면 아침

해발 1500m 지점의 지리산 법계사

칼바위

지리산 하산을 마치고 중산리 야영장에서

지리산 중산리탐방지원센터

중산리 시외버스터미널

원지읍내 식당에서 뒷풀이

원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해 길거리 뒷풀이

[코알라^^ (박점열)]

사진 잘 보았습니다, 부러울 뿐입니다.

[靑田 허참/허만정]

알프스 등반팀 모습과 진배없습니다. 너무 멋집니다. 수면중 특수한 소리를 심하게 내는 분들을 위해 특수방음장치된 독방을 몇개 만들어야 겠습니다. 국립공원 관리부서에 적극 건의해 보시지요.

[學而/이병학]

텐트치고 노숙 하는게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일환]

세월지나면 남는것은 사진뿐.. 좋은추억을 만들게한 리더 이병학선생에게 다른멤버들은 작은 선물이라도 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