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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2지신 오디션!(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2)
글쓴이 / 김동석
그림 /
시작일 : 2019년 5월 10일
010-7334-4874
1차 수정일 / 2019년 6월 4일/2차 수정일 / 2019년 8월 4일
3차 수정일 / 2019년 8월 24일/4차 수정일 / 2019년 9월 9일
5차 수정일 / 2020년 3월 2일/6차 수정일 / 2020년 5월 29일
7차 수정일 / 2020년 5월 31일
등장인물
인물 / 첼로 켜는 코끼리 마린, 외줄 타는 불갑산 호랑이,
솜사탕 파는 원숭이 말랑코, 유령 코코로, 뉴 12지신.
사건 / 새로 뽑는 12지신, 유령과 함께 첼로를 켜는 코끼리
배경 / 루브르 박물관 광장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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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요즘 어린이들은 12지신 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없다. 또 관심도 없다. 그래서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으로 시작한 동화다.
쥐(자), 소(축), 호랑이(인), 토끼(묘), 용(진), 뱀(사), 말(오), 양(미), 원숭이(신), 닭(유), 개(술), 돼지(해) 등 지금까지 12지신의 동물들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동물들이 문제가 있어서 이 동화를 쓰는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시대가 변하면서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발상에서 이 동화는 시작되었다. 24절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12지신을 24절기에 맞게 24지신으로 확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24절기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려고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 간격으로 24개의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로 나타내고 있다. 각 절기에 기후를 나타내는 이름을 하나씩 붙인 것이 바로 24절기이다.
봄에는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가 있다.
여름에는 입하(立夏), 소만(小滿), 망종(芒種), 하지(夏至), 소서(小暑), 대서(大暑)가 있다.
가을에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한로(寒露), 상강(霜降)이 있다.
겨울에는 입동(立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이 있다.
24절기는 중국의 계절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또한 날짜가 경도에 따라 변하므로 매년 양력은 같지만 음력은 달라진다. 음력 날짜가 계절과 차이가 많이 날 때는 윤달을 넣어 계절과 맞게 조정한다. 그 외에도 한식·단오·삼복·추석 등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절기이다.
하늘을 본지가 오래되었고 특히 밤하늘에 자리한 별자리를 찾아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동물 오디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기대된다.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동화가 되었으면 한다.
차례
머리말
1. 동물들의 오디션이 시작되다
2. 지혜로운 쥐를 능가할 동물
3. 고집 센 황소를 대신할 동물
4. 숲속의 제왕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
5. 순한 토끼를 대신할 동물
6. 하늘을 지배하는 용을 대신할 동물
7. 주리를 틀고 있는 뱀을 대신할 동물
8. 가장 빠른 말을 대신할 동물
9. 고기와 털을 제공하는 양을 대신할 동물
10. 재주 많은 원숭이를 대신할 동물
11. 새벽을 알리는 닭을 대신할 동물
12.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개를 대신할 동물
13.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돼지를 대신할 동물
14. 어린이들에게 꿈을 선물할 미래의 12지신 동물
후기
1. 동물들의 오디션이 시작되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는 오늘부터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동물 오디션을 본다. 2030년 후부터는 새로운 과학 기술이 적용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12지신 동물에 대해서도 새롭게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에 새롭게 뽑는 12지신에 지원한 동물 대표들이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을 세계에 생중계 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새롭게 펼쳐질 미래의 12지신 동물을 뽑을 예정이다.
아침 일찍부터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 앞에는 세계에서 온 많은 어린이들이 줄을 서서 동물들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쇼가 시작되었다. 공연장은 전석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도 입장했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쟌이 진행한〈대왕 거미 잭슨과 전갈〉쇼가 가장 인기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첼로를 연주하는 코끼리 마린과 비올라를 연주하는 유령 코코로가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다.
오디션 무대에는 벌써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첼로와 비올라 연주를 시작했다.
어린 코끼리 마린이 파리에 온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인도 뉴델리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 살던 코끼리 마린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에서 일하는 동물 훈련사 모니가 데리고 왔다.
모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첼로를 전공했다. 동물을 사랑한 모니는 세계 곳곳에 있는 동물원을 찾아다니며 동물들에게 첼로 연주를 해주며 살았다.
2년 전, 모니가 인도에서 동물들에게 첼로 연주를 해주고 난 뒤 커피를 마시면서 쉬고 있었다. 그런데 동물원에 있던 새끼 코끼리 마린이 모니의 첼로를 들고 가더니 연주하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코끼리가 첼로를 연주하다니.”
모니는 이 광경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그 뒤로 모니는 어린 코끼리 마린을 파리로 데리고 와서 첼로를 가르쳤다.
..
모니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쇼에 코끼리 마린과 참가한 뒤로 많은 동물들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훈련을 시키기 시작했다.
관객들에게 솜사탕을 파는 원숭이 말랑코도 모니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원숭이 말랑코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외줄타기 하다 팔목을 다쳐서 지금은 쉬고 있다.
코끼리 마린이 모니와 함께 무대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데 유령 코코로가 나타났다.
“저도 연주하고 싶어요.”
유령 코코로가 코끼리 마린과 모니를 보고 말했다.
“깜짝이야! 세상에! 유령이 살다니?”
모니는 깜짝 놀랐다.
“저도 마린처럼 어린이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어요.”
유령 코코로가 모니에게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연주할 수 있겠어?”
모니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유령 코코로에게 물었다.
“네. 마린처럼 저도 열심히 연습하면 연주할 수 있어요.”
“어린이들이 유령을 보면 무서워할 텐데?”
모니는 어린이들이 걱정되었다.
“저는 어른들과 동물들에게만 보이는 유령입니다. 이 무대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2년이나 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하구나.”
유령 코코로는 정말 어른들에게만 보였다. 다행이 어린이들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악기를 연주하고 싶어?”
“저는 비올라가 좋아요.”
유령 코코로는 무거운 첼로보다는 가벼운 비올라가 좋았다.
“좋아. 한 번 연주해보자.”
모니는 무대를 내려가더니 창고에서 비올라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 유령 코코로에게 활과 비올라를 주었다.
“어깨에 살며시 얹고 활로 천천히 연주를 해봐.”
모니는 연주하는 흉내를 내면서 유령 코코로에게 말했다.
“네.”
유령 코코로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다른 동물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연주는 어렵지 않았다.
유령 코코로는 몽쉘미셀에서 왔다. 몽쉘미셀에 여행 온 사람들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진행하는 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파리에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 뒤에 숨어 지내면서 공연을 봤다.
“연주를 잘하는구나!”
모니는 유령 코코로가 연주하는 실력에 놀랐다. 비올라를 들고 천사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며 연주하는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좋아! 무대에서 연주해.”
모니는 어린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믿었다. 그리고 연주 실력이 훌륭한 유령 코코로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을 허락했다. 모니의 허락을 받은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이렇게 한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었다.
..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첼로와 비올라 연주를 어린이들이 좋아했다. 유령 코코로의 비올라 연주는 코끼리 마린의 첼로 연주를 더 아름답고 감미롭게 해주었다.
“비올라다!”
“맞아. 이건 비올라 소리야. 어떻게 첼로를 연주하는 데 비올라 소리도 같이 날까?”
비올라 연주하는 유령 코코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신기했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는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모니는 어린이들에게 유령 코코로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 뒤로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 코너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다니 정말 멋지다!”
코끼리 마린은 유령 코코로가 비올라를 연주하며 춤추는 것을 보면 정말 신났다. 그래서 코끼리 마린도 첼로 연주를 더 신나게 할 수 있었다.
“코코로. 넌 정말 춤을 잘 추는구나!”
“고마워. 마린.”
오늘도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오른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는 바흐의〈무반주 첼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코끼리 마린의 코는 활을 잡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첼로를 연주했다.
“어쩌면 저렇게 연주를 잘할까?”
“코가 길어서 그럴 거야.”
“나도 코가 길면 좋겠다.”
“그럼. 거짓말을 많이 해봐.”
“왜?”
“피노키오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코가 길어졌잖아. 아마도 마린보다 코가 더 길어지지 않을까?”
“그건 동화니까 그렇지.”
연주를 들으면서 관객석에 두 친구는 소곤거렸다.
“조용!”
앞에 앉은 어린이가 뒤를 돌아보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속삭였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가 끝나자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오늘 사회자는 쟌이었다.
“어린이 여러분! 안녕하세요.”
쟌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했다.
“네!”
많은 어린이들이 쟌을 보고 박수를 쳤다.
“그동안 <대왕 거미 잭슨과 전갈>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쟌! 사랑해요.”
그동안 쟌은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쟌은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는 것도 또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지금도 쟌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쟌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 지금부터 새로운 12지신 동물을 뽑은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와!”
“오늘 심사위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떤 동물이 심사위원이 될지 어린이들은 궁금했다.
“첫 번째 심사위원은 봉황입니다.”
“와! 우리가 봉황을 볼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아.”
“꼬리가 너무 아름답다.”
봉황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저곳에서 사진 찍는 소리가 요란했다.
“다음은 모두 놀라울 심사위원이 참석했습니다.”
“어떤 동물인가요?”
공연장 이곳저곳에서 많은 어린이들이 외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두 번째 심사위원은 이집트에서 온 스핑크스입니다.”
“와! 와! 와!”
스핑크스가 심사위원 자리로 걸어 나오자 모든 어린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스핑크스가 왔지?”
“정말!”
텔레비전과 유튜버들의 중계를 보고 있던 어린이들도 믿을 수 없었다.
“스핑크스라니 믿을 수 없어!”
“여러분! 조용. 조용히 해주세요.”
하지만 스핑크스의 등장에 놀란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쟌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소리쳤다.
“여러분! 다음에 나오는 심사위원도 있습니다. 더 놀랄지 모릅니다.”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쟌은 다시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마지막 심사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누구예요?”
어린이들이 더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모두 놀랄 준비되었나요?”
“네!”
이곳저곳에서 어린이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쟌은 두 손으로 마이크를 움켜잡더니
“모두 심호흡을 한 번 할까요?”
흥분한 어린이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네!”
쟌은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어린이들에게 크게 심호흡을 시켰다.
“한 번 더! 더 크게 심호흡을 해봐요?”
“네!”
모든 어린이들이 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마지막 심사위원을 말해주세요?”
쟌은 마지막 심사위원 봉투를 열어보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입안에 침이 마르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여러분!”
쟌의 목소리는 작았다.
“안 들려요?”
어린이들이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마지막 심사위원은 바로 켄타우로스입니다.”
켄타우로스는 허리까지 인간이고 그 밑으로는 말의 몸을 하고 있다.
“와!”
공연장이 무너질 듯 어린이들의 함성은 컸다. 루브르 박물관 광장을 지나던 많은 관광객들도 서커스 공연장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랐다.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는 계속되었다.
어린이들의 놀란 가슴을 안정시켜주기 위해서 무대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다시 등장했다.
“여러분! 마린과 코코로의 연주를 듣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뒤 쟌은 무대에서 내려갔다.
무대에 오른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차이콥스키의 <멜로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쇼팽의 <첼로 소나타>를 끝으로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멋진 연주를 한 마린과 코코로에게 큰 박수를 부탁합니다.”
어린이들이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여러분. 심사위원들을 보고 놀랐죠?”
“네!”
“또 한 번 놀랄 일이 있습니다.”
“뭔데요?”
“그것은 바로 공정한 심사를 하는지 심사위원을 지켜볼 분입니다.”
“와! 누군데요?”
쟌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여러분! 놀랄 준비가 되었나요?”
“네!”
지금까지 심사위원들을 보고 놀란 어린이들에게 또 놀라게 할 심사위원장은 누굴까?
“이 분은 오늘 오디션에 참가한 동물들을 심사하지 않습니다.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심사합니다.”
“누군데요?”
쟌은 소리치는 어린이들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여러분. 오늘 심사위원장은 바로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입니다.”
“와!”
케르베로스는 지옥문의 문지기로 머리가 셋 달린 큰 개다. 이 개의 임무는 지옥문을 지키면서 산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죽은 자는 나가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너무 무섭다!”
케르베로스가 심사위원장 자리로 걸어오는 것을 본 어린이들이 무서운지 갑자기 공연장이 조용해졌다.
“지옥문은 누가 지키지?”
한 어린이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맞아. 지옥문을 탈출하는 사람이 있겠다.”
케르베로스가 의자에 앉자
“여러분. 지옥문은 케르베로스가 이곳에 오면서 자물쇠로 잠그고 왔다고 합니다.”
쟌의 설명에도 어린이들은 모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곧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올 어린이들은 빨리 다녀오기 바랍니다.”
하고 말한 뒤 쟌은 무대를 내려갔다.
2. 지혜로운 쥐를 능가할 동물
보케리니의 <첼로 협주곡 9번 안단테>.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를 들으면서 첫 번째로 오디션 볼 동물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쥐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다고 신청한 동물은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였다.
쥐에 대한 전설은 많다. 쥐는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기도 했지만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신약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어린이도 있다. 어린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미키 마우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봉황, 스핑크스, 켄타우로스 심사위원 앞에 나온 동물들은 모두 멋진 옷을 입고 있었다. 고양이는 목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검정 옷을 입었다. 두더지는 빨간 모자를 쓰고 노란 장화를 신었다. 족제비는 하얀 장갑을 끼고 빨간 조끼와 파란 바지를 입고 나왔다.
“고양이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어요?”
봉황이 고양이에게 물었다.
“저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를 열심히 잡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이 집에서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 인기 1위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쥐를 대신할 동물은 바로 고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는 심사위원 석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사람들은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스핑크스가 고양이에게 물었다.
“지금까지는 개가 고양이보다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개는 시끄럽고 사람들을 물기도 해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고양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당당하게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많은 고양이들이 반려동물이 되면 들판에 있는 쥐들은 누가 잡아야 하죠?”
켄타우로스가 고양이에게 물었다.
“저기 앉아 있는 족제비가 잡아야 합니다.”
고양이가 족제비를 쳐다보면서 말하자
“호호호!”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에 앉아있던 많은 어린이들이 웃었다.
고양이는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고양이는 집에서 시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똥이나 오줌을 싸도 잘 보이지 않게 모래로 숨깁니다. 그리고 혼자서도 잘 놀기도 합니다.”
“어떤 고양이가 비싼 달 항아리 도자기를 깼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스핑크스는 가지고 온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건 나쁜 고양이가 한 짓입니다.”
“나쁜 고양이도 있어요?”
“나쁜 고양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으면 나쁜 고양이들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달 항아리를 깬 고양이는 나쁜 고양이라는 건가요?”
켄타우로스가 고양이에게 다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봉황은 고양이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 두더지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농부들이 두더지를 싫어하는 이유를 알고 있죠?”
“네.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땅을 파고 다니니까 싫어합니다.”
“땅을 파고 다니면 재미있어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땅 밖으로 나와서 살 생각은 없어요?”
“독수리나 족제비들이 무서워서 땅 속에서 사는 게 더 좋습니다.”
두더지는 옆에 있는 고양이와 족제비를 번갈아 보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12지신은 왜 하고 싶은 가요?”
켄타우로스가 두더지를 보고 물었다.
“쥐가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두더지도 충분히 12지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더지는 큰 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세요.”
두더지가 자리에 앉아 족제비가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12지신이 되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스핑크스가 족제비에게 물었다.
“저는 우선 이렇게 멋진 몸매와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쥐와 두더지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족제비를 좋아할까요?”
“수입하는 반려동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족제비는 농부들이 키우는 오리나 닭도 잡아먹잖아요?”
봉황이 족제비에게 말했다.
“그건 배고파서 잡아먹었습니다.”
“그럼 사람들과 살면서 배고프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네요?”
켄타우로스가 족제비에게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에게 사료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양이나 두더지보다 쥐를 대신할 12지신으로 족제비가 꼭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봉황이 족제비에게 물었다. 족제비는 한 참 망설이더니
“미래에는 족제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반드시 쥐를 대신할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충분히 들었습니다.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봉황이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를 보면서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고양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고양이들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며 살아갈 고양이를 이번에 반드시 12지신으로 뽑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양이가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두더지와 족제비는 더 할 말이 없었다.
무대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나와서 연주를 시작했다.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을 가득 채워갔다.
“여러분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쟌이 무대에 올라오더니 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12지신의 쥐를 대신할 미래의 동물에 대해서 투표가 시작되었다.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 중에서 쥐를 대신할 동물을 한 마리 선택하면 된다.
“여러분이 선택한 투표 결과는 잠시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쟌은 이렇게 말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진행했다. 심사위원장인 케르베로스를 중심으로 앉아서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고양이 같습니다. 쥐를 대신하여 고양이를 추천합니다.”
봉황이 말했다.
“하지만 족제비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래에는 고양이보다 족제비를 더 많이 키울 수 있습니다.”
켄타우로스는 족제비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
“스핑크스 생각은 어떠신가?”
케르베르스가 말이 없는 스핑크스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12지신으로 활동한 동물에 대해서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꼭 바꿔야 한다면 고양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양이는 우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 보니 고양이가 되어야겠군요. 쥐를 대신할 12지신으로 고양이가 제일 유리한 것 같습니다.”
하고 말한 케르베르스는 심사위원 회의를 마쳤다.
3. 고집 센 황소를 대신할 동물
화장실을 다녀온 어린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무대 조명이 켜졌다. 무대에는 불갑산 호랑이가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에 맞춰 외줄타기를 시작했다.
“호랑이가 외줄을 타다니!”
어린이들은 원숭이가 외줄 타는 것은 많이 봤지만 호랑이가 외줄 타는 것은 처음 봤다.
“떨어지겠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을 추스르는 불갑산 호랑이를 보고 어린이들이 소리쳤다.
“휴! 다행이다.”
불갑산 호랑이는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줄을 탔다.
무대의 조명이 서서히 꺼지면서 불갑산 호랑이 외줄타기 묘기는 끝났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봉황, 스핑크스, 켄타우로스가 입장했다. 마지막으로 케르베르스 심사위원이 자리에 앉으면서 황소를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와! 낙타다.”
“코뿔소다!”
“새끼 하마다!”
황소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후보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이 소리쳤다.
황소를 대신할 동물로 사하라 사막에서 온 낙타는 검정 바지와 노란 조끼를 입고 올라왔다. 코뿔소는 빨강 장화를 신고 허리에 두꺼운 벨트를 하고 있었다. 새끼 하마는 파란 운동화를 신고 하얀 바지를 입고 나왔다.
“황소를 대신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봉황은 먼저 코뿔소에게 물었다.
“우선 소보다 코뿔소가 힘이 세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살아갑니다.”
“힘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황소는 농부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잖아요?”
켄타우로스가 코뿔소에게 물었다.
“코뿔소도 농부들이 훈련시키면 힘이 세기 때문에 일을 잘 할 겁니다.”
코뿔소도 심사위원들을 보고 당당하게 말했다.
“소를 대신해서 농부들을 도와 줄 수 있는 일 말고도 또 있습니다. 소는 어린이들을 등에 태워주기도 하고 물레방아를 돌리는 일도 합니다. 코뿔소도 어린이들을 등에 태워줄 수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코뿔소에게 물었다.
“맞아. 소들은 사람들을 등에 태워주기도 하잖아!”
“코뿔소는 무서워서 등에 탈 수가 없을 거야.”
어린이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을 등에 태우는 일을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무섭지 않도록 항상 웃는 얼굴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힘자랑만 한 코뿔소 인터뷰가 끝나고 다음은 어린 하마 차례가 되었다.
“엄마는 어디 있어요?”
봉황이 어린 하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지난여름에 강에서 악어에게 잡아먹혔습니다.”
새끼 하마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혼자서 살아왔어요?”
“어른 하마들을 따라다니면서 살았습니다.”
“어른 하마가 괴롭히지는 않았어요?”
“네.”
어린 하마는 어른 하마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하지만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이번 오디션은 어떻게 알고 왔어요?”
스핑크스가 어린 하마에게 물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12지신 동물 오디션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스핑크스가 어린 하마에게 다시 물었다.
“저는 저글링을 잘 합니다.”
어린 하마는 들판에서 돌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면서 놀았다. 친구들이 바보 같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빨리 저글링을 하려고 노력했다.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어린 하마는 공연장 직원이 가져다 준 사과를 받아들고 저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저글링 인 애플.”
하고 말하면서 사과 세 개를 공중으로 잘 던지면서 저글링을 했다. 한 참을 하더니 저글링 하던 사과를 하나씩 먹으면서 마무리 했다.
“하하하!”
사과 먹는 모습을 보던 어린이들이 크게 웃었다. 심사위원들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하마가 소를 대신해서 12지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하고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어린 하마가 대답하자
“하하하!”
하고 객석에 앉아있던 어린이들이 또 웃었다. 심사위원들도 웃었다.
이번에는 사하라 사막에서 온 낙타에게 질문을 했다. 목에는 파란 스카프를 하고 손에는 빨간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하얀 조키와 노란 바지도 입고 있었다.
“낙타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낙타에게 물었다.
“낙타는 사람들이 살기 싫어하는 사막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이 없어도 가장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사막에서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인가요?”
스핑크스는 다시 낙타에게 물었다.
“밤이 되면 아름다운 밤하늘을 혼자서 본다는 게 가장 힘든 일입니다.”
“밤에는 잠을 자지 않나요?”
“아름다운 밤하늘을 두고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밤새 별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듣다보면 새벽이 오는 날도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여행 온 사람들도 사막에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낙타는 정말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막의 밤하늘을 보기 위해서 많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이 아름답구나!”
“난 밤하늘을 본 적이 없어?”
“나도.”
이곳저곳에서 어린이들이 속삭였다.
“사막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켄타우로스가 낙타에게 물었다.
“사막은 미래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미래는 우주시대입니다. 우주시대에 사람들이 살아갈 곳은 바로 땅이 아닌 하늘의 공간 어딘가에 집을 짓고 살아가게 될 겁니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 하늘이나 우주 공간에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사막의 하늘에 집을 짓고 살게 될 겁니다. 사막은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입니다.”
낙타는 할 말이 많았다. 사막에서 낮에는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함께 누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달리기 시합도 했다.
“파리에서 오디션이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
봉황이 낙타에게 물었다.
“사하라 사막에 전갈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전갈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장이 이곳에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회를 보고 있는 쟌이 사하라 사막에 왔을 때 제가 사막을 여행하는 데 도움을 준 낙타입니다.”
“와! <대왕거미 잭슨과 전갈>에 나온 주인공 전갈을 아는 낙타라니 믿을 수 없다.”
“그럼. 지금도 그 때 전갈은 살아있다는 거야?”
“그런가 봐!”
어린이들은 지난번에 사막으로 살려 보낸 전갈이 생각났다.
“사막에서 살고 있는 전갈이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사막에 놀려오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대왕거미 잭슨과 싸우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사막으로 돌아온 전갈 이야기를 낙타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들려주었다.
“믿을 수 없다. 대왕거미 잭슨과 싸우던 전갈이 잘 살고 있다니.”
쟌은 오디션이 시작되기 전에 사하라에서 온 낙타를 만났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황소를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끝났다. 낙타, 어린 하마, 코뿔소 중에서 누가 황소를 대신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분! 투표할 동물을 결정했어요?”
쟌이 무대에 올라오더니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네!”
하고 많은 어린이들이 대답했다.
..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시작했다.
“누가 되어야 할까요?”
케르베로스가 심사위원들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이미 결정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다른 심사위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맞아요. 낙타가 전 세계의 어린이들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막은 미래의 희망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낙타는 어떤 동물보다도 미래에 필요한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켄타우로스도 낙타가 선정될 것을 예측했다.
“여러분의 의견이 어린이들의 의견과 동일하게 나오는 지는 두고 봅시다. 수고했습니다.”
케르베로스도 낙타에 대한 가치를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심사위원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마이크를 잡고 손에 든 작은 종이봉투를 열었다.
“여러분! 쥐를 대신할 동물은 누굴까요?”
“고양이!”
“두더지!”
“족제비!”
어린이들이 크게 외쳤다.
“여러분! 쥐를 대신할 동물은 바로 고양이입니다.”
“와!”
고양이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첫 번째 동물인 쥐를 대신할 12지신으로 선정되었다.
“아깝다. 족제비가 되어야 하는데.”
족제비를 투표한 어린이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 오늘 오디션에 참가한 두더지와 족제비에게도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앉아있던 두더지와 족제비가 일어나서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미래에 새로운 12지신으로 첫 번째 고양이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들판의 쥐들은 불만이 없었다.
어린이들도 모두 좋아했다. 고양이가 뽑힌 뉴스가 세계의 방송국과 유튜버들을 통해서 전송되었다.
4. 숲속의 제왕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
무대 위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다시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이었다.
“나도 첼로를 배우고 싶다.”
연주를 듣던 한 어린이가 말했다.
“첼로는 마음에 평화를 주는 것 같아.”
“맞아.”
다음 곡이 연주되자 불갑산 호랑이가 부채를 들고 나와 외줄타기를 시작했다. 외줄타기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데 불갑산 호랑이는 잘 탔다.
연주를 마친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무대를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불갑산 호랑이도 무대에서 내려가자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올라왔다.
“여러분! 재미있었어요.”
“네!”
“곧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여러분도 어떤 동물이 호랑이를 대신해서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하는 지 선택해 보세요.”
“네!”
“황소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선정된 동물을 발표하겠습니다.”
쟌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열었다.
“와! 누가 될까?”
“낙타가 될 거야.”
“아니야. 코뿔소가 될 거야.”
많은 어린이들은 자신이 투표한 동물이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쟌은 마이크를 들고
“황소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은 바로 낙타입니다.”
“와! 낙타가 되었다.”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황소를 대신해서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낙타를 선정했다. 낙타는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압도적인 표를 얻었다.
어린 하마가 울자 낙타는 꼭 안아주며 위로했다. 어린이들도 어린 하마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낙타는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면 대왕거미 잭슨과 싸웠던 전갈에게 할 이야기가 생겼다.
“여러분! 지금부터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말한 뒤 쟌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빨간 모자를 쓰고 검정 고무신을 신은 사자가 자리에 앉았다. 그 뒤로 노란 넥타이와 긴 코에 하얀 토시를 한 코끼리가 올라왔다.
“코끼리 패션이 멋지다!”
“정말!”
어린이들이 코끼리를 보고 소곤거렸다.
마지막으로 노란 골프용 모자를 쓰고 우산을 든 하이에나가 올라왔다.
그 뒤로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이 무대에 올라와 자리에 앉고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요?”
봉황은 사자에게 물었다.
“저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들판의 동물 등에 올라타는 것을 잘 합니다. 또 물구나무서서 걷는 것도 잘합니다.”
“날카로운 발톱을 보여 줄 수 있나요?”
스핑크스가 말하자
“날카로운 발톱을 보여주면 어린이들이 무서워 할 텐데요?”
“괜찮아요.”
스핑크스의 말을 듣고 사자는 숨겨둔 발톱을 길게 내밀었다.
“발톱이 저렇게나 크다니!”
“정말 무섭다.”
날카로운 사자 발톱을 본 어린이들은 무서웠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사자 발톱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잡아먹은 동물 중에서 어떤 고기가 제일 맛있었어요?”
켄타우로스가 사자에게 물었다.
“사슴과 멧돼지 고기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사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무섭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에 들어온 어린이들은 사자가 무서웠다.
“앞으로 먹을 게 없으면 사람도 잡아먹을 건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들판에서 동물을 잡아먹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일주일을 넘게 배고픔에 시달린 적도 있습니다.”
사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코끼리가 호랑이를 대신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사자나 호랑이가 숲을 지키지 않으면 아마도 생태계 파괴는 더 빨라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12지신 상으로 호랑이가 존재할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코끼리는 심사위원들을 번갈아 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봉황이 코끼리에게 물었다.
“우선 긴 코를 이용해서 과일을 딸 수 있습니다. 농촌에 일꾼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발로 서서 긴 코를 이용하면 높이 있는 과일도 쉽게 딸 수 있습니다. 또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코끼리는 자신의 장점을 자세히 심사위원들에게 말했다.
“또 인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코끼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이겨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들이 교육만 잘 시킨다면 동물만 잡아먹고 잠만 자는 호랑이보다 더 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 이야기를 듣던 불갑산 호랑이는 무대 아래서 앉아있으면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숲에 호랑이가 없으면 농부들이 열심히 가꾼 식량을 멧돼지나 노루들이 와서 먹고 가는 것도 모르는 군. 그리고 나도 인간의 훈련을 통해 이렇게 외줄타기 공연을 하는 데.”
혼잣말을 하면서 불갑산 호랑이는 코끼리가 하는 말에 모두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호랑이가 멸종되면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더 많이 생길 텐데.”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코끼리 오디션은 끝났다.
“하이에나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저는 숲에 사는 동물을 공격하거나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주로 사자나 표범이 잡은 고기를 빼앗아 먹습니다. 그런 점에서 숲속에 적이 없기 때문에 하이에나가 호랑이를 대신해서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동물이 온 힘을 다해서 잡은 고기를 빼앗아 먹는 것은 나쁜 행동이 아닌가요?”
켄타우로스가 하이에나에게 물었다.
“빼앗은 게 아니고 나눠 먹자고 한 행동입니다.”
“사자나 호랑이에게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할까요?”
스핑스크가 다시 물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이에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무엇인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랑이를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끝났다. 그리고 무대에는 초대받은 독수리 5형제 공연이 시작되었다.
독수리 5형제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숲속 어디든 초청하면 찾아가서 공연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태계가 파괴된 아마존 정글에 들어가 동물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하고 왔다.
인간 중심주의가 가져온 생태계 파괴는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독수리 5형제 공연이 끝나자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와 첼로 연주를 시작했다.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안단테> 곡이었다.
..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많은 표를 얻을 동물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했다.
“맞아요. 코끼리가 인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하지만 동물의 왕이라고 하는 사자라는 우상에 대해서 어린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습니다.”
켄타우로스는 사자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호랑이는 두렵고 무서운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숲에서 호랑이는 멸종돼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동물보다도 호랑이를 어린이들이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케르베르스는 숲속의 절대자로 군림하는 호랑이 인기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빅 데이터를 통해서 알았다.
심사위원 회의는 많은 이야기를 한 뒤 끝났다.
5. 순한 토끼를 대신할 동물
무대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연주에 맞춰 중앙 무대에는 독수리 5형제가 춤추며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무대 한 쪽에 불갑산 호랑이가 올라와 음악에 맞춰 외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위험해!”
불갑산 호랑이가 외줄에서 떨어질 뻔 했다. 많은 어린들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쳤다. 다행이 불갑산 호랑이는 위기를 잘 넘기고 다시 외줄을 타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나 연습하고 연습 했는데!”
불갑산 호랑이는 외줄을 타면서 작게 말했다. 그리고 양 손에 든 부채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대한민국에서 마지막 호랑이가 잡힌 곳이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에 위치한 불갑산이다. 영광군 법성포 항구는 백제 시대에 인도 마라난타 승려가 불교를 전하기 위해서 들어온 관문이기도 하다.
백제 불교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곳이 영광군 불갑사 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잡힌 곳이다. 그 뒤 대한민국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외줄타기 하는 불갑산 호랑이도 모니가 일본에 갔을 때 조선에서 일본으로 가져온 호랑이 새끼를 기증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호랑이들이 영광군에 위치한 불갑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9월이 되면 불갑산에 상사화 꽃이 만발했기 때문이다.
상사화 꽃이 핀 산 속에서 호랑이들은 뒹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꽃향기가 산에 가득했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은 호랑이들이 뒹굴면서 놀기에 좋은 곳이었다.
대한민국 호랑이들은 태백산맥을 따라 멀리는 시베리아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세계에서 가장 용맹한 호랑이였다. 영광군 불갑산에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가 잡힌 뒤 박제가 되었다. 박제를 보려면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초등학교에 가야 한다.
일본에는 더 많은 대한민국 호랑이 박제가 있다. 일본 도쿄과학박물관에 가면 조선의 용맹한 호랑이 박제를 더 볼 수 있다.
모니는 불갑산 호랑이를 고향으로 돌려보낼 생각이다. 호랑이뿐만 아니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에 있는 모든 동물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독수리 5형제의 연주가 끝나자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호랑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발표할 시간입니다.”
“와!”
“어떤 동물이 되었어요?”
빨리 알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크게 소리쳤다.
“이번에는 대단히 박빙의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쟌은 봉투를 열고 놀라운 듯 말했다.
“와!”
어린이들이 더 크게 소리쳤다.
“이번에는 사자와 코끼리 표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2지신으로 존재했던 호랑이도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쟌의 말이 끝나자 어린이들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호랑이가 다시 되는 거야?”
“모르겠어.”
어린이들의 외침을 뒤로하고 쟌은 다시 말을 시작했다.
“4등 하이에나, 3등 사자, 그리고 2등은…….”
“빨리 알려주세요!”
어린이들이 소리쳤다.
쟌은 많은 어린이들을 한 번 쳐다보더니
“1등은 코끼리입니다.”
“와!”
“여러분! 호랑이와 코끼리 표차는 불과 두 표 차이였습니다.”
“와! 숲속의 정령이라고 하는 호랑이가 인기가 많구나.”
호랑이를 투표한 어린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호랑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코끼리가 선정되었다.
“축하해!”
유령 코코로가 옆에 앉아있던 코끼리 마린에게 축하인사를 했다. 불갑산 호랑이도 코끼리 마린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했다.
쟌이 무대를 내려가고 심사위원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토끼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대표할 동물로 거북, 기린, 코브라가 무대로 올라왔다.
초록 스카프를 둘러쓴 코브라는 눈만 동그랗게 보였다.
“독이 있는 코브라가 왔다.”
“무섭다!”
코브라를 본 어린이들은 무서웠다.
하얀 등산화를 신은 거북이가 올라오고 마지막으로 노란 넥타이와 검정 조끼를 입은 기린이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코브라 옆에 앉은 거북과 기린도 독을 가진 코브라가 무서웠다. 하지만 코브라가 독을 사용하는 순간 케르베로스에게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코브라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저보다 못난 뱀이 12지신으로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 화가 납니다. 독도 없고 다른 동물들에게 뱀의 존재를 알리지도 못하는 뱀보다는 강한 독을 가지고 있는 코브라가 이번에 새로운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뱀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코브라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토끼를 대신해서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습니다. 토끼는 너무 순진하고 착하기 때문에 동물을 대표하는 12지신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코브라는 착하고 순한 토끼가 12지신으로 있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숲에서 토끼를 한 입에 잡아먹기도 했다. 빠른 토끼가 느린 거북이에게 달리기 경주에서 졌다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코브라는 토끼대신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었다. 처음에는 뱀을 대신하고 싶었는데 뱀을 대신할 동물들이 많아서 포기했다.
“기린은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동물 중에서 키가 가장 크고 몸에 새겨진 조각 퍼즐도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동물입니다.”
기린은 키가 커서 높은 곳의 나뭇잎이나 풀을 뜯어먹고 산다. 그래서 키가 작은 초식동물들은 바닥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살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없나요?”
켄타우로스가 기린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주 작은 토끼보다는 제일 큰 기린이 이번에는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기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기린은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동물이란 말을 언젠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 동물 중에서 기린이 가장 아름다운 동물인 줄 알고 있었다.
“거북이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 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거북이 하면 우선 느리다는 것과 장수하는 동물로 생각합니다. 물론 거북이는 느립니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결코 느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멀리까지 헤엄쳐 가는 것을 보면 끈기와 인내력도 있습니다. 또 어린 거북이는 생존율이 낮지만 어른으로 자란 거북이는 오래살기 때문에 장수의 상징 동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거북이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12지신에 들어가야 합니다.”
거북이는 천천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거북이가 토끼와의 달리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많은 사람들은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빠른 토끼를 느린 거북이가 이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거북이는 어떤 토끼도 경주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너무 쉽게 생각한 토끼의 착각이 느린 거북이가 이길 수 있게 한 경기였습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인간의 정신을 체험하는 의미도 있고 또 거북이가 얼마나 느린 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호기심에 시작한 경기였습니다. 느리지만 인내와 끈기를 보여준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토기를 조롱하거나 바보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 다시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지혜로운 토끼는 달리다가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그래도 토끼를 이겼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죠?”
봉황이 물었다.
“물론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습니다. 어린 거북들에게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북이가 되라고 말합니다. 또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동물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교육과 훈련을 통해 거북이는 느리지만 가장 빠르게 헤엄칠 수 있고 장수 할 수 있는 동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토끼를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도 끝났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왔다.
연주가 시작되었다. 버클리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안단티노>였다.
..
심사위원들도 토끼를 대신할 동물로 어떤 동물이 되어야 하는 지 토론을 시작했다.
“역시 토끼와 거북이 경주가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맞아요. 거북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동물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물이라는 점이 큰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맞습니다. 거북이는 인내와 끈기를 보여준 정신도 좋지만 무엇보다 겸손한 자세를 우리 모두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했다.
“토끼를 대신할 동물도 결정이 된 것 같군요.”
케르베로스가 봉황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많은 어린이들이 토끼를 대신할 대표를 뽑는 투표에 참여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6. 하늘을 지배하는 용을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특별 손님이 초대되었다. 영국에서 테니스공을 가지고 피아노를 치는 머피라는 양치기 개였다. 머피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테니스공을 건반 위에 떨어뜨려 피아노 연주를 한다.
머피는〈엘리제를 위하여> 를 연주했다. 어린이들도 머피의 연주에 푹 빠졌다.
“나도 집에 가서 테니스공으로 연주를 해봐야지.”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연주할 수 있을까?”
“많은 연습을 했겠지. 또 머피를 훈련시킨 사람도 대단하고.”
“맞아.”
어린이들도 머피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고 싶었다.
무대 위로 쟌이 올라왔다.
“훌륭한 연주를 한 머피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부탁합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토끼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어떤 동물이 결정되었을까요?”
쟌은 어린이들을 향해서 말했다.
“거북이!”
“거북이!”
“거북이!”
어린이들이 일제히 거북이를 외쳤다. 오디션에 참가한 거북이도 기분이 좋았다. 기린과 코브라의 얼굴에는 불안한 표정이 맴돌았다.
“여러분! 토끼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거북이가 결정되었습니다.”
“와!”
거북이는 코브라와 기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결정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빠른 토끼가 있었지만 미래에는 느린 거북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대에 토끼는 충분히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지금의 어린이들이 살아갈 2030년 후에는 빠름보다 느림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될지 모른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을 들어봤죠?”
쟌의 목소리에 강한 멜로디가 들어갔다.
“네!”
“지금부터 천상을 지키는 용을 대신할 동물을 뽑는 투표가 시작됩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잘 생각하고 투표에 참여하기 바랍니다.”
“네.”
쟌이 무대에서 내려가자 심사위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용을 대신할 오디션에 참가한 동물들이 올라왔다.
“티라노사우르스이다.”
“와! 유니콘이다.”
빨간 나비넥타이를 한 유니콘이 들어왔다. 꼬리에 묶은 노란 스카프가 살랑살랑 바람에 날렸다. 바람이 좀 더 불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 같았다.
“대왕문어다.”
여덟 개의 다리를 꼼지락 거리면서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 위를 기어가는 대왕문어는 정말 컸다. 몸에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았어도 커다란 눈과 여덟 개의 다리는 문어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악어도 있다.”
한 손에 골프채를 들고 들어오는 악어는 골프 선수 같았다. 하얀 모자와 파란 조끼를 입고 걸어가면서 입안에 가득한 골프공을 어린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골프공을 어린이들에게 나눠 줘도 괜찮을까요?”
스핑크스가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물었다.
“안됩니다. 감점 처리 될 겁니다.”
봉황이 단호하게 말했다.
용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어떤 동물이 될지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동물들이었다.
“이번 투표는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심사위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 티라노사우르스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인데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스핑크스도 한 마디 했다.
“악어가 12지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봉황이 악어에게 물었다.
“악어는 용과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용이 있다면 땅에는 악어가 있다고 봐도 됩니다. 또 용이 가진 다리처럼 악어도 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용을 대신해서 악어가 이번에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처럼 악어도 입에서 불을 품을 수 있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입에서 불을 품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용도 입으로 불을 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전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용은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생각합니까?”
스핑크스가 다시 물었다.
“네. 악어는 존재하지만 용은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멸종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켄타우로스가 악어에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악어는 세상에 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따라서 큰 표 차이가 날 것 같았다.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불을 품어내는 용이 이기겠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이 이길 거야.”
“하늘에서는 용이 이길지 모르지만 땅에서 만약 싸운다면 호랑이가 이길 수도 있어.”
많은 어린이들이 용과 호랑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문어는 용을 대신할 수 있나요?”
봉황이 물었다.
“하늘만큼 넓은 바다에 사는 문어가 용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용처럼 불을 내 품지는 않지만 문어는 먹물을 내품으며 위험한 순간을 대처하고 있습니다.”
“먹물은 바다에서는 가능하지만 육지에서는 쓸모가 없을 텐데요?”
스핑크스가 문어에게 물었다.
“먹물은 육지에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먹물을 이용한 빵과 각종 요리 등이 개발되어 먹물의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문어의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나 됩니다. 다리가 잘리거나 또는 다리 하나가 없어도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용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어는 자신감이 있었다.
“유니콘은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유니콘은 용처럼 신비로운 동물입니다.”
“무엇이 신비로운가요?”
다시 스핑크스가 물었다.
“천상을 달리는 동물입니다.”
유니콘은 천상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어떤 동물보다 훌륭하다고 생각되었다.
“천상에서 용을 만난 적도 있나요?”
봉황이 물었다.
“용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천상을 달리는 유니콘은 그동안 천상에서 용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이 의아했다.
“유니콘은 왜 멸종되었을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생태계 파괴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생태계가 파괴되었어도 살아있는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많은 동물들이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멸종됨으로써 유니콘은 더 신비스러운 동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룡은 왜 멸종되었다고 생각하나요?”
마지막으로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스핑크스가 질문을 했다.
“가장 큰 원인은 환경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불에 의한 생태계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또한 태양계의 변화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에게 위험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공룡은 몸집이 크고 먹이사슬의 최상위 동물로서 작은 위험에 노출되어 멸종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공룡과 용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용은 신선이 사는 곳의 동물 같고 공룡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존재의 동물 같습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존재의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봉황이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에게 물었다.
“어린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멸종되기 전 공룡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동물이었습니다.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건설 현장이나 농부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공룡이 멸종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질문을 했다.
“건설 현장에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황소나 코끼리들이 하는 일을 대신 공룡이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군요.”
용을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끝나고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는 다시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첼로와 비올라 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
“용을 대신할 동물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회의를 하면서 이번 동물들이 용을 능가하는 점을 찾지 못한 듯 했다.
“어린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서 우리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봉황은 과거에만 집착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점을 말하고 싶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봉황은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라고 믿었다.
“맞습니다. 어린이들도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겁니다.”
스핑크스도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고들 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어린이들이 결정할 사항이니 기다려봅시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심사위원들은 무대를 내려갔다.
7. 주리를 틀고 있는 뱀을 대신할 동물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말은 매우 중요하다. 백 마디 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을 낱말 하나로 감동적으로 표현해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말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논리를 뛰어넘어 바로 가슴에 호소해 오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오디션 무대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동물들이 겸손하고 순종하고 친절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서움과 공포를 주고 주인 위에 군립하려는 동물도 존재한다. 인간의 말을 따르기도 하지만 또한 배신하기도 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신뢰와 믿음이 무너진 이유는 바로 인간이 시작한 일이다. 겸손하고 착한 동물들을 내 맘에 들게 훈련시키고 소유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동물들은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용을 대신할 동물 투표에 모두 참여했죠?”
“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용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 투표에 참여했다. 천상을 지키는 용을 대신할 동물은 과연 어떤 동물일까 궁금했다.
“여러분! 어떤 동물이 용을 대신할까요?”
“티라노사우루스!”
“용!”
“대왕문어!”
“유니콘!”
쟌은 손에 든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봉투 안에 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마도 용일 거야.”
“아니야. 공룡이 될 거야.”
“유니콘이 될 거야.”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이 소곤대기 시작했다.
“여러분! 용을 대신할 미래의 12지신 대표로 …….”
“공룡이요!”
“용이요!”
어린이들이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조용히 해주세요.”
쟌은 어린이들을 진정시켰다.
“천상을 지키고 신비스런 용을 대신해서 새롭게 12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은 바로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입니다.”
“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 용보다 조금 더 표를 얻었다. 천상을 지키고 신비스런 용이 다시 결정될 줄 알았던 심사위원들도 놀랐다.
“역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쪽에 투표를 하는군요.”
봉황이 말하자
“맞아요. 어린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잘 표현하는 것은 칭찬해야 해요.”
스핑크스가 말을 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역시 새로운 12지신을 뽑겠다는 자세가 어린이들 마음속에 가득한 것 같았다.
“독수리 5형제 공연이 끝나면 뱀을 대신할 동물 오디션이 시작되겠습니다.”
쟌이 무대를 내려가고 독수리 5형제가 무대에 올라와 공연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부르는 힙합 노래였다.
공연이 끝나자 무대에 뱀을 대신할 동물들이 올라왔다.
“와! 전갈이다.”
노란 조끼를 입고 빨간 장화를 신은 전갈이었다. 꼬리에 파란 나비넥타이를 한 것은 아마도 독이 있다는 것을 숨긴 것 같았다.
“장어도 있어?”
“맞아. 장어다.”
장어는 호랑이 무늬로 된 토시를 온 몸에 입고 나왔다. 입술에는 빨간 립스틱을 칠했다.
“저건 독거미다.”
“대왕거미 잭슨보다 더 크다!”
“와!”
어린이들은 새롭게 올라온 동물들을 보고 놀라웠다. 노란 바지와 검정 조끼를 입고 나온 거미는 몸집이 컸다.
잠시 후 심사위원들도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전갈은 어디서 왔나요? 그리고 그곳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봉황이 물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왔습니다. 사막에도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낙타나 전갈이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하지만 뱀도 있고 사막 쥐도 있습니다. 또 많은 곤충들이 살고 있는 곳이 사막입니다. 사람들은 사막에서 살 수 없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막은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리고 미래에 인류를 구원할 가장 듬직한 곳이기도 합니다. 밤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사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디션에 참가한 이유가 있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많은 별자리 중에 전갈자리가 있다는 것은 전갈도 그만큼 중요한 생명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사막에서 전갈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사막의 생태계가 파괴됩니다. 전갈을 잡아먹는 동물들이 먹을 게 없어서 죽게 되고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도 전갈을 보지 못해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 겁니다.”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전갈을 보고 싶어 할까요?”
봉황이 물었다.
“전갈이 없는 사막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낙타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모래사막을 내려다보는 이유는 전갈을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전갈이 독을 가졌지만 많은 시장에서 전갈을 튀김으로 팔고 있습니다. 미래의 식량이기도 합니다.”
많은 국가에서 전갈을 튀김으로 팔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를 여행한 어린이들 중에는 전갈을 먹어본 적도 있다.
“장어는 뱀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사람들이 먹는 요리 중에서 장어 요리는 고급 요리에 속합니다. 장어는 힘이 세고 맛있습니다. 뱀처럼 생겼지만 사람들이 가장 맛있게 먹는 요리입니다. 그래서 뱀보다 장어가 새로운 대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 장어보다 더 좋아하는 요리는 없는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사람들이 장어보다 더 좋아하는 요리가 많습니다. 불고기, 갈비, 삼겹살, 치킨 등입니다.”
“그렇다면 장어보다 그 동물들이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소와 돼지, 닭은 이미 12지신 대표로 있습니다. 2030년 이후 변화된 사회와 스마트 시대를 대변하는 가상공간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장어가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장어는 꿈틀거리면서 질문에 답을 마무리했다.
“거미는 전갈과 장어 중에서 누가 뱀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전갈이나 장어는 12지신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시대에 거미와 같은 동물이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거미는 어떤 능력이 있나요?”
봉황이 물었다.
“거미는 동물과 곤충의 세계를 평화롭게 잘 이끌어가며 생태계 파괴를 막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지신이 될 겁니다.”
“생태계를 살릴 자신 있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거미줄을 잘 활용하면 파괴되는 생태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거미줄을 활용할 생각인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산림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오는 길목에 거미줄을 치면 됩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사람을 잡겠다는 거미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숲이나 들판에 사는 동물들은 사람들이 오는 길목에 거미줄을 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거미줄을 또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달나라에 가서 거미줄을 지구까지 칠 수 있게 허락한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지구에서 달나라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달나라까지 거미줄로 길을 만들 수 있다고요?”
스핑크스가 다시 물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대왕거미를 달나라에 데리고 가서 지구를 향해 던지면 됩니다. 그러면 거미들이 거미줄을 풀면서 지구로 오고 다시 지구에서 거미들을 달나라로 올라가게 한다면 지구와 달 사이의 약 38만 킬로미터(Km)의 길이 생기게 될 겁니다.”
“와!”
많은 어린이들이 거미가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뱀을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이 끝나고 무대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연주가 공연장 안을 가득 채워갔다.
..
“이번에도 어떤 동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봉황이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동물들을 인터뷰 하면서 뱀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어떤 동물이 될지 궁금했다.
“아마도 전갈과 거미의 대결이 될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대왕 거미 잭슨과 전갈> 동화를 읽은 어린이들은 전갈을 더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맞아요. 어떤 동물을 선택하든 그것은 모두 어린이들의 몫입니다. 현명한 어린이들이 잘 선택해서 뱀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케르베로스 심사위원장 말을 끝으로 뱀을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도 끝났다.
8. 가장 빠른 말을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무대 한 쪽에서 불갑산 호랑이도 외줄타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그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외줄의 끝이었다. 어린이들은 불갑산 호랑이가 외줄을 탈 때마다 열심히 응원했다.
“조심해!”
몸이 꿈틀거릴 때마다 어린이들은 소리쳤다. 불갑산 호랑이도 두 손에 들고 있는 부채를 흔들어 가면서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와! 성공이다.”
불갑산 호랑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무대에 쟌이 올라왔다.
“여러분! 뱀을 대신할 동물이 결정되었습니다.”
“와!”
“여러분은 어떤 동물이 결정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전갈!”
“거미!”
“전갈!”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에 가득 찼다.
“여러분! 뱀을 대신할 동물은 바로 전갈입니다.”
“와!”
어린이들은 뱀을 대신할 미래의 12지신으로 전갈을 선택했다. 별자리와 사막을 지키는 노력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힘과 스피드가 중요한 시대이다. 하지만 스피드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힘보다는 지혜를 가져야 하고 스피드 보다는 느림의 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러분! 잠시 후 말을 대신할 동물들에 대한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모두 화장실에 다녀오기 바랍니다.”
쟌이 무대를 내려가자 어린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솜사탕 하나 주세요.”
원숭이 말랑코가 솜사탕을 들고 돌아다니자 여기저기서 많은 어린이들이 하나씩 사서 먹었다.
..
무대 조명이 들어오고 말을 대신할 동물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달팽이다! 그런데 너무 느리다.”
“맞아. 언제 자리까지 갈 수 있을까?”
달팽이는 하얀 바지를 입고 노란 모자를 쓰고 있었다. 모자는 우산처럼 컸다. 아마도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것 같았다.
“팬더다!”
달팽이 다음으로 빨간 장화를 신은 팬더가 들어왔다. 팬더도 한 손에 골프채를 들고 나왔다.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파란 조끼를 입었는데 옷 사이로 바늘이 삐죽 튀어 나왔다. 바늘처럼 보이는 것이 무서웠다.
달팽이가 무대 중앙에 있는 의자까지 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어린이들은 이 모습을 지켜봤다. 빠름과 느림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우게 된 어린이들은 달팽이에게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팬더와 고슴도치도 달팽이 뒤에서 응원했다.
사람들은 빨리 가고 앞서가려고 하는 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거리의 자동차만 봐도 앞에서 가지 않으면 빵빵 거리는 데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팬더와 고슴도치가 달팽이에게 배려하는 행동은 칭찬 받을 만 했다.
달팽이는 부지런히 움직여서 의자에 앉았다. 팬더와 고슴도치도 의자에 앉고 심사위원들이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고슴도치는 왜 몸에 가시 같은 털을 가지고 있나요?”
봉황이 물었다.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한 뒤로 부드러운 털이 지금은 날카로운 털이 되었습니다.”
“지금보다 털이 부드럽다면 고슴도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스핑스크가 물었다.
“아마도 고슴도치도 멸종되었을 겁니다. 들판의 먹이사슬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드러운 털을 가진 토끼나 들쥐들도 아직 멸종되지 않았는데 고슴도치가 정말 멸종되었을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토끼나 들쥐들은 빠른 동물이지만 고슴도치는 느린 동물이기 때문에 육식동물들에게 더 많이 잡아먹히고 멸종되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달팽이나 지렁이도 멸종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육식동물들은 달팽이나 지렁이는 잡아먹지 않습니다.”
“지금 가시 털을 가지고 있어서 만족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가시 털을 가진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은 싫어했다.
“팬더는 나무 위에서 노는 것이 좋은가요?”
“모르겠어요. 나무에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는 게 싫어요. 그래서 나무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는 것 같아요.”
“대나무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대나무 잎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대나무에 올라가서 놀면 재미있습니다. 다른 나무에 비해서 휘어지고 흔들리는 재미가 있는 대나무를 팬더들이 좋아합니다.”
“그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까?”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대나무는 천년 이상을 살 수 있고 지진이 일어나면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에 팬더들이 대나무 숲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팬더는 다른 곰에 비해서 게으르고 느린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요?”
스핑크스가 다시 물었다.
“먹고 노는 게 행복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먹을 것을 항상 푸짐하게 주니까 게을러진 것 같습니다.”
팬더는 정말 움직임이 없는 동물이다. 먹고 자고 뒹굴고 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외모가 너무 귀엽게 생겨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물이다. 어쩌면 말을 대신할 동물로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동물이다.
“무대가 넓어서 힘들었죠?”
봉황이 달팽이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달팽이는 무대를 올라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린이들도 심사위원도 달팽이를 지켜보면서 기다려줬다. 그리고 함께 오디션에 참여한 고슴도치와 팬더도 달팽이를 응원했다.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달팽이는 정말 느립니다. 하지만 느린 만큼 장점도 있습니다. 몸을 길게 늘어뜨려서 건너기 힘든 곳도 건널 수 있고 더듬이를 이용해 위험한 순간을 잘 넘기기도 합니다. 물론 도로를 건널 때는 너무 느려서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달팽이는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달팽이는 어린이들이 집에서 관찰 대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채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달팽이를 보면서 어린이들이 착하고 올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또 과학기술의 발달이 빠름과 스피드만 요구하는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더 좋다는 말인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느린 것이 빠른 것보다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빠름이 중요하고 어떤 분야에서는 느림이 우선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빨리 어른이 된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수분이 없는 곳에서는 달팽이가 살아갈 수 없습니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될수록 달팽이가 살아가기 힘들 텐데 앞으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요?”
봉황이 물었다.
“달팽이들은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말라죽고 차에 치여 죽기도 합니다. 또 생태계 파괴와 인구 증가로 인해 달팽이가 살 곳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달팽이는 지금까지 들판과 숲속에서 잘 버티며 살아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달팽이는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대신할 동물들의 오디션도 끝났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첼로와 비올라에 맞게 편곡한 곡이었다.
..
“어떤 동물이 말을 대신할 12지신이 될지 정말 어렵습니다.”
봉황이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에도 어떤 동물이 말을 대신해서 미래의 12지신이 될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힘과 스피드를 모두 가진 동물은 없습니다. 팬더가 힘이 세지만 느리고 고슴도치는 순하지만 힘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힘도 없고 스피드도 없는 달팽이가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힘보다는 빠름의 문화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느림에 대한 미학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어떤 동물이 결정되든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의 몫입니다. 지혜를 가지고 올바른 선택을 할 겁니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심사위원들은 회의를 마치고 모두 무대를 내려갔다.
9. 고기와 털을 제공하는 양을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양치기 개 머피가 다시 올라와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을 연주했다.
“대단해. 테니스공을 떨어뜨려서 피아노 건반을 맞추는 것도 힘들 텐데 연주를 한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도 집에 가면 테니스공으로 피아노 치는 연습을 할 거야.”
“나도 공으로 연주해봐야지.”
많은 어린이들이 머피의 테니스공 연주에 흠뻑 빠졌다.
머피가 내려가자 쟌이 올라왔다.
“멋진 연주를 한 머피에게 힘찬 박수를 부탁합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머피에게 박수를 보냈다. 머피는 다시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에 투표했어요?”
쟌이 어린이들을 보고 물었다.
“네!”
모두 큰소리로 대답했다.
“말은 힘도 세고 빠른 동물인데 오늘 오디션에 참가한 동물은 힘이 세거나 빠른 동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팬더가 가장 힘이 세요!”
“맞아요.”
나무 타기나 힘을 따진다면 달팽이나 고슴도치보다 팬더가 월등히 강할 것이다. 하지만 느림을 이야기 한다면 달팽이가 가장 느릴 것이고 뽀족한 털을 이야기 한다면 고슴도치가 제일 날카로운 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을 발표하겠습니다.”
“와!”
쟌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천천히 열었다.
“팬더가 될 거야.”
“아니야. 달팽이가 될 것 같아.”
어린이들은 서로 자신이 투표한 동물이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여러분! 말을 대신할 동물은 바로 달팽이입니다.”
“와! 달팽이가 되다니 믿어지지 않아?”
“나도 팬더를 투표했는데.”
어린이들은 팬더가 되지 않고 달팽이가 새로운 12지신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놀라웠다.
“여러분! 달팽이와 팬더 표 차이도 2표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아깝다.”
팬더가 아깝게 떨어진 것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친구들도 있었다.
“여러분! 잠시 후에 양을 대신할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모두 화장실에 다녀오기 바랍니다.”
쟌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갔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많은 어린이들이 화장실에 다녀왔다. 매점에서 과자를 사온 친구들도 있고 음료수를 사온 친구들도 있었다.
바흐의〈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양을 대신할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너구리다!”
너구리는 노란 바지를 입고 파란 모자를 쓰고 나왔다. 빨간 장화를 신은 너구리는 너무 귀여웠다.
무대에 올라온 너구리는 무대 중앙에서 한바탕 댄스를 추고 자리로 이동했다.
“와! 펭귄이다.”
북극에서 펭귄이 오디션에 참가했다. 핑크색 조끼를 입어서인지 깜찍한 모습이었다. 조명을 받고 걸어가는 펭귄은 꼭 사람같이 보였다.
“염소다!”
마지막으로 염소가 검정 구두를 신고 무대에 올라왔다.
동물들이 모두 의자에 앉아 심사위원들이 올라왔다.
“펭귄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지느러미처럼 생긴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하고 사람처럼 곧게 설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펭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특히 새끼가 성장하면 새끼들만의 집단을 만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추위나 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어미 펭귄은 새끼들 앞에 와서 울음소리로 자신의 새끼를 찾아내고 먹이를 줍니다.”
“북극에 얼음이 모두 녹아내리면 펭귄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봉황이 물었다.
“북극에 얼음이 녹아내린다면 펭귄보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일어날 것입니다. 펭귄도 눈이나 얼음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겠지만 북극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먼저 위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새끼를 잃거나 없는 어미 펭귄이 다른 어미의 새끼를 빼앗기도 하는 데 펭귄 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스핑크스가 물었다.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얻는다는 것이 북극에서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어미 펭귄은 새끼를 얻고 싶지만 동물들이 훔쳐가고 새끼들도 잡아먹히기도 합니다. 자식 잃은 슬픔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겁니다. 비록 빼앗은 새끼라 할지라도 새 어미가 잘 키워서 지금까지 남극과 북극에는 많은 펭귄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너구리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너구리는 위장술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에도 많이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어린이들이 너구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12지신이 되고 싶습니다.”
“단지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새로운 12지신 상으로 뽑히기 어려울 텐데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애교 만점 동물은 바로 너구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수만 가지 멋진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동물이 너구리여서 어린이들이 반려 동물로 키우려고 합니다.”
너구리가 일어나서 애교를 부리며 멋진 표정을 지었다.
“너무 귀엽다!”
“맞아!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영화 정말 재밌었어.”
너구리는 수십 가지의 표정을 보여주고 자리에 앉았다.
“염소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양이 친구인데 이번에 한 번 나가라고 해서 나왔습니다.”
“그럼 새로운 12지신에 뽑히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양처럼 순한 염소를 어린이들이 뽑아주면 하겠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뽑아달라고 부탁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염소는 착하고 착한 동물입니다. 양과 같이 고기도 주고 털도 사람들에게 주는 동물입니다. 가끔 농촌에서 키우는 염소들이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뜯어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착한 동물이기 때문에 꼭 뽑아주기 바랍니다.”
양을 대신할 오디션도 이렇게 끝났다.
..
심사위원들도 회의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세 동물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아요. 앞서가는 동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북극에서 온 펭귄이 제일 앞서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은 너구리 애교에 푹 빠져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생각해보면 펭귄이 더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심사위원을 보면서 말했다.
“펭귄과 너구리 중에서 될 것 같군요. 어린이들이 어떤 동물을 선택하는 지 두고 봅시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이번 오디션도 끝났다.
10. 재주 많은 원숭이를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가 펼쳐지는 무대 밖 루브르 박물관 광장에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박물관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도 로비에서 동물들의 오디션 프로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있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표가 매진되어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 곳곳에 텔레비전이 마련되어 중개하는 방송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앱을 다운받아서 직접 투표에 참여했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차이콥스키의〈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5번 1악장〉이었다. 그리고 불갑산 호랑이도 무대 한쪽에서 외줄타기를 시작했다.
불갑산 호랑이는 외줄타기를 제법 잘했다. 끝에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저렇게 외줄을 잘 타는데 고향으로 보내야 한다니 안타깝다.”
모니는 외줄타기 하는 불갑산 호랑이를 보고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하지만 이 무대를 끝으로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에 출연한 모든 동물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약속했다.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불갑산 호랑이에게 큰 박수 부탁합니다.”
불갑산 호랑이는 덤불링을 하며 내려왔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넙죽 절을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여러분! 양을 대신할 동물도 결과가 나왔습니다. 누가 되었을까요?”
“애교 만점 너구리!”
“북극 펭귄!”
“염소!”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투표한 동물을 큰소리로 외쳤다.
“이번에 말을 대신대 새로운 12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은 북극 펭귄입니다.”
“와! 너구리가 떨어졌다.”
너구리가 될 줄 알았던 많은 어린이들은 펭귄이 된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현했다.
“펭귄이 너무 말을 잘했어.
“맞아. 펭귄이 사람처럼 서서 말하는 모습이 꼭 친구가 곁에 있는 것 같았어.”
어린이들은 옆에 있는 친구들과 소곤거렸다.
“지금부터 재주 많은 원숭이를 대신할 동물을 결정하는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쟌은 말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갔다.
“어떤 동물들이 나올까?”
“글쎄!”
제일 먼저 수달이 나왔다.
“와! 수달이다.”
수달은 머리에 조개껍질 모자를 쓰고 허리에는 뱀의 허물을 길게 늘어뜨리고 무대에 올라왔다.
“코브라 허물 같아!”
“맞아.”
다음으로 꽃게가 올라왔다. 옆으로 기어가는 모습이 너무 신기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꽃게는 무대를 한 바퀴 돌더니 자리로 가서 앉았다.
“게들은 왜 옆으로 걸어 다닐까?”
“모르겠어.”
옆으로 걷는 흉내를 내면서 어린이들은 꽃게에게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쇠똥구리가 등장했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똥을 굴리면서 나오는 쇠똥구리가 힘들어 보였다. 빨간 장화를 신고 손에는 노란 장갑을 끼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모두 자리에 앉자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머리에 모자는 무엇으로 만들었어요?”
수달이 쓴 모자에 대해서 봉황이 물었다.
“이건 전복 껍데기입니다. 강에서 제가 직접 잡아먹은 전복입니다.”
“강에도 전복이 살고 있나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강과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와 조개들도 강에서 사는 물고기와 조개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강에서 잡은 전복은 짜지 않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강에 올라온 전복은 바다 한 가운데 사는 전복에 비해서 약간 달콤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개는 껍질이 있는데 어떻게 수달이 먹을 수 있죠?”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열 수 없는 조개는 큰 돌멩이를 가지고 깨뜨려 먹습니다.”
“껍질이 깨지지 않는 조개도 있습니까?”
다시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없습니다. 안 깨지면 더 큰 돌멩이를 들고 떨어뜨리면 깨집니다.”
“바다가재와 경쟁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꽃게가 오디션에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까?”
스핑크스가 물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정면을 보고 걷는데 꽃게는 옆으로 걷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가재보다는 꽃게가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꽃게가 특별한 동물인가요?”
봉황이 물었다.
“꽃게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특별합니다. 우선 꽃게탕이나 간장게장으로 요리해서 밥을 먹으면 밥도둑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것만 봐도 꽃게는 특별한 동물입니다.”
“꽃게보다도 문어나 오징어가 더 특별하지 않을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꽃게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칼슘이 많이 있습니다. 또 어떤 요리보다도 고급 요리에 속하기 때문에 문어나 오징어보다 더 특별합니다.”
“똥을 굴리는 이유가 있습니까?”
봉황이 쇠똥구리에게 물었다.
“들판에 똥이 있으면 어린이들이 놀러 와서 더러운 똥을 밟게 됩니다. 그러면 어린이들이 다시 들판에 놀러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판의 똥을 치웁니다. 또 똥을 한 곳에 모아두면 봄에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냄새 나는 똥을 가지고 집도 지었다면서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이번에 피라미드 같은 집을 지었습니다. 많은 똥이 필요했지만 들판에 사는 동물들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건물에 사용한 똥에는 매실을 같이 섞어서 집을 지었기 때문에 똥 냄새보다는 매실 향기가 더 많이 납니다.”
“매실을 똥과 섞어서 집을 지었다는 말이죠?”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들판에 지은 모든 집은 매실을 섞어서 벽을 쌓고 담을 쌓았습니다.”
“튼튼한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실내에는 빛이 들어오게 잘 설계해서 아주 튼튼합니다. 비나 눈이 와도 걱정이 없습니다. 아주 따뜻하고 좋습니다.”
“앞으로 들판에 똥이 없으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들판에 똥이 없으면 더 멀리 가서 똥을 구해올 생각입니다. 숲속에 사는 동물이나 집에서 기르는 소나 돼지의 똥도 필요하다면 구하러 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들판에 동화 박물관을 지을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재로는 들판에서 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벽이나 담은 동물들의 똥과 매실을 섞은 재료를 사용하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와! 들판에 동화박물관을 짓는다고.”
“빨리 지으면 좋겠다.”
“나도 가봐야지.”
어린이들은 쇠똥구리가 들판에 동화박물관을 짓는다고 하는 말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원숭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이 끝났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무대에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
“이번에는 복병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습니다. 쇠똥구리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가득한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하자
“그래도 수달이나 꽃게에게 어린이들의 표가 가지 않을까요? 쇠똥구리는 똥을 가지고 노는 게 어린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원숭이를 대신할 대표를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11. 새벽을 알리는 닭을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활동한 동물들은 오디션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그리운 것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일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주인이 주는 밥을 먹으면서 훈련만 열심히 하면 되었는데 고향에 가서는 먹을 것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많은 시간을 통해 자연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게 되겠지만 환경이 달라질 것이 두려운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많은 동물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도 사실이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바흐의〈바이올린 소나타 3번 1악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는 온 정열을 쏟아 부으며 연주했다. 이번 오디션이 끝나면 무대에 오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유령 코코로도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가 없어지면 걱정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지 못해서 그렇다.
“코코로. 나랑 같이 인도에 가서 연주하면 어때?”
코끼리 마린은 유령 코코로와 헤어지고 싶지 않l 싫었다. 그래서 고향에 함께 가고 싶었다. 그리고 들판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생각해 볼게.”
유령 코코로는 함께 가자는 코끼리 마린이 좋았다.
연주가 끝나자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원숭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도 결정되었습니다.”
“와!”
많은 어린이들은 투표에 참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번 투표도 많은 표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동물이 되었어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원숭이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쇠똥구리가 결정되었습니다.”
“와! 수달이 떨어지다니.”
“곤충이 12지신에 들어가다니 믿을 수 없다.”
어린이들은 이번 투표에서 수달과 쇠똥구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들판을 맘껏 뛰놀 수 있게 똥을 치워주는 쇠똥구리에게 맘이 끌렸다.
“여러분! 지금까지 새로운 12지신을 결정하는 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요? 또 여러분이 결정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할까요?”
쟌은 투표에서 의외의 결정이 나오면 미래의 주인공들인 어린이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선물하는 닭 대신 새로운 12지신 오디션이 시작됩니다. 동물들의 오디션을 보고 잘 선택하기 바랍니다.”
쟌이 무대를 내려가고 닭을 대신할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가오리야!”
바다에 사는 가오리는 노란 조끼를 입고 꼬리에는 빨간 나비넥타이를 하고 들어왔다. 바다에서는 꼬리에 독침이 있어서 함부로 잡거나 건드리면 안 된다.
“멋지다. 바다에서 보는 것도 멋진 데 무대에서 조명을 비추니까 더 멋지다.”
가오리는 하늘에서 나는 독수리처럼 나는 몸짓을 하면서 자리로 이동했다.
다음에는 갈매기가 들어왔다. 갈매기는 노란 선글라스와 검정 조끼를 입고 발목에 파란 리본을 달고 들어왔다. 바닷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갈매기도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는 멋지게 보였다.
“갈매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갈매기도 바다에서는 멋진 새야.”
어린이들이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듯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았다.
“타조다!”
“키가 정말 크다.”
아프리카에서 온 타조는 키가 정말 컸다. 목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하고 빨간 조끼를 입고 나왔다. 검정구두와 하얀 양말을 신고 걷는 모습이 멋진 모델 같았다.
“멋지다!”
아침이 오는 새벽을 알리는 닭을 대신해서 어떤 동물이 새로운 12지신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심사위원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자리에 모두 앉고 오디션이 시작되는 무대 조명이 들어왔다.
“가오리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넓은 바다에서 가장 아름답게 수영하는 게 가오리입니다. 바다를 대표하는 동물도 한 마리는 12지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거북이가 새로운 12지신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거북이는 육지에도 올라오고 바다에서도 사는 동물이라서 바다를 대표하는 동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오리는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바다에는 상어나 고래와 같은 동물도 있는데 그런 동물이 바다를 대표하는 동물이 아닐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상어나 고래는 너무 많은 물고기를 잡아먹습니다. 또 상어는 사람들을 물어서 죽게 하기도 합니다. 고래는 멸종 위기에 있어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12지신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오리가 바다를 대표한다는 것은 누구의 생각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저의 생각입니다.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가오리보다 아름다운 물고기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다를 대표하는 가오리가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또 바다를 오염시키는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독침을 사용해서 바다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 독침을 사용한다면 어린이들의 표를 얻기가 어려울 텐데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어린이들이 여름에 바다에 와서 놀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독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표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오리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독침을 사용한다고 하면 바다를 오염시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도 생각했다.
“갈매기는 가오리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봉황이 물었다.
“바다가 오염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갈매기들도 오염물질을 먹고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대표한다는 말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를 어린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보려고 노력한 갈매기의 이야기는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로 출간되어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지금도 읽고 있습니다. 그것만 봐도 갈매기가 얼마나 대단한 동물인지 알겁니다.”
“<갈매기의 꿈>을 읽고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갈매기들은 조나단 리빙스턴의 도전정신에 질투와 미움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갈매기가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할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에 비하면 갈매기들의 질투와 미움은 크지 않습니다. 평화롭게 지내도 먹고 사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갈매기들은 무모한 도전정신에 반대한 것 같습니다. 먹을 것이 걱정 없는 갈매기들의 삶에서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다가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문제입니다. 조나단 리빙스턴 같은 갈매기가 많이 나와야 오염된 바다와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반드시 갈매기도 새로운 12지신으로 뽑혀야 합니다. 아직 리처드 바크가 쓴〈갈매기의 꿈〉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영화로 보지 않은 어린이들이 있다면 꼭 보기 바랍니다.”
“타조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타조는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반드시 새로운 12지신으로 뽑혀야 합니다.”
“인간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요?”
봉황이 물었다.
“타조의 전설을 들어보셨나요? 이곳에 있는 어린이들 중에도 타조의 전설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겁니다. 타조는 신의 미움을 받아서 하늘을 날 수 없는 새가 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과학자들은 타조가 날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땅에서만 걷고 달리는 새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조의 전설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타조의 전설이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불을 얻게 되면서 많은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도시가 건설되고 불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이군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것에 대해서 타조들도 언제부턴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아 신의 나라에 다시 가져다주라는 타조도 있습니다. 그것은 불을 가진 인간들이 지나치게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으로부터 불을 다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타조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오기도 한 동물입니다. 인간이 가진 불을 빼앗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불만 빼앗으면 파괴된 생태계가 다시 복원될까요?”
봉황이 물었다.
“불만 없어도 파괴된 생태계는 서서히 복원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타조들이 인간으로부터 불을 빼앗는 다는 뉴스가 나오면 제일 먼저 타조들이 멸종되게 될 겁니다.”
“타조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 인간으로부터 불은 빼앗지 않을 거군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에게 무엇을 빼앗는 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불을 가치 있게 사용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닭을 대신할 후보를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
심사위원들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 결정도 쉽지 않겠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습니다. 가오리가 쉽게 될 줄 알았는데 타조의 이야기를 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가오리나 갈매기보다 타조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었다는 전설이 어린이들 마음을 움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타조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닭고기보다 거대한 타조 고기를 먹는 것도 미래의 먹거리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봉황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타조가 정말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고 하늘을 날 수 없는 새가 되었다니 불쌍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을까요?”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다.
12.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개를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물들의 오디션도 끝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독수리 5형제가 존 래논의 <이매진(Imagine)>과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부르고 내려가자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독수리 5형제에게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합니다.”
독수리 5형제는 무대를 내려가다 다시 올라와 어린이들을 향해서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여러분!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도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상상이상 이라는 거야?”
“모르겠어.”
“여러분!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어떤 동물이 결정되었을까요?”
“가오리!”
“갈매기!”
“타조!”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천상을 향하고 있었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이번에 새로 12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은 타조입니다.”
“와! 가오리가 떨어지다니.”
“갈매기도 떨어졌다.”
“타조의 전설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아.”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것이 사실이라면 타조가 자격이 있어.”
많은 어린이들은 새롭게 12지신으로 뽑힌 타조의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여러분! 잠시 후에 개를 대신할 새로운 대표를 뽑는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화장실을 다녀오세요.”
이렇게 말한 쟌은 무대를 내려갔다.
잠시 후, 개를 대신할 새로운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와! 물개다.”
물개는 하얀 조끼를 입고 꼬리에 파란 스카프를 둘둘 말고 무대에 올라왔다.
“조명이 비추니까 물개가 더 귀엽다.”
“맞아. 바다에 있는 것보다 더 귀엽게 보인다.”
어린이들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물개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야크다!”
높은 산에서 사는 야크가 투덜투덜 무대를 걸어갔다. 몸집이 크고 털이 길어서인지 무섭게 느껴졌다.
“사슴이다!”
마지막으로 사슴이 무대에 올라왔다. 사슴은 정말 신비스러운 동물 같이 보였다. 머리 위에 커다란 뿔이 루돌프 사슴을 보는 기분 같았다.
후보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심사위원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심사위원들도 긴 시간동안 오디션 심사를 보기 때문에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물개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육지에서 사는 개가 그동안 12지신으로 있었으니 미래에는 바다에 사는 물개가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
“물개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봉황이 다시 물었다.
“지구에 70% 이상이 바다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사는 동물들이 새로운 12지신에 많이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그동안 12지신으로 뽑히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옛날에는 바다의 소중함을 모른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바다를 이용하고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바다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12지신으로 바다에 사는 동물 중에서 누구를 추천하고 싶은 가요?”
“고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래는 바다에서 가장 큰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물개 대신 고래가 새로운 12지신이 되어도 될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그건 싫습니다. 고래는 우선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개는 고래가 물개 대신 새로운 12지신이 되는 것은 싫었다.
“야크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어떤 장점이 있는 동물인가요?”
봉황이 물었다.
“야크는 높은 산을 좋아하고 추운 겨울을 좋아합니다. 또 인간들의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크는 인간과 매우 친한 동물인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짐을 옮겨 주기도 합니다. 또 높은 산악지대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들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잘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환경이 척박해도 야크는 살고자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산 속 어딘가에는 나무와 풀이 자란다는 것을 알고 찾아다니는 의지도 강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야크는 잘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야크는 추운 겨울이나 높은 산에서 잘 살고 있다. 인간들을 위해서 무거운 짐을 날려주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우유와 털도 제공해 준다.
“사슴은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 사슴입니다. 그래서 이번 오디션에서 반드시 사슴도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12지신이 될 수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싫어하는 동물도 있고 좋아하는 동물도 있습니다. 사슴의 전설을 아는 어린이라면 분명히 새로운 12지신이 될 수 있도록 투표할 것으로 믿습니다.”
“사슴의 전설이란 어떤 것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어린이들이 조현묵 작가의〈잉카 견문록〉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사슴에 관한 전설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읽지 않은 어린이들은 사슴에 관한 전설에 대해서 모를 겁니다.
잉카 문명에 나오는 전설에 의하면 사슴은 오래전에 인간이었다고 합니다. 형 뚜이와 동생 호세라는 두 형제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사슴의 전설은 착한 마음을 가진 동생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나쁜 마음을 가진 형에게 형벌을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부자가 된 동생의 보물을 모두 빼앗으려는 의리 없고 욕심 많은 형에게 바위 신은 그의 머리에 뿔을 붙였고 초원의 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고원의 신은 그의 엉덩이에 꼬리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 뒤로 형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잡혀 우리에 갇혀 있다가 도망쳐 지금의 산 속에서 사는 사슴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사슴은 원래 사람이었다는 건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잉카 문명에 의하면 사슴은 원래 사람이었습니다.”
“와! 사슴이 사람이라니?”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에 난 뿔은 언제까지 자라는 건가요?”
봉황이 물었다.
“사슴뿔은 오랜 시간 자라게 되면 무거워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녹용이라고 하고 인간들이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인간이 되고 안 되고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슴으로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만약 인간이 될 수 있다면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뚜이가 살았던 잉카문명지에 가서 혈육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사슴은 가끔 머리에 자라는 뿔이 무거울 때마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또 대한민국 시인 노천명이 쓴 <사슴> 시를 읽을 때마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 모니터에 노천명의 <사슴>이라는 시가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된 영상이 올라왔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이나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텔레비전으로 보고 읽을 수 있었다.
“슬픈 짐승이라고 생각하나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인간이 사슴이 되었으니 슬픈 짐승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온 사슴들은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족속이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높은 족속이라는 말은 곧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슴을 높은 족속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관이 향기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머리에 난 뿔에서는 향기가 납니다. 인간에 비유한다면 귀족 같은 의미를 가지고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슴의 전설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이런 사슴에 얽힌 전설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사슴은 사람이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사슴은 숲속의 신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사슴은 높은 족속이었나 싶다.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무대에는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가 올라와 연주를 시작했다.
..
“정말 놀라운 전설입니다.”
봉황이 말하자
“맞습니다. 저도 사슴에 대한 전설은 처음 듣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사슴이 숲속의 신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불행한 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큰 공부가 될 것 같은 사슴의 전설이었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인간은 스스로 큰 수렁에 빠질 겁니다. 그리고 천당과 지옥이 왜 있는지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도 막을 내렸다.
13.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돼지를 대신할 동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었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의 마지막 연주곡은 버클리의〈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안단티노〉였다. 오랜만에 솜사탕 파는 원숭이 말랑코도 올라와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말랑코가 솜사탕만 파는 줄 알았는데 바이올린도 연주하다니!”
어린이들은 원숭이 말랑코가 너무 부러웠다.
불갑산 호랑이도 마지막 외줄타기 공연을 시작했다.
“부채를 잘 이용한다.”
“멋지다!”
불갑산 호랑이는 외줄의 끝과 끝을 왔다 갔다 하면서 줄을 탔다. 넘어질듯 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았다.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도 연주를 마치고 어린이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원숭이 말랑코와 불갑산 호랑이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가자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올라왔다.
“여러분! 지금까지 무대를 빛내준 마린과 코코로에게 큰 박수 부탁합니다.”
어린이들이 큰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말랑코와 불갑산 호랑이에게도 다시 한 번 큰 박수 부탁합니다.”
어린이들이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여러분!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도 결정이 났습니다.”
“와!”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커서 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쟌은 마이크를 들고 더 크게 말했다. 어린이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좀 가라앉자
“여러분!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은 바로 사슴입니다.”
“와!”
“사슴의 전설이 결정적인 거 같아.”
“그럴 거야.”
“사슴이 인간이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
“나도 믿을 수 없어.”
많은 어린이들은 사슴이 결정된 것에 대해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사슴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했다.
“여러분! 집에 가면 사슴에 얽힌 전설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네!”
“지금부터 돼지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 동물 오디션이니 조금만 더 참고 지켜보기 바랍니다.”
“네!”
어린이들은 벌써 마지막 동물 오디션을 한다는 말에 아쉬운 것 같았다.
재물과 축복을 의미하는 돼지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돼지를 대신할 후보들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첫 번째로 미어캣입니다.”
“와! 예쁘다.”
파란넥타이를 매고 검정 부츠를 신은 미어캣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를 한 바퀴 돌고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태평양에서 막 도착한 참치입니다.”
쟌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커다란 참치 한 마리가 펄쩍 뛰면서 무대로 올라왔다. 태평양 바다에서 막 이곳에 도착한 참치였다.
“오늘의 마지막 오디션 참가자는 바로 멧돼지입니다.”
“와!”
“너무 무섭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온 멧돼지 입술 사이로 나온 이빨이 날카롭고 무서웠다.
“여러분! 심사위원들을 소개합니다. 봉황, 스핑크스, 켄타우로스입니다.”
어린이들이 큰 박수를 쳤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장인 케르베로스입니다.”
케르베로스가 무대로 올라와 자리에 앉자 쟌은 무대를 내려갔다.
“미어캣은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신기한 동물입니다. 외모도 멋지고 호기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그것만 가지고 어린이들의 표를 얻지 못할 텐데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어린이들이 가장 키우고 싶어 하는 반려동물이 바로 미어캣입니다. 이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은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인기가 없을 텐데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미어캣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격만 내려간다면 강아지나 고양이보다 반려 동물 인기 순위 1위가 될 겁니다.”
“어린이들이 미어캣을 키우고 싶을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 바로 미어캣입니다. 또 호기심도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키우고 싶을 겁니다.”
미어캣은 자신이 있었다. 최근 미어캣 카페도 생기고 많은 어린이들이 미어캣을 키우고 싶다는 빅데이터 자료도 봤기 때문이었다.
“미어캣이 제일 잘하는 게 뭔가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우선 사람들의 어깨에 올라가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동굴에 숨는 것도 잘합니다.”
미어캣은 자리에서 나오더니 심사위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봉황 날개 위로 올라가더니 스핑크스 머리 위로 올라갔다.
“저는 이렇게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물입니다.”
이렇게 말하더니 켄타우로스 어깨 위로 훌쩍 뛰어 올랐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후 자리로 돌아왔다.
“참치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바다하면 참치. 참치하면 바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잡은 참치를 먹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바다에 사는 참치가 반드시 뽑혀야 합니다.”
“참치를 많이 먹는 나라는 어디인가요?”
봉황이 물었다.
“일본에서 참치를 제일 많이 먹습니다.”
“참치보다 더 맛있는 물고기도 있습니까?”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참치보다 더 맛있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제가 먹어보지 못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모두가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참치보다 더 좋아하는 물고기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매운탕을 좋아하고 굴비와 광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요?”
스핑크스가 다시 물었다.
“바다에서는 상어나 태풍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다오염입니다. 바다가 오염되면서 멸종되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운동을 했으면 합니다.”
참치는 프랑스 몽셀미셀이 있는 대서양까지 오면서 바다가 많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봤다. 그리고 앞으로 바다 생물이 더 많이 멸종될 것도 시간문제라는 것도 알았다.
바다는 인간들에게 많은 식량자원과 휴식공간을 제공하지만 사람들이 버리는 오염물질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멧돼지는 왜 12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밥만 먹고 잠만 자는 돼지가 지금까지 12지신의 마지막 동물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멧돼지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동물과 싸워도 이길 자신도 있고 힘도 강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돼지를 대신해서 멧돼지가 꼭 새로운 12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호랑이 같은 동물도 이길 수 있나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호랑이가 무섭기는 하지만 호랑이와 싸워야 한다면 싸우기 전에 멀리 도망갈 겁니다.”
“대한민국의 지리산에서 가장 강한 동물은 어떤 동물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반달곰과 멧돼지가 가장 강한 동물입니다. 멧돼지는 반달곰도 이길 수 있습니다.”
“곰을 만나면 무서울 텐데 멧돼지가 곰을 이길 수 있다고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반달곰은 착하고 온순합니다. 지리산에는 먹을 것도 많아서 만나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만약 반달곰이 싸움을 신청하면 싸울 생각은 있는가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북극곰은 이길 수 없지만 몸집이 작은 지리산 반달곰은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이 반달곰을 찌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반달곰을 보호하기 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농가에 내려가서 농부들이 심은 농작물을 훔쳐 먹고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뉴스도 있던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산에 먹을 게 없어서 농가로 내려갔습니다. 앞으로는 농가에 내려가지 않도록 멧돼지들에게 말하겠습니다.”
마지막 12지신 돼지를 대신할 오디션도 끝났다.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오더니
“여러분! 현재 12지신 동물들의 합창단입니다.”
“와! 멋지다.”
어린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무대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그동안 12지신으로 활동한 동물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이었다. 합창단은 그동안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오디션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했다.
무대에 오른 합창단은 연습한 곡들을 한 곡 한 곡 불렀다.
..
“모든 동물들이 골고루 표를 얻을 것 같습니다.”
봉황이 말하자
“아마도 어린이들 마음에는 미어캣이 가장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그래도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기 쉬운 참치나 멧돼지도 인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하니까 돼지가 다시 될 수도 있습니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마지막 돼지를 대신할 동물을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14. 어린이들에게 꿈을 선물할 미래의 12지신 동물
합창단 노래가 끝나자 쟌이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멋진 노래를 선물한 합창단에게 큰 박수 부탁합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여러분!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은 끝났습니다. 마지막 동물 발표만 남았습니다. 지금까지 재미있었습니까?”
“네!”
“재미있었어요!”
어린이들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떤 동물이 제일 멋있었어요?”
“코끼리, 낙타, 코프라, 전갈, 펭귄, 거북, 미어캣…….”
쟌은 어린이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손을 흔들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여러분! 이제 돼지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을 발표하겠습니다.”
“미어캣!”
“참치! 참치! 참치!”
“멧돼지!”
그동안 맛있는 고기를 제공한 돼지가 사라진다니 믿어지지 않지만 미래의 주인공들이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
“여러분! 돼지를 대신할 새로운 12지신으로 멧돼지가 결정되었습니다.”
“와! 미어캣이 떨어지다니.”
“고기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니까 맛있는 고기를 제공할 수 있는 멧돼지가 된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동안 멋지고 아름다운 동물들이 새로운 12지신으로 뽑혔다. 하지만 돼지를 대신할 동물은 역시 맛있는 고기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 지금까지 고생한 심사위원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
어린이들은 큰 박수를 쳤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장인 케르베로스에게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와!”
“다시 지옥문을 지키러 가겠지?”
“그래야지. 만약에 우리 곁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오싹 돋는다.”
케르베로스는 정말 무섭게 생겼다.
“저 얼굴을 보고 지옥에 들어간 사람들은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거야.”
“그럴 거야.”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열린 새로운 12지신을 뽑는 오디션은 모두 끝났다.
무대 조명이 꺼지고 코끼리 마린과 유령 코코로도 숙소로 돌아갔다. 불갑산 호랑이도 모니가 데리고 우리로 갔다.
“고향에 가니까 좋지?”
“모르겠어요.”
불갑산 호랑이는 할아버지가 살았던 대한민국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 출연했던 모든 동물들도 고향으로 돌아간다.
쟌이 <대왕 거미 잭슨과 전갈>에 출연했던 전갈을 사하라 사막으로 돌려보낸 뒤 이곳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공연장에서는 모든 동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결정은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투표에 참가하고 결정한 일이다.
“코코로. 나랑 같이 가자.”
코끼리 마린은 유령 코코로에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유령 코코로는 대서양 끝자락에 자리한 몽쉘미셀 성당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난. 몽쉘미셀로 돌아가야겠다.”
“왜?”
“나도 고향이 좋아. 그곳에 가면 유령들이 많아서 좋을 것 같아. 내가 비올라를 연주하면 유령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럼. 할 수 없지.”
코끼리 마린은 혼자 인도 뉴델리 인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유령 코코로가 몽쉘미셀로 가겠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코끼리 마린은 원숭이 말랑코를 찾아갔다.
“말랑코. 어디로 갈 거야?”
“고향으로 가지.”
“고향이 어딘데?”
“고향이 고향이지.”
원숭이 말랑코는 고향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디로 가는 거냐고?”
“고향으로 간다니까.”
코끼리 마린은 원숭이 말랑코가 고향이 어딘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랑코. 고향이 어딘지 모르는구나?”
“몰라!”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난 고향으로 가야 된다고 모니 선생님이 말했어.”
“내가 모니 선생님에게 물어볼게.”
코끼리 마린은 모니 선생님이 묵고 있는 숙소로 갔다.
“선생님.”
“왜?”
“말랑코와 함께 인도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말랑코에게 물어봤어?”
“네. 물어봤는데 고향이 뭔지 모르고 있었어요.”
“하하하! 그렇지. 말랑코는 새끼 때부터 나랑 같이 살았으니까.”
“제가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코끼리 마린은 끈질기게 모니 선생님을 설득했다. 그리고 원숭이 말랑코를 데리고 고향으로 갈 수 있었다.
“말랑코. 과일은 내가 다 따줄게.”
“고마워.”
원숭이 말랑코는 코끼리 마린의 긴 코를 붙잡고 좋아했다.
“코코로. 또 만나자.”
오늘 유령 코코로는 몽쉘미셀로 가는 기차를 탄다. 코끼리 마린과 원숭이 말랑코가 기차역에 나와서 배웅했다. 모니 선생님도 나왔다.
유령 코코로는 그렇게 몽쉘미셀 성당으로 돌아갔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밤마다 성당 안에서 비올라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아마 12시간은 타야 할 거야.”
오늘 불갑산 호랑이는 파리 드골공항에서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불갑산 호랑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잘 가.”
코끼리 마린, 원숭이 말랑코는 모니 선생님과 함께 공항에서 불갑산 호랑이를 배웅했다.
“그동안 만나서 즐거웠어. 마린 첼로 연주가 듣고 싶을 거야. 그리고 말랑코의 바이올린 연주도 듣고 싶을 거구.”
“숲에서 다시 만나자.”
“그래. 내가 숲으로 돌아가면 인도로 찾아갈게.”
“알았어. 기다릴게.”
불갑산 호랑이가 탄 비행기가 이룩하고 코끼리 마린과 원숭이 말랑코는 모니 선생님의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며칠 후.
코끼리 마린과 원숭이 말랑코도 인도 행 비행기를 탔다.
모니도 오랜만에 고향으로 어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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