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장 ------ 傷處의 殘痕
빛,
금천풍호가 깨어났을 때 느끼는 것은 바로 빛이었다.
얼마의 긴 잠에 빠져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눈이 시리도록 빛이 강
렬하게 느껴졌다. 그 빛은 사방 벽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새하얀 빛.
금천퐁호는 그것이 무슨 야명주에서 발하는 것이 아니라 백옥에
서 자연스럽게 발해지는 빛이라는 것을 안 것은 눈을 뜬 채 사방을
훑어보고 사방벽이 투명한 가운데 우윳빛을 머금고 은은히 빛을 발
하는 옥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알고서였다.
자세히 살펴볼 겨를도 없다.
다음에 밀려오는 것은...... 엄청나리만큼 싸늘한 한기였다.
뼛속까지 에일 한기가 백옥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안 것은 그 다
음이었고,
(아마도 이 백옥들은 한옥이라는 것일 게다. 스스로 한기를 발하
는 신비한 옥이라는......)
채 한기의 근원을 느끼기도 전에 조수처럼 밀려오는 것은 전신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고통.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의 내공이 칠벌로부터 전수받고
무후대상인의 무공을 전수받지 않았다면 지금즘 한기에 벌써 내장
까지 딱딱하게 얼어붙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강력한 흡입력에
빨리는 힘과 불마현관이 무너지는 충격 속에 전신이 파열되어 죽었
을 것이다.
그가 아직도 그 엄청난 시련속에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 바로 본
신의 막대한 내공이 반사적으로 작용하여 엄청난 압력과 흡입력 그
리고 한기에 버텨낼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누운채로 무후대상인이 남긴 무공의 구결에 따라 내공을 일
으켰다.
대반보리탄강.
무학의 진정한 정수.
그것을 일으키는 순간 그의 전신은 한기의 고통 속에서 자연스럽
게 벗어날수 있었다.
그렇게 일각의 시간을 보냈을 때, 금천풍호는 전신을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어 몸을 일으켰다. 실로 엄청난 시련의 고통에 시달린
몸이였지만,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불괴의 몸에 이르
고 있는 것이다.
"......!"
몸을 일으킨 금천풍호의 눈에 언뜻 이채가 스쳐간 것은 그때.
글, 벽면에 흐릿하게나마 써있는 글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나의 후인이여. 그대의 출관을 경하노라. 이곳 또한 노납의 후
인인 그대를 위해 남긴 안배라면 안배......>
"이곳이 출관이라고......? 그렇다면 천지제황부를 벗어날 수 있
는 출구라는 말이 아닌가? 중옥...... 그녀도 이곳을 통해서 나갔
겠군."
금천풍호는 의외인지라 나직한 독백을 부지중에 흘려내고는 다시
금 세월에 풍화된 듯한 글을 읽어내려 갔다.
<후인이여. 그대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곧 마의 후예도 입관했
다는 것을 뜻하는바, 선관을 택한 그대의 심성으로 보아 마의 후예
에게 후환을 입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후후! 내 속을 들여다 보는 것만 같아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
군."
금천풍호는 씁슬한 고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한차례 저었다.
<이곳은 본시 자연발생으로 생긴 음풍동이다. 지하의 음기와 힘
이 한줄기 바람으로 화해 지상으로 빠져나간다. 그 지상이라는 곳
도 기실 바다내부이지만...... 자연의 힘과 신비라는 것은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는 상상조차 할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곳
한풍의 압력과 힘에 의해 음풍동의 약 삼십장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어도 그 이상은 들어오지 못한다!>
금천풍호, 그는 글을 읽고 대자연의 신비와 평형에 내심 찬탄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가 아직도 살아있어 이 글을 본다면 그대는 억세게도 명이
길고 운이 좋다고 말할수 있다. 오직 진을 파해한 사람만이 빠져나
갈수 있게끔 만들어진 천지제황부다. 그대가 이곳에 들어올수 있음
은 마침 그때에 음풍이 부는대로 그 힘에 휩쓸려 흡입력에 들어옴
으로써 위기를 벗어날수 있는 셈이 되니까.>
"그랬군. 그 한줄기의 거대하고도 저항할수 없는 강한 흡입력은
대자연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 정말 공교롭게 그때 음풍이 불
어주었기에 망정이지......"
금천풍호는 무후대상인의 글에 가슴 써늘한 한기와 공감에 두어
번 고개를 까딱이며 독백을 흘려내고는 다음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 순간, 그 아래 글을 읽어내려 가는 그이 얼굴은 무섭도록 딱
딱하게 경직되어 갔다.
<비록 이곳의 음풍관 끝과 불마현관의 출구가 한 곳으로 통해지
는 곳이지만 그대도 빨리 이 글을 접하는 즉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구대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음풍관에 한풍이 부는 것은 꼭 이십사 시간에 한번씩
일어나는 주기적인 것이며 한번 줄기 시작하면 한 시간 동안 쉬지않
고 불어댄다. 그 힘은 인간의 어떠한 힘으로도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 한기는 어떠한 물건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지독한 것이
다.>
"하루에 한번씩이라고......? 그럼 내가 혼절해 있던 시간을 따
진다면......!"
간접적으로 경험한 한풍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이라는 것을 경험
했던 그였기에 단번에 심장이 식어내리는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더우기 불마현관이 무너진 뒤에 음풍이 불어 그곳까지 휩쓸면
현관의 중심부에 있는 기관까지 작동시킬 것이다. 대자연의 조화가
그러하듯 이곳에 한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의 열맥, 즉 용
암이 자리하고 있다. 기관이 작동되는 즉시 지반이 무너지며 용암
을 분출시킬 것이다. 곧 이 불귀도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말이기
도 하다!>
"이건 지독하군. 대자연이 한꺼번에 상충하면서 요동치게 되어있
으니......!"
금천풍호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좋던싫던 빠져나갈수 없는 바다
속에 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와 나와의 인연은 이 섬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그
러나 후인이여, 경고하노니 잊지마라!>
"이건 또 무슨 뜨끔한 말이냐? 무후대상인이 경고를 남기다니....."
금천풍호는 그 아래를 더욱 빠르게 읽어갔다.
<그대가 무림에 나갔을 때 언제고 그대를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
다. 그 이름은 봉황이라고 일컬으리라. 본시 노납이 출가하기 전에
연이 있던 여인에게 불리던 이름이다. 그녀는 본시 봉황곡에 거주
하고 있던 봉황신녀로 불리던 여보살이었으니까. 속세에서 맺은 정
의 인연, 인연으로 노납과 접하게 된 그대이니만큼 그 연 또한 필
히 그대에게 이어질 것인바 모든 것을 원만히 해결하기를 바란다.
무후대상인 절필.>
무후대상인의 글,
그 끝은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필시 속세에서 인연을 맺은 정인 이상일게다. 무후대상인과 봉
황신녀라 불리는 두 사람의 관계는...... 무후대상인도 속세에서는
상당히 풍류를 남겼는 모양이군.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문제이지만
천년하고도 얼마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 인연이 나에게 이어지겠는
가?"
금천풍호, 그는 간단하게 생각하고 무후대상인의 마지막 말, 즉
경고를 잊어버린 채 곧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후일 그는 알게 될 것이다. 무후대상인의 경고가 단순한
경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인연이라는 것을......
"어르신네들이 아마 발을 구르고 초조해 할 것이다. 천지제황부
의 무너지는 소리는 불귀도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과 소리를
발했으니까."
어느 사인가, 금천풍호는 지금까지의 시련과 고난을 잊고 중원칠
절에 대한 상념에 빠져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 * *
피!
피에 절어 형상을 구분할수 없는 시신,
뿐이랴, 아예 시신의 흔적을 어떻게 마추어야만 그 짝을 찾을 수
있을가 하는 처절의 극한을 보여주는 시신도 있었다.
"......!"
금천풍호가 동굴에 들어서 가장 먼저 본 것이 바로 그러한 처절
한 참경이었다.
지금 석상처럼 굳어진 그의 표정.
망연자실!
그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려면 지금의 그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놀라움, 불신. 그런 빛은 찾아볼수 없다.
오직 느낄수 있는 것은 완전히 넋나간 그것일 뿐......!
그런 그의 망연한 눈에 피로쓴 석벽의 글이 들어온 것은 얼마의
시간이 흘러가고 나서 였을까?
<풍아 이놈, 네가 무사할수 있을런지...... 너마져 그 마녀의 손
에 우리 꼴을 면치 못했다면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유혼으
로 떠돌게 될 것이다. 풍, 살아있다면 더더욱 가슴에 안고 쓸어줄
귀여운 놈아, 잊어서는 안된다. 그녀는 세상을 피로 도탄속에 멸할
저주의 마녀임을......>
비록 짧은 글이지만 금천풍호의 안전에 대한 근심과 복수심을 품
고 있는 한, 그리고 마녀에 대한 처절한 저주와 경고를 선붉은 피
만큼이나 모든 것이 새겨있는 글이었다.
"......!"
익숙한 어휘에 눈에 익은 글을 보는 순간, 금천풍호의 석상같기
만 하던 몸이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노야...... 어르신네...... 어르신네------!"
처음, 무릎을 꿇으며 침음처럼 흘려낸 음성은 미약했지만......
마지막으로 터져나온 외침은 불귀도를 흔들어 버리는 처절한 고함
이었다.
눈물...... 언뜻 눈에 뿌옇게 막이 차오르는 것이 눈물이라고 느
껴질진대...... 영웅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흘린다면 피...... 피눈물뿐이다.
눈물에 가려져 볼수 없는 아래의 글은......
<일후 우리의 한을 풀고 네가 다시 가문을 일으키길 지하에서나
마 빌겠다. 다만 우리를 위해 한가지만 처리해 준다면 염원이 없다.
본시 우리에게는 각기 한명씩의 제자를 거두었다. 한결같이 세상에
서 버림받은 고아들로서...... <중략>...... 헌데 놈들은 망은부의
하게도 공모하여 우리들을 시역하려 했다...... <중략>...... 남은
세놈의 이름은 신절마편 사개명 등...... <중략>...... 놈들을 제
거하여 인륜을 파계한 놈들의 종말을 세상에 알려라.
풍아...... 귀여운 놈...... 너를 마지막으로 한번만 볼 수 있었
어도......>
비석,
일곱 개의 묘비.
거기에 적혀 있는 이름은 하나하나가 중원칠절의 휘호와 이름.
"......!"
말없이 일곱 개의 무덤과 묘비를 응시하고 있는 금천풍호.
그의 눈에 아직도 흐르고 있는 것은 피눈물이다. 그리고..... 흡
사 한줄기 바람인양 아픔처럼 흘러나온 나직한 음성.
"어르신네들...... 곧 소멸된 불귀도에 어르신네의 무덤을 만든
것은...... 후훗! 아실 것입니다. 이 풍아가 할수 있는 어르신네들
에 대한 경의와 우정, 그리고 사랑의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것을......"
몸부림, 차라리 그러했다면 그는 아직가지 피눈물을 흘려내고 있
지는 않으리라. 통곡하고 몸부림치고 미쳐버린 셈치고 발광을 한다
면 가슴에 쌓인 애통과 슬픔의 한을 풀어버릴수 있을테니까.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도 통렬한 아픔이었다.
오직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라고는 어르신네들이건만 그들을 살해
한 흉수가 그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 여인이었기에......
바다바람이 한차례 그의 몸을 휩쓸며 엉망이 된 옷자락이 찢어질
듯 비명을 토할 때였다.
우르르르......!
진동, 지극히 미세한 진동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것을 느낀
금천풍호는 말없이 돌아섰다.
어르신네들......
풍아는 떠나갑니다.
이 정들고 내가 자라왔으며 꿈을 키워왔던 불귀도마져 사라질 지
금이기에......
그러나 살아 숨쉬는 한 나는 결코 잊을수 없을 것이외다.
언제나 웃고 있는,
그러나 내면에 응혈진 한의 아픔을 간진하고 있는 어르신네들을,
노야들,
혼이 있다면 보아주시오.
반드시 천하제일가를 꺽어 칠절의 위대한 이름이 나의 몸을 통해
무림사에 영원히 빛날 증언으로 기억하게 될 것을,
언제고 다시 이곳에 올수 있으면 좋으련만......
노야들,
그러나 그런 기약마져 할수 없게 되었소......
영원히 바닷속에 뭍힐 전설의 섬으로 남게 될 테니까......
여인이여......
한 번도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 한마디 안했지만,
금빛이 쏟아지는 모래사장에서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대는 나의 영혼이 되었고 사랑이 되었소.
한을 머금은 그대를,
청순한 창포꽃처럼 한초름할 때의 모습을,
나에게 싸늘한 냉소를 날리던 그 미소를,
그래도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은 아마도 너무나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게요.
준 것이 없어도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하는 그대이건만,
그대는......?
그토록 내 가슴에 지울수 없는 아품을 심어주어야만 했소?
그렇게 뜨거운 내 가슴의 연한 살을 후비고 들어가는 면도날에
서린 고통을 심어주어야만 했소?
그러나 말이오,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어리석은 사내의 일시적인 사랑놀음이라고 여기지는 마시오.
뜨거운 사내의 가슴은......
그처럼 좁고 작은 것은 아니니까.
언제고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만,
나는 결코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겠소.
그러기에는 아직도 그대의 영상이 나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고 있
으니까.
그러나...... 그러나......
빌어먹을, 그대와의 추억이 남은 이곳이 사라지는 지금 하늘은
왜 저리도 높고 푸른가.
* * *
불귀도에서 장차 무림의 대폭풍을 일으킬 금천풍호라는 위대한
신인이 중원을 향해 떠나려는 그 찰나!
중원에서는 이미 반 년 전부터 역사상 유래 없는 대난세의 조짐이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 마의 하늘! 장마천교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나 악마의 발
톱을 세우고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창궐했다.
소문!
느닷없이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중원을 강타한 무서운 소문!
어디서 흘러나온 소문인지...... 누구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인지
도 모른다. 다만, 이 소문이 중원에 내던진 충격만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이백 년 전.
중원은 사상 두번째 최대의 암흑기를 맞이했었다.
구백년 전에 멸망된 마도 최강의 세력인 마교의 맥을 이었다고
주장하는 잠마천교의 십만마도인에 의해......
십만, 이 엄청난 숫자의 마도인이 어떻게 그처럼 하루 아침에 강
호에 모습을 드러낼수 있다는 말인가?
그 많은 마도고수들이 어쩌면 그렇게 통천가공할 무예를 지녔는
가?
이유는 알수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
에 중원은 그들의 발굽아래 처참하게 유린을 당했으니까.
만 "약, 당시 천하제일가의 제 오대가주였던 검천제 옥기린이 잠
마천교의 대종사를 철마존의 고혼으로 만들어 놓지를 않았다면 어
쩌면 지금 천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잠마천교인지도 몰랐다.
잠마천교는 불과 두달만에 마도 삼백육십개 문파를 일통시켰다.
그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거역하는 자는 모조리 죽음을 내렸으며 복종하는 자만을 살려 두
었다. 그에게 항거하다가 멸문지화를 당한 마도의 문파 이십오개!
폐허!
잠마천교가 휩쓸고간 자리는 을씨년스러운 폐허로 화하고 말았다.
그 전율스러운 수단에 놀란 나머지 마도문파들은 앞을 다투어 그
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파천마종 율리극!
잠마천교의 문주.
그는 절대 신비속의 대혈신이요, 대사신이었다.
잠마의 기운을 타고 났다는 그의 철도는 하늘마져 갈가리 찢어놓
을 정도라고 하던가?
헌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사성의 홀연한 등장!
잠마천교가 마의 맥을 이은 마의 대종사라면......
사성은 사의 맥을 이은 사의 대종......
헌데 이들도 발호했다.
그리고, 이들의 수단은 오히려 잔악하기로 말하자면 잠마천교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사도, 이백사십칠개 방파 일통,
항거하다 죽은 자의 수------ 삼만 오천!
십팔만리 중원천하에 뿌리 깊은 전통 속에 숨쉬고 있던 수백개의
군소방파들이 혈해 속에 그 이름을 묻었다.
사천대제 위지태궁!
사성의 주인!
오랫동안 신비속에 가려져 있던 이 절대사인의 사공은 잠마천교
의 교주, 율리극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헌데, 악운이 겹친다고 하던가?
요귀성보의 등장!
이들은 중원에 요귀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온갖 요사스러운 좌도방문과 사술, 그리고 기문환술까지......
이들은 무학이 아닌 사술로서 전중원에 대혈풍을 일으켰다.
중원은 이들로 인해 대혼란에 빠졌다.
남편은 아내에 의해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수십 년을 키워
준 제자가 사부를 죽였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현상인가?
알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요귀성보의 등장 이후에
벌어진 엄청난 불륜의 현실이라는 것 뿐이었다.
잠마천교!
사성!
요귀성보!
이들의 등장은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헌데, 이들의 뒤통수를 치는 또 하나의 엄청난 사건이 전 중원을
한차례 휩쓸었으니......
마녀, 단봉중옥의 등장!
이 여인의 등장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엄청난 경악이었다.
녹림칠십이채!
장강 연안에 근거를 둔 녹림최대방파!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이 녹림의 초강 세력에 위세는 육문칠가에
비해 하등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총채주, 녹림제황 여고풍------!
취운십팔장!
천하 삼대장법 중 수위를 차지하는 이 가공할 장법으로 이십오만
녹림인의 하늘로 군림하던 그,
놀랍게도 그는 단봉중옥의 단 일수에 저승의 고혼이 되고 말았다.
무적장법이라 일컬어지던 취운십팔장을 다 발휘하고도 단봉중옥의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했다고 하던가?
분노에 차 일제히 단봉중옥을 향해 합공을 하던 녹림삼태상도 갔
다.
모조리 단 일수에......
주인이 바뀌었다.
천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오직 전대의 총채주가 지명한 후계자
에 의해 녹림의 대권을 이어온 녹림칠십이채의 주인이 최초로 외부
인으로 바뀐 것이다.
허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만큼 마녀 단봉중옥의 무학은 가공할 것이었기에......
이것은 정말이지 단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사태였다.
단 하룻밤 만에......
단봉중옥!
그녀의 무학은 앞서의 율리극이나 위지태궁에게 절대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헌데...... 그녀는 또 한 차례 천하에 대고 엄청난 선언을 하였으
니......
------ 호호! 나의 목표는 천하제일가의 멸망이다. 천하제일가는
나의 손에 의해 무너지고 말리라!
경악! 또 경악!
천하인들의 시선은 당연히 천하제일가로 모아졌다.
허나...... 허나......
침묵!
천하제일가는 침묵을 지켰다.
------ 어떻게 된 것이냐? 천하제일가는 겁을 집어 먹은 것인가?
허풍만 쎈 겁쟁이들만 모였다는 말인가?
분노를 이기지 못한 젊은 협사는 이렇게 천하제일가에 대고 울분
을 터드렸고......
------ 아니다. 천하제일가는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비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렇듯 천하제일가를 비호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세월, 무심한 세월은 자꾸만 흘러갔다.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중원의 운명을 향해, 물처럼 그렇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