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친자연 서정으로 자적(自適)의 인생관 탐구 --김보환 시조집 『물 따라 살아가니』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전 부이사장) 1. ‘내 인생’과 삶에 대한 인식 현대 시조의 소재나 주제는 대체로 인간과 자연에서 탐색하면서 그 시인이 공유한 인식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창출하는 경향이 대다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법은 시조 창작에 있어서 간과(看過)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 행(行)에서도 인생과 자연이라는 거대한 현상들을 한정된 시구(詩句)로 적시하는 것은 그 시인의 창작능력과 다양한 체험이 재생하는 결과라고 보아진다. 우리 시조가 현대시와 다른 점은 표현에서 정형의 운율을 중시한다는 점이지만 그 내면에 잠재한 주제나 시정신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시조 정신이 그만큼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감명(感銘)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못한다. 여기 첫 시집으로 상재하는 김보환 시조집 『물 따라 살아가니』를 일별하면 이러한 실체적인 문제가 직갑접으로 살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채롭게 발현되고 있어서 현대 시조작품들도 현대시 못지않게 그 정신이나 주제의 투영은 인본주의(humanism)에 근원을 둔다는 점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김보환 시인은 먼저 우리의 삶에 대한 인식에서 깊은 사유(思惟)를 통한 생(生)의 지표를 정립하고 있는데 ‘높은 산 아닌 데도 / 힘들게 올라와서 // 왔던 길 돌아보니 / 곱지만 아니하네 // 남은 길 멀지 않아도 아름답게 만들자(「길」 전문)’이나 ‘한세상 살다 보면 꽃길도 가시밭도 / 얽히고 설키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 / 고난이 친구다 하고 맘 편하게 지내자(「심술쟁이」 중에서)’라는 어조와 같이 실생활(real life)에서 겪었거나 현재 당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에서 ‘아름답게 만들자’ 혹은 ‘편하게 지내자’라는 각오가 선명한 신념의 메시지를 직접 지시어(指示語) 또는 명령어(命令語)로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낙원인 내 인생을 꾸미고 싶어져서 큼직한 농장하나 만들어 보았단다 자연은 거짓이 없어 꾸민 대로 되었지 갓 낳은 새끼 사슴 비틀비틀 귀여웁고 들오리 식사하러 우리 연못 찾아오네 평화론 한 폭의 그림 머리에만 남았지 인생은 일장춘몽 그 누가 말했던가 내 인생 전부 아닌 한순간 토막이라 후회도 하나 없구나 건강함에 감사해 --「감사한 마음」 전문 김보환 시인은 앞에서 자신의 진솔한 각성이 내포된 시적 진실을 이해했다면 여기서는 그가 작품에서 탐색하려는 삶의 내면 풍경을 적시하고 있어서 그가 ‘인생은 일장춘몽’이라는 단정적인 관념으로 ‘내 인생 전부 아닌 한순간 토막이라 / 후회도 하나 없구나 건강함에 감사해’라는 어조와 같이 ‘감사한 마음’을 통해서 진정한 성찰을 투영시키고 있다. 이처럼 그는 연시조의 형태로 자아(自我)에 대한 생활상이 살아온 체험을 재생하면서 창출한 이미지가 작품 전체를 하나의 스토리처럼 엮고 있어서 우리들의 감응은 더욱 공감을 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시 ‘낙원인 내 인생을 꾸미고 싶어져서 / 큼직한 농장하나 만들어 보았단다 / 자연은 거짓이 없어 꾸민 대로 되었지’라는 삶이나 인생에 대한 인식이 지난 과거의 시간을 통한 체험에서 재생된 희구(希求)의 상황으로 보아서 시인으로서 회상하는 안온한 상념(想念)이 주제로 현현되고 있다. 그는 인생의 인식단계를 탐색하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파란 싹 돋아나던 / 유월은 뜨거웠지 // 태풍도 지나가고 / 수확의 계절인데 // 팔순이 훌 쩍 넘어도 알이 찬 게 없구나(「생(生)」 전문) -예고도 아니하는 / 한여름 소나기는 // 며느리 정성 드린 / 모시옷 다 망쳤다 // 하루 일 모르는 것이 인생살이인가 봐(「면목이 없네」 전문) -긴 것도 아닌 것이 / 고비도 많고 많다 // 개인 듯 흐려지고 / 흐린 듯 맑아지는 // 얄궂은 인생살이가 색동옷을 입었네(「색동옷」 전문) -천만년 다정하게 같이 붙어 살 것 같아 / 형제간 오순도순 말 한마디 못했는데 / 삶이란 찰 라 인 것을 내 일찍이 몰랐네(「옥수수」 중에서) -높게들 / 올라가면 / 자리가 비좁아서 // 서 있기 어려우니 / 주위를 잘 살펴라 // 이승 의 한평생보다 내세(來世)란 게 더 길다(「먼 길」 전문) 김보환 시인은 ‘팔십을 넘고 보니 / 고맙기 그지없다(「지하철」 중에서)’거나 ‘흠 없이 곱게 접어 예쁘게 쌓아보자 / 먼 훗날 쌓아둔 엽서 돌아볼 일 있으리(「인생 엽서」 중에서)’라는 회고와 성찰이 그의 인생에서 언제나 재생하고 싶은 생활의 향방으로 현현되고 있는 것이다. 조그만 정이라도 아직 남아 있다면 이승이 갈 때까지 고이 간직 하소서 연(緣)이란 이승저승을 왔다 갔다 하는 것 서럽다 생각 말고 따스한 가슴으로 지나간 아픈 상처 쓰다듬어 가면서 순간이 영원하도록 아름답게 살고파 --「아쉬움」 전문 김보환 시인은 삶에 대한 고뇌와 갈등, 상처 등의 심적 회의(懷疑)를 이젠 화해하고 남아있는 이승의 ‘아쉬움’들을 새로운 기원의 의지로 인생 전환을 모색하고 있어서 그의 인생을 미학적인 추구로 살아가고픈 여망(餘望)이 분사하고 있다. 그는 ‘달고 쓴 인생사의 영욕을 감내하고 / 고왔던 삶이였다 스스로 위로하며 / 두둥실 흰 구름 타고 천상으로 오른다(「영혼의 여행」 중에서)’는 비장한 단정으로 지금까지 영위한 삶을 ‘스스로 위로하며’ 지구촌의 ‘인간의 여행’을 마치고 ‘우주여행 저 하늘별’에 오르는 ‘영혼의 여행’을 생사(生死)의 고차원적인 인생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 ‘모정’과 사랑의 동경, 그 원류 김보환 시인에게서 감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심원(深遠)에는 어머니에 대한 ‘모정’을 비롯해서 전 가족에 대한 사랑의 동경(憧憬)이 그의 심저(心底)에서 불망(不忘)의 원류로 흘러넘치고 있다. 일찍이 우리의 김남조 시인은 그의 글 「그 먼 길의 길벗」에서 ‘어머니! 이렇게 부르면 지체 없이 격렬한 전류가 온다. 아픈 전기이다. 아프고 뜨겁고 견딜 수 없는 전기이다’라는 말로 모성애를 찬양하면서 모정을 읊고 있는 것이다. 드높은 가을 하늘 구름 한 점 두둥실 콩 꺾다 허리 펴고 너의 모습 바라본다 장부의 크나큰 뜻을 두 손 모아 빕니다 --「모정」 전문 꽃밭에 나가보니 간밤에 비가 왔네 꽃잎에 달린 방울 햇빛에 반짝 반짝 울 엄마 친구별 하고 내 꽃밭에 왔네요 --「엄마 생각」 전문 이 작품들은 초장과 중장은 각각 장별로 배행을 하고 종장은 구별로 배행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평시조와는 약간 다른 시법을 택하고 있지만, 이 두 편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것은 어머니(혹은 엄마)에 대한 애틋한 정감의 생성으로 ‘모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는 한 사물이나 어떤 상황 자체를 설정하여 이미지를 창출하거나 상징성을 투영하는 시법에서 발현하는 메시지는 상당한 설득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구구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게 작품을 창작하는 그의 시법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물론 이 두 작품에서는 소재(제목)를 ‘모정’이나 ‘엄마 생각’이라는 내적인 관념에서 설정했다는 점은 자칫 시인의 독백에 머물 여지가 있으나 ‘가을 하늘’이나 ‘꽃밭’이라는 외적인 사물을 대입하여 상징적인 메시지를 투여해서 정감어린 불망의 모정을 적시함으로써 시적인 면모와 시정신이 더욱 진실로 발현되는 시법이 공감을 흡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작품 「골무」에서 ‘희미한 등잔 밑에 / 바늘귀 꿰여주고 // 어머님과 마주앉아 / 서방님 옷 지을 때 // 가슴속 깊은 그 정이 골무 속에 고이네’, 작품 「바가지」에서 ‘오뉴월 지붕 위의 / 눈(雪)같은 하얀 꽃이 // 늦가을 / 밥상 위의 입맛을 돋게 하네 // 장독대 꿰맨 바가지 엄마사랑 가득해’ 그리고 작품 「고향 하늘」에서도 ‘쑥국에 냉이무침 어머니 향이 나고’라는 절절한 모정의 단면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보환 시인은 ‘효심’ 가득한 작품도 다수 창작하였는 바 어머니 이외에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등 가족 전반에 대한 효심과 애정의 징표를 표출하고 있는데 ‘사랑방 할아버지 / 구수한 옛이야기(「사랑방」 중에서)’, ‘그 예날 손잡고 놀던 우리 할매 그립네(「그 옛날」 중에서)’ 등의 상황과 어조로 그의 효심을 재생하고 있다. 부부가 하나 됨만 사랑인 줄 알았더니 그보다 더한 사랑 가슴속에 있었나봐 백발이 권하는 잔에 눈시울이 뜨겁다 --「사랑의 향기」 전문 김보환 시인의 ‘가슴속에’는 항상 사랑의 실체가 출렁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부간에 풍기는 ‘사랑의 향기’이다. ‘백발이 권하는 잔에 눈시울이 뜨겁다’는 진정한 사랑의 메시지는 그가 인생살이에서 느껴보는 진솔한 정감임을 인식하면서 성찰하고 있어서 모든 인간들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이 향기로 넘쳐서 공감을 유로하고 있는 것이다. 3. 사계절의 정취에서 감응하는 시간성 인간이나 자연은 사계절의 시간성에 순응하면서 살아간다. 특히 우리 인간들은 자연의 섭리가 동행하는 삶에서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감내하는 본성이 세월이라는 시간적인 합의(合意)가 동류의 방식을 제공받아서 영위하게 된다. 우선 우리는 시간이라면 조석(朝夕)과 주야(晝夜)를 비롯해서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에서 탐색하는 것이 보편적인 사유이지만 더욱 엄격하게 따져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대분류의 시간에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의(情誼)가 발현되고 이를 근원으로 하여 생활의 이정표가 정립되기도 한다. 봄바람 불어와서 절로 핀 야생화가 쓸쓸히 산자락에 혼자 웃고 있네요 꾸민 것 하나도 없는 그대로가 귀하다 --「향기」 전문 한여름 뙤약볕의 열기는 간 데 없고 실눈섭 곱게 그린 달님이 인사한다 낙원이 그 어디인고 더 할 것이 없어라 --「밤하늘」 중에서 김보환 시인의 계절적인 향취는 ‘향기’에서 느끼는 자연서정에서 뿐만 아니라, 삶의 중심에서 바라보는 ‘밤 하늘의 별’에서 감미롭게 응시하는 정서는 ‘낙원이 그 어디인고 더 할 것이 없어라’는 어조로 ‘한여름’의 안온을 현시하고 있다. 이렇게 봄과 여름에 대한 이미지의 투영은 작품은 ‘그 속에 봄의 정기가 꿈틀꿈틀거린다(「안개」 중에서)’거나 ‘망구(望九)야 따스한 봄을 동산에서 만나자 (「대문을 열고」 중에서)’ 등에서 볼 수 있으며 여름 이미지는 작품 「유월」 「수박」 「기해년의 초하(初夏)에」 등에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책갈피 속에 숨어 곱게도 물들었네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정이 새로워라 서산에 붉은 노을이 눈이 부셔 아프다 --「단풍」 전문 높은 곳 낮은 곳도 가리지 아니하고 골고루 뿌리셨네 고마운 하늘님이 하늘엔 생화가 없어 눈꽃으로 내렸네 --「첫눈」 중에서 그렇다면 가을과 겨울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그의 가을과 겨울도 한 폭의 산수화를 관망하는 듯하다. 이러하듯이 ‘단풍’이나 ‘첫눈’의 그 정경(情景)에서 탐구하는 상황과 전개가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는 화폭의 안온과 화평이 곁들여져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 이 밖에도 작품 「밤꽃」에서 ‘가을에 송이 터질 땐 알밤 줍기 야단이’와 이와 동류의 이미지는 작품 「수목원」 「만추」 「코스모스」 등에서 읽을 수 있으며 겨울은 작품 「설경」에서 ‘앙상한 겨울산에 눈꽃을 상상하며’ 등의 어조로 추동(秋冬)의 정감을 토로하고 있다. 현대 시조나 현대시에 있어서 이 시간성의 문제는 그 시인의 체험이 언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느냐 하는 시제(時制)문제가 대두된다. 문학적인 시간과 자연적인 시간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은 체험의 상상적인 시간이 작품과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시간성에서 취택하는 오묘한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유이다. 4. 만유의 자연과 서정적 자아 탐구 김보환 시인은 시간성에서 창출된 서정이 바로 만유(萬有)의 자연으로 옮겨져서 거기에서 교감하는 시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는 ‘한여름 / 불볕 피해 / 계곡을 찾았더니 // 앞산의 봉우리가 / 나보다 먼저 와서 // 바쁜 일 잠시 접고서 쉬어가자 권하네(「산영(山影)」 전문)’라는 어조로 자연 풍광(風光)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자연에 심취(深醉)하면서 안온하고 평화로운 정감으로 인생을 향유(享有)하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의 안정적인 인생과 자연이 화해를 구현하려는 시법을 탐색하고 있다. 아지랑이 피어나고 봄바람 살랑살랑 가지엔 매화송이 길가엔 민들레라 시기한 꽃샘추위가 봄을 잡고 가네요 하늘을 쳐다보니 큼직한 그름 덩이 백운(白雲)을 시샘하는 바람이 불어온다 뜨거운 삼복더위를 멀리 멀리 미네요 어느새 귀뚜라미 매미대신 찾아 와서 여인의 애환서린 부뚜막서 울어대니 고왔던 단풍잎들도 하나 둘씩 지내요 바람과 세월 따라 흐르는 인생길에 그래도 석양빛은 갈수록 고와진다 백설이 ‘만건곤할 때’ 천하태평 했으면 --「바람과 세월」 전문 김보환 시인은 자연 풍취(風趣)에서 착목(着目)한 그의 시선은 ‘바람과 세월’이라는 새로운 지적(知的)인 이미지가 생성시키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사계절의 향연(饗宴)이 펼쳐지면서 서정적인 자아를 투영하고 있어서 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이 깊게 침잠(沈潛)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 그가 시어로 취택한 ‘아지랑이’와 ‘꽃샘추위’, ‘삼복더위’, ‘귀뚜라미’와 ‘단풍잎’ 그리고 ‘백설’ 등은 사철의 상황들이 형상화하면서 ‘바람과 세월따라 흐르는 인생길’은 결론처럼 ‘천하태평 했으면’ 하는 기원과 갈망의 의식으로 현현되고 있다. 이처럼 시간과 동행하는 자연 현장에서 그는 ‘주어진 환경일랑 탓하지 아니하고 / 자연의 순리 따라 곱게도 살아가네 / 부럽다 너의 세상을 도원이 했던가(「야생화」 중에서)’라는 어조처럼 ‘자연의 순리 따라’ 삶을 영위하는 평탄한 인생의 지향점을 탐구하는 ‘야생화’의 이미지가 지순(至純)하게 어필하고 있다. 우거진 청록색이 강산을 덮었다가 세월이 바뀌면서 변색이 너무 많다 그 중에 청송(靑松) 몇 그루 늠름하게 서 있네 북풍이 몰아치면 고왔던 단풍잎도 변하는 세월 아래 낙엽으로 뒹굴다가 역사의 발밑에 깔려 무상함을 느끼리 사계절 춘하추동 좋기는 하다마는 인생의 사계절은 누구도 알 수 없네 선죽교 길이 막혀서 물어볼 수 없구나 --「낙엽」 전문 김보환 시인의 서정성은 친자연에서도 인생의 의미가 내재되는 상황의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천성적으로 동화(同化-assimilation)한 자연관이 바로 작품으로 접맥하는 정서가 숙성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못한다. 그는 ‘낙엽’과 대칭되는 ‘청송’과의 비교에서 ‘세월’이 무심히 던져주는 ‘무상함’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사계절’과 소통하는 인생론으로 전이(轉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작품 「대나무」에서 ‘백년을 따로 살아도 이별이란 없단다’거나 「갈대」에서도 ‘솜같이 따스한 정이 그립기만 하구나’라고 서정적으로 명징하게 발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서정은 작품 「풍란」 「소나무」 「들꽃」 「벚꽃」 「낙화」 등등에서 청정(淸淨)한 그의 내면에서 풍기는 자적(自適)의 향훈(香薰)을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김보환의 시조 세계는 대체로 삶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통해서 모정과 사랑의 원류를 탐색하고 그의 서정적인 사유와 정서가 축(軸)이 되는 친자연의 감응이 작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평범하면서도 화기(和氣)가 넘치는 생의 한 단면을 엿보는 형상을 느끼게 하고 있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망구(望九)의 손으로 갈등하고 고뇌했던 ‘시조’. / 시조 문학의 참뜻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단풍잎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시조시인의 꿈, 노욕(老慾)에 한동안 초조하기도 했었습니다.‘라는 겸손의 어조는 시조를 사랑하는 숙연한 시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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