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돌무덤인 구형왕릉으로 1... (금산 휴게소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중앙 집권적 고대국가를 이루기 위해 체제를 정비하고 서로 견제하고 있었다. 이때 낙동강 유역과 지리산을 경계로 자리 잡은 가야연맹...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그에 예속된 다섯 가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고대 일본과 백제, 신라의 중계무역으로 번성을 이루면서 화려한 철기문화로 꽃을 피웠다. 1세기 무렵에는 일본의 야마타이국((邪馬臺國)에 왕족을 보내 다스리기도 하였다. 가야의 여러 나라는 초기부터 신라와 영토문제로 대립, 패배하여 백제와 우호관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고구려의 남하정책으로 신라와 백제는 동맹(同盟)하여 가야를 넘보기 시작하면서 법흥왕 때 490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
낙동강 유역의 최대 세력으로 자리하였던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으로 전해오는 구형왕(仇衡王)... 신라의 명장인 김유신의 증조부다. 그의 무덤이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왕산자락에 있다. 확실한 근거는 확인할 수 없어 ‘전(傳) 仇衡王릉’이라고 불리고 있어 전설 속의 유적(遺蹟)이다. 다만 이 지역이 가야 연맹의 대표성을 가졌던 금관가야의 세력권이 확실하고 여러 고증으로도 가야 왕실의 무덤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이 돌무덤(石塚)은 층단(層段)을 이루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경사(傾斜)면에 있다.
왕릉의 모습은 마치 작은 피라미드처럼 수많은 천연바위를 단단하게 맞물리게 쌓아 만들어졌다. 제4단 중앙에 너비와 높이 40cm, 깊이 68cm 내외의 작은 구멍이 있는데 감실(龕室)로 추정된다. 龕室은 사당 안에 신주를 모셔 두는 곳이다. 순장(殉葬)제도와 돌널무덤(石棺墓)으로 대표되는 가야의 무덤 양식과도 어울리지 않고 장군총(將軍塚) 등 고구려 초기 돌무지무덤과도 차이가 난다. 가야 고분군과 가야국 패망 이후 구형왕이 마지막 거처하였던 수정궁(水晶宮)에 세워졌다는 덕양전(德讓殿, 구형왕릉 재실)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사적(史蹟)으로 지정된 이 석총(石塚)은 전체 높이 7m로 전면은 7단을 이루고, 후면으로 갈수록 경사져서 층의 높이에 따라 체감되고 있다. 꼭대기는 타원형으로 되어 있다. 승자(勝者)의 위치에서 역사가 기록되어 있으니 패망국의 가야와 마지막 군주의 행적이 오늘날 까지 1,500년 동안 어둠에 묻혀 있다. 구형왕의 증손자였던 김유신이 무예를 연습하였던 사대비(射臺碑)도 있다. 이 돌무덤을 6월 5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이 시작하였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금산 인삼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은 후 진주행 고속도로로...
신비한 돌무덤인 구형왕릉으로 2... (함양을 지나며)
무주와 장수, 함양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화창한 아침이다. 요즘 가뭄으로 저수지가 마르고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지역이 있다. 옛날에 가뭄이 들면 하늘이 노(怒)하고 임금이 덕이 부족하였다하여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곤 하였다. 정치를 잘못하여 하늘이 노했는지... 요즘 여야가 협치(協治)를 하여야 하는데 철로(鐵路)처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장관 인사 청문회... 정권이 바뀌어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었는데 옛 모습 그대로다. 또한 조류독감의 발생으로 정부는 비상사태를 발령하는 등 해마다 되풀이되는 모습...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겨울에 날씨가 추우니 김장을 하는 것처럼 미리 대비를 하면 어떨까? 5월의 황사(黃砂)와 미세먼지가 맞물려 국민들이 건강에 위협을 느꼈는데 벌써부터 혹서(酷暑)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옛날 폭설(暴雪)로 어느 가정이 파탄(破綻)났던 뉴스가 생각난다. 북한산에 간다는 어느 친구.. 부인 몰래 제주도에 놀러갔는데 暴雪로 비행기가 출항을 못하였단다. 아내가 뒷조사를 하였는데 애인과 같이 갔으니 말이다. 이혼(離婚) 소송을 당하여 징역 3년... 이혼을 조장(助長)한 暴雪... 3년간 폭설이 없을 것인지...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태가 아닌가?
또한 금요일에 생리 휴가를 낸 어느 회사원... 주말에 제주도에 일박2일로 놀러갔는데 역시 폭설로 발이 묶였다. 직장에서도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되었으니 당해도 싸다. 그날 제주공항에는 9만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비행기를 기다렸다니 가지가지 사연이 많았을 것이다. 또 2011년 미국에 출장을 갔다는 어느 회사원... 일본에 쓰나미가 발생하였을 때 시체(屍體)로 발견되었단다. 애인과 함께 여행을 갈 때는 기상통보를 꼭 보아야겠다. 물레방아의 고장, 함양을 지나면 산청(山淸)군... 신라 때부터 산음(山陰)이라 불러 왔는데 영조 때 어느 여아(女兒)가 7세에 아들을 낳아서 음자(陰字)가 좋지 않다고 하여 산청이라 개칭(改稱)하였단다.
여행길은 경호강을 지나 생초IC로 나간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鏡湖江)... 지류인 덕천강과 만나 진주시의 진양호(晉陽湖)를 이룬다. 진주에서 북동쪽으로 유로를 바꿔 함안군 대산면에서 낙동강과 합류(合流)한다. 맑은 강물에 배를 띄우고 굽이치는 물결 따라 요동치는 배를 부여잡고 코스를 잡아나가는 래프팅... 젊은이들의 모험심으로 경호강의 거침없는 흐름과 일치된다. 비교적 강폭이 넓고 큰 바위가 없어 모래톱이 발달하였다. 모래톱과 잔돌 때문에 경사가 급하고 유속이 빠르지만 급류는 거의 없어 래프팅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신비한 돌무덤인 구형왕릉으로 3... (구형왕릉에서)
생림면과 초곡면을 합쳐 부르게 된 생초면... 이곳에서 구형왕릉으로. 달려 나간다. 10여 년 전 보다 주변 환경이 많이 변화되었다. 주차장, 삼문(三門), 호능각(護陵閣), 재실로 보이는 견물이 이 왕릉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묘비(墓碑)에 양왕(讓王)릉... 구형왕(仇衡王)의 시호(諡號)란다. 하지만 가야는 왕의 연표조차 확인할 수 없고 시조인 수로왕과 마지막인 구형왕만 전해오고 있으니 탐라국, 우산국과 더불어 가야도 연구 대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유의태 약수터가 있다. 그는 자신이 고치지 못하는 불치의 난치병(難治病)도 ‘천인수(千蚓水)’라는 물을 먹여 고쳤다고 전해졌는데 그 약수란다.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柳義泰)... 조실부모(早失父母)한 그는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아버지가 한 적선(積善)에 대한 보답으로 금침(金鍼)과 은침(銀鍼)을 받았단다. 이어 침술(鍼術)을 행하면서 이내 명성을 얻었단다. 17C 전후 조선은 임병양란(壬丙兩亂)과 이상 기후로 기근(飢饉)과 불량한 환경에서 역병(疫病)이 많이 발생하였다. 이때 의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민중들은 자신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인(義人)을 갈망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 상황과 민중의 소망이 어우러져 유의태의 명의(名醫) 설화(說話)가 탄생하였다고 전한다.
유의태의 제자인 허준(許浚)... 용천부사 허론(許碖)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정실(正室)이 아니라 홍길동처럼 서자(庶子)란다. 하지만 許浚의 생몰(生歿)연대(1539∼1615)는 알 수 있는데 柳義泰는 가상의 인물로 제자가 아니라는 설이 있다. 그들은 유의태가 아니라 유이태(劉爾泰)란 사람이 있는데 숙종 때 어의(御醫)를 지내 사제(師弟)가 될 수 없단다. 경상도 발음이 ‘의’자 발음이 잘 안 되어 ‘이’자로 읽는단다. 전에 김영삼 대통령 발음이 약하여 김대중 대통령을 육체적 장애라면 김영삼 대통령을 언어장애라고 세간에 유행했던 생각이 난다.
조선 선조 때 30여 년 동안 어의로 활약하였던 許碖... 그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한 8종의 의학서적을 집필하여 조선을 대표하는 의학자로 우뚝 섰다. 그의 생애는 잘 알려지지 않지만 왕세자의 천연두를 치료한 공으로 당상관 정3품의 품계를 받았다. 또 선조의 의주 피난길에 동행하여 호성공신(扈聖功臣)과 마지막까지 선조와 운명을 같이하여 양평군(陽平君)이 되었다. 하지만 선조가 승하(昇遐)하자 그의 책임을 물어 삭탈관직(削奪官職)되고 귀양(歸養)을 가기도 하였지만 복권되었단다. 일부는 왕산으로 등산을 하고 동의보감촌으로 갔다.
신비한 돌무덤인 구형왕릉으로 4... (동의보감촌에서)
산청군이 조성·운영하는 전시·체험·휴양 시설을 갖춘 한방 관련 복합 공간인 동의보감촌(東醫寶鑑村)... 東醫는 조선 의학을 뜻한다.. 오늘이 월요일,.. 한의학박물관과 엑스포주제관이 휴무(休務)다. 박물관 계통은 공휴일이나 일요일 다음날에 자동 휴무다. 단체 여행을 할 때는 평일 날이라도 반드시 사전에 문의를 하여야 한다. 전에 인제에 있는 백담사로 갔는데 매표소 입구에서 백담사까지 도로공사 중이었다. 셔틀 버스가 운행하지 않아 현지에서 여행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운영상의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야한다.
우선 때가 되었으니 ‘약초와 버섯골(973-4479)로... 쇠고기 샤브사브로 점심을... 샤브사브는 원조가 칭기즈 칸의 몽고 요리란다. 일본으로 건너가 ’살랑살랑‘이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단다. 외관부터 고풍스럽게 창문으로 인테리어를 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우리 약초와 버섯골은 유의태 선생 약수터 자락의 좋은 물과 산청에서 생산된 각종 약초로 육수를 만들어 인체의 면역력 증진과 다이어트 및 항암 효과가 탁월한 각종 버섯을 재료로 한 웰빙 건강음식점입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방풍, 독활, 당귀, 청경채, 팽이, 양송이, 느타리 등이 뚝배기 접시에 정갈하게 담아 맛깔스럽다. 주인이 서비스한 약초 술이 입맛을 돋운다.
만반진수(滿盤珍羞)같은 음식을 먹고 엑스포 주제관과 산청 한의학 박물관 등 동의보감 촌을 한 바퀴 배회(徘徊)하였다. 문 닫힌 박물관에 허탈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 사이에 유의태 선생의 동상과 그의 시비(詩碑)... 허준선생 일대기 비문(碑文), 황금 장수거북이 등 각종 조형물도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황금 거북이... 황금색은 부귀와 장수를 의미한다. 조형물에 새겨진 ‘壽(수)’와 ‘福(복)’자를 찾아 만지면 福을 받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단다. 그래서 이곳에 중국의 패루(牌樓)처럼 불로장생(不老長生) 문이 있는지...
不老長生... 107세 어느 할아버지 장수 비결은? ‘할아버지! 이렇게 오래 산 비결이 무엇입니까?’ ‘할아버지가 뭐야?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아! 형님 죄송합니다. 형님! 오래 산 비결이 뭐죠?’ ‘비결은 무슨! 안 죽으니까 오래 살았지’ ‘형님, 그동안 살면서 미운 사람도 많았을 텐데, 스트레스도 없이 어떻게 그런 걸 다 참고 사셨어요?‘ ’응 미운 사람들도 있었지. 하지만 화내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어, 그랬더니 지들이 알아서 8-90살이 되더니 다 죽던데 뭘!‘ 질문마다 웃음을 만들어 내는 멋진 '우문현답(愚問賢答)을 생각하며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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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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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