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화 지음
다크투어리즘.. 넓게는 인간사의 어두운 측면, 곧 죽음과 비극에 관련된 역사적 장소를 여행하는 모든 형태를 의미하고 좁게는 단순한 세미나 호기심보다는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이나 학살 현장 또는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던 장소를 찾아 그 사건을 기리며 교훈을 되새기는 여행을 말한다.
제노사이드 현장을 둘러보는 체험은 우리에게 타인의 불행과 재앙이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그들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은 그저 우연과 운뿐이라는 차가운 진실을 일깨운다. p12
작가는 에레반 아르메니아인 제노사이드 기념관, 폴란드 아우슈비츠 바르케나우박물관, 킴보디아 청아익과 투올슬렝 제노사이드 박물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와 모스타르, 칠레의 기억과 인권 박물관 아르헨티나의 오월광장, 제주 4.3 평화기념관과 북촌리 너븐숭이 유적지등 제노사이드 현장을 방문해 다크투어로 우리 사회에 부족한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1장 누가 아르메니아를 기억하는가
튀르키예는 지금까지도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쟁 와중에 벌어진, 양측 모두 피해를입은 불행한 사건이라 주장하고 있다. 학살이 대부분 현재 튀르키예 영토 내에서 일어났기에 희생자 유해 발굴이나 조사 등이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유대인 홀로코스트가수천, 수만 권의 연구 논문과 서적으로 쓰이고 다큐멘터리와 영화와 드라마로 재현되며 전 세계인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것과달리, 아르메니아인들의 '대재앙'은 철저하게 잊히고 묻혔다. p39
제2장 죽음공장
반유대주의 전통이 희미했던 불가리아는 동맹국이었음에도 독일의 유대인.강제이송 요구를 거부했고.. 나치점령지역중 유일하게 대중이 대대적 반나치운동을 벌인 덴마크는 모든 유대인이 살아남은 나라였다. 또한 중림국 스웨덴도 이웃나라에서 넘어온 유대인들을 조건없이 받아들여주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벌이면서 유대인들을 지켰다. 또한 벨기에 경찰은 나치에 협조하지않았다. 역사학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반유대주의나 시민들의 태도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았고 국가의 부재가 유대인 집단학살에 압도적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p82
제3장 킬링필드
캄보디아는 근대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과정을 겪어 내지 못했다. 그러니 캄보디아가 처한 빈곤의 연유를 추적하자면 적어도 프랑스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그보다 직접적으로는 크메르루주 집권기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공산주의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급진적 혁명조직인 크메르루주는 그들이 상징적으로 내세운 ‘0년’이란 구호처럼 기존의 모든 사회 시스템을 파괴하고 캄보디아의 시계를 전근대로 되돌려놓았기 때문이다.p110
제4장 보스니아 내전의 상흔
한 도시와 마을에서 함께 어울려 살던 세르비아인들은 이웃인 보스니아인들을 상대로 극악무도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 온갖 방법으로 집을 빼앗은 뒤 도시나 마을 밖으로 쫓아내고 온갖 방법으로 남자들을 고문하다 죽이고, 온갖 방법으로 여다들을 강간했다. 그야말로 '빗질하듯'하루아침에 도시와 마을에서 보스니아인들을 쓸어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유럽에 또다시 제노사이드의 광풍이 불어닥친것이다. p156
제5장 사라진 사람들
기억과 인권 박물관은 1973~1990년 피노체트 집권기에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납치, 감금, 고문, 강간, 살해, 암매장 등의 인권 유린 상황을 알리는 곳이다. 전시는 칠레 ‘진실과 화해 국가위원회'가 민선 정부가 들어선 1990년부터 9개월간 조사를 벌여 1991년에 발간한 방대한 보고서와 이어진 추가 조사 및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p210
제6장 새기지 못한 비석
동굴을 지나 들어선 높다랗게 천창이 난 원형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하얀 비석이 서 있는 대신 누워 있었다. 어떤 까닭이 있어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을 뜻하는 백비白碑. 안내판에는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 온 제주 4.3은 아직까지도 올바른 역사적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분단의 시대를 넘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날, 진정한 4.3의 이름을 새길 수 있으리라”고 적혀 있었다. 그 모습이 대단히 아름다우면서도 슬퍼서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