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잎에 빗방울
어느 날 밤 잠들려고 누워있다 불현듯 파초를 구해다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필이 꽂히면서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음 날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바나나(BANANA)는 흔히 있어도 제주도에 파초(芭草)는
흔하게 없다고 한다, 얼마전 해질무렵 양숙이네 집에 갔다가 뒤뜰 텃밭에 토란(土卵) 알이
어른 주먹만큼 큰게 여렀 있어 한 뿌리 캐왔다.
마당끝 치깐 문앞에 큰 화분에다 심어놓고 바라보니 여름날 애기들 우산만큼 커다랐고
무성한 잎사귀가 사뭇 기다려진다,
토란잎에 빗방울 튀는 소리를 떠 올리다 생각이 파초의 큰 잎으로 발전 했는지도 모르겠다.
자꾸 그 생각만 하면 방법이 생긴다 하더니만 평소에 흔히 다니던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날은 돌담 골목을 지나다 봤더니 돌담 너머에 파초 시든 줄기 두개가 보이길래 좋아라
하고 캐다 트렁크에 넣으려는데 키가 너무커서 꼭대기를 알맞게 자르고 실었는데 집에와서
아는 동생에게 자랑했더니, 형은 나무 종류도 구분 못하냐며 핀찬주면서 이건 파초가 아니고
바나나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 했더니 파초는 밑동이 가늘고 바나나는 땅위 부분이 훨씬 굵다고한다.
그래도 긴가민가 하면서 화단에다 심고 넉넉하게 거름을 주었다.
어차피 잎사귀는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똑같기 때문이다.
27일은 제주시 5일장날이다, 이른 봄에 서는 장날에는 묘목이나 화초 파는 장사들이 여렀있다,
혹시나 둘러보면 종려나무나 파초가 있을듯 싶어서 오후에 슬렁슬렁 나갔는데 야시장에는 없고
인근 화원 비닐하우스 안에 몇 그루가 있어서 그 중 알맞는 크기의 파초 가격을 물었더니
5만원이라 한다. 키가 딱 나만큼한 크기였다, 인터넷을 뒤져 어느 화원에 물었을때 7만원이라
했으니 비싼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옛적 개화기때 유명한 수필에 파초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여름 날 굵은 소나기가
파초잎에 떠러지는 소리가 듣고 싶어서 창문 밖에다 바짝 붙혀 심었다고 한다,
그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운치가 있고 격조가 있는 소리인지 무성하게 파초가 자라난 여름날이
무척 기다려진다.
사도세자 아들 정조 임금이 파초圖 그림을 그려놓은 걸 본적이 있는데 매우 뛰어나게 잘 그려진
그림이었다. 하루 일이 엄청 바쁜것이 임금 노릇인데 한가하게 이런 그림을 그릴 시간이 있었는지
갸우뚱 해진다.
하긴 송나라 휘종은 명필묵화에 너무 빠져 나라가 망했다 할만큼 그림에 빠진 사실은 유명한
이야기다. 이때 원나라에 망한 송나라 일부 세력이 남쪽으로 도망가 다시 세운 나라가 南宋이다.
어찌 되었거나 파초는 정성으로 잘만 키우면 최대 3m50cm 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파초는
아무래도 열대식물이라 겨울 나는걸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식물이 가장 싫어하고 스트레스 받는것은 種의 구분없이 겨울 추위라고 한다.
11월이 되면 윗동을 과감히 싹둑 자른다음 뿌리를 톱밥이나 왕겨로 두툼하게 덮은후 비닐로
감싸야 다음해 봄에 다시 새싹을 볼 수 가 있다. 이곳 화단에는 희귀종 나무나 花草가 상당히
여렀있다.
금은화넝쿨, 나한송, 종려나무, 소철, 금식나무, 병솔나무,파초, 닭벼슬나무, 하귤나무, 겹동백,
관음죽, 문주란 등 많기도 하다.
잘 키운다음 내년쯤엔 모두 캐서 해남 화산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심을것이다.
인천 집과 해남을 왔다갔다 하면서 산 자락밑에 닭장도 하나 만들어서 토종닭도 한
30여마리 키워야지.
친구들이 고향 내려왔다 들여다보러 오면 한 마리씩 잡아서 술안주로 대접할 생각이다.
그때가 소나기 내리는 여름 날이면 파초 그늘에 돗자리펴고 뜬 구름 잡는 소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오죽 좋을까?
칠십넘어 80을 바라 볼때는 선산 밑에 살면서 벌초하고 지팡이 끌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발췌: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