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내놔!" 물려 받은 고향 땅에 집 지으려고 했더니
법률N미디어 ・ 2021. 9. 17. 9:58
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공유하기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
주위토지통행권, 일반적인 도시민에게는 크게 관련될 일이 없는 법률이지만 도시계획에 따라 구획 도로 정비가 반듯하게 이뤄지지 않아 맹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큰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통행권에 관한 중요한 법률입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이란?
주위토지통행권은 민법 제219조에 명시되어 있는 ‘토지와 공로 사이에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주변의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는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포위된 토지 그 자체로부터 법률에 따라 발생하는 법정통행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토지소유자의 승낙을 별도로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든다면 사방에 연결된 통로가 없는 맹지의 경우 토지소유자가 공로에 도달하기 위해 맹지 주변의 토지를 통로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만 이때에는 인접 토지의 소유자에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으로 행해야 하고 해당 소유자가 토지를 통행로로 제공하는 것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맹지의 예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위토지통행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➀ 통로의 부존재, ➁ 공로에의 출입 불가능 또는 과다한 비용발생, ➂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 및 방법, ➃ 피포위지의 사용권을 가진 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➀ 통로의 부존재 :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공로는 널리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를 말합니다. 이는 도로법상 도로에 한정되지 않고 사도라도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통행의 필요성은 토지의 용도에 따르며, 토지의 형상이나 면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합니다. 또한, 장래에 이용에 필요한 주위토지통행권도 인정됩니다(대법원 1988. 2. 9. 선고 87다카1156 판결).
➁ 공로에의 출입 불가능 또는 과다한 비용발생 : 주위의 타인 토지를 통행하지 않고서는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공로 출입에 과다한 비용이 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과다한 비용이 들어야 하는 경우란, 타인 토지를 출입하지 않고서는 공로에 출입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나 노력이 타인 토지를 통행함으로 그 타인이 입게될 불이익에 비해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큰 경우를 말합니다(1970. 6. 30. 선고 70다639 판결).
➂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 및 방법 :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지 소유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통행권의 행사 범위는 통행지 소유자에게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이어야 합니다. 이 경우 피포위지 소유자의 통행의 필요성 및 그 정도와 통행지 소유자의 피해의 정도를 비교해보아야 합니다.
➃ 피포위지의 사용권을 가진 자 :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피포위지의 토지의 소유자, 지상권자, 전세권자 등 토지의 사용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대법원 1976. 10. 29. 선고 76다1694 판결). 따라서 맹지를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자는 당연히 주위토지통행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 인정 사례
흔히 벌어지는 일로 은퇴 후 귀농·귀촌의 계획이 맹지로 인해 큰 갈등을 겪는 일이 있습니다.
고향에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넓은 땅이 있는 A씨, 은퇴를 앞두고 지인들과 함께 고향 땅의 지분을 나누어 귀농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토지는 맹지이긴 하나 인접한 도로까지 농로로 사용되는 길이 있고, 어차피 귀향 후 농업에 종사할 것으로 농가 주택을 짓는다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자산의 정리를 대략 마치고, 귀향지의 공사를 시작한 이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공사를 위한 차량 등이 오가며 소란을 유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농로 측 토지의 소유자 B씨가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길을 막은 것입니다.
당황한 A는 공사의 재개를 위해 B의 설득에 나섰으나, B는 터무니없는 통행료를 요구했고 결국 감정싸움까지 번져 타협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게 됐습니다.
혼자만의 일이라면 귀농을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했겠지만, 지분을 매입한 지인들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인 A는 결국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 사안을 피력한 후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을 제기하게 됐고 재판 끝에 통행권을 인정받아 도로에 더 가까운 방향으로 통로를 개설,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맹지의 통행로 개설]
그밖에도 판례에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좁은 통로밖에 없어 일상생활에 활용하기에 불편한 정도에는 상린관계의 이용조절을 위해 피포위지 관념에 비추어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고(대법원 1977. 9. 13. 선고 77다792 판결), 통로가 있더라도 크게 우회해야 하여 매우 불편한 상황에서도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2017. 9. 12. 선고 2014다236304 판결).
◇통행 범위와 결정의 근거
통로를 개설한다면 그 범위는 어떻게 될까요.
과거 통행의 범위는 통행권자가 그 소유토지 및 지상주택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출입을 하고 물건을 운반하기에 필요한 범위는 허용돼야 한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다카 9364)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으나 이후 단지 생활상의 편의를 위해 다소 필요한 상태라고 여겨지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까지 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 16076)는 판결로 그 범위에 제한이 있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맹지에 법적으로 통행권을 인정받거나, 혹은 도로의 개설까지 가능하다면 해당 부동산의 가치 상승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변호사를 통한 소송의 제기도 고려할만한 법적 수단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기존의 통로가 있더라도 토지를 이용함에 있어 실제 통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 인정한 사례(대법원 1994. 6. 24. 선고 94다 14193)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통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통로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은 판례(대법원 1995. 6. 13. 선고 95다 1088)도 있으며, 토지소유자 자신이 그 토지와 공로 사이에 통로를 막는 건축물을 축조한 경우에도 타인 소유의 토지를 통행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판례(대법원 1972. 1. 31. 선고 71다2113)도 있습니다.
우리 법에서는 주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주위토지통행권의 행사에 있어 주거의 자유와 평온 및 안전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5. 7. 14. 선고 2003다18661)는 판결 등으로 그 한계를 정하고 있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받은 통행권자는 주위 토지를 통행하거나 필요한 경우 통행지에 통로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행권자는 돌계단을 조성하는 등 방법으로 통로를 개설할 수 있고 소유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면 통로를 포장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다53469 판결).
다만, 통로개설에 따른 통행지 토지소유자의 희생은 최소화돼야 하므로, 통행로 개설 시 그에게 가장 손해가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통행로 개설 장소와 방법에 관해 포위지 토지소유자와 이견이 있다면 결국 통행권확인청구의 소로서 이를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주위토지통행권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 소송을 제기하려는 해당 부동산의 면밀한 점검과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통행지 소유자는 주위토지통행권자의 통행을 수인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며 적극적으로 통로를 개설하여 주어야 하는 작위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6. 10. 25. 선고 2005다30993 판결).
하지만 통행지 소유자가 주위토지통행권에 기해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담장 등의 장애물을 설치한 때에는 통행지 소유자가 그 장애물의 철거의무를 부담합니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5238 판결).
한편, 통행권자는 통행지 소유자에게 통행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이 경우 주위토지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에게 보상해야 할 손해액에 대해, 판례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는 당시의 현실적 이용 상태에 따른 통행지의 임료 상당액을 기준으로 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따라 쌍방 토지의 토지소유권 취득 시기와 가격, 통행지에 부과되는 재산세, 본래 용도에의 사용 가능성, 통행지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비롯하여 통행 횟수·방법 등의 이용태양, 쌍방 토지의 지형적·위치적 형상과 이용관계, 부근의 환경, 상린지 이용자의 이해득실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이를 감경할 수 있고, 단지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어 통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통행지를 ‘도로’로 평가하여 산정한 임료 상당액이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액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3다11669 판결).
주위토지통행권에 기한 방해금지가처분신청 및 일반교통방해죄 형사고소대리 사례
우리 주변에는 대단지 아파트 단지들이 많고 이런 곳은 근처 도로들이 넓고 길게 깔려 있어 차량 정체는 있을지라도 그곳을 전혀 지나갈 수 없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이면도로라든지 샛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한 구간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타인이 이면도로나 샛길에 차량을 세워두거나 무겁고 큰 장애물을 놓아두는 경우, 이른바 ‘길막’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집으로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과연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그 해결 방법으로 ‘주위토지통행권에 기한 방해금지가처분신청’과 ‘일반교통방해죄’ 형사고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사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사안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의뢰인은 가족들과 함께 안락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고 있었는데, 착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타인)이 전원주택 단지와 대로와 이어지는 길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여 그 길의 통행을 막았습니다.
이에 전원주택 단지에서 대로로 이어지는 길이 없어, 단지 조성 공사를 할 수 없어 법적 해결을 하고자 저희를 찾아오게 됐습니다.
사건을 맡은 후 토지와 공로 사이 다른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지 여부를 살펴봤고, 타인이 어떻게 길을 막고 있는지 그리고 왜 길을 막았는지 등 사건의 경위에 대해서 철저히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왜 의뢰인이 타인이 막은 길을 지금 통행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승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뒤 길을 막은 타인을 상대로 법원에 ‘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의뢰인이 통행의 방해를 받고 있는 것인지, 어느 정도 방해를 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타인의 행위가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일반교통방해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고소인조사 기일에 의뢰인과 함께 동석해, 그 타인의 행위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제출하여 타인의 악의적 행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방해금지가처분신청 사건에 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고, 일반교통방해죄 고소 사건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기소의견’ 송치결정을 받았습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생소할 수 있는 법률 용어이지만 생활에 밀접할 수 있는 권리로, 생각보다 이로 인한 분쟁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은퇴 후의 편안한 생활을 꿈꾸며 귀농귀촌을 하고는 이로 인한 분쟁으로 마음과 재산을 모두 다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타깝기도 한데,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다툼도 크게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 변호사 남기룡
정리 : 법률N미디어 에디터 백승관
[출처] "통행료 내놔!" 물려 받은 고향 땅에 집 지으려고 했더니|작성자 법률N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