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테니스 선수에게 기대주라는 말은 더할 수 없는 찬사다. 특히나 그것이 오랫동안 남자 테니스 정상의 자리를 이어온 미국 테니스의 기대주라면 더더욱 그렇다. 몇 년 동안 로딕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던 기대주라는 말은 이제 로딕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약하다.
무언가 2% 부족한 듯 보여 항상 미완의 소년으로만 여겨졌던 로딕은 2만 5천여 명의 안방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히 세계 남자 테니스의 정상에 오르며 꿈에도 그리던 은빛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3년 전인 2000년, 주니어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계랭킹 1위로 주니어 무대를 떠났던 로딕은 꼭 3년 만에 시니어 무대마저 평정하며 세계 남자 테니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제 더 이상 로딕에게 '미완'이니 '기대주'니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이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남자 테니스의 중심으로
피트 샘프라스와 마이클 창의 은퇴로 문을 연 올 US오픈. 오랫동안 미국 테니스인들의 우상이자 친구가 되어온 두 선수의 은퇴를 슬퍼하는 것인지 대회 기간 동안 하늘도 유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최고의 스타를, 그것도 한꺼번에 둘 씩이나 떠나보내는 미국 팬들의 마음은 서운함과 심란함이 함께 했겠지만, 대회 마지막날 이들의 심란함은 한 전도유망한 젊은이에 의해 깨끗이 씻기고 말았다.
US오픈을 통해 전세계 테니스 팬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앤디 로딕(미국)이 바로 그 주인공. 로딕은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었던 샘프라스와 창의 마지막 길을 축하라도 하듯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며 대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로딕은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우 국립테니스센터 아더애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3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올 프랑스 오픈 우승자인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를 6-3 7-6(2) 6-3으로 꺾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
우승 상금으로 1백만 달러의 거금을 챙기게 된 로딕은 "무척이나 흥분된다. 정말로 내가 해냈다는 것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의 우승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또한 "내 이름이 위대한 US오픈 챔피언들과 함께 있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다. 그것은 어린 시절 내가 꿈꿔오던 것보다 훨씬 더 값진 일이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가장 큰 주무기인 서비스 에이스로 경기를 마무리한 로딕은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코트에 잠시 주저앉았고 페레로와 악수를 나눈 후 장내 아나운서의 "앤디 로딕~" 이라는 멘트에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렸다. 로딕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관중석으로 올라가 가족, 코치, 애인, 친구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로딕과 페레로의 결승은 지난 90년 19살의 샘프라스가 20살의 애거시를 꺾고 우승한 이후 가장 어린 선수들 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경기 전에는 휴이트와 애거시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라온 프랑스오픈 챔피언 페레로가 전날 3시간 31분의 접전을 펼친 로딕에 우세할 것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강력한 서비스와 대포알 포핸드가 돋보인 로딕은 페레로를 맞아 22개의 에이스를 퍼부으며 1시간 42분 만에 3대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페레로는 절묘한 코스의 서비스와 빠른 발을 이용한 안정된 스트로크로 로딕에 맞섰지만 파워에서 밀리며 경기 내내 끌려다니는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이번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결승 진출이었던 로딕은 첫 세트 2-1로 앞선 상황에서 페레로의 서비스 게임을 먼저 브레이크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로딕은 5-3으로 앞선 상황, 자신의 게임에서 연속 2개의 에이스를 터뜨리며 첫 세트를 선취, 어깨를 가볍게 했다.
두 번째 세트는 로딕과 페레로의 서비스가 빛난 세트. 두 선수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갈 동안 서로에게 단 한 번의 브레이크 기회도 허용하지 않으며 자신의 게임을 완벽하게 지켜나갔다.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접어들었고, 로딕은 1-2로 뒤진 상황에서 페레로의 서비스를 연속으로 4번 브레이크하며 내리 6포인트를 따내 두 번째 세트마저 가져왔다.
3세트에서도 로딕은 중요한 순간마다 터진 서비스 에이스와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로 페레로를 압박해 나갔다. 로딕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페레로가 범한 두 개의 더블 폴트에 편승해 페레로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게임에서 연속 3개의 에이스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2003 US오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길버트 효과
로딕은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US오픈의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었다. US오픈에 앞서 벌어진 북미 하드코트 시즌에 로딕은 20승 1패의 성적을 올리며 3개의 타이틀을 따냈다.
그 중 두 개는 마스터스시리즈 타이틀이었으니 로딕의 올 북미 하드코트 성적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던 셈. 지난해까지 그랜드슬램은 고사하고 마스터스 타이틀도 없던 로딕은 올해 후반기 들면서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며 투어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로딕이 올 후반기 갑자기 상승세를 탄 것은 새로운 코치 브래드 길버트의 공이 크다는 것이 중론. 지난 프랑스오픈에서 사그시안(아르메니아)에 덜미를 잡히며 1회전에 탈락했던 로딕은 4년간 함께해 온 타릭 벤하빌스와 결별하고 새로운 코치로 길버트와 손을 잡았다. 로딕은 애거시의 전 코치로 유명한 길버트를 영입한 후 첫 출전한 퀸즈클럽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윔블던에서는 4강에 올랐다.
로딕은 "길버트의 영향은 대단히 거대하다. 우리는 대단한 우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나에게 무슨 말을 언제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나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다"며 말했다.
길버트는 "애거시는 지난 10년간 나에게 놀라운 기회를 주었다. 이제 또다른 믿을 수 없는 기회를 얻게 된 데 대해 무척 감사한다"며 "로딕은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다. 21살의 나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로딕의 상승세는 가공할 서비스와 포핸드 덕택이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로딕을 예전부터 쭉 지켜본 사람들은 코트에서 로딕의 변화된 모습 역시......
첫댓글 이걸 우찌 읽으란 말인지? ㅡㅡ;;
내말이 그말...
이거 진짜 관심있게 다 읽어보면 진정한 테니스 메니아^^ 그래야,테니스 박사 소리 듣제^^
휴~다 읽고나니.머리가띵하네...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