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 1>
"형, 거기서 뭐하는 거야? 전처럼 함정 만드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유치하게 그걸 뭐하러 만드냐?"
"전에 만들었잖아. 그럼 형은 유치한거내?"
"ㅡ.ㅡ;;;;"
"아냐?"
"그래..;;;난 나무를 심고 있었다고.....ㅠ_ㅠ"
"나무? 이거..."
"아아...산에서 자라온 것을 가져온거야. 큰 나무 속에서 비리비리하게 자라는 것보단 낫잖아? 게다가 우리가 커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클걸?"
"그 때까지는 크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잖아. 웅....;"
"인.내.심! 상상하자고, 언젠가 저 나무가 커서 나무열매를 먹을 그날을 말이야. 그것을 상상하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니면 이 나무를 심고 약속하자. 한 가지씩 다짐하고 그 것을 실행한다면 큰 나무가 되 있지 않을까?"
"그래? 음....그럼 나도 도와줄게 그리고 약속하는 의미로 내 목검도 같이 뭍을래!"
"음...좋아, 너 내방가서 상자하나 가져와. 나도 넣게!"
"헤헤......알았어!!"
"들키지 않게 빨리 와야되!!!"
그 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걱정도 없었고, 그저 세상이 밝고 즐겁다고만 생각할 때.
그것을 배경으로 그는 그 배경이 무색할 정도로 밝게 웃었다.
나에게 있어, 그때 그는 우상이었고,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의 등은...나와 비슷한데도 너무 넓었다....
...하지만 그는.......그는 이제는.......그리고 그곳은........
<First Battle D-Day!!!!!!>
`제로?'
멍하니 어딘가를 헤메는 것 같은 느낌. 인간으로 치면 비몽사몽간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안개에 싸인 숲 속에서의 배회랄까. 강당에서의 그 광란의 시간 후 모든 학생들이(특히나 학기말과 학년말) 싫어하는 수업시간을 아∼주 진지하게 보낸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 그녀가 그의 이상함을 깨달은 것은 점심시간이 지나 모든 반의 창문이 열리고 모든 먼지들이 원치 않은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시간이자 빗자루가 하나의 칼이 되어가고, 짜는게 귀찮아서 그냥 대걸레질을 한 교실 바닥이 홍수로 피라미 길러도 되는 시간, 대청소 시간을 틈탄 여유시간, 나쁘게 말하면 속칭 `튄거고' 좋게 말하자면 `도피'해 있을 때였다.
- 아....죄송합니다......제가 생각을 좀 하느라......근데, 지금, 왜 여기 계시는 건지? 청소시간으로 압니다만?
어색한 분위기를 만회하려 황급히 말한 말에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은 괜한 것이 아니리라. 그런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 그가 재차 질문을 던지려 한 순간, 그는 일생일대의 진귀(?)한 장면의 증인이 되고 말았다.
"후후....후후후후.....드디어 잡은 거야....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던가......+_+"
"동감이다..........은월 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칙! 청소는 성실히 임해랏!"
"그거 읆는 거 그만하고 혜미야.....일단 덮.치.자+_+"
"미나야....그거 문제 발언인거 아냐? 그건 그렇고 이번엔 줄도 있겠다....도망 못가게 해주마, 그 다음에 회를 떠주마!!!!!!!!!!!!!+ㅅ+"
이런 문제 발언들을 하며 살기를 날리다 못해 눈에 보일 정도로 타오르며 도깨비불을 날리는 한 무리의 인간들, 그것을 보며 적어도 제로들에게만큼은 보여주지 않던, 마치 몰래 사탕을 먹다 엄마에게 들킨 꼬마의 표정과, 경악과, 새파랗게 질린 표정에 덧데여진 그녀의 얼굴, 그리고 식은땀들은, 그가 며칠간 여기에서 생활하면서 본 이들과 너무나 다른 모습들이었고, 그는 잠시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정도면 질문에 대답이 됐겠죠? 그...그럼, 제로, 나중에 만나요옷!!!!!!"
거의 나중에는 비명으로 돌변한 그녀에 말에 더 얼이 빠진 그는 따지지도 못하고 조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몸을 돌려 체면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복도를 전력질주하며 사라지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쫒아 프레셔와 도깨비불과 살기를 날리며 쫒아가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아무도 없는 복도는 참으로 춥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찬바람이 휘잉 불고, 충격과 황당함에 얼이 빠졌던 그가 그 찬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흘러가기 시작했다,
- 여기오고 나서 괴상한 일들만 늘어나고 있군.......;;;;;;;;;;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는 그로서도 요즘 시간들은 충격이었나 보다. 뭐, 비밀로 하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 이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이야기를 할 때마다 폭주하니..;;;요번에는 분리정도로 끝내지 않을지도...;;;설마 동체를 부수는 것은..;;;아니겠지? 아니야...;;;하지만 그 녀석들을 보면...;;;후우...내가 어쩌다...ㅠ.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그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저 모습에서 잠자고 있었던, 그만큼 떠올리기 싫은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건지....언제나 잊혀지면서도, 이렇게 가슴저리게, 아련하게 다가온다.....이제 그는 존재하지 않는데....왜 살아있듯 그 존재감이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건지......
`형....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아직 수업이 반 이상 남았는데.....'
`그러니까 가야 되는 거야! 그 지겨운 것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건데!'
`하지만.....'
`야, 이때 아님 언제 우리 둘끼리만 나가냐? 우리가 나간다고 해봐, 안 된다고 펄쩍뛰다 결국엔 어른들하고 같이 가야 하잖아. 안돼, 그건 싫다고!'
`엄마하고 아빠하고 있을 때는 괜찮잖아.'
`야..그래도 이게 가장 스릴있....'
`도련님들!!!!!!!!또 월담하시는 겁니까!!!!!!이 늙은이의 가슴에 못질하지 마십시요!!!!!주인 마님께 들키시면 도련님들은 몰라도 전 혼난단 말입니다!!!!!!!'
`돌아올 때 선물이라도 사올께요!!!! 그럼, 각자 흩어져서 그곳에서 만나는 거다, 뛰엇!!!'
......
짜증나고, 나른하고, 가장 가슴이 설레는 6교시가 끝나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집으로, 학원으로, 오락실로, PC방으로 향하는 시간. 날씨가 춥다면 맑기라도 해야 좋을 텐데, 하늘은 회색빛. 드물게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하아∼"
하얀 입김 사이로 보이는 광경들. 눈사람을 만들고 눈뭉치를 만드는 소년과 소녀들. 내리는 눈에 짜증을 내면서도 한번쯤을 하늘을 보며 미소짓는 어른들. 일부는 장난스럽게 대부분은 무표정으로 걸어가는 교복입은, 조금, 큰 소년과 소녀들.......
그리고...그 마음마저 투명하게 씻을 하얀.....결정들....
그것들을 맞으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언제나 같은 곳을 반복해서 다니며, 그 다닌 횟수마다 바뀌는 얼굴에 스치는 날씨를 보며 무슨 생각들을 할까......
그런 일상을 따르지만, 어떤면에서는 너무 이질적이고 일탈적인 존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이 풍경을 처음 보는 아이의 순수한, 추억을 떠올리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그 검은머리가 너무나도 눈부신 하얀 날개가 되어도, 하얀 정령들이 날카로운 코에서 미끄럼을 타도, 우울한 회색빛의 옷이 찬란한 천사의 옷이 되어도...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다만, 그 깊은 심연의 눈으로 그 광경을 비추고 있을 뿐.....
- 지아님......그만 가시는 것이 어떨지.....
이렇게 행복하고, 일상적인 곳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그녀의 평범하지 않음은, 아마 그 사실을 안다는 것도 상당수 작용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제서야 고개를 내리고, 천천히 그 광경들을 스쳐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녀의 모습은 이 광경에서 마치 없었던 것처럼.......지워졌다.........
"아직까지는 별 이상 없으신 것 같습니다만?"
"뭐.....일단은...남에게 폐끼친 것은 없었죠."
-.......(움찔);;;
새하얀 결정들, 하나하나일 때는 무게도 못 느낄 정도로,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작고 가볍지만 티끌모으면 태산이라고, 이미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자신들의 존재를 시위하고 있었다. 그 시위를 가볍게 무시하며 그녀는 이제야 그것들을 털어내고 있었다. 아, 제로가 그녀의 어깨에 있다 같은 눈인줄 알고 털려진 것은 무시하자.
"그럼, 오늘 제가 할 일은 없는 겁니까?"
다 털어내기는 했지만, 너무 늦었는지 물방울들이 머리를 따라 몽글몽글 달려있었고 회색의 코트는 물에 젖어 후줄근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그녀도 아니었고, 또 밖에 다시 나가야 할 상황에서 옷이 젖고 안 젖고 그런 것은 좀 그러했기에 그녀는 별 표정 변화 없이 물었고, 그는 그것에 환한(남이 보기에는 상당히 뇌살적인 미소였다)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할일은 없으시지만 주실 것은 있으실 걸로 압니다만?"
씨익 웃으며 수긍하는 그녀였고, 곧 그 둘 사이에는 상당히 화기애애하면서도, 오타쿠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좋은 분위기......이겠지만,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관찰하는 제로는 그 광경과 이 분위기에 상당히 기괴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셋이 서 있는 곳은 기지, 전력 부족 때문에 아주 희미한 빛만이 이 곳을 비추고 있었고, 그렇기에 주위 금속들은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자신들의 기지라 하더라도 꼭 만화에 나오는 악당 과학자와 그 일당들(?)이 딱 좋아할 분위기였고, 저 둘에게는 아까전에도 말했듯이 즐거운 분위기일지도 모르나 제로의 시각으로는 음모의 냄새가 느껴지는 웃음.
`이거....왠지 우리가 악당이 된 기분이군.......;;;;;'
쓴웃음을 지으며 이 생각을 싹 지워버린 그는 아직도 뇌리에서 캉캉춤을 추고있는 이런 상념들을 털어내길 빌며 질문을 했다.
- 곧바로, 집으로 가실 겁니까?
분위기 전환이 된 듯, 다시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 된 지아는 여상스럽게 대꾸했다.
"네, 볼일이 끝나고 공원에 오시면 연락주십시오."
말을 마치고 바로 사라지는 그녀를 묵묵히 그들은 지켜보았다. 뭔가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에 둘을 감쌌고, 그 분위기를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제로였다.
- 이제.......그만 동체, 주지 않겠나......
"오늘....돌려드리겠습니다.........."
- 아무리 정신이 나가있었다고 해도 그렇지, 동체를 분리 시켜 버리나?
"후......그것을 따진다면, 그 말을 하신 마스터의 책임도 있습니다만?
-........할말 없내.
"후후..따라오십시오, 이번에 발견된 곳에 모두들 모여있으니...."
-그래.......너도 바쁘군...........알.
서로가 약속이나 한 듯 대화는 끓어졌다. 제로가 한 말이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잠시 뒤, 밤색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걷기 시작하는 알시온을보며 나지막이 제로가 한숨짓는 까닭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쓸어올리며 드러난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왜 그렇게도 그늘 졌는지...............절대로 남 앞에서 보이지 않던 그들의 어두운 모습이 뜻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빛, 어둠. 상극이면서도 둘중에 하나가 존재하지 않으면 나머지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것. 허나, 기묘하게도,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이곳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면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묘한 곳이었다. 그런 공간의 중심, 색색깔의 빛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웅장한 진동음이 들리는 이곳, 이 기묘하고도 혼돈스러운 공간 윗 부분이 일그러졌고, 그 곳에는 천을 머리까지 둘둘 감은(절대로 미라가 아니다. 왜 그거 있지 않은가, 은둔자 같은...;;) 세 존재가 나타났다. 검고, 파랗고, 빨간 로브를 입고 잠시 침묵하던 이들. 그들 중 검은 옷을 입은 이가 말하기 시작했다. 말했다? 아니다. 이 존재의 음성은 성대가 아닌 뇌파로 울리는 것이었다.
- 계획은 일단 순조로운 것 같군. 그가 잘 해내고 있어.
- 그녀석을 믿을 수 있나?
전에 말한 존재의 옆에 있던 존재. 파란 옷을 입은 이가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 믿음이 가던 안가던 일단 그 녀석에게 맡겼잖아? 게다가 지금까지 해준 걸로 봐선 비대해 봐야지, 뭐, 실패해도 우리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 아까왔던 멤피스...였던가? 그 바보에게 시켜도 되니까. 유능하지는 않아도 충실한 사냥개는 될 수 있을 있을테니.
세 번째의 이의 의사가 전달되고, 쇠를 긇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공간에 흡수되고, 잠시 중심의 빛들을 잠시 보던 빨간 옷을 입은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쪽 날파리가 나타난 것 같더군. 살아남아 잘도 거기까지 간 모양이야...다른 녀석들은 제쳐두고, T....그는 왜 살려 보낸거냐! 그녀석이 있으면 되는 일도 안된단 말이다! 그 녀석을 죽이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만, 결국엔 송사리만 다 잡았군!
- 먼저 잡겠다고 큰소리 치다 당해서 지금에서야 깨어난 녀석이 말이 많군!!!!
- 너어!!!!!!!!!
분노가 붉은색의 기운이 되어 퍼지고 그 보다 더 짙은 살기가 그 공간을 메웠다. 붉은 옷과 파란옷을 입은 사람이 노려보는 가운데 금방이라도 싸움날 기세. 허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싸움을 즐기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불구경과 싸움(그 중에서도 부부싸움이라 하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 날파리가 있는 것도 훌륭한 자극제겠지. 테라에 관한 일은 관객으로서 지켜보기만 하면 되. 뭐, 언젠가는 배우로 활동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보는 것이 최선이야.
- 관객이라....아, 어이 R. T에 관한 일은 너에게 넘기자. 하지만 T를 잡으면 나에게 일단 넘겨주겠어? 사례는 충분히 하지.
- 그래, 하지만 죽이지는 마. 가지고 놀 장난감이니까.
- 단박에 죽이는 것은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닌가. 걱정 말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시간뿐이니...자드키엘! 시크릿 에리어에 침입했던 존재들은 어떻게 됬나!
그러자 중심부에서 중후하지만, 의외로 어린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뭘 빼낸 흔적도 없고, 침입자 방어장치도 사라지면서 원상태로 복구해놓았습니다. 게다가 추적해본 결과, 모성, 에리어1에서 칩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에리어1?'...우습군. 그곳은 그럴만한 시스템을 가진 컴퓨터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 게다가 그곳에 있는 컴퓨터는 이곳으로 자료 전송한 후 모두 폐기시켰던 걸로 알고 있다. 혹시 우리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아니, 그럴리는 없다. 흔적을 없에고, 칩입자 방어장치를 헤체하고, 사라지면서 원상태로 복구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알기론 딱 한사람 밖에 없으니까.
- ....그렇군....알시온...하지만 그는 테라에 있다. 게다가 테라는 아직 미개한 곳. 그런 컴퓨터가 있을리 없지않나?
- 하지만 조사 가치는 있다. 자드키엘. 계속 추적해 보도록. 실수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그 셋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발등의 불은 끈 셈인가요...조심하시길..알시온....}
기억의 `자드키엘'. 그의 중얼거림은, 그져 공허할 뿐이었다.
"그대로 했다가 무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입니다."
`의문의'이들이 `의문의'공간에서 `의문의'대화를 나누던 시간, 그들이 날파리라 말하던 그들은 평상시에는 볼수 없었던 진지한(제로는 언제나 진지하지만, 다른이들이 모두 진지했으므로....)표정이 되어 자신의 동료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휴게실도 아니고, 트레이닝룸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제실도 아닌 곳이었다. 뭔가 들어있지만 푸른색의 불투명한 액체 때문에 무엇인지 알수 없는, 여러개의 관 같은 것들이 벽쪽에 죽 둘러져 있고 그 관에서 나온 전선들이 중심에 떠있는 거대한 검은 색 원통같이 생긴 것을 떠받치듯이 되어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이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상한 기기들이 들러져 있고, 그 안에는 약간은 무질서하게 기계들이며 전선들이 배열되어 있었고, 컨테이너며 나사며 볼트며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곳. 그런 공간에서 아무데나 주저앉아 그 동료의 말을 듣고 있는 존재들이나, 그런 분위기에 상관없이 연한 갈색의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고 이야기하는 인간이나 유령같이 희푸른 색을 내뿜고 있는 공이나 모두 표정이 굳어있었다(물론 공은 논외로 치자.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니까). 왜 그런걸까?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폭주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거의.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제네레이터가 문제입니다. 출력을 높였지만, 그것을 버텨낼 정도로 좋은 금속을 쓴 것도 아니고..."
[그럼 나나 아즈하는 상관없는 얘기네.]
"예. 문제는 마스터와 이제 각성을 해 동체에 들어갈 동료들입니다. 마스터의 몸에 있던 제네레이터는 아즈하와 가르네트에게 장착한 제네레이터가 출력이 낮아서 제 힘이 나지 않는 것을 보완한 것입니다만, 운용 중 가끔 에너지 흐름이 불안정한 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을 보완하지 않으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팔베게를 한 채, 다리를 꼬고 벽에 붙여져 있는 컨테이너에 앉아 비스듬히 벽에 기댄채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아즈하나 벽에 기대 아령운동을 하던 가르네트의 시선이 제로에게 쏠렸다. 그리고 그런 시선에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해답이 있다는 듯한 눈을 하고 있는 알시온을 보았고, 곧 제로를 응시하던 두쌍의 눈도 알시온을 주시했다.
"기대하신데로,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간단한 방법입니다. 제네레이터의 출력을 올렸는데 그것을 버티지 못한다면, 그 것을 버틸수 있는 금속으로 제네레이터를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 그 금속이 있다고 하지. 하지만 그것을 다 어떻게 충당할 건가? 설마 철로 하려는 것은 아니겠고, 설마 철로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것을 일단 구해야 하는데, 그것을 대대적으로 구입하면 그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많을 것이야.
"그것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창세로가 발견되어 가동에 들어갔거든요."
창세로. 그것은 이 층 및, 최하층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만약 만들려 하는 것이 그 물질의 구조가 완전히 파악된다면 이론상 어떠한 물질도 창세 가능한 것으로서, 그것이 최강의 금속인 오리하르콘이나, 최강의 생물인 드래곤일지라도 창세하는 것이 가능한 회로였다. 허나 이 회로를 건조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재정이 드는데다, 유지비, 그리고 창세하는 것들의 방대한 자료들을 보관할 컴퓨터가 그 당시 존재하기로는 그들의 모행성인 시온의 `자드키엘' 밖에 없었으나, 이 `자드키엘'이 거의 두번 만들기는 불가능한 구조와 비싼 코스트로 양산등은 완전 불가능, 게다가 남용과 적들에 의한 탈취문제가 거론되어, 대외적으로 창세로가 존재하는 곳은 `자드키엘'이 있는 시온 밖에 없었다. 허나 지구에 온 아케르나르가 여기 기지를 만듬과 동시에 그 `두번 만들기는 불가능한' 컴퓨터를 만듬과 동시에 원로회의 승인을 얻어 기밀로 이 창세로를 제작했고, 그 설계도와 기타 자료들 또한 창세로 완성과 동시에 폐기되었고 , 원본은 `자드키엘'의 시크릿 에리어에 봉인되었기에, 그의 사망과 동시에 이 기지와 함께 이 창세로는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그런 창세로를 알시온이 어렵사리 `자드키엘'과 접촉해 그 위치와 자료들을 넘겨받았고, 몇 달간의 노력 끝에 가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참고로 보조 동력실 두 개 추가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세곳에 공급하던 전력을 이 둘 중 하나와 병합하여 쓰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전력부족으로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가르네트군의 사고는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트레이닝 룸에만 박혀 있을 테니까요(가르네트: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아 그리고 나머지 규모가 조금 더 큰 것은 이 창세로 하나에만 전력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뭐 아직 창세로가 자주 가동할 일은 없을 거고, 빠른 시일내에 각성하는 동료들의 동체는 이미 만들어 두었으니, 최소 기동을 위한 전력만 돌려도 되겠지요."
- 그런가....일단 방등의 불은 끈 셈인가?
"그건 아니지만...아, 마스터, 일단 님의 동체는 문제점만을 보완해 창세로로 새로 건조했습니다. 사실 좀더 좋게 할수도 있습니다만, 자드키엘에게 넘겨받은 자료가 창세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라 다른 것은 극히 적고, 아직은 그리 무리하게 할정도는 아니라고 보았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이제 전투 자료가 모이고, 다시 자드키엘과의 접촉이 이루어지면, 조금은 나아지겠지요...."
아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지만, 적어도 그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서려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즐겁게 바라보던 일시온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제로를 쳐다보았고, 그런 시선에 다시 당황한 제로였다.
"마스터, 제가 동체를 제작했다고 했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마스터의 책임이란 것이,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 .....하지만 잘못은 일단 알시온, 그대에게 있다고 보는데? 그리고, 그런 것 가지고 그렇게 닥달하다니, 너무하지 않나.
"아뇨. 부하의 책임은 그 상관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그 책임이 단번에 없어질 정도의 일을 좀 맡아주시겠습니까?
그말에 일말의 불안을 느낀 그가 `그...글세 일단은 들어보고....'라며 슬슬 뒤로 물러서는 순간, 갑자기 알시온이 그를 아주 지그시(?)잡는 것이 아닌가.
그 불안감이 마침내 확신으로 바뀌고,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광구가 식은땀을 흘려대는 아주 진귀한 광경을 연출하는 그에게 알시온이 빙긋(이라고 하지만 후에 제로가 회상하기에 `죽을 정도로 뇌살적인' 웃음이라 하였다.)웃으며 단조롭게 말을 이었다. 뭐,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지만.
"제가 자드키엘에게 넘겨받은 자료 중에 쓸만한 것이 있어서요. 그것을 실험하기에 마스터 같은 좋은 실험재료가 없거든요. 그러니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슨 하트까지 난무하냐.....;;;;;;;;;;;'느긋하게 앉아 낮잠을 즐기려던 아즈하의 눈에도, 좀더 무거운 아령으로 바꾸려 허리를 숙인 가르네트의 눈에도 이런 생각과 동시에 알시온의 주위에서는 핑크빛 배경에 하트가 난무하고, 제로의 주위가 음침해지면서 광구에서 `핏기가 빠지는' 것이 들어왔다. 그 광경에 경악하는 둘의 귀에 간신히,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억눌린 듯한 제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잔인하다. 차라리, 난 이상태로 있는 것을 택할.......
"그렇게는 못하죠∼♥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감사히 실험하겠습니다~♥"
- 자.....잠시만!!!!!!!!!!!!!!!!!!!!!
"그럼 갑니다~♥"
뇌살적인 미소를 한.껏. 머금은채 제로를 그의 앞에 있는 이상한 기계에 집어넣고 무언가를 실행하는 시간은 매우 짧았지만, 제로 그의 절규는 짧지 않았다. 허나 그의 절규의 내용은 일단 생략하자. 들어서 좋을것도 없고 이득볼 것도 없으니. 그저 알아서 상상만 하도록하자.
그 난리가 일어난후 아직도 그 미소를 머금은채 경악에 얼어있는 두 거구들을 쳐다보는 그의 눈에는 장난끼와 동시에 뭔가 이상한 어두움이 남아있었다. 그 어두움에 겨우 경악의 바다에서 빠져나온 아즈하가 아직도 기가 질린 듯,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뭔지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해도 될것을....왜 그랬어요?]
".......우리끼리 있을 때는 말 놓자고. 하지만 설득할 시간이 없었어. 그들의 활동이 이제 본격화 되가는 것은 너도 알고 있잖아. 이렇게 하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면 우리라도 거부했을걸? 아, 받아들인다면 카프 그 녀석 밖에 없을라나...]
[그건 동감이야. 이럴 때 누가 너를 믿을까? 차라리 그들을 믿는 것이 더 현실성 있지.]
알시온. 그는 마력이나 작전능력에 비범한 자질을 발휘했지만, 기계쪽에도 관심이 많아, 전부터 세인트 나이츠들의 메카닉 부분을 맡아왔지만, 단 그는 메카닉 제작이 극히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투철한 실험정신 때문이었다.
고문서, 유적에서의 각종 설계도, 자신의 아이디어들을 그는 꼭 자신의 동료들에게 적용시켜 봤는데, 잘되면 본전이지만 잘못되는 날이면 온갖 사고가 다 일어나 버렸고 그것에 질려버린 제로가 제작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서 이런 소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동료들도, 그리고 자드키엘도 모르는(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자드키엘이 도와야 가능한 것이기에, 자드키엘 또한 참가했다 볼수 있다. 뭐, 자드키엘도 당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사이, 정비중에 있는 동료들에게 실험을 하곤 했고, 그 때 일어나는 사고들 중 대부분이 일명 `치트키 모드'라 불리는, 뭔가 지령을 내리면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어서, 그것에 두손, 두발 모두든 동료들 모두가 그를 `인형사'라 부르게 된 것이었다.
그것에 제일 많이 당한 이들중 하나인 아즈하는 몸을 떨며 끔찍하다는 듯이 말했다.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어. 한번씩 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동체는 공중부양시스템 새로 개발했다고 그거 장착하고 나갔다가 또 그 `치트키 모드'가 발동되서 사람들 앞에서 탭댄스 추면서 이 대한민국 국가를 불렀단 말야. 그때 은폐를 해서 모습은 가렸지만 노래는 사람들 앞에 그대로 노출되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기나 해? 게다가 사람들이 혼란에 빠져서 그거 진정시키려고 힘 쓴 것을 생각하면....마스터가 절규 안 하는게 오히려 이상하다고∼흑흑∼ㅠ_ㅠ]
"하핫~^^;;;;하지만 이번엔 괜찮을거야. 자드키엘이 넘겨준 자료 그대로 적용시켰으니까. 장난칠 시간은 이제 없어. 그리고 이건 이 세상에서 오래 머무르셔야 할 그분께는 꼭 필요한 거야. 물론 나쁘게도 되겠지만...아마 이일로 인해 그분께선 더 강해지실거야.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그분을 지켜드릴 수 없는 나로선 이렇게 밖에 도움을 주지 못하겠지...."
"신비롭구나...이곳은...."
하얗고, 푸르른 곳. 아래를 보면 마치 하늘을 향해 놓은 창같이 뾰족한 산들이, 위를 보면 티 한점없어 깨질듯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 그리고 맹렬한 살을 에이는 광풍이 몰아치는 생명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 어떤 존재가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인간. 같은 종족이라도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는, 서로 반목하며 통일성 없는, 시끄러운 종족들. 허나 그것을 원동력으로 급속히 발전해온 종족, 인간. 그 인간, 아니 그 인간의 형상을 한 이가....여기 존재하고 있었다.
광기어린 바람이 이 하찮은 모습을 한 이를 소멸시키듯, 날카로운 칼날을 품어 얇은 옷에 감싸여 있는 그 존재의 몸을 휘감았지만, 그 존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히 아래를 쳐다볼 뿐이었다.
다만, 그 광풍에 유린당하는 것은 마치 순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이 금속성의 화려한 빛깔을 내는 머리칼뿐. 그 매서운 광풍을 즐기듯이, 춤추는 듯이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이 거대한 황금색의 `날개'를 연상시켰다.
"역시 여기에 오길 잘했어. 이런 대단한 광경을 보다니! 형에게 가기 전에 이 곳을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될거라 해서 왔더니, 정말 틀린 말이 아니라니까~>.<형도....여기에 오면 좋을텐데..."
여전히 무심한 표정이었지만, 말투와 황금색의 눈은 천진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다시 침체되어 가는 눈.
"이제...거대한 파도가 몰려올거야...형, 형은 이제 어쩔거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한 일렁이는 눈. 그리고 축처진 어깨. 그런 그의 위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금색? 백색?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은 진홍빛을 띄는 새로 변하였고, 그 새를 그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때뭍지 않은 천진한 음성으로 `그것'을 어루만지는 그의 모습은 10대 초반의 아이였다.
140정도의 키에 계란형이지만 약간은 동그란 얼굴형에 작고 귀여운 코와 잎. 그리고 커다란 눈망울에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공 때문에 거의 강아지 눈을 가지고 있는 이 귀여운 소년은 그 새를 자기 뺨에 부비기 시작했고, 이윽고 쓰다듬고 마치 강아지와 놀 듯 눈위에 뒹구는 등의 온갖 귀여운 짓을 다하던 그 소년이 그대로 사.라.졌.다.
남은 것은, 황금색의 잔상과 마치 깃털 모양의 빛뿐....
"그래서, 몸에 들어가자마자 여기로 온겁니까?"
나뭇잎도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에 포근하고 따스한 흰 솜옷이 입혀져 있고, 그 나무숲 사이 산책로의 의자에도 흰 눈들이 소복히 덮혀 있는 인적 없고, 들려오는 소리라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새소리들 뿐. 그런 이 조용한 곳에 이런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묘하게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두 존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 사실은 탈출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습니다만....]
"탈출이라....의외군요.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다니."
[........알시온에게 당해보시면 지아님도 왜 제가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아실겁니다.]
어라, 왠지 그 `당한다'라는 소리가 묘하게 들린건 왤까요?라는 궁금증이 치밀어 오른 그녀였지만, 질문했다간 그 배로 돌아올 것이 뻔했기에, 그녀는 뇌리에서 캉캉춤을 추고있는 그 생각을 뺨을 양손바닥으로 쳐버림으로서 쫓아낼 수 있었고, 이제는 공포(?)에서 벗어나 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그를 향해 어색한 웃음과 `물어보면 죽어요!'라는 눈빛을 보내줌으로서 그 시선을 무마시키고, 말을 돌려버렸다.
"그럼....몸은 멀쩡한 겁니까? 뭔가 장난을 칠 수도 있잖아요."
[아직 확인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근데, 정말 안 추우십니까?]
"별로∼게다가 추우면 나무도 많은데 모아서 불 피면 되니까 별 걱정 안 합니다"
[.........방화죄로 잡히시려고요?]
"뭐, 제로가 어떻게 해주겠죠. 근데 정말 뒹굴거리기 좋네요. 범퍼∼^·^"
[.......이보세요, 지아님.......;;;;;;;;;;]
이 두 문장을 파악하지 못한 우리 독자들을 위해 상황을 설명하자면, 언제나 지아가 앉던 의자에 눈이 쌓여 있는 관계로, 서 있게된 그녀를 배려에 안으로 들어오도록 그가 이야기했지만, "그럼 잠시만 앉아 있을께요∼"라고 하며 불쑥 앉아버린 곳이 바로 범퍼 쪽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녀의 폼은 앞 유리에 기대 팔베개를 하고 누운 폼이었다.
여기까지 말한다면 상당히 불편할 것 같으나, 앉아있던 그녀가 그런 자세를 취해버리자 기겁한 그가 사정사정하다 포기하고 결국엔 그의 힘을 발휘해 그녀는 지금 바캉스 의자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뭐, 지금은 겨울이라 상당히 춥긴하지만.......
"정말 안해봐도 되겠어요? 지금이야 그 것이 작동되도 볼 사람이 나밖에 없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작동되면 보통 망신이 아닐텐데요....."
[언제라도 체크를 할수 있으니 그리 걱정은 안 합니다만.......지금해보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뭐하시는 겁니까아-ㅅ!!!!!!!!!!!!!!!"
"왜요?"
[제....제발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얼마나 놀라는지 아십니까? 간이 떨어진단 말입니다, 간이!!!!]
"어머, 제로의 몸에도 간이 있었어요? 이거 의학상으로 엄청난 발견인거 알아요? 그리고 나 한번 몸 뒹군다고 떨어지지는 않아요."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아무말도 하지않고 빙긋 웃어버리는 그녀를 보며 `당했다'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 그는 그녀를 흔들어 떨어뜨려 버릴까......라는 악독(?)한 생각을 속으로 저주 몇 마디를 하는 걸로 날려버렸고 그녀의 말에 따라 체크를 보조 AI에 명령한 그는 갑자기 허탈한 감에 문득 한숨을 쉬었다. 익숙해져 버렸다..........부자연스럽고 남의 몸 같이 어색해서 평생동안 부담감에 시달릴 것 같았는데....어느샌가 나는 이 몸에 `적응'해버렸다....
예전에 자신의 몸도 `진짜'몸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숨기려 그들이 노력해도 자신은 기억해낼 수 있었다. 지금도 바뀌었는데 또 못 바뀔 것은 없노라고. 바뀌어서 또 적응할 거라고..그렇게 자신에게 위로하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하지만.........후 쓸데없는 생각이다. 괜한 생각이고 집착이다. 과거를 생각한다고 그것이 바뀌겠는가? 아닐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죽어간 이들에게 모욕일 것이다...그들은 사라졌지만 자신은 살아남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은 너무 사치스런 생각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서 그를 건져내듯 체크가 끝났다는 신호가 들렸고 예상데로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당황한 것은...
`하나?'
알시온의 이런 상황일 때의 성격이 어떤 줄 알고있어 수 백 가지는 아니더라고 수 십 가지는 각오했던 제로였다....근데 하나라니....게다가 이건......
"나왔어요?"
[예...하지만 실행도, 삭제도 되지 않습니다.]
그랬다. 그가 아무리 실험에 열심히다 하더라도 그 것을 삭제할 수 있게 아무런 보완장치 없이 이식해 놓았는데 이 것은 그 주체인 알시온이 삭제를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삭제되지도 변경되지도 않고 어떤 성질의 것인지도 알 수 없게 한 것이었다. 실행하는 방법도 키워드를 입력해야만 실행되는 것이었다.
"그럼, 실행해보지 그래요?"
[하지만, 모르는 프로그램을 무턱데로 실행시킨다는 것도....]
"음...평소에는 삭제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면서요, 그런 그가 이런 조치를 취했다면 무턱데고 지우지 못할 상당히 중요한 것이지 않을까요?"
[.......잠시,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그의 비장한 목소리에 빙긋 웃은 그녀는 스프링처럼(묘사는 생략. 알아서들 상상해라.) 튕겨오르듯 점프(.....)해(반동으로 제로를 무시무시한 흔들림을 느껴야했다.) 착지했다. 실로 환상적인 동작으로서 10점 만점에 10점에 보너스 점수까지 줘야했지만, 당한 제로 의 기분은 그 멋짐을 대폭 삭감시키다못해 살의까지 펼쳐질 만큼 무시무시했다.(하지만, 그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이쪽도 괴물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정말로 이것이 나의 평범한 일상 동작일 뿐이다......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를 보며 제로는 `그러니까 님이 평범하지 않은 겁니다.'란 말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흐흠.....어떻게 변할까요? 그녀는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며(결국, 그는 오해하고 있었던 것이다....쩝....;;;;;;;;) 제로를 쳐다보았고 그 또한 할 수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날렸다.
[새장의 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다.]
키워드를 입력하고 몇 초, 그리고 정적. 하지만 태풍전의 고요인 것을........
콰아아아!!!!!!!!!!!!
사람의 시계를 넘어선 광휘. 인간이 정한 색깔로 표현할 수 없는 광휘가 제로를 감싸고, 그 사이에서 뭔가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번제기에서 나비가 되듯이...뚜렷하지 않던 형체는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졌고, 그 광휘는 점점 엷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에 감탄하던 그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뚜렷해지는 그를 보며 기겁하며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악!!!!!!!!?????????"
.........모르겠다. 이 광경이 그녀가 소리를 지를만큼 경악스러운 일어었는지. 하긴 문제가 될만도 했다.
`저.....정말 여러 사람 앞에서 실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었어!!!!!!!!ㅡㅁㅡ;;;;;;;'
그렇게 그녀가 경악과 황당과 공포와 그외 다른 한가지 이유(?)로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고 있는 동안 그는 예전처럼 이상한 것이 없다는 것에 안도해 담담하게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뭐...전에 그 사건을 보다는 얌전히 끝나는군. 하지만 약간 시야가 높아진 것 같은데?'
광휘가 완전히 사라지고,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자 한숨을 쉰 그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지아 그녀가 뭔가 놀란 듯이 몸을 움찔하더니, 엄청 빠른 속도로 오른쪽 굵은 나무 뒤로 숨는 것이 아닌가. 그거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나무 뒤에서 그녀의 무언가 억눌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제 다 끝났나 보내요...아..아하하하하~별 탈 없이 끝난게 다행이네요.......하하하하하....저, 나에게 물어볼 말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아, 물론 제가 언론탄압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거 들어주고 나서 질문할래요? 아, 그럼 한가지만 부탁할께요! 내 반대쪽에 바위 보이죠?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 줄래요? 집에 뭐 가지러 가야 하거든요......ㅠㅅㅠ"
의미불명. 주제파악 불가능. 언어쟁애 복수 발견. 평소에 아즈하들이 별난 짓을 할 때도 그녀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 고로서는 그녀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허나 그 또한 그녀 못지않게 당황하게 되었으니...그녀의 행동을 장난이라 치부하고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일은 터졌다.
사락∼
검은 실타래가 풀리며 바람에, 그리고 그의 행동에 민들래 씨 날리듯 춤을 췄다. 어두어서, 그만큼 투명하게 보이는 흑발이 춤을 추었다 살포시 떨여졌다. 햇볓을 받아 금속성의 광택을 내는, 허벅지까지 내려온 흑발. 그리고...그 속에 보이는 것은, 그 실타래 안에 든 얼굴은....벌거벗은 나무와 땅을 따스하게 덮어주는 눈송이같이 흰,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면서도 날카롭게 조각된 눈이 검은 실선에 담겨있었다.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제로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가고, 그에 비례해 점점 사고정지와 현실도피가 일어나는 것과는 별도로, 지아는 그의 모습 - 이라고는 하지만 얼굴 밖에 보지 못했다. 뭐...사고정지라도 일어나 멍하게 쳐다보는 거라면 모를까, 천하의 지아가 정신을 잃을일이 있을까? -을 보며 겅악하고 있었다.
잡티 하나없이 깨끗한 백옥의 피부에 곧게 선 콧날, 지금은 깨물고 있어서 하얗게 보이는 입술, 그리고....
`알시온......두고 봅시다!!!!!!!!!어쩌자고 이런 생각을 한 거에요!!!!!!!!!(알시온:에취!!!!!!)'
지금 어찌된 일인지, 그 은색으로 반짝이던 멋진 화이트실버의 동체는 어디다 버렸는지, 그 자리에는 180정도의 훤칠한 남자가 온몸에 붕대같은게 잔뜩 감긴채로 서 있었다. 얼굴과 마찬가지고 백옥의 피부와 균형잡힌 몸을 하고 있는 모습. 미인, 아니 신성으로까지 표현되어도 할말없는 그 모습은, 허나 묘하게 평범해 보였다. 그 은색의 눈도, 백옥 같은 피부도, 흑요석을 녹인 듯한 머리카락도, 분명 상당히 특이하게 보였지만 번화가에 세워두면, 군중속에 뭍혀 버릴 것 같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거의 없는 혼란에 빠져 허우적러릴 때, 갑자기 곧게 서 있던 그의 몸이 휘청였다.
"??제로??"
황당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현실성이 없었다. 갑가지 인간의 모습이라니, 게다가...지금 옷도 없이 이상한 것만 달랑 두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말데로 만약 다른데서 이렇게 되었다면.......그는 아찔함과 함께 이렇게 만든 이에 대한 분노에 휩싸였고, 순간 세상이 핑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허나 그에게 기절하는 작은 소망(?)도 들어주지 않는 이가 있었으니....
"제로!!!!!!지금 기절하면 나보고 어쩌라고욧!!!!!!"
그랬다. 그가 기절하면 그녀는 옷을 가지러 갈 수 없고, 그만큼 타인에게 걸릴 가능성도 많았다. 만약 들켜봐라.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고....이런생각에 이르기까지 약 5초의 시간이 걸린 그는 휘청이던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거기, 천 잡아욧!!!!!!!!!!"
"아아......옛;;;;;;;;;"
"잡았으면 빨리 가서 숨어욧!!!!!!!!"
"보는 사람들도 없는........"
"아무리 인적 드문 곳이라 하더라도 사람이 안지나가겠어요??!!!!!!!"
"아.....아아...;;;;;;;;;;;;;근데 옷은 남자옷......"
"신경 쓰지 말고 숨기나 해욧!!!!!!!!!!!!"
무언의 프레셔를 무시무시하게 날리며 당황스럽게 소리치는 지아의 목소리와 당황과 분노와 저주의 파동을 담고있는 그의 목소리가 약한 햇볓을 받고 있는 숲에 울려퍼졌다. 오늘 그 줄에게는, 특히 제로에게는 최악의 날임에는 틀림 없었다. 뭐, 평화스런 날이 있으면 이렇게 엉망진창인 날도 있지 않을까? 저주하라면 저주하라지 뭐.
"(한목소리로)두고보자앗!!!!!!!!!!!!!!!!!!!!!"
하하....세상은 이래서 즐러운 것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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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끝났다......랄까요. 아직 하편이 남아있지만, 어쨋든 6시간의 악전고투로 중편은 완성되었습니다. 하편도 이렇게 파워 챠치해야 할텐데요.
제로이야기를 알고 계신분이 있으실까요? 상장히 서글픈 생각도 듭니다. 뭐, 제 잘못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