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나와 이중섭 거주지라는 팻말을 따라 그가 잠시 살았던 초가집으로 들어갔다. 초가집 한 채가 덩그러니 그날을 재현하듯 외객을 반긴다. 아담한 마당과 구석에 작은 정자가 있다. 모두 그의 숨결이 서린 유적이다. 이중섭의 네 식구는 초가집을 다 사용한 것이 아니고 오른쪽 구석 작은방에서 살았다. 작은 아궁이와 작은 방 한 칸이 전부의 생활공간이다. 방에는 이중섭의 사진이 걸려있다. 이중섭은 6.25전쟁 중이던 피난민 신세로 1951년 약 1년 동안 이곳 서귀포에서 머물렀다. 한평 반 정도의 초가집 방을 얻어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았다. 불행한 일생 중에서 그래도 이곳 생활이 안정기로 대표작 대부분이 여기서 완성되었다. 서귀포시에서는 그가 살던 집을 매입하여 복원하고 이중섭 기념관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족적이 서린 초가집 앞 거리를 '이중섭 거리'로 지정하였다.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에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청년기에는 일본 동경에서 유학하였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모든 것이 망가졌다. 1951년 서귀포로 피난왔다. 1년 후 부산으로 가서 생활고로 가족과의 이별로 더 고통스런 삶을 살았다. 그는 1956년 정신이상 증세와 영양실조로 불우한 생을 마감했다. 초가집을 나서며 한 시대를 힘들게 살다간, 그러나 예술혼을 뜨겁게 불지핀 정열의 화가 이중섭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