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獨立)-정약용(丁若鏞) 홀로 서서-정약용(丁若鏞)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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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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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2(飮酒2)-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섬세하고 좋은 말은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이 들어와 집에 가득하도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우선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일부러 술집 곁으로 다가 가보노라.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덤뿍 마셔도 에오라지 끄떡없어야 하나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노라.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제일 기쁜 일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집 술잔이라도 비웃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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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1(飮酒1)-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하니 모두가 좋아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를 게다가 비스듬히 안는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도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이 어찌 변함이 없겠으랴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죽음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을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보게나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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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영산목(次韻詠山木)-정약용(丁若鏞) 산묵을 차운하여 읊다-정약용(丁若鏞)
孟夏入山中(맹하입산중) : 초여름에 산 속에 들어오니 綠溪芳草蒨(록계방초천) : 푸른 시냇가 방초가 무성하다. 醉眼纈淺綠(취안힐천록) : 취한 눈에 옅은 녹색 어른거리고 十里鋪素絹(십리포소견) : 십 리 벌이 흰 명주 펼쳐진 듯 하다. 茸茸不盈尺(용용불영척) : 우거진 풀은 한 자도 차지 않아 石徑細如線(석경세여선) : 돌길은 실처럼 가늘어라. 昔我童時游(석아동시유) : 옛날 내가 어릴 시절 노닐 적엔 蒼翠鬱采絢(창취울채현) : 푸른빛이 무성히도 고왔다. 全山夏木糾(전산하목규) : 온 산에 여름 숲 들어차고 滿谷古藤莚(만곡고등연) : 골짝 가득 묵은 등나무 넝쿨 뻗어있다. 日月今幾何(일월금기하) : 세월 지금 얼마나 흘렀는가. 桑海驚轉眄(상해경전면) : 잠깐 세월 큰 변천이 놀랍구나. 春山一蕭瑟(춘산일소슬) : 봄 산도 하나같이 쓸쓸한데 感我桑下戀(감아상하련) : 나의 그리운 마음 느껴진다. 吾生亦已老(오생역이로) : 내 인생도 이미 늙었으니 忘情卽爲便(망정즉위편) : 정을 잊는 것이 곧 편안하리라. 依遲出洞去(의지출동거) : 천천히 걸어 골짜기를 나가니 舊游懷黃卷(구유회황권) : 옛 친구가 서책을 품고 온다. 恢新期老宿(회신기로숙) : 절을 확장하기를 노승과 약속했으니 物理有窮變(물리유궁변) : 만물 이치란 궁하면 변하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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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 속 나무들-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날 기운이 널리 퍼지니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이 서로 푸르러진다.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여린 잎새는 아침 햇살 머금어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에 쪼인 누런 명주처럼 밝아진다.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번져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경계선을 이루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는 늙은 게 부끄러워서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고운 싹을 뱉어 내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또한 마음이 있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을 쭉쭉 뻗어 간다.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모두가 속물이 아닌지라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뻐하며 그윽이 구경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데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을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부여잡고 오를 제 이미 피곤해져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절로 만족하리라.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 보면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서책 읽은 것과 같으리라.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한 가을 온 산이 붉게 단풍드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변화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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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악(懷東嶽)-정약용(丁若鏞) 동악을 그리워하며-정약용(丁若鏞)
東嶽絶殊異(동악절수이) : 동악은 다른 산과 너무나 달라니 紫崿疊靑㟽(자악첩청㟽) : 붉은 벼랑 푸른 봉이 겹겹이 쌓구나. 雕鍥入纖微(조계입섬미) : 새기고 깎은 공이 극히 섬세하여 神匠洩機巧(신장설기교) : 조물주의 묘한 솜씨 드러나 있구나. 仙賞委瀛壖(선상위영연) : 선경의 구경거리 해변에 있어 幽姿獨窈窕(유자독요조) : 맑은 자태 홀로 맑고도 그윽하구나. 惜無棲隱客(석무서은객) : 애석하다, 은거하는 객 하나 없다니 瀟洒脫塵表(소쇄탈진표) : 깨끗이 속세의 모습을 활짝 벗어있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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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야(秋夜)-정약용(丁若鏞) 가을밤-정약용(丁若鏞)
情結林泉愛(정결림천애) :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어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 문 밖에 오가는 수레와 말소리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두고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도다 涼露枝枝色(량로지지색) : 찬 이슬 가지마다 빛 찬란하고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 운다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 밝은 달이 깊숙한 가슴에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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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우어자(楊江遇漁者)-정약용(丁若鏞) 양강에서 고기잡이를 만나다-정약용(丁若鏞)
一翁一童一小年(일옹일동일소년) : 늙은이,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 楊根江頭一釣船(양근강두일조선) : 양근강 머리에 고깃배 한 척 船長三丈竿二丈(선장삼장간이장) : 배 길이 세 발, 낚싯대 두 발 數罟數十鉤三千(수고수십구삼천) : 촘촘한 거물 몇 개, 낚싯바늘 삼천 少年搖櫓踞船尾(소년요노거선미) : 노 젓는 소년 배 꼬리에 걸터앉아 童子炊菰坐鐺邊(동자취고좌당변) : 어린아이 줄 삶으며 솥가에 앉아있다 翁醉無爲睡方熟(옹취무위수방숙) : 늙은이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들고 兩脚挂舷仰靑天(양각괘현앙청천) : 두 다리를 뱃전에 걸고 푸른 하늘 본다 日落江湖浪痕白(일락강호랑흔백) : 강호에 해 져고 흰 물결 일렁이는데 山根水浸村煙碧(산근수침촌연벽) : 산뿌리에 물 잠기고 마을 연기 푸르다 少年呼童攪翁起(소년호동교옹기) : 소년이 어린아이 불러 늙은이 깨우는데 魚兒撥刺天將夕(어아발랄천장석) : 새끼고기 뛰놀고 해는 저물어 가는구나 中流布網去復還(중류포망거복환) : 중류에다 그물 치고 갔다가 돌아오는데 上下刺船如梭擲(상하자선여사척) : 배 저으며 위아래 오가는 베틀북 같도다 伊軋唯聞柔櫓聲(이알유문유노성) : 삐걱 빼각 노 젓는 소리 들려오는데 蒼茫不辨雲水色(창망불변운수색) : 푸르러 물인지 구름인지 구별 못한다 黃昏收網泊柳浪(황혼수망박류랑) : 황혼에 그물 걷어 유랑에다 배를 대어 摘魚落地聞魚香(적어락지문어향) : 고기 잡아 땅에 던지니 고기 냄새 풍긴다 松鐙細數柳條貫(송등세수류조관) : 관솔불 밝혀 두고, 버들에다 세어 꿰어 鐙光照數銅龍長(등광조수동용장) : 그 불빛 물에 비치니 길다란 동룡이라 野夫估客爭來看(야부고객쟁래간) : 농부와 장사꾼들 서로 와 보면서 鏗鏗擲錢錢滿筐(갱갱척전전만광) : 땡글땡글 던진 돈이 상자에 그득하다 水宿風餐了無恙(수숙풍찬료무양) :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아무런 병 없고 浮家汎宅聊徜徉(부가범택료상양) : 둥실 뜬 배 집을 삼아 여유 있게 노닌다 人間富貴非善賈(인간부귀비선가) : 부귀 탐내는 인간들 장사를 못하여 盡將僞樂沾眞苦(진장위락첨진고) : 가짜 즐거움 누리려다 괴로움만 사버린다 朝將軒冕飾聖賢(조장헌면식성현) : 아침이면 성현인 양, 의관 차리고 뽐내고 暮設刀俎待夷虜(모설도조대이노) : 저녁이면 칼 도마로 원수처럼 대한다 跼蹐常如荷轅駒(국척상여하원구) : 수레 찬 망아지처럼 언제나 절절거리고 鬱悒眞同落圈虎(울읍진동락권호) : 답답하기 참으로 우리에 갇힌 호랑이로다 籠雉耿介不戀豆(농치경개불연두) : 새장의 꿩 깔끔함은 콩 탐내지 않은 것이고 塒鷄啁哳生嫌怒(시계조찰생혐노) : 닭장 닭들 조잘거림은 시기하기 때문이다 何如江上一漁翁(하여강상일어옹) : 어찌하여 강 위의 고기잡이 늙은이 隨風逐水無西東(수풍축수무서동) :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동서도 없도다 維州利害漠不聞(유주리해막불문) : 유주의 이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東林勝敗俱成聾(동림승패구성롱) : 동림의 승패 역시 역시 귀를 막고 산다 蘋洲蘆港作園圃(빈주노항작원포) : 물풀 갈대 우거진 섬 그게 바로 정원이라 葦被篷屋爲帲幪(위피봉옥위병몽) : 갈대 이불 쑥대 지붕 안식처가 거기로다 會攜二兒入苕水(회휴이아입초수) : 나도 두 자식 데리고 소내에 들어서 令當一少與一童(영당일소여일동) : 소년 노릇 동자 노릇 하나씩 맡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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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풍숙대탄(滯風宿大灘)-정약용(丁若鏞) 바람에 갇혀 대탄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已識瞿唐惡(이식구당악) : 구당 험함을 알면서 猶希舶趠平(유희박초평) : 배길 평탄하길 바란다 江豚頗得意(강돈파득의) : 상되지 는 꽤나 좋겠지만 檣燕似留行(장연사유행) : 돛대 위 제비 못 가게 하는듯 拄笏靑山靜(주홀청산정) : 뺨 괴고 보니 청산 고요한데 維舟白日傾(유주백일경) : 배를 매자 해가 서산에 기운다 不須衝險隘(불수충험애) : 험한 길 무릅쓸 것 없으니 濡滯且謀生(유체차모생) : 체류하며 살 길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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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를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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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정약용(丁若鏞) 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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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성수(贈惺叟)-정약용(丁若鏞) 깨어있는 늙은이에게-정약용(丁若鏞)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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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정약용(丁若鏞) 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정약용(丁若鏞)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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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족부예산공산거(留題族父禮山公山居)-정약용(丁若鏞) 족부 예산공이 사시는 산간 집에 머물며 짓다-정약용(丁若鏞)
澗邊小墟落(간변소허락) : 시냇가 작은 언덕배기 桑柘菀交枝(상자울교지) : 산뽕나무 무성하게 가지가 얽혔구나. 野麥蘇春凍(야맥소춘동) : 들판에 보리는 얼었다 봄에 다시 돋고 村鷄領晩兒(촌계령만아) : 마을 닭은 늦새끼 거느렸구나. 罷官生事拙(파관생사졸) : 벼슬 그만두니 살아가기 옹색하나 留客雅言遲(유객아언지) : 손님 머물게 하여 좋은 얘기 나눈다. 信宿驚舒重(신숙경서중) : 이틀 밤을 자면서 진중한 정에 놀라 低頭愧昔時(저두괴석시) : 옛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말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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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정약용(丁若鏞) 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정약용(丁若鏞)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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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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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정약용(丁若鏞) 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정약용(丁若鏞)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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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夜)-정약용(丁若鏞) 밤에-정약용(丁若鏞)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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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의 나무-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기운 널리 퍼져가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 모두가 짙어는구나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어린 나뭇잎 아침 햇살 머금고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 에 씻긴 노란 명주처럼 밝구나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들고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한계선을 긋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 향나무는 늙어 부끄럽고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새 싹을 뱉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마음 드러내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들을 죽죽 뻗어 내는구나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이 모두가 속물이 아니어서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쁜 표정으로 그윽히 구경 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는 마음 없어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에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풀과 나무 부여잡고 오르니 벌써 피곤하나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의당 절로 편안하도다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보니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책 읽은 것과 서로 같구나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높은 가을 하늘, 온 산엔 붉은 단풍 가득하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살펴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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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여행(憶汝行)-정약용(丁若鏞) 너가 돌아감을 생각함-정약용(丁若鏞)
憶汝送我時(억여송아시) : 네가 나를 떠나보낼 때 牽衣不相放(견의불상방) : 옷자락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及歸無歡顔(급귀무환안) : 돌아와도 네 기쁜 얼굴빛 없었고 似有怨慕想(사유원모상) : 원망하는 생각을 품은 듯했었다 死痘不奈何(사두불내하) : 마마로 죽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나 死也豈不枉(사야기불왕) : 종기로 죽었으니 억울하지 않은가 雄黃利去惡(웅황이거악) : 악성 종기 잘 낫는 웅황 썼는데 陰蝕何由長(음식하유장) : 나쁜 균이 그 어찌 그렇게 자랐는지 方將灌蔘茸(방장관삼용) : 인삼 녹용 먹이려 했는데 冷藥一何佞(냉약일하녕) : 냉약은 어찌 그리도 황당한가 曩汝苦痛楚(낭여고통초) : 지난번 네 어머니 고통 겪는데 我方愉佚宕(아방유일탕) : 나는 한창 즐겁게 놀고 있었다니 撾鼓綠波中(과고록파중) : 푸른 물결 속에서 장구를 치고 携妓紅樓上(휴기홍루상) : 붉은 누각 위에서 기생을 끼고 놀다니 志荒宜受殃(지황의수앙) : 마음이 빗나가면 재앙 받나니 惡能免懲創(악능면징창) : 어찌 능히 징계를 면할 것인가 送汝苕川去(송여초천거) : 너를 소천 마을 떠나보내어 且就西丘葬(차취서구장) : 서산의 기슭에다 묻어 주리라 吾將老此中(오장노차중) : 내 장차 그 속에서 여생 보내며 使汝有依仰(사여유의앙) : 너에게 의지할 곳 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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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과최씨계상초당(春日過崔氏溪上草堂)-정약용(丁若鏞) 어느 봄날 최씨의 개울가 초당을 지나며-정약용(丁若鏞)
窈窕南溪曲(요조남계곡) : 남쪽 개울 굽어드는 한적한 곳 蕭然一草廬(소연일초려) : 쓸쓸히 자리 한 움집 한 채있도다 門臨千丈石(문임천장석) : 문 앞엔 천길 바위 가 정면에 있고 楣著八分書(미저팔분서) : 상인방엔 팔분서 붙어 있구나 僻巷饒花樹(벽항요화수) : 외진 마을 꽃나무 만발하고 殘田足菜蔬(잔전족채소) : 척박한 밭에는 나물 냄새 가득하다 室中常有酒(실중상유주) : 방안에는 항상 술이 있고 生理未全疏(생리미전소) : 생활은 그런대로 궁함은 면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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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일제용동옥벽(立春日題龍衕屋壁)-정약용(丁若鏞) 입춘에 용동집의 벽에 짓다-정약용(丁若鏞)
人生處兩間(인생처양간) : 인생이란 천지간에 있어 踐形乃其職(천형내기직) : 남긴 자취 타고난 그의 천직이라 下愚泯天良(하우민천양) : 우매한 자 본연의 천성을 잃고 畢世營衣食(필세영의식) : 평생 동안을 먹고 살기 위해 바친다 孝弟寔仁本(효제식인본) : 효도와 공손은 곧 어진 마음이 근본 學問須餘力(학문수여력) : 학문은 그 남은 힘으로 할 것이로다 若復不刻勵(약복불각려) : 만약에 다시 각고의 노력 없으면 荏苒喪其德(임염상기덕) : 그럭저럭 그 덕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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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려와병(田廬臥病)-정약용(丁若鏞) 시골집 병석으로 누워-정약용(丁若鏞)
始爲殘書至(시위잔서지) : 당초에 남은 책 끝내려하니 翻嗟一病纏(번차일병전) : 어긋났도다, 병이 몸을 감는구나 閉門黃葉裏(폐문황엽리) : 나뭇잎은 누런데 문능 닫고서 煮藥碧松前(자약벽송전) : 푸른 소나무 앞에서 약을 달인다 髮亂從人理(발난종인리) : 산란한 머리 손질 남의 손을 빌리고 詩成只口傳(시성지구전) : 지어진 시를 입으로 전할 뿐이어라 起看西去路(기간서거로) : 일어나 서쪽으로 가는 길 바라보니 風雪滿寒天(풍설만한천) : 눈바람이 찬 하늘에 가득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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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일배부승주부한양(春日陪父乘舟赴漢陽)-정약용(丁若鏞) 봄날 숙부님을 모시고 배로 한양으로 가면서-정약용(丁若鏞)
旭日山晴遠(욱일산청원) : 밝은 아침, 산은 개어 아득하고 春風水動搖(춘풍수동요) : 봄바람에 물결이 일렁거린다 岸廻初轉柁(안회초전타) : 언덕은 굽어져 배 키를 돌리고 湍駛不鳴橈(단사부명요) : 여울물길 빨라 노 소리도 나지 않는다 淺碧浮莎葉(천벽부사엽) : 옅고 푸른 물결에 풀 그림자 뜨있고 微黃着柳條(미황착유조) : 연노란 빛 버들가지에 물들었구나 漸看京闕近(점간경궐근) : 서울에 가까워짐이 점점 눈에 보이니 三角鬱岧嶢(삼각울초요) : 삼각산이 우뚝하게 높이도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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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종사(游水鐘寺)-정약용(丁若鏞) 수종사에서-정약용(丁若鏞)
垂蘿夾危磴(수라협위등) : 드리운 댕댕이 넌출이 비탈에 끼어 不辨曹溪路(불변조계로) : 조계로 가는 길을 구별하지 못하겠다 陰岡滯古雪(음강체고설) : 그늘 진 언덕에 옛 구름 머물고 晴洲散朝霧(청주산조무) : 맑게 갠 섬에는 아침 안개 흩어진다 地漿湧嵌穴(지장용감혈) : 땅에서는 솟는 물은 골짜기로 흐르고 鐘響出深樹(종향출심수) : 종소리는 깊은 나무숲에서 울려온다 游歷自玆遍(유력자자편) : 산을 주유함이 여기서 시작되니 幽期寧再誤(유기녕재오) : 그윽한 만날 약속 어찌 다시 그릇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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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가오십유팔일시득가서지희기아(別家五十有八日始得家書志喜寄兒)-정약용(丁若鏞) 집 떠나 오십팔일에 편지를 받고 기뻐서 자식에게 부치다-정약용(丁若鏞)
杜詩先獲我(두시선획아) : 두시가 먼저 내 마음을 읊었구나 書到汝爲人(서도여위인) : 서찰이 왔으니 너도 사람이 됐었구나 物外江山靜(물외강산정) : 세상 밖, 강산은 고요하고 寰中母子親(환중모자친) : 천지에 어머니와 자식은 가까우니라 驚疑那免疾(경의나면질) : 놀란 나머지 병이라도 나겠지 生活莫憂貧(생활막우빈) : 사는 것 가난하다 너무 걱정 말아라 黽勉治蔬圃(민면치소포) : 부지런히 남새밭이나 가꾸면 淸時作逸民(청시작일민) : 청명한 시대되어 평안한 백성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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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寄兒)-정약용(丁若鏞) 자식에게-정약용(丁若鏞)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놀라는 내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만금이라 누가 말했나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 시름은 구름처럼 개었다 다시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 비방은 소리처럼 잠잠하다 다시 읊는구나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 세상이 말세라서 소곡같은 따르는 이 없고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 가문은 쇠했어도 채침같은 후계자가 있도다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 편지를 나눌 만큼 문자공부는 되었으니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 살림에 착안하여 경제공부를 해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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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리(海南吏)-정약용(丁若鏞) 해남 아전-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객종해남래) : 객이 해남에서 오다가 爲言避畏途(위언피외도) : 겁나는 길을 피해서 왔노라 坐久喘未定(좌구천미정) : 한참 앉아 있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아 怖㥘猶有餘(포겁유유여) : 아직도 겁에 질린 기색이 남아있도다 若非値豺狼(약비치시랑) : 승냥이나 이리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定是遭羌胡(정시조강호) : 틀림없이 오랑캐를 만난 모양이리라 催租吏出村(최조이출촌) : 조세를 독촉하는 관리 마을에 나타나 亂打東南隅(난타동남우) : 동남 구석구석을 난타질 하는구나 新官令益嚴(신관령익엄) : 신관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程限不得踰(정한불득유) : 기한을 넘길 수가 없다고 하는구나 橋司萬斛船(교사만곡선) : 주교사 소속의 만곡들이 배들이 正月離王都(정월리왕도) : 정월에 벌써 서울을 떠났다 하는구나 滯船必黜官(체선필출관) : 배가 정체되면 파직을 당하니 鑑戒在前車(감계재전차) : 종전부터 조심하는 일이었다오 嗷嗷百家哭(오오백가곡) : 집집마다 통곡소리 시끄러워도 可以媚櫂夫(가이미도부) : 그것으로는 사공들 끄떡도 안한다 吾今避猛虎(오금피맹호) : 나는 지금 사나운 호랑이 피해왔으니 誰復恤枯魚(수복휼고어) : 물 마른 땅 마른 고기를 누가 구해줄까 泫然雙淚垂(현연쌍루수) : 주루룩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條然一嘯舒(조연일소서) : 조연히 한 번 긴 한숨 내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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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리(龍山吏)-정약용(丁若鏞) 용산 아전-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리타용산촌) : 아전들이 용산 고을에 들이닥쳐 搜牛付官人(수우부관인) : 소를 뒤져 관리에게 넘겨주는구나 驅牛遠遠去(구우원원거) : 그 소 몰고 멀리멀리 가니 家家倚門看(가가의문간) : 집집마다 대문 밖에서 보고만 있었다 勉塞官長怒(면새관장노) :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할 뿐 誰知細民苦(수지세민고) : 약한 백성 고통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六月索稻米(육월색도미) : 유월달에 쌀을 찾나키 毒痡甚征戍(독부심정수) : 고달프기 수자리 생활보다 더 심하도다 德音竟不至(덕음경불지) : 나라의 좋은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 萬命相枕死(만명상침사) : 수많은 생명 모두다 죽게 되었도다 窮生儘可哀(궁생진가애) : 제일 불쌍한 건 가난한 백성 死者寧哿矣(사자녕가의) : 죽는 편은 오히려 더 낫구나 婦寡無良人(부과무량인) : 남편 없는 과부 翁老無兒孫(옹노무아손) : 자식 손자 없는 늙은이 泫然望牛泣(현연망우읍) : 빼앗긴 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노라 淚落沾衣裙(루락첨의군) : 눈물 떨어져 저고리 치마 다 적신다 村色劇疲衰(촌색극피쇠) : 마을 모양새가 심히 피폐한데도 吏坐胡不歸(리좌호불귀) : 아전놈 어찌 돌아가지 않는가 甁甖久已罄(병앵구이경) : 쌀독 바닥난 지 이미 오래거늘 何能有夕炊(하능유석취) : 무슨 수로 저녁밥 지을 수 있나 坐令生理絶(좌령생리절) : 죽치고 앉아 산 목슴 죽게 하니 四隣同嗚咽(사린동오인) : 동네마다 목메어 우는구나 脯牛歸朱門(포우귀주문) : 소를 잡아 권문세가에 바쳐야 才諝以甄別(재서이견별) : 거기에서 관리의 능역 구별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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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양(哀絶陽)-정약용(丁若鏞) 남근을 자른 것을 애앒아 하다-정약용(丁若鏞)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 노전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길구나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 현문을 향해 곡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는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 군인 간 지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겨우 있으나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 남자로서 남근을 자른 일 들어본 일이 없도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갓난애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삼대가 다 군보에 올랐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 관가로 가서 호소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지키고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를 몰아간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 칼을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 아들 낳아 군액한 형편 맞은 것 스스로 한탄한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에서 음형을 당하는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 민 땅 자식들 거세한 것도 정말로 슬픈 일이로다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 하늘 도는 아들 되이나 땅의 도는 딸이 되었구나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 말과 돼지 거세함도 서럽다 말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 대 이어갈 생민들 생각하면 말을 더해 뭣하리오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도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 똑같은 우리 백성 어찌 그리도 후하고 박한가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하여 시경의 시구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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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석(詠水石)-정약용(丁若鏞) 물과 돌을 노래하다-정약용(丁若鏞)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 냇물 마음은 항상 밖에 있어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 돌 이뿌리 막힌 것 괴롭기만 하다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 천 겹의 험한 곳을 흔들며 지나야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 평탕하게 골짜기를 벗어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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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맥행(打麥行)-정약용(丁若鏞) 보리타작-정약용(丁若鏞)
新蒭獨酒如湩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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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古詩)-정약용(丁若鏞) 고시-정약용(丁若鏞)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온 때라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하도다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이 많은데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 어찌하여 이곳에 깃들지 않는가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 제비는 다시 지저귀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 듯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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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여탄(肩輿歎)-정약용(丁若鏞) 가마꾼의 탄식-정약용(丁若鏞)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르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 빠르기 산 타는 노루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오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 빠르기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 같아라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은 골짝 건너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 소나무 다람쥐도 같이 춤춘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 바위 옆 지나며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 오솔길 지나면서 종종걸음 걸어간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보니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 놀라서 혼백이 아찔하기만 하도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 평지는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 귀에서 비바람 소리 나는구나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은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 이런 즐거움이 먼저 따진다오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 근근히 관첩을 얻기만 해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 역속들을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에게야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 領吏操鞭扑(령이조편복) :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 수승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는구나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기리오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 가마꾼 숨소리 여울 폭포 소리에 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루) :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젖어 가는구나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 외진 모퉁이 지나니 옆 사람 뒤처지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 험한 곳 오를 때엔 앞 사람 숙여야 하는구나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는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 돌에 채인 발 미쳐 낫지도 않는구나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 하는 일 당나귀와 같구나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 너와 나 본래는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도다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 내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 나에게는 너에게 미칠 덕이 없지만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겠는가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 자애로운 늙은 아비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 고개 아래 백성들은 가련하기만 하다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여 뚝에 가득하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 닭처럼 개처럼 내몰리어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구나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 가마 타는 사람 지킬 계율 있었지만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렸구나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한다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하는구나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 아,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는구나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 사또는 일산 쓰고 호연히 떠날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는구나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 기진 맥진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 지친 몸, 신음 소리가 실낱 같도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 가마 메는 그림 그려서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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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남원광한루(登南原廣寒樓)-정약용(丁若鏞) 남원 광한루에 올라-정약용(丁若鏞)
層城曲壘枕寒流(층성곡루침한류) : 층층 성벽 굽은 보루는 강을 베고 누웠는데 萬馬東穿得一樓(만마동천득일루) : 만마관 동녘을 지나오니 한 누각이 나타나네 井地已荒劉帥府(정지이황유수부) : 유수의 고을에는 정전 이미 묵었고 關防舊鞏帶方州(관방구공대방주) : 대방의 나라 요새로서 예로부터 철벽이었다네 雙溪草綠春陰靜(쌍계초록춘음정) : 쌍계의 푸른 풀에 봄그늘 고요하고 八嶺花濃戰氣收(팔령화농전기수) : 팔령에 꽃은 만발하고 전쟁의 기운 걷혔구나 烽火不來歌舞盛(봉화불래가무성) : 봉화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하거니 柳邊猶繫木蘭舟(유변유계목란주) : 수양버들 가지에는 아직 목란 배가 묶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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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복동가(牛腹洞歌)-정약용(丁若鏞) 우복동가-정약용(丁若鏞)
俗離之東山似甕(속리지동산사옹) : 속리산 동편에 산이 항아리 같아 古稱中藏牛腹洞(고칭중장우복동) :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감추어져 있다네 峯回磵抱千百曲(봉회간포천백곡) : 봉우리는 두을고 골짝물은 천 구비 백 굽이 둘러 衽交褶疊無綻縫(임교습첩무탄봉) : 여민 옷섶 겹친 주름 터진 곳도 없네 飛泉怒瀑恣喧豗(비천노폭자훤회) : 나는 샘과 성난 폭포가 마음껏 떠들며 壽藤亂刺相牽控(수등난자상견공) : 다래덩굴 가시나무가 얼기설기 막고 있네 洞門一竇小如管(동문일두소여관) :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은 구멍 하나라네 牛子腹地纔入峒(우자복지재입동) : 송아지가 배를 따에 붙여야 들어갈 정도라네 始入峭壁猶昏黑(시입초벽유혼흑) : 들어서면 가파른 절벽이 깜깜해도 稍深日月舒光色(초심일월서광색) :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 천천히 빛나고 平川斷麓互映帶(평천단록호영대) : 평평한 시냇물에 끊어진 산자락이 비쳐 흐르네 沃土甘泉宜稼穡(옥토감천의가색) : 기름진 땅 맛있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 仇池淺狹那足比(구지천협나족비) : 얕고 좁은 구지와 어찌 비교가 되리오 漁子徊徨尋不得(어자회황심불득) : 어부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아낼 수 없다네 玄髮翁嗔白髮兒(현발옹진백발아) : 머리 검은 영감이 백발 된 자식을 꾸짖고 熙熙不老眞壽域(희희불노진수역) : 백 년 가도 늙지 않는 정말 장수의 고장이라네 迂儒一聞心欣然(우유일문심흔연) : 멍청한 선비 소문 듣고서 마음이 흔연하여 徑欲往置二頃田(경욕왕치이경전) : 빨리 가서 두어마지기 밭이라도 차지하였다네 竹杖芒屩飄然去(죽장망교표연거) : 죽장망훼 차림으로 훌쩍 찾아떠나니 繞山百帀僵且顚(요산백잡강차전) : 백 바퀴나 산을 돌다 지치고 쓰러졌다네 天晴疑聞風雨響(천청의문풍우향) : 멀쩡한 하늘에서 비바람소리 들리는 듯하고 世晏如見干戈纏(세안여견간과전) : 편안한 세상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네 爭投茂朱覓山谷(쟁투무주멱산곡) : 무주구천동 달려가서 골짜기 찾아 헤매다가 幸與此洞相接連(행여차동상접연) : 다행히도 우복동과 서로 연결되었다데 三韓開國嗟已久(삼한개국차이구) : 삼한이 개국한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如蠶布紙蕃生口(여잠포지번생구) : 종이 위에 누에 깔리듯 인구가 너무 많아 樵蘇菑墾足跡交(초소치간족적교) : 나무하고 밭 일구고 발 안 닿는 곳 없는데도 詎有空山尙鹵莽(거유공산상로망) : 남아 있는 빈 산지가 어디에 있을 겠는가 藉使寇來宜死長(자사구래의사장) : 적이 쳐들어와도 마땅히 나라 위해 죽어야지 汝曹豈得絜妻子(여조기득혈처자) : 너희들 처자 데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且督妻舂納王稅(차독처용납왕세) : 아내가 방아찧어 나라에 세금 바치게 해야지 嗚呼牛腹之洞世豈有(오호우복지동세기유) : 아아 우복동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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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약사(採藥詞)-정약용(丁若鏞) 약초 캐는 노래-정약용(丁若鏞)
采藥復采藥(채약복채약) : 약을 캐고 또 약을 캐면서 迢遞躋巖谷(초체제암곡) : 높이 바위골짝을 오른다네 手中三尺鑱(수중삼척참) : 손에는 석 자 보습을 들고서 處處靈根斸(처처령근촉) : 곳곳에서 약초 뿌리를 찍는다네 風吹微雨來(풍취미우래) :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내리면 嫩芽初舒綠(눈아초서녹) : 연한 싹이 푸르게 나온다네 尋苗涉幽澗(심묘섭유간) : 싹 찾아 깊은 골짝기에도 들고 引蔓穿深竹(인만천심죽) : 덩굴 따라 깊숙한 대밭 찾아 長懷鹿門隱(장회녹문은) : 길이 녹문의 숨어사는 이를 그리워하고 思酬小山曲(사수소산곡) : 소산곡을 화답해 부르고 싶다네 不獨駐流年(불독주류년) : 다만 흐르는 세월 멈추게 하지 못하니 聊以謝淆俗(료이사효속) : 혼탁한 속세를 떠나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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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인촌거(過野人村居)-정약용(丁若鏞) 시골 사람들의 마을을 지나면서-정약용(丁若鏞)
野彴平疇外(야박평주외) : 외나무다리 건너 들판 저 밖에 荒村一兩家(황촌일양가) : 한두 집 황량한 마을이 있도다 敗籬新綴竹(패리신철죽) : 터진 울타리 새로 대나무로 엮고 小圃未舒花(소포미서화) : 작은 채마밭에는 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다 冷落餘書架(냉낙여서가) : 초라한 일상 남은 책만 남있고 艱難有釣槎(간난유조사) : 어려운 처지에도 낚싯배는 있다 狐丘幸遂願(호구행수원) : 고향에 가고픈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生理不須嗟(생리불수차) : 사는데에 슬퍼할 일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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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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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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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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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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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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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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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 가지 비춰보니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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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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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閣月夜(지각월야)-丁若鏞(정약용) 목가 누각의 달밤-丁若鏞(정약용)
芳池月色可淸宵(방지월색가청소) : 풀우거진 못에 어린 달빛 맑은 밤 露結蛛懸見柳梢(로결주현견유초) : 이슬 맺히고 거미 매달린 버들가지 보인다 忽有一泓生眼底(홀유일홍생안저) : 갑자기 깊은 웅덩이 눈 아래 하나 생겨 微風吹作海門潮(미풍취작해문조) : 산들바람 불어와 바다 문 앞에 조수를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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淡泊(담박)-丁若鏞(정약용) 담박-丁若鏞(정약용)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 담박을 좋게 여기니 아무런 일도 없어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 타향살이도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 손님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들고보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념주) : 스님 떠난 침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다네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 장다리에는 한낮이면 벌이 들끓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 보리 까트라기에 바람 따스하면 꿩들이 서로 부른다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늙은이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공편주도백호) : 조각배 함께 타고 술을 실컷 기울이기로 약속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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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上絶句(지상절구)-丁若鏞(정약용) 못 위에서 적구를 짓다-丁若鏞(정약용)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 따뜻한 바람 머리털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 노랗게 돋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귀양살이라는 정치적 탄압까지도 학문을 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학문적 업적을 이뤄낸 인내와 성실, 그리고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성실을 제일로 친 사람이었다. 그의 방대한 저작은 평생을 통하여 중단없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탄생한 것이다.
수학과 관료생활 정약용은 1762년 경기도 광주군 마현에서 진주목사의 벼슬을 지낸 정재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마현은 한강의 상류로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약용은 어릴 적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4세에 이미 천자문을 익혔고, 7세에 한시를 지었으며, 10세 이전에 이미 자작시를 모아 [삼미집(三眉集)]을 편찬했다. 어릴 적에 천연두를 앓은 약용의 오른쪽 눈썹에 그 자국이 남아 눈썹이 셋으로 나뉘어 '삼미(三眉)'라 불린 이유로, 큰 형 약현이 '삼미집'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어릴 적 스승은 부친이었다. 10세 나이에 경사(經史)를 읽기 시작하고, 16세부터 성호 이익 선생의 유고를 읽었다.
마현에 터를 잡은 그가 서울 출입을 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15세에 서울 회현동 풍산 홍씨 집안으로 장가들면서부터이다. 본격적인 입신의 생활은 20대부터였다. 22세에 초시에 합격하였고, 성균관에 입학하여 교유 관계를 넓혔다. 성균관 재학 시에 이미 정조에게 인정을 받았고 28세에 마지막 과거시험인 대과에서 2등으로 합격하여 벼슬길로 나갔다.
정약용은 23세에 이벽(李蘗)으로부터 서학(西學)에 관하여 듣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서학에 심취했던 과거로 인해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정약용은 20대 초반에 서학에 매혹되었지만, 이후 제사를 폐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딪혀 끝내는 서학에 손을 끊었다고 고백했지만, 천주교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오해를 받았다.
천주교 문제가 터지기 전, 그의 관료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정조의 최측근으로서, 관직은 희릉직장(禧陵直長)으로부터 출발하여 가주서(假注書), 지평(持平), 교리(校理), 부승지(副承旨) 및 참의(參議) 등으로 승승장구하였다. 주교사(舟橋司)의 배다리 설계, 수원성제와 기중가(起重架) 설계 등 빛나는 업적도 많았다. 한때나마 외직으로 내몰리기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고마고(雇馬庫) 개혁, 가좌부(家坐簿) 제도 개선, [마과회통(麻科會通)] 저작 등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정약용은 가장 이상적인 관료가였다. 배다리와 기중가의 설계에서 이미 재능을 펼쳤지만, 그의 저작에서 엿보이는 정치관은 기본적으로 민본(民本)이었다. 정약용은 왕정시대에도 주민 자치가 실현되기를 소원한 인물이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이었지만, 소박하게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한 인물이었지 않았을까.
기나긴 유배 생활의 시작 정약용의 가장 큰 후견인은 정조였다. 정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큰 환란이 없었지만, 1800년에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정약용도 정조 사후에 완벽히 정계에서 배제되고 잊혀져 갔다. 사실 정약용은 관직에 나간 지 2년 만에 당색(黨色)으로 비판된 것에 불만을 품었다가 해미에 유배되었으나 정조의 배려로 열흘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 1801년(순조 1) 신유사화가 일어나면서 주변 인물들이 참화를 당했고, 손위 형인 정약종도 참수를 당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정약용은 그해 2월에 장기로 유배되었다가 11월에는 강진으로 옮겨졌다. 18년 동안 긴 강진 유배생활의 시작이었다. [다산시문집] 제4권에는 정조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정약용의 시가 전해진다. 빈소를 열고 발인하는 날 슬픔을 적다[啓引日述哀]
운기(雲旗), 우개(羽蓋) 펄럭펄럭 세상 먼지 터는 걸까 홍화문(弘化) 앞에다 조장(祖帳)을 차리었네 열두 전거(輇車)에다 채워둔 우상 말(塑馬)이 일시에 머리 들어 서쪽을 향하고 있네 영구 수레(龍輴)가 밤 되어 노량(露梁) 사장 도착하니 일천 개 등촉들이 강사(絳紗) 장막 에워싸네 단청한 배 붉은 난간은 어제와 똑같은데 님의 넋은 어느새 우화관(于華館)으로 가셨을까 천 줄기 흐르는 눈물 의상(衣裳)에 가득하고 바람 속 은하수도 슬픔에 잠겼어라 성궐은 옛 모습 그대로 있건마는 서향각 배알을 각지기가 못하게 하네 ([다산시문집] 제4권, 시) 유배 생활 처음에는 천주교도라고 하여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천주교인이라는 소문으로 나자 모두 정약용을 모른척했다. 유배지의 어려움 속에서도 승려 혜장(惠藏) 등과 교유하고, 제자들을 키우며 저술활동에 전념하였다. 담배 역시 유배의 시름을 덜어주는 벗이었다.
강진에 도착해서 처음 머무른 곳이 사의재(四宜齋)라는 동문 밖 주막에 딸린 작은 방이었다. 그곳에 기거하면서 예학 연구를 시작하였고, 이후 고성사(高聲寺)의 보은산방(寶恩山房)과 목리(牧里)의 이학래(李鶴來) 집으로 전전하면서 연구에 전념하였다. 그러다가 1808년 귤동의 ‘다산초당’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천여 권의 서적을 쌓아 놓고 유교 경전을 연구하였다. 그의 이른바 주석 학문인 경학(經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마현으로의 귀향과 [여유당집]의 완성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온 것은 1818년 가을,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57세에 해배되어 1836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고향인 마현에서 자신의 학문을 마무리하여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다.
해배되었다고는 하나 오랜 기간 지냈던 강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자신이 지은 많은 저술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초로의 나이에 더 이상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다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저술들을 널리 소개하여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경세(經世)의 길이었다. 이후 자신의 호를 다음 시대를 기다린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즐겨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의미였다. 그는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에서 자신의 저술에 대해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는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고, 일표(一表)와 이서(二書)는 천하와 국가를 위함이니, 본말(本末)이 갖추어졌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육경과 사서에 관한 저술이 근본이라면, [경세유표(經世遺表)]와 [목민심서(牧民心書)]·[흠흠신서(欽欽新書)]는 경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었다.
해배 이후 학문적 교제를 했던 대상은 신작(申綽, 1760~1828)·김매순(金邁淳, 1776~1840)·홍석주(洪奭周, 1774~1842)·홍길주(洪吉周, 1786~1841)·김정희(金正喜, 1786~1856) 등 당시 저명한 노·소론계의 학자들이었다. 이들은 정권을 잡은 노·소론계였지만 고정된 정론이나 학설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경전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경세관을 펼쳐 나갔다.
정약용이 가진 국가개혁의 목표는 부국강병이었다. 국가개혁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는 [경세유표]에서 그는 경세치용과 이용후생이 종합된 개혁사상을 전개하였다. 정약용의 개혁안은 장인영국(匠人營國)과 정전법(井田法)을 중심으로 한 체국경야(體國經野)라 평가할 수 있다. 통치와 상업, 국방의 중심지로서의 도시건설(체국)과 정전법을 중심으로 한 토지개혁(경야)을 바탕으로 세제, 군제, 관제, 신분 및 과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를 고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안의 주요 골자이다. [주례(周禮)]의 체국경야 체제를 기본 모형으로 삼아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상공업의 진흥을 통하여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경세유표]를 후대에도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할 ‘초본’이라 했다. 그가 펼친 국가개혁사상은 사후에도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생명력을 가진 근대적 사상이었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던 정약용은 양반제자 18명과 중인제자 6명이 각각 별도로 그의 아들과 더불어 자기가 경영하던 전답을 기본재산으로 다신계(茶信契)를 조직하였다. 또 초의(草衣)선사를 비롯한 만덕사의 스님들은 전등계(傳燈契)를 조직하게 하여, 길이 우의를 다지도록 했다. 그는 귀향 이후에도 옛 제자들과 서로 내왕하면서 강진에서 있을 때와 다르지 않게 저술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산의 저술활동은, 물론 다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제자들과의 공동작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다산의 많은 저서에는 공저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러한 표기가 없는 경우에도 공동저작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목민심서]는 정용편(丁鏞編)으로 되어 있는데, 저술의 체계를 잡고 조목마다 편자의 의견을 붙이는 일은 다산 스스로가 행했지만, 각종의 전적(典籍)에서 자료를 수집·분류할 뿐만이 아니라 다산의 구술을 기록하고 정서(精書)·제책(製冊)하는 일은 모두 제자들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8권 16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목민심서]가 단 1년 이내에 저술될 수 있었던 것이다.
회갑을 맞은 1822년 다산은 인생을 정리한다. 자신의 장지를 정하고, 스스로 묘지명을 짓는다. 별호도 후대를 기약한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사용한다.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은 기존 저술에 대한 종합과 문집의 편집으로 나타났다.
[자찬묘지명]에 따르면, 그의 저작은 경집 232권과 문집 267권으로 모두 499권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었다. 이후 별세할 때까지 15년 동안 그는 [매씨상서평]을 개정하거나, [상서고훈]과 [상서지원록]을 개수하고 합편하여 [상서고훈(尙書古訓)]으로 정리하는 등 저작에 대한 분합, 필삭, 윤색에 온 힘을 기울여 182책 503권의 가장본 [여유당집]을 완성하였다. 아들 정학연은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여유당집]의 교열을 부탁했으며, 1883년(고종 20)에는 왕명에 따라 [여유당집]이 전사되어 내각에 수장되었다.
독립(獨立)-정약용(丁若鏞) 홀로 서서-정약용(丁若鏞)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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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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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2(飮酒2)-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섬세하고 좋은 말은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이 들어와 집에 가득하도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우선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일부러 술집 곁으로 다가 가보노라.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덤뿍 마셔도 에오라지 끄떡없어야 하나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노라.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제일 기쁜 일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집 술잔이라도 비웃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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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1(飮酒1)-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하니 모두가 좋아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를 게다가 비스듬히 안는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도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이 어찌 변함이 없겠으랴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죽음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을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보게나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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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운영산목(次韻詠山木)-정약용(丁若鏞) 산묵을 차운하여 읊다-정약용(丁若鏞)
孟夏入山中(맹하입산중) : 초여름에 산 속에 들어오니 綠溪芳草蒨(록계방초천) : 푸른 시냇가 방초가 무성하다. 醉眼纈淺綠(취안힐천록) : 취한 눈에 옅은 녹색 어른거리고 十里鋪素絹(십리포소견) : 십 리 벌이 흰 명주 펼쳐진 듯 하다. 茸茸不盈尺(용용불영척) : 우거진 풀은 한 자도 차지 않아 石徑細如線(석경세여선) : 돌길은 실처럼 가늘어라. 昔我童時游(석아동시유) : 옛날 내가 어릴 시절 노닐 적엔 蒼翠鬱采絢(창취울채현) : 푸른빛이 무성히도 고왔다. 全山夏木糾(전산하목규) : 온 산에 여름 숲 들어차고 滿谷古藤莚(만곡고등연) : 골짝 가득 묵은 등나무 넝쿨 뻗어있다. 日月今幾何(일월금기하) : 세월 지금 얼마나 흘렀는가. 桑海驚轉眄(상해경전면) : 잠깐 세월 큰 변천이 놀랍구나. 春山一蕭瑟(춘산일소슬) : 봄 산도 하나같이 쓸쓸한데 感我桑下戀(감아상하련) : 나의 그리운 마음 느껴진다. 吾生亦已老(오생역이로) : 내 인생도 이미 늙었으니 忘情卽爲便(망정즉위편) : 정을 잊는 것이 곧 편안하리라. 依遲出洞去(의지출동거) : 천천히 걸어 골짜기를 나가니 舊游懷黃卷(구유회황권) : 옛 친구가 서책을 품고 온다. 恢新期老宿(회신기로숙) : 절을 확장하기를 노승과 약속했으니 物理有窮變(물리유궁변) : 만물 이치란 궁하면 변하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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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 속 나무들-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날 기운이 널리 퍼지니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이 서로 푸르러진다.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여린 잎새는 아침 햇살 머금어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에 쪼인 누런 명주처럼 밝아진다.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번져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경계선을 이루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는 늙은 게 부끄러워서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고운 싹을 뱉어 내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또한 마음이 있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을 쭉쭉 뻗어 간다.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모두가 속물이 아닌지라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뻐하며 그윽이 구경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데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을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부여잡고 오를 제 이미 피곤해져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절로 만족하리라.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 보면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서책 읽은 것과 같으리라.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한 가을 온 산이 붉게 단풍드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변화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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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동악(懷東嶽)-정약용(丁若鏞) 동악을 그리워하며-정약용(丁若鏞)
東嶽絶殊異(동악절수이) : 동악은 다른 산과 너무나 달라니 紫崿疊靑㟽(자악첩청㟽) : 붉은 벼랑 푸른 봉이 겹겹이 쌓구나. 雕鍥入纖微(조계입섬미) : 새기고 깎은 공이 극히 섬세하여 神匠洩機巧(신장설기교) : 조물주의 묘한 솜씨 드러나 있구나. 仙賞委瀛壖(선상위영연) : 선경의 구경거리 해변에 있어 幽姿獨窈窕(유자독요조) : 맑은 자태 홀로 맑고도 그윽하구나. 惜無棲隱客(석무서은객) : 애석하다, 은거하는 객 하나 없다니 瀟洒脫塵表(소쇄탈진표) : 깨끗이 속세의 모습을 활짝 벗어있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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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야(秋夜)-정약용(丁若鏞) 가을밤-정약용(丁若鏞)
情結林泉愛(정결림천애) :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어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 문 밖에 오가는 수레와 말소리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두고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도다 涼露枝枝色(량로지지색) : 찬 이슬 가지마다 빛 찬란하고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 운다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 밝은 달이 깊숙한 가슴에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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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강우어자(楊江遇漁者)-정약용(丁若鏞) 양강에서 고기잡이를 만나다-정약용(丁若鏞)
一翁一童一小年(일옹일동일소년) : 늙은이,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 楊根江頭一釣船(양근강두일조선) : 양근강 머리에 고깃배 한 척 船長三丈竿二丈(선장삼장간이장) : 배 길이 세 발, 낚싯대 두 발 數罟數十鉤三千(수고수십구삼천) : 촘촘한 거물 몇 개, 낚싯바늘 삼천 少年搖櫓踞船尾(소년요노거선미) : 노 젓는 소년 배 꼬리에 걸터앉아 童子炊菰坐鐺邊(동자취고좌당변) : 어린아이 줄 삶으며 솥가에 앉아있다 翁醉無爲睡方熟(옹취무위수방숙) : 늙은이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들고 兩脚挂舷仰靑天(양각괘현앙청천) : 두 다리를 뱃전에 걸고 푸른 하늘 본다 日落江湖浪痕白(일락강호랑흔백) : 강호에 해 져고 흰 물결 일렁이는데 山根水浸村煙碧(산근수침촌연벽) : 산뿌리에 물 잠기고 마을 연기 푸르다 少年呼童攪翁起(소년호동교옹기) : 소년이 어린아이 불러 늙은이 깨우는데 魚兒撥刺天將夕(어아발랄천장석) : 새끼고기 뛰놀고 해는 저물어 가는구나 中流布網去復還(중류포망거복환) : 중류에다 그물 치고 갔다가 돌아오는데 上下刺船如梭擲(상하자선여사척) : 배 저으며 위아래 오가는 베틀북 같도다 伊軋唯聞柔櫓聲(이알유문유노성) : 삐걱 빼각 노 젓는 소리 들려오는데 蒼茫不辨雲水色(창망불변운수색) : 푸르러 물인지 구름인지 구별 못한다 黃昏收網泊柳浪(황혼수망박류랑) : 황혼에 그물 걷어 유랑에다 배를 대어 摘魚落地聞魚香(적어락지문어향) : 고기 잡아 땅에 던지니 고기 냄새 풍긴다 松鐙細數柳條貫(송등세수류조관) : 관솔불 밝혀 두고, 버들에다 세어 꿰어 鐙光照數銅龍長(등광조수동용장) : 그 불빛 물에 비치니 길다란 동룡이라 野夫估客爭來看(야부고객쟁래간) : 농부와 장사꾼들 서로 와 보면서 鏗鏗擲錢錢滿筐(갱갱척전전만광) : 땡글땡글 던진 돈이 상자에 그득하다 水宿風餐了無恙(수숙풍찬료무양) :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아무런 병 없고 浮家汎宅聊徜徉(부가범택료상양) : 둥실 뜬 배 집을 삼아 여유 있게 노닌다 人間富貴非善賈(인간부귀비선가) : 부귀 탐내는 인간들 장사를 못하여 盡將僞樂沾眞苦(진장위락첨진고) : 가짜 즐거움 누리려다 괴로움만 사버린다 朝將軒冕飾聖賢(조장헌면식성현) : 아침이면 성현인 양, 의관 차리고 뽐내고 暮設刀俎待夷虜(모설도조대이노) : 저녁이면 칼 도마로 원수처럼 대한다 跼蹐常如荷轅駒(국척상여하원구) : 수레 찬 망아지처럼 언제나 절절거리고 鬱悒眞同落圈虎(울읍진동락권호) : 답답하기 참으로 우리에 갇힌 호랑이로다 籠雉耿介不戀豆(농치경개불연두) : 새장의 꿩 깔끔함은 콩 탐내지 않은 것이고 塒鷄啁哳生嫌怒(시계조찰생혐노) : 닭장 닭들 조잘거림은 시기하기 때문이다 何如江上一漁翁(하여강상일어옹) : 어찌하여 강 위의 고기잡이 늙은이 隨風逐水無西東(수풍축수무서동) :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동서도 없도다 維州利害漠不聞(유주리해막불문) : 유주의 이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東林勝敗俱成聾(동림승패구성롱) : 동림의 승패 역시 역시 귀를 막고 산다 蘋洲蘆港作園圃(빈주노항작원포) : 물풀 갈대 우거진 섬 그게 바로 정원이라 葦被篷屋爲帲幪(위피봉옥위병몽) : 갈대 이불 쑥대 지붕 안식처가 거기로다 會攜二兒入苕水(회휴이아입초수) : 나도 두 자식 데리고 소내에 들어서 令當一少與一童(영당일소여일동) : 소년 노릇 동자 노릇 하나씩 맡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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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풍숙대탄(滯風宿大灘)-정약용(丁若鏞) 바람에 갇혀 대탄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已識瞿唐惡(이식구당악) : 구당 험함을 알면서 猶希舶趠平(유희박초평) : 배길 평탄하길 바란다 江豚頗得意(강돈파득의) : 상되지 는 꽤나 좋겠지만 檣燕似留行(장연사유행) : 돛대 위 제비 못 가게 하는듯 拄笏靑山靜(주홀청산정) : 뺨 괴고 보니 청산 고요한데 維舟白日傾(유주백일경) : 배를 매자 해가 서산에 기운다 不須衝險隘(불수충험애) : 험한 길 무릅쓸 것 없으니 濡滯且謀生(유체차모생) : 체류하며 살 길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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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를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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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정약용(丁若鏞) 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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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성수(贈惺叟)-정약용(丁若鏞) 깨어있는 늙은이에게-정약용(丁若鏞)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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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정약용(丁若鏞) 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정약용(丁若鏞)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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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제족부예산공산거(留題族父禮山公山居)-정약용(丁若鏞) 족부 예산공이 사시는 산간 집에 머물며 짓다-정약용(丁若鏞)
澗邊小墟落(간변소허락) : 시냇가 작은 언덕배기 桑柘菀交枝(상자울교지) : 산뽕나무 무성하게 가지가 얽혔구나. 野麥蘇春凍(야맥소춘동) : 들판에 보리는 얼었다 봄에 다시 돋고 村鷄領晩兒(촌계령만아) : 마을 닭은 늦새끼 거느렸구나. 罷官生事拙(파관생사졸) : 벼슬 그만두니 살아가기 옹색하나 留客雅言遲(유객아언지) : 손님 머물게 하여 좋은 얘기 나눈다. 信宿驚舒重(신숙경서중) : 이틀 밤을 자면서 진중한 정에 놀라 低頭愧昔時(저두괴석시) : 옛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말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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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정약용(丁若鏞) 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정약용(丁若鏞)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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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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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정약용(丁若鏞) 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정약용(丁若鏞)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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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夜)-정약용(丁若鏞) 밤에-정약용(丁若鏞)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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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의 나무-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기운 널리 퍼져가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 모두가 짙어는구나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어린 나뭇잎 아침 햇살 머금고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 에 씻긴 노란 명주처럼 밝구나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들고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한계선을 긋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 향나무는 늙어 부끄럽고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새 싹을 뱉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마음 드러내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들을 죽죽 뻗어 내는구나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이 모두가 속물이 아니어서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쁜 표정으로 그윽히 구경 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는 마음 없어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에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풀과 나무 부여잡고 오르니 벌써 피곤하나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의당 절로 편안하도다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보니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책 읽은 것과 서로 같구나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높은 가을 하늘, 온 산엔 붉은 단풍 가득하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살펴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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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여행(憶汝行)-정약용(丁若鏞) 너가 돌아감을 생각함-정약용(丁若鏞)
憶汝送我時(억여송아시) : 네가 나를 떠나보낼 때 牽衣不相放(견의불상방) : 옷자락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及歸無歡顔(급귀무환안) : 돌아와도 네 기쁜 얼굴빛 없었고 似有怨慕想(사유원모상) : 원망하는 생각을 품은 듯했었다 死痘不奈何(사두불내하) : 마마로 죽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나 死也豈不枉(사야기불왕) : 종기로 죽었으니 억울하지 않은가 雄黃利去惡(웅황이거악) : 악성 종기 잘 낫는 웅황 썼는데 陰蝕何由長(음식하유장) : 나쁜 균이 그 어찌 그렇게 자랐는지 方將灌蔘茸(방장관삼용) : 인삼 녹용 먹이려 했는데 冷藥一何佞(냉약일하녕) : 냉약은 어찌 그리도 황당한가 曩汝苦痛楚(낭여고통초) : 지난번 네 어머니 고통 겪는데 我方愉佚宕(아방유일탕) : 나는 한창 즐겁게 놀고 있었다니 撾鼓綠波中(과고록파중) : 푸른 물결 속에서 장구를 치고 携妓紅樓上(휴기홍루상) : 붉은 누각 위에서 기생을 끼고 놀다니 志荒宜受殃(지황의수앙) : 마음이 빗나가면 재앙 받나니 惡能免懲創(악능면징창) : 어찌 능히 징계를 면할 것인가 送汝苕川去(송여초천거) : 너를 소천 마을 떠나보내어 且就西丘葬(차취서구장) : 서산의 기슭에다 묻어 주리라 吾將老此中(오장노차중) : 내 장차 그 속에서 여생 보내며 使汝有依仰(사여유의앙) : 너에게 의지할 곳 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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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일과최씨계상초당(春日過崔氏溪上草堂)-정약용(丁若鏞) 어느 봄날 최씨의 개울가 초당을 지나며-정약용(丁若鏞)
窈窕南溪曲(요조남계곡) : 남쪽 개울 굽어드는 한적한 곳 蕭然一草廬(소연일초려) : 쓸쓸히 자리 한 움집 한 채있도다 門臨千丈石(문임천장석) : 문 앞엔 천길 바위 가 정면에 있고 楣著八分書(미저팔분서) : 상인방엔 팔분서 붙어 있구나 僻巷饒花樹(벽항요화수) : 외진 마을 꽃나무 만발하고 殘田足菜蔬(잔전족채소) : 척박한 밭에는 나물 냄새 가득하다 室中常有酒(실중상유주) : 방안에는 항상 술이 있고 生理未全疏(생리미전소) : 생활은 그런대로 궁함은 면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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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일제용동옥벽(立春日題龍衕屋壁)-정약용(丁若鏞) 입춘에 용동집의 벽에 짓다-정약용(丁若鏞)
人生處兩間(인생처양간) : 인생이란 천지간에 있어 踐形乃其職(천형내기직) : 남긴 자취 타고난 그의 천직이라 下愚泯天良(하우민천양) : 우매한 자 본연의 천성을 잃고 畢世營衣食(필세영의식) : 평생 동안을 먹고 살기 위해 바친다 孝弟寔仁本(효제식인본) : 효도와 공손은 곧 어진 마음이 근본 學問須餘力(학문수여력) : 학문은 그 남은 힘으로 할 것이로다 若復不刻勵(약복불각려) : 만약에 다시 각고의 노력 없으면 荏苒喪其德(임염상기덕) : 그럭저럭 그 덕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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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려와병(田廬臥病)-정약용(丁若鏞) 시골집 병석으로 누워-정약용(丁若鏞)
始爲殘書至(시위잔서지) : 당초에 남은 책 끝내려하니 翻嗟一病纏(번차일병전) : 어긋났도다, 병이 몸을 감는구나 閉門黃葉裏(폐문황엽리) : 나뭇잎은 누런데 문능 닫고서 煮藥碧松前(자약벽송전) : 푸른 소나무 앞에서 약을 달인다 髮亂從人理(발난종인리) : 산란한 머리 손질 남의 손을 빌리고 詩成只口傳(시성지구전) : 지어진 시를 입으로 전할 뿐이어라 起看西去路(기간서거로) : 일어나 서쪽으로 가는 길 바라보니 風雪滿寒天(풍설만한천) : 눈바람이 찬 하늘에 가득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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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일배부승주부한양(春日陪父乘舟赴漢陽)-정약용(丁若鏞) 봄날 숙부님을 모시고 배로 한양으로 가면서-정약용(丁若鏞)
旭日山晴遠(욱일산청원) : 밝은 아침, 산은 개어 아득하고 春風水動搖(춘풍수동요) : 봄바람에 물결이 일렁거린다 岸廻初轉柁(안회초전타) : 언덕은 굽어져 배 키를 돌리고 湍駛不鳴橈(단사부명요) : 여울물길 빨라 노 소리도 나지 않는다 淺碧浮莎葉(천벽부사엽) : 옅고 푸른 물결에 풀 그림자 뜨있고 微黃着柳條(미황착유조) : 연노란 빛 버들가지에 물들었구나 漸看京闕近(점간경궐근) : 서울에 가까워짐이 점점 눈에 보이니 三角鬱岧嶢(삼각울초요) : 삼각산이 우뚝하게 높이도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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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수종사(游水鐘寺)-정약용(丁若鏞) 수종사에서-정약용(丁若鏞)
垂蘿夾危磴(수라협위등) : 드리운 댕댕이 넌출이 비탈에 끼어 不辨曹溪路(불변조계로) : 조계로 가는 길을 구별하지 못하겠다 陰岡滯古雪(음강체고설) : 그늘 진 언덕에 옛 구름 머물고 晴洲散朝霧(청주산조무) : 맑게 갠 섬에는 아침 안개 흩어진다 地漿湧嵌穴(지장용감혈) : 땅에서는 솟는 물은 골짜기로 흐르고 鐘響出深樹(종향출심수) : 종소리는 깊은 나무숲에서 울려온다 游歷自玆遍(유력자자편) : 산을 주유함이 여기서 시작되니 幽期寧再誤(유기녕재오) : 그윽한 만날 약속 어찌 다시 그릇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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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가오십유팔일시득가서지희기아(別家五十有八日始得家書志喜寄兒)-정약용(丁若鏞) 집 떠나 오십팔일에 편지를 받고 기뻐서 자식에게 부치다-정약용(丁若鏞)
杜詩先獲我(두시선획아) : 두시가 먼저 내 마음을 읊었구나 書到汝爲人(서도여위인) : 서찰이 왔으니 너도 사람이 됐었구나 物外江山靜(물외강산정) : 세상 밖, 강산은 고요하고 寰中母子親(환중모자친) : 천지에 어머니와 자식은 가까우니라 驚疑那免疾(경의나면질) : 놀란 나머지 병이라도 나겠지 生活莫憂貧(생활막우빈) : 사는 것 가난하다 너무 걱정 말아라 黽勉治蔬圃(민면치소포) : 부지런히 남새밭이나 가꾸면 淸時作逸民(청시작일민) : 청명한 시대되어 평안한 백성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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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寄兒)-정약용(丁若鏞) 자식에게-정약용(丁若鏞)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놀라는 내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만금이라 누가 말했나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 시름은 구름처럼 개었다 다시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 비방은 소리처럼 잠잠하다 다시 읊는구나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 세상이 말세라서 소곡같은 따르는 이 없고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 가문은 쇠했어도 채침같은 후계자가 있도다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 편지를 나눌 만큼 문자공부는 되었으니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 살림에 착안하여 경제공부를 해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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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리(海南吏)-정약용(丁若鏞) 해남 아전-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객종해남래) : 객이 해남에서 오다가 爲言避畏途(위언피외도) : 겁나는 길을 피해서 왔노라 坐久喘未定(좌구천미정) : 한참 앉아 있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아 怖㥘猶有餘(포겁유유여) : 아직도 겁에 질린 기색이 남아있도다 若非値豺狼(약비치시랑) : 승냥이나 이리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定是遭羌胡(정시조강호) : 틀림없이 오랑캐를 만난 모양이리라 催租吏出村(최조이출촌) : 조세를 독촉하는 관리 마을에 나타나 亂打東南隅(난타동남우) : 동남 구석구석을 난타질 하는구나 新官令益嚴(신관령익엄) : 신관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程限不得踰(정한불득유) : 기한을 넘길 수가 없다고 하는구나 橋司萬斛船(교사만곡선) : 주교사 소속의 만곡들이 배들이 正月離王都(정월리왕도) : 정월에 벌써 서울을 떠났다 하는구나 滯船必黜官(체선필출관) : 배가 정체되면 파직을 당하니 鑑戒在前車(감계재전차) : 종전부터 조심하는 일이었다오 嗷嗷百家哭(오오백가곡) : 집집마다 통곡소리 시끄러워도 可以媚櫂夫(가이미도부) : 그것으로는 사공들 끄떡도 안한다 吾今避猛虎(오금피맹호) : 나는 지금 사나운 호랑이 피해왔으니 誰復恤枯魚(수복휼고어) : 물 마른 땅 마른 고기를 누가 구해줄까 泫然雙淚垂(현연쌍루수) : 주루룩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條然一嘯舒(조연일소서) : 조연히 한 번 긴 한숨 내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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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리(龍山吏)-정약용(丁若鏞) 용산 아전-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리타용산촌) : 아전들이 용산 고을에 들이닥쳐 搜牛付官人(수우부관인) : 소를 뒤져 관리에게 넘겨주는구나 驅牛遠遠去(구우원원거) : 그 소 몰고 멀리멀리 가니 家家倚門看(가가의문간) : 집집마다 대문 밖에서 보고만 있었다 勉塞官長怒(면새관장노) :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할 뿐 誰知細民苦(수지세민고) : 약한 백성 고통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六月索稻米(육월색도미) : 유월달에 쌀을 찾나키 毒痡甚征戍(독부심정수) : 고달프기 수자리 생활보다 더 심하도다 德音竟不至(덕음경불지) : 나라의 좋은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 萬命相枕死(만명상침사) : 수많은 생명 모두다 죽게 되었도다 窮生儘可哀(궁생진가애) : 제일 불쌍한 건 가난한 백성 死者寧哿矣(사자녕가의) : 죽는 편은 오히려 더 낫구나 婦寡無良人(부과무량인) : 남편 없는 과부 翁老無兒孫(옹노무아손) : 자식 손자 없는 늙은이 泫然望牛泣(현연망우읍) : 빼앗긴 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노라 淚落沾衣裙(루락첨의군) : 눈물 떨어져 저고리 치마 다 적신다 村色劇疲衰(촌색극피쇠) : 마을 모양새가 심히 피폐한데도 吏坐胡不歸(리좌호불귀) : 아전놈 어찌 돌아가지 않는가 甁甖久已罄(병앵구이경) : 쌀독 바닥난 지 이미 오래거늘 何能有夕炊(하능유석취) : 무슨 수로 저녁밥 지을 수 있나 坐令生理絶(좌령생리절) : 죽치고 앉아 산 목슴 죽게 하니 四隣同嗚咽(사린동오인) : 동네마다 목메어 우는구나 脯牛歸朱門(포우귀주문) : 소를 잡아 권문세가에 바쳐야 才諝以甄別(재서이견별) : 거기에서 관리의 능역 구별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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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절양(哀絶陽)-정약용(丁若鏞) 남근을 자른 것을 애앒아 하다-정약용(丁若鏞)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 노전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길구나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 현문을 향해 곡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는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 군인 간 지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겨우 있으나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 남자로서 남근을 자른 일 들어본 일이 없도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갓난애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삼대가 다 군보에 올랐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 관가로 가서 호소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지키고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를 몰아간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 칼을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 아들 낳아 군액한 형편 맞은 것 스스로 한탄한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에서 음형을 당하는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 민 땅 자식들 거세한 것도 정말로 슬픈 일이로다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 하늘 도는 아들 되이나 땅의 도는 딸이 되었구나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 말과 돼지 거세함도 서럽다 말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 대 이어갈 생민들 생각하면 말을 더해 뭣하리오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도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 똑같은 우리 백성 어찌 그리도 후하고 박한가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하여 시경의 시구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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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석(詠水石)-정약용(丁若鏞) 물과 돌을 노래하다-정약용(丁若鏞)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 냇물 마음은 항상 밖에 있어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 돌 이뿌리 막힌 것 괴롭기만 하다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 천 겹의 험한 곳을 흔들며 지나야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 평탕하게 골짜기를 벗어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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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맥행(打麥行)-정약용(丁若鏞) 보리타작-정약용(丁若鏞)
新蒭獨酒如湩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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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古詩)-정약용(丁若鏞) 고시-정약용(丁若鏞)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온 때라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하도다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이 많은데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 어찌하여 이곳에 깃들지 않는가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 제비는 다시 지저귀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 듯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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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여탄(肩輿歎)-정약용(丁若鏞) 가마꾼의 탄식-정약용(丁若鏞)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르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 빠르기 산 타는 노루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오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 빠르기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 같아라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은 골짝 건너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 소나무 다람쥐도 같이 춤춘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 바위 옆 지나며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 오솔길 지나면서 종종걸음 걸어간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보니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 놀라서 혼백이 아찔하기만 하도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 평지는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 귀에서 비바람 소리 나는구나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은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 이런 즐거움이 먼저 따진다오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 근근히 관첩을 얻기만 해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 역속들을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에게야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 領吏操鞭扑(령이조편복) :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 수승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는구나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기리오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 가마꾼 숨소리 여울 폭포 소리에 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루) :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젖어 가는구나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 외진 모퉁이 지나니 옆 사람 뒤처지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 험한 곳 오를 때엔 앞 사람 숙여야 하는구나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는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 돌에 채인 발 미쳐 낫지도 않는구나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 하는 일 당나귀와 같구나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 너와 나 본래는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도다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 내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 나에게는 너에게 미칠 덕이 없지만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겠는가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 자애로운 늙은 아비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 고개 아래 백성들은 가련하기만 하다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여 뚝에 가득하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 닭처럼 개처럼 내몰리어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구나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 가마 타는 사람 지킬 계율 있었지만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렸구나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한다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하는구나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 아,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는구나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 사또는 일산 쓰고 호연히 떠날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는구나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 기진 맥진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 지친 몸, 신음 소리가 실낱 같도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 가마 메는 그림 그려서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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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남원광한루(登南原廣寒樓)-정약용(丁若鏞) 남원 광한루에 올라-정약용(丁若鏞)
層城曲壘枕寒流(층성곡루침한류) : 층층 성벽 굽은 보루는 강을 베고 누웠는데 萬馬東穿得一樓(만마동천득일루) : 만마관 동녘을 지나오니 한 누각이 나타나네 井地已荒劉帥府(정지이황유수부) : 유수의 고을에는 정전 이미 묵었고 關防舊鞏帶方州(관방구공대방주) : 대방의 나라 요새로서 예로부터 철벽이었다네 雙溪草綠春陰靜(쌍계초록춘음정) : 쌍계의 푸른 풀에 봄그늘 고요하고 八嶺花濃戰氣收(팔령화농전기수) : 팔령에 꽃은 만발하고 전쟁의 기운 걷혔구나 烽火不來歌舞盛(봉화불래가무성) : 봉화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하거니 柳邊猶繫木蘭舟(유변유계목란주) : 수양버들 가지에는 아직 목란 배가 묶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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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복동가(牛腹洞歌)-정약용(丁若鏞) 우복동가-정약용(丁若鏞)
俗離之東山似甕(속리지동산사옹) : 속리산 동편에 산이 항아리 같아 古稱中藏牛腹洞(고칭중장우복동) :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감추어져 있다네 峯回磵抱千百曲(봉회간포천백곡) : 봉우리는 두을고 골짝물은 천 구비 백 굽이 둘러 衽交褶疊無綻縫(임교습첩무탄봉) : 여민 옷섶 겹친 주름 터진 곳도 없네 飛泉怒瀑恣喧豗(비천노폭자훤회) : 나는 샘과 성난 폭포가 마음껏 떠들며 壽藤亂刺相牽控(수등난자상견공) : 다래덩굴 가시나무가 얼기설기 막고 있네 洞門一竇小如管(동문일두소여관) :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은 구멍 하나라네 牛子腹地纔入峒(우자복지재입동) : 송아지가 배를 따에 붙여야 들어갈 정도라네 始入峭壁猶昏黑(시입초벽유혼흑) : 들어서면 가파른 절벽이 깜깜해도 稍深日月舒光色(초심일월서광색) :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 천천히 빛나고 平川斷麓互映帶(평천단록호영대) : 평평한 시냇물에 끊어진 산자락이 비쳐 흐르네 沃土甘泉宜稼穡(옥토감천의가색) : 기름진 땅 맛있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 仇池淺狹那足比(구지천협나족비) : 얕고 좁은 구지와 어찌 비교가 되리오 漁子徊徨尋不得(어자회황심불득) : 어부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아낼 수 없다네 玄髮翁嗔白髮兒(현발옹진백발아) : 머리 검은 영감이 백발 된 자식을 꾸짖고 熙熙不老眞壽域(희희불노진수역) : 백 년 가도 늙지 않는 정말 장수의 고장이라네 迂儒一聞心欣然(우유일문심흔연) : 멍청한 선비 소문 듣고서 마음이 흔연하여 徑欲往置二頃田(경욕왕치이경전) : 빨리 가서 두어마지기 밭이라도 차지하였다네 竹杖芒屩飄然去(죽장망교표연거) : 죽장망훼 차림으로 훌쩍 찾아떠나니 繞山百帀僵且顚(요산백잡강차전) : 백 바퀴나 산을 돌다 지치고 쓰러졌다네 天晴疑聞風雨響(천청의문풍우향) : 멀쩡한 하늘에서 비바람소리 들리는 듯하고 世晏如見干戈纏(세안여견간과전) : 편안한 세상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네 爭投茂朱覓山谷(쟁투무주멱산곡) : 무주구천동 달려가서 골짜기 찾아 헤매다가 幸與此洞相接連(행여차동상접연) : 다행히도 우복동과 서로 연결되었다데 三韓開國嗟已久(삼한개국차이구) : 삼한이 개국한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如蠶布紙蕃生口(여잠포지번생구) : 종이 위에 누에 깔리듯 인구가 너무 많아 樵蘇菑墾足跡交(초소치간족적교) : 나무하고 밭 일구고 발 안 닿는 곳 없는데도 詎有空山尙鹵莽(거유공산상로망) : 남아 있는 빈 산지가 어디에 있을 겠는가 藉使寇來宜死長(자사구래의사장) : 적이 쳐들어와도 마땅히 나라 위해 죽어야지 汝曹豈得絜妻子(여조기득혈처자) : 너희들 처자 데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且督妻舂納王稅(차독처용납왕세) : 아내가 방아찧어 나라에 세금 바치게 해야지 嗚呼牛腹之洞世豈有(오호우복지동세기유) : 아아 우복동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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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약사(採藥詞)-정약용(丁若鏞) 약초 캐는 노래-정약용(丁若鏞)
采藥復采藥(채약복채약) : 약을 캐고 또 약을 캐면서 迢遞躋巖谷(초체제암곡) : 높이 바위골짝을 오른다네 手中三尺鑱(수중삼척참) : 손에는 석 자 보습을 들고서 處處靈根斸(처처령근촉) : 곳곳에서 약초 뿌리를 찍는다네 風吹微雨來(풍취미우래) :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내리면 嫩芽初舒綠(눈아초서녹) : 연한 싹이 푸르게 나온다네 尋苗涉幽澗(심묘섭유간) : 싹 찾아 깊은 골짝기에도 들고 引蔓穿深竹(인만천심죽) : 덩굴 따라 깊숙한 대밭 찾아 長懷鹿門隱(장회녹문은) : 길이 녹문의 숨어사는 이를 그리워하고 思酬小山曲(사수소산곡) : 소산곡을 화답해 부르고 싶다네 不獨駐流年(불독주류년) : 다만 흐르는 세월 멈추게 하지 못하니 聊以謝淆俗(료이사효속) : 혼탁한 속세를 떠나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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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야인촌거(過野人村居)-정약용(丁若鏞) 시골 사람들의 마을을 지나면서-정약용(丁若鏞)
野彴平疇外(야박평주외) : 외나무다리 건너 들판 저 밖에 荒村一兩家(황촌일양가) : 한두 집 황량한 마을이 있도다 敗籬新綴竹(패리신철죽) : 터진 울타리 새로 대나무로 엮고 小圃未舒花(소포미서화) : 작은 채마밭에는 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다 冷落餘書架(냉낙여서가) : 초라한 일상 남은 책만 남있고 艱難有釣槎(간난유조사) : 어려운 처지에도 낚싯배는 있다 狐丘幸遂願(호구행수원) : 고향에 가고픈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生理不須嗟(생리불수차) : 사는데에 슬퍼할 일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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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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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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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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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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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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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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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 가지 비춰보니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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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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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池閣月夜(지각월야)-丁若鏞(정약용) 목가 누각의 달밤-丁若鏞(정약용)
芳池月色可淸宵(방지월색가청소) : 풀우거진 못에 어린 달빛 맑은 밤 露結蛛懸見柳梢(로결주현견유초) : 이슬 맺히고 거미 매달린 버들가지 보인다 忽有一泓生眼底(홀유일홍생안저) : 갑자기 깊은 웅덩이 눈 아래 하나 생겨 微風吹作海門潮(미풍취작해문조) : 산들바람 불어와 바다 문 앞에 조수를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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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淡泊(담박)-丁若鏞(정약용) 담박-丁若鏞(정약용)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 담박을 좋게 여기니 아무런 일도 없어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 타향살이도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 손님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들고보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념주) : 스님 떠난 침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다네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 장다리에는 한낮이면 벌이 들끓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 보리 까트라기에 바람 따스하면 꿩들이 서로 부른다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늙은이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공편주도백호) : 조각배 함께 타고 술을 실컷 기울이기로 약속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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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池上絶句(지상절구)-丁若鏞(정약용) 못 위에서 적구를 짓다-丁若鏞(정약용)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 따뜻한 바람 머리털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 노랗게 돋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귀양살이라는 정치적 탄압까지도 학문을 하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학문적 업적을 이뤄낸 인내와 성실, 그리고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성실을 제일로 친 사람이었다. 그의 방대한 저작은 평생을 통하여 중단없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탄생한 것이다.
수학과 관료생활 정약용은 1762년 경기도 광주군 마현에서 진주목사의 벼슬을 지낸 정재원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마현은 한강의 상류로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약용은 어릴 적부터 영특하기로 소문나 있었다. 4세에 이미 천자문을 익혔고, 7세에 한시를 지었으며, 10세 이전에 이미 자작시를 모아 [삼미집(三眉集)]을 편찬했다. 어릴 적에 천연두를 앓은 약용의 오른쪽 눈썹에 그 자국이 남아 눈썹이 셋으로 나뉘어 '삼미(三眉)'라 불린 이유로, 큰 형 약현이 '삼미집'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어릴 적 스승은 부친이었다. 10세 나이에 경사(經史)를 읽기 시작하고, 16세부터 성호 이익 선생의 유고를 읽었다.
마현에 터를 잡은 그가 서울 출입을 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15세에 서울 회현동 풍산 홍씨 집안으로 장가들면서부터이다. 본격적인 입신의 생활은 20대부터였다. 22세에 초시에 합격하였고, 성균관에 입학하여 교유 관계를 넓혔다. 성균관 재학 시에 이미 정조에게 인정을 받았고 28세에 마지막 과거시험인 대과에서 2등으로 합격하여 벼슬길로 나갔다.
정약용은 23세에 이벽(李蘗)으로부터 서학(西學)에 관하여 듣고 관련 서적들을 탐독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서학에 심취했던 과거로 인해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정약용은 20대 초반에 서학에 매혹되었지만, 이후 제사를 폐해야 한다는 주장과 부딪혀 끝내는 서학에 손을 끊었다고 고백했지만, 천주교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오해를 받았다.
천주교 문제가 터지기 전, 그의 관료생활은 탄탄대로였다. 정조의 최측근으로서, 관직은 희릉직장(禧陵直長)으로부터 출발하여 가주서(假注書), 지평(持平), 교리(校理), 부승지(副承旨) 및 참의(參議) 등으로 승승장구하였다. 주교사(舟橋司)의 배다리 설계, 수원성제와 기중가(起重架) 설계 등 빛나는 업적도 많았다. 한때나마 외직으로 내몰리기도 했으나 좌절하지 않고 고마고(雇馬庫) 개혁, 가좌부(家坐簿) 제도 개선, [마과회통(麻科會通)] 저작 등 훌륭한 치적을 남겼다.
정약용은 가장 이상적인 관료가였다. 배다리와 기중가의 설계에서 이미 재능을 펼쳤지만, 그의 저작에서 엿보이는 정치관은 기본적으로 민본(民本)이었다. 정약용은 왕정시대에도 주민 자치가 실현되기를 소원한 인물이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인물이었지만, 소박하게나마 민주주의를 지향한 인물이었지 않았을까.
기나긴 유배 생활의 시작 정약용의 가장 큰 후견인은 정조였다. 정조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큰 환란이 없었지만, 1800년에 정조가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고난이 시작되었다. 승승장구하던 정약용도 정조 사후에 완벽히 정계에서 배제되고 잊혀져 갔다. 사실 정약용은 관직에 나간 지 2년 만에 당색(黨色)으로 비판된 것에 불만을 품었다가 해미에 유배되었으나 정조의 배려로 열흘 만에 풀려났다. 하지만,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 1801년(순조 1) 신유사화가 일어나면서 주변 인물들이 참화를 당했고, 손위 형인 정약종도 참수를 당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정약용은 그해 2월에 장기로 유배되었다가 11월에는 강진으로 옮겨졌다. 18년 동안 긴 강진 유배생활의 시작이었다. [다산시문집] 제4권에는 정조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정약용의 시가 전해진다. 빈소를 열고 발인하는 날 슬픔을 적다[啓引日述哀]
운기(雲旗), 우개(羽蓋) 펄럭펄럭 세상 먼지 터는 걸까 홍화문(弘化) 앞에다 조장(祖帳)을 차리었네 열두 전거(輇車)에다 채워둔 우상 말(塑馬)이 일시에 머리 들어 서쪽을 향하고 있네 영구 수레(龍輴)가 밤 되어 노량(露梁) 사장 도착하니 일천 개 등촉들이 강사(絳紗) 장막 에워싸네 단청한 배 붉은 난간은 어제와 똑같은데 님의 넋은 어느새 우화관(于華館)으로 가셨을까 천 줄기 흐르는 눈물 의상(衣裳)에 가득하고 바람 속 은하수도 슬픔에 잠겼어라 성궐은 옛 모습 그대로 있건마는 서향각 배알을 각지기가 못하게 하네 ([다산시문집] 제4권, 시) 유배 생활 처음에는 천주교도라고 하여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천주교인이라는 소문으로 나자 모두 정약용을 모른척했다. 유배지의 어려움 속에서도 승려 혜장(惠藏) 등과 교유하고, 제자들을 키우며 저술활동에 전념하였다. 담배 역시 유배의 시름을 덜어주는 벗이었다.
강진에 도착해서 처음 머무른 곳이 사의재(四宜齋)라는 동문 밖 주막에 딸린 작은 방이었다. 그곳에 기거하면서 예학 연구를 시작하였고, 이후 고성사(高聲寺)의 보은산방(寶恩山房)과 목리(牧里)의 이학래(李鶴來) 집으로 전전하면서 연구에 전념하였다. 그러다가 1808년 귤동의 ‘다산초당’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천여 권의 서적을 쌓아 놓고 유교 경전을 연구하였다. 그의 이른바 주석 학문인 경학(經學)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마현으로의 귀향과 [여유당집]의 완성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인 마현으로 돌아온 것은 1818년 가을,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57세에 해배되어 1836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고향인 마현에서 자신의 학문을 마무리하여 실학사상을 집대성하였다.
해배되었다고는 하나 오랜 기간 지냈던 강진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자신이 지은 많은 저술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읽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초로의 나이에 더 이상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다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저술들을 널리 소개하여 읽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경세(經世)의 길이었다. 이후 자신의 호를 다음 시대를 기다린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즐겨 사용한 것 역시 그런 의미였다. 그는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에서 자신의 저술에 대해 “육경(六經)과 사서(四書)는 자신을 수양하는 것이고, 일표(一表)와 이서(二書)는 천하와 국가를 위함이니, 본말(本末)이 갖추어졌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육경과 사서에 관한 저술이 근본이라면, [경세유표(經世遺表)]와 [목민심서(牧民心書)]·[흠흠신서(欽欽新書)]는 경세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었다.
해배 이후 학문적 교제를 했던 대상은 신작(申綽, 1760~1828)·김매순(金邁淳, 1776~1840)·홍석주(洪奭周, 1774~1842)·홍길주(洪吉周, 1786~1841)·김정희(金正喜, 1786~1856) 등 당시 저명한 노·소론계의 학자들이었다. 이들은 정권을 잡은 노·소론계였지만 고정된 정론이나 학설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경전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경세관을 펼쳐 나갔다.
정약용이 가진 국가개혁의 목표는 부국강병이었다. 국가개혁사상이 집대성되어 있는 [경세유표]에서 그는 경세치용과 이용후생이 종합된 개혁사상을 전개하였다. 정약용의 개혁안은 장인영국(匠人營國)과 정전법(井田法)을 중심으로 한 체국경야(體國經野)라 평가할 수 있다. 통치와 상업, 국방의 중심지로서의 도시건설(체국)과 정전법을 중심으로 한 토지개혁(경야)을 바탕으로 세제, 군제, 관제, 신분 및 과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도를 고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개혁안의 주요 골자이다. [주례(周禮)]의 체국경야 체제를 기본 모형으로 삼아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상공업의 진흥을 통하여 부국강병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다.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경세유표]를 후대에도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할 ‘초본’이라 했다. 그가 펼친 국가개혁사상은 사후에도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 생명력을 가진 근대적 사상이었다고 할 것이다.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던 정약용은 양반제자 18명과 중인제자 6명이 각각 별도로 그의 아들과 더불어 자기가 경영하던 전답을 기본재산으로 다신계(茶信契)를 조직하였다. 또 초의(草衣)선사를 비롯한 만덕사의 스님들은 전등계(傳燈契)를 조직하게 하여, 길이 우의를 다지도록 했다. 그는 귀향 이후에도 옛 제자들과 서로 내왕하면서 강진에서 있을 때와 다르지 않게 저술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다산의 저술활동은, 물론 다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제자들과의 공동작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다산의 많은 저서에는 공저자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러한 표기가 없는 경우에도 공동저작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목민심서]는 정용편(丁鏞編)으로 되어 있는데, 저술의 체계를 잡고 조목마다 편자의 의견을 붙이는 일은 다산 스스로가 행했지만, 각종의 전적(典籍)에서 자료를 수집·분류할 뿐만이 아니라 다산의 구술을 기록하고 정서(精書)·제책(製冊)하는 일은 모두 제자들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48권 16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목민심서]가 단 1년 이내에 저술될 수 있었던 것이다.
회갑을 맞은 1822년 다산은 인생을 정리한다. 자신의 장지를 정하고, 스스로 묘지명을 짓는다. 별호도 후대를 기약한다는 뜻의 ‘사암(俟菴)’을 사용한다.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것은 기존 저술에 대한 종합과 문집의 편집으로 나타났다.
[자찬묘지명]에 따르면, 그의 저작은 경집 232권과 문집 267권으로 모두 499권에 이르는 방대한 것이었다. 이후 별세할 때까지 15년 동안 그는 [매씨상서평]을 개정하거나, [상서고훈]과 [상서지원록]을 개수하고 합편하여 [상서고훈(尙書古訓)]으로 정리하는 등 저작에 대한 분합, 필삭, 윤색에 온 힘을 기울여 182책 503권의 가장본 [여유당집]을 완성하였다. 아들 정학연은 추사 김정희(金正喜)에게 [여유당집]의 교열을 부탁했으며, 1883년(고종 20)에는 왕명에 따라 [여유당집]이 전사되어 내각에 수장되었다.
독립(獨立)-정약용(丁若鏞) 홀로 서서-정약용(丁若鏞)
秋山衰颯暮湍哀(추산쇠삽모단애) : 가을 산 바람소리 저녁 여울 처량한데 獨立江亭意味裁(독립강정의미재) : 강가 정자에 홀로 서니 마음은 머뭇거린다. 風鴈陣欹還自整(풍안진의환자정) : 기러기 떼는 허물어 졌다 발라지고 霜花莟破未輕開(상화함파미경개) : 국화꽃은 시들어 다시 피지 못하하는구나. 空懷竹杖游僧院(공회죽장유승원) : 공연히 죽장 짚고 절을 유람하려 생각하니 徑欲瓜皮汎釣臺(경욕과피범조대) : 이내 다시 작은 배로 낚시배에 떠 볼까 하나. 百事思量身已老(백사사량신이노) : 온갖 일 생각해도 몸 이미 늙었는지라 短檠依舊照書堆(단경의구조서퇴) : 짧은 등잔불은 옛날처럼 책더미에 비추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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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발송행( 僧拔松行)-정약용(丁若鏞) 스님이 소나무를 뽑는구나-정약용(丁若鏞)
白蓮寺西石廩峰(백련사서석름봉) : 백련사 서쪽편의 석름봉 산기슭에 有僧彳亍行拔松(유승척촉행발송) : 어떤 중이 이리저리 다니며 소나무를 뽑아내고 있네. 稚松出地纔數寸(치송출지재수촌) : 어린 소나무 싹이 터서 땅위로 두어 치 자라 嫩幹柔葉何丰茸(눈간유엽하봉용) : 여린 줄기에 포름한 잎사귀 어찌 저리 탐스러운가. 嬰孩直須深愛護(영해직수심애호) : 어린 생명 모름지기 사랑하고 보호해야 하겠거니 老大況復成虯龍(노대황부성규룡) : 하물며 자라서 커지면 용이 틀어오르듯 되겠거늘 胡爲觸目皆拔去(호위촉목개발거) : 저 중은 어이하여 눈에 뛰는 대로 쏙쏙 뽑아버려 絶其萌蘖湛其宗(절기맹얼담기종) : 그 싹을 아주 말려 소나무라면 멸종시키려 든단 말가. 有如田翁荷鋤携長欃(유여전옹하서휴장참) : 마치 부지런한 농부 호미 괭이 들고 밭에 나가 力除稂莠勤爲農(력제랑유근위농) : 가라지 잡초를 뽑아서 곡식을 잘 가꾸듯 又如鄕亭小吏治官道(우여향정소리치관도) : 또 마치 향정의 대로를 닦느라고 翦伐茨棘通人蹤(전벌자극통인종) : 가시덤불 잡목을 베서 인마를 통하게 하듯이 又如蔿敖兒時樹陰德(우여위오아시수음덕) : 또 마치 옛날 손숙오가 어린 시절 음덕을 쌓느라고 道逢毒蛇殲殘凶(도봉독사섬잔흉) : 길에서 독사를 만나자 때려잡아 해악을 제거하듯 又如髬鬁怪鬼披赤髮(우여비리괴귀피적발) : 또 마치 더벅머리 괴기가 붉은 머리털 더풀더풀 拔木九千聲訩訩(발목구천성흉흉) : 나무 구천 그루 잡아 뽑으며 시끌시끌 떠들어대듯 招僧至前問其意(초승지전문기의) : 그 중을 불러와서 나무 뽑는 연유를 물어보니 僧咽不語淚如?(승열불어루여?) : 중은 울먹이며 말 못하고 눈이 이슬이 적시는구나. 此山養松昔勤苦(차산양송석근고) : 이 산은 양송(養松)을 전부터 공들여 하였거든요 闍梨苾蒭遵約恭(도리필추준약공) : 스님 상좌 모두 조심해서 법도를 삼가 지켰으니 惜薪有時餐冷飯(석신유시찬냉반) : 땔나무 아끼느라 찬 음식 먹기도 하고 巡山直至鳴晨鍾(순산직지명신종) : 산을 순시하다 보면 새벽종 소리 듣기 일쑤였지요. 邑中之樵不敢近(읍중지초불감근) : 읍내 초군들도 감히 범접을 못했거늘 況乃村斧淬其鋒(황내촌부쉬기봉) : 촌의 나무꾼들이야 도끼 들고 얼씬이나 하였나요. 水營小校聞將令(수영소교문장령) : 수영의 군교들이 장영 받고 들이닥쳐 入門下馬氣如蜂(입문하마기여봉) : 절 문간에서 말을 내리는데 그 기세는 벌떼 덤비듯 枉捉前年風折木(왕착전년풍절목) : 작년 바람에 부러진 소나무를 일부러 벤 것으로 트집잡아 謂僧犯法撞其胸(위승범법당기흉) : 중을 보고 금송을 범하였다 가슴을 들이치니 僧呼蒼天怒不息(승호창천노불식) : 중은 하늘에 호소해도 분노가 식지 않지만 行錢一萬纔彌縫(행전일만재미봉) : 어찌 합니까, 돈 만 닢을 바쳐 겨우 액땜 하였지요. 今年斫松出港口(금년작송출항구) : 금년에는 벌목을 하게 해서 항구로 모두 운반하는데 爲言備倭造艨艡(위언비왜조몽당) : 말인즉 왜구를 방비해서 병선을 만든다 하였으되 一葉之舟且不製(일엽지주차불제) : 조각배 한 척도 당초에 만들지 않았으니 只赭我山無舊容(지자아산무구용) : 속절없이 우리의 산만 옛모습 잃고 벌거숭이 되었네요. 此松雖稚留則大(차송수치유칙대) : 이 잔솔 지금은 어리지만 그대로 두면 크게 자랄 터이라 拔出禍根那得慵(발출화근나득용) : 화근을 뽑아버리는 일 어찌 게을리하오리까. 自今課拔如課種(자금과발여과종) : 이제부턴 소나무 뽑아내기 소나무 심듯 할 일이니 猶殘雜木聊禦冬(유잔잡목료어동) : 잡목이나 남겨두면 겨울에 화목으로 쓰겠지요. 官帖朝來索榧子(관첩조래색비자) : 오늘 아침 공문이 내려와 비자를 급히 바치라 하니 且拔此木山門封(차발차목산문봉) : 장차 이 나무도 뽑아버리고 절간문 봉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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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2(飮酒2)-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細馬爭門入(세마쟁문입) : 섬세하고 좋은 말은 다투어 들고 豐貂滿院來(풍초만원래) : 고관들이 들어와 집에 가득하도다. 直愁衣帶熱(직수의대열) : 우선 의대가 달아오를까 걱정되어 故傍酒家廻(고방주가회) : 일부러 술집 곁으로 다가 가보노라. 牢落聊全性(뢰락료전성) : 덤뿍 마셔도 에오라지 끄떡없어야 하나 嶔崎任散才(금기임산재) : 고결한 자가 방탕해지기도 하노라. 所欣惟自適(소흔유자적) : 스스로 만족함이 제일 기쁜 일 莫笑坳堂杯(막소요당배) : 우묵한 집 술잔이라도 비웃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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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1(飮酒1)-정약용(丁若鏞) 음주-정약용(丁若鏞)
麴米醺皆好(국미훈개호) : 술은 취하게 하니 모두가 좋아 雲和抱更斜(운화포갱사) : 거문고를 게다가 비스듬히 안는다. 獨思千載友(독사천재우) : 혼자서 천 년 전 벗을 생각하고 不向五侯家(불향오후가) : 권세 있는 집안엔 가지도 않는다. 物態寧無變(물태녕무변) : 만물이 어찌 변함이 없겠으랴만 吾生奈有涯(오생내유애) : 어이하여 우리 인생 죽음이 있을까 閒看庭日轉(한간정일전) : 뜰을 옮겨 가는 해 그림자 보게나 花影幾枝叉(화영기지차) : 꽃 그림자 몇 가지로 갈라지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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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운영산목(次韻詠山木)-정약용(丁若鏞) 산묵을 차운하여 읊다-정약용(丁若鏞)
孟夏入山中(맹하입산중) : 초여름에 산 속에 들어오니 綠溪芳草蒨(록계방초천) : 푸른 시냇가 방초가 무성하다. 醉眼纈淺綠(취안힐천록) : 취한 눈에 옅은 녹색 어른거리고 十里鋪素絹(십리포소견) : 십 리 벌이 흰 명주 펼쳐진 듯 하다. 茸茸不盈尺(용용불영척) : 우거진 풀은 한 자도 차지 않아 石徑細如線(석경세여선) : 돌길은 실처럼 가늘어라. 昔我童時游(석아동시유) : 옛날 내가 어릴 시절 노닐 적엔 蒼翠鬱采絢(창취울채현) : 푸른빛이 무성히도 고왔다. 全山夏木糾(전산하목규) : 온 산에 여름 숲 들어차고 滿谷古藤莚(만곡고등연) : 골짝 가득 묵은 등나무 넝쿨 뻗어있다. 日月今幾何(일월금기하) : 세월 지금 얼마나 흘렀는가. 桑海驚轉眄(상해경전면) : 잠깐 세월 큰 변천이 놀랍구나. 春山一蕭瑟(춘산일소슬) : 봄 산도 하나같이 쓸쓸한데 感我桑下戀(감아상하련) : 나의 그리운 마음 느껴진다. 吾生亦已老(오생역이로) : 내 인생도 이미 늙었으니 忘情卽爲便(망정즉위편) : 정을 잊는 것이 곧 편안하리라. 依遲出洞去(의지출동거) : 천천히 걸어 골짜기를 나가니 舊游懷黃卷(구유회황권) : 옛 친구가 서책을 품고 온다. 恢新期老宿(회신기로숙) : 절을 확장하기를 노승과 약속했으니 物理有窮變(물리유궁변) : 만물 이치란 궁하면 변하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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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 속 나무들-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날 기운이 널리 퍼지니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이 서로 푸르러진다.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여린 잎새는 아침 햇살 머금어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에 쪼인 누런 명주처럼 밝아진다.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번져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경계선을 이루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는 늙은 게 부끄러워서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고운 싹을 뱉어 내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또한 마음이 있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을 쭉쭉 뻗어 간다.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모두가 속물이 아닌지라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뻐하며 그윽이 구경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지 않는데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을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부여잡고 오를 제 이미 피곤해져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절로 만족하리라.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 보면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서책 읽은 것과 같으리라.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한 가을 온 산이 붉게 단풍드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변화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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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동악(懷東嶽)-정약용(丁若鏞) 동악을 그리워하며-정약용(丁若鏞)
東嶽絶殊異(동악절수이) : 동악은 다른 산과 너무나 달라니 紫崿疊靑㟽(자악첩청㟽) : 붉은 벼랑 푸른 봉이 겹겹이 쌓구나. 雕鍥入纖微(조계입섬미) : 새기고 깎은 공이 극히 섬세하여 神匠洩機巧(신장설기교) : 조물주의 묘한 솜씨 드러나 있구나. 仙賞委瀛壖(선상위영연) : 선경의 구경거리 해변에 있어 幽姿獨窈窕(유자독요조) : 맑은 자태 홀로 맑고도 그윽하구나. 惜無棲隱客(석무서은객) : 애석하다, 은거하는 객 하나 없다니 瀟洒脫塵表(소쇄탈진표) : 깨끗이 속세의 모습을 활짝 벗어있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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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야(秋夜)-정약용(丁若鏞) 가을밤-정약용(丁若鏞)
情結林泉愛(정결림천애) : 사랑스런 임천에 정이 있어 門臨車馬音(문임차마음) : 문 밖에 오가는 수레와 말소리 竹欄勤點綴(죽란근점철) : 대난간을 열심히 엮어두고 花木强蕭森(화목강소삼) : 꽃나무 잎 시들어 앙상하도다 涼露枝枝色(량로지지색) : 찬 이슬 가지마다 빛 찬란하고 秋蟲喙喙吟(추충훼훼음) : 가을벌레 저마다 울음 운다 獨行還獨坐(독행환독좌) :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明月照幽襟(명월조유금) : 밝은 달이 깊숙한 가슴에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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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강우어자(楊江遇漁者)-정약용(丁若鏞) 양강에서 고기잡이를 만나다-정약용(丁若鏞)
一翁一童一小年(일옹일동일소년) : 늙은이, 어린아이 그리고 소년 楊根江頭一釣船(양근강두일조선) : 양근강 머리에 고깃배 한 척 船長三丈竿二丈(선장삼장간이장) : 배 길이 세 발, 낚싯대 두 발 數罟數十鉤三千(수고수십구삼천) : 촘촘한 거물 몇 개, 낚싯바늘 삼천 少年搖櫓踞船尾(소년요노거선미) : 노 젓는 소년 배 꼬리에 걸터앉아 童子炊菰坐鐺邊(동자취고좌당변) : 어린아이 줄 삶으며 솥가에 앉아있다 翁醉無爲睡方熟(옹취무위수방숙) : 늙은이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들고 兩脚挂舷仰靑天(양각괘현앙청천) : 두 다리를 뱃전에 걸고 푸른 하늘 본다 日落江湖浪痕白(일락강호랑흔백) : 강호에 해 져고 흰 물결 일렁이는데 山根水浸村煙碧(산근수침촌연벽) : 산뿌리에 물 잠기고 마을 연기 푸르다 少年呼童攪翁起(소년호동교옹기) : 소년이 어린아이 불러 늙은이 깨우는데 魚兒撥刺天將夕(어아발랄천장석) : 새끼고기 뛰놀고 해는 저물어 가는구나 中流布網去復還(중류포망거복환) : 중류에다 그물 치고 갔다가 돌아오는데 上下刺船如梭擲(상하자선여사척) : 배 저으며 위아래 오가는 베틀북 같도다 伊軋唯聞柔櫓聲(이알유문유노성) : 삐걱 빼각 노 젓는 소리 들려오는데 蒼茫不辨雲水色(창망불변운수색) : 푸르러 물인지 구름인지 구별 못한다 黃昏收網泊柳浪(황혼수망박류랑) : 황혼에 그물 걷어 유랑에다 배를 대어 摘魚落地聞魚香(적어락지문어향) : 고기 잡아 땅에 던지니 고기 냄새 풍긴다 松鐙細數柳條貫(송등세수류조관) : 관솔불 밝혀 두고, 버들에다 세어 꿰어 鐙光照數銅龍長(등광조수동용장) : 그 불빛 물에 비치니 길다란 동룡이라 野夫估客爭來看(야부고객쟁래간) : 농부와 장사꾼들 서로 와 보면서 鏗鏗擲錢錢滿筐(갱갱척전전만광) : 땡글땡글 던진 돈이 상자에 그득하다 水宿風餐了無恙(수숙풍찬료무양) : 풍찬노숙을 하면서도 아무런 병 없고 浮家汎宅聊徜徉(부가범택료상양) : 둥실 뜬 배 집을 삼아 여유 있게 노닌다 人間富貴非善賈(인간부귀비선가) : 부귀 탐내는 인간들 장사를 못하여 盡將僞樂沾眞苦(진장위락첨진고) : 가짜 즐거움 누리려다 괴로움만 사버린다 朝將軒冕飾聖賢(조장헌면식성현) : 아침이면 성현인 양, 의관 차리고 뽐내고 暮設刀俎待夷虜(모설도조대이노) : 저녁이면 칼 도마로 원수처럼 대한다 跼蹐常如荷轅駒(국척상여하원구) : 수레 찬 망아지처럼 언제나 절절거리고 鬱悒眞同落圈虎(울읍진동락권호) : 답답하기 참으로 우리에 갇힌 호랑이로다 籠雉耿介不戀豆(농치경개불연두) : 새장의 꿩 깔끔함은 콩 탐내지 않은 것이고 塒鷄啁哳生嫌怒(시계조찰생혐노) : 닭장 닭들 조잘거림은 시기하기 때문이다 何如江上一漁翁(하여강상일어옹) : 어찌하여 강 위의 고기잡이 늙은이 隨風逐水無西東(수풍축수무서동) : 바람 따라 물결 따라 동서도 없도다 維州利害漠不聞(유주리해막불문) : 유주의 이해도 전혀 알지 못하고 東林勝敗俱成聾(동림승패구성롱) : 동림의 승패 역시 역시 귀를 막고 산다 蘋洲蘆港作園圃(빈주노항작원포) : 물풀 갈대 우거진 섬 그게 바로 정원이라 葦被篷屋爲帲幪(위피봉옥위병몽) : 갈대 이불 쑥대 지붕 안식처가 거기로다 會攜二兒入苕水(회휴이아입초수) : 나도 두 자식 데리고 소내에 들어서 令當一少與一童(영당일소여일동) : 소년 노릇 동자 노릇 하나씩 맡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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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풍숙대탄(滯風宿大灘)-정약용(丁若鏞) 바람에 갇혀 대탄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已識瞿唐惡(이식구당악) : 구당 험함을 알면서 猶希舶趠平(유희박초평) : 배길 평탄하길 바란다 江豚頗得意(강돈파득의) : 상되지 는 꽤나 좋겠지만 檣燕似留行(장연사유행) : 돛대 위 제비 못 가게 하는듯 拄笏靑山靜(주홀청산정) : 뺨 괴고 보니 청산 고요한데 維舟白日傾(유주백일경) : 배를 매자 해가 서산에 기운다 不須衝險隘(불수충험애) : 험한 길 무릅쓸 것 없으니 濡滯且謀生(유체차모생) : 체류하며 살 길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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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를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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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정약용(丁若鏞) 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정약용(丁若鏞)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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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성수(贈惺叟)-정약용(丁若鏞) 깨어있는 늙은이에게-정약용(丁若鏞)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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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정약용(丁若鏞) 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정약용(丁若鏞)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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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제족부예산공산거(留題族父禮山公山居)-정약용(丁若鏞) 족부 예산공이 사시는 산간 집에 머물며 짓다-정약용(丁若鏞)
澗邊小墟落(간변소허락) : 시냇가 작은 언덕배기 桑柘菀交枝(상자울교지) : 산뽕나무 무성하게 가지가 얽혔구나. 野麥蘇春凍(야맥소춘동) : 들판에 보리는 얼었다 봄에 다시 돋고 村鷄領晩兒(촌계령만아) : 마을 닭은 늦새끼 거느렸구나. 罷官生事拙(파관생사졸) : 벼슬 그만두니 살아가기 옹색하나 留客雅言遲(유객아언지) : 손님 머물게 하여 좋은 얘기 나눈다. 信宿驚舒重(신숙경서중) : 이틀 밤을 자면서 진중한 정에 놀라 低頭愧昔時(저두괴석시) : 옛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말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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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정약용(丁若鏞) 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정약용(丁若鏞)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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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 띄우고-정약용(丁若鏞)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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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정약용(丁若鏞) 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정약용(丁若鏞)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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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夜)-정약용(丁若鏞) 밤에-정약용(丁若鏞)
黯黯江村暮(암암강촌모) : 어둑어둑 강촌에 날이 저물어 疏籬帶犬聲(소리대견성) : 성긴 울타리에 개 짖는 소리 가득 水寒星不靜(수한성불정) : 물결소리 차가우니 별빛이 고요하지 않아 山遠雪猶明(산원설유명) : 산이 머니 눈빛이 오히려 밝도다 謀食無長策(모식무장책) : 식생활 영위함엔 좋은 계책이란 없고 親書有短檠(친서유단경) : 책을 가까이하려니 짧은 등잔이 있도다 幽憂耿未已(유우경미이) : 깊은 근심 끝없이 떠나지 않으니 何以了平生(하이료평생) : 어떻게 일평생을 마칠 수 있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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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목(山木)-정약용(丁若鏞) 산의 나무-정약용(丁若鏞)
首夏氣布濩(수하기포호) : 초여름 기운 널리 퍼져가 山木交蔥蒨(산목교총천) : 산의 나무들 모두가 짙어는구나 嫩葉含朝暉(눈엽함조휘) : 어린 나뭇잎 아침 햇살 머금고 通明曬黃絹(통명쇄황견) : 볕 에 씻긴 노란 명주처럼 밝구나 濃綠遞相次(농록체상차) : 짙은 녹음 서로 번갈아 들고 邐迤引界線(리이인계선) : 비스듬하게 한계선을 긋는구나 松栝羞老蒼(송괄수노창) : 소나무 향나무는 늙어 부끄럽고 新梢吐昭絢(신초토소현) : 가지 끝에 새 싹을 뱉는구나 壽藤亦生心(수등역생심) : 해묵은 등나무 넝쿨도 마음 드러내어 裊裊舒蔓莚(뇨뇨서만연) : 간들간들 넝쿨들을 죽죽 뻗어 내는구나 要皆非俗物(요개비속물) : 요컨대 이 모두가 속물이 아니어서 熙怡共幽眄(희이공유면) : 서로 기쁜 표정으로 그윽히 구경 하는구나 幸無簪組累(행무잠조누) : 다행히도 벼슬에 얽매이는 마음 없어 奚復室家戀(해부실가연) : 어찌 다시 집안일에 연연하리오 躋攀旣費勞(제반기비로) : 풀과 나무 부여잡고 오르니 벌써 피곤하나 享受宜自便(향수의자편) : 기쁨을 누림이 의당 절로 편안하도다 靜究生成理(정구생성리) : 생성의 이치를 조용히 연구해보니 足以當書卷(족이당서권) : 충분히 책 읽은 것과 서로 같구나 高秋滿山紅(고추만산홍) : 높은 가을 하늘, 온 산엔 붉은 단풍 가득하니 重來覽時變(중래람시변) : 다시 와서 계절의 살펴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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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여행(憶汝行)-정약용(丁若鏞) 너가 돌아감을 생각함-정약용(丁若鏞)
憶汝送我時(억여송아시) : 네가 나를 떠나보낼 때 牽衣不相放(견의불상방) : 옷자락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及歸無歡顔(급귀무환안) : 돌아와도 네 기쁜 얼굴빛 없었고 似有怨慕想(사유원모상) : 원망하는 생각을 품은 듯했었다 死痘不奈何(사두불내하) : 마마로 죽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나 死也豈不枉(사야기불왕) : 종기로 죽었으니 억울하지 않은가 雄黃利去惡(웅황이거악) : 악성 종기 잘 낫는 웅황 썼는데 陰蝕何由長(음식하유장) : 나쁜 균이 그 어찌 그렇게 자랐는지 方將灌蔘茸(방장관삼용) : 인삼 녹용 먹이려 했는데 冷藥一何佞(냉약일하녕) : 냉약은 어찌 그리도 황당한가 曩汝苦痛楚(낭여고통초) : 지난번 네 어머니 고통 겪는데 我方愉佚宕(아방유일탕) : 나는 한창 즐겁게 놀고 있었다니 撾鼓綠波中(과고록파중) : 푸른 물결 속에서 장구를 치고 携妓紅樓上(휴기홍루상) : 붉은 누각 위에서 기생을 끼고 놀다니 志荒宜受殃(지황의수앙) : 마음이 빗나가면 재앙 받나니 惡能免懲創(악능면징창) : 어찌 능히 징계를 면할 것인가 送汝苕川去(송여초천거) : 너를 소천 마을 떠나보내어 且就西丘葬(차취서구장) : 서산의 기슭에다 묻어 주리라 吾將老此中(오장노차중) : 내 장차 그 속에서 여생 보내며 使汝有依仰(사여유의앙) : 너에게 의지할 곳 있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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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일과최씨계상초당(春日過崔氏溪上草堂)-정약용(丁若鏞) 어느 봄날 최씨의 개울가 초당을 지나며-정약용(丁若鏞)
窈窕南溪曲(요조남계곡) : 남쪽 개울 굽어드는 한적한 곳 蕭然一草廬(소연일초려) : 쓸쓸히 자리 한 움집 한 채있도다 門臨千丈石(문임천장석) : 문 앞엔 천길 바위 가 정면에 있고 楣著八分書(미저팔분서) : 상인방엔 팔분서 붙어 있구나 僻巷饒花樹(벽항요화수) : 외진 마을 꽃나무 만발하고 殘田足菜蔬(잔전족채소) : 척박한 밭에는 나물 냄새 가득하다 室中常有酒(실중상유주) : 방안에는 항상 술이 있고 生理未全疏(생리미전소) : 생활은 그런대로 궁함은 면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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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일제용동옥벽(立春日題龍衕屋壁)-정약용(丁若鏞) 입춘에 용동집의 벽에 짓다-정약용(丁若鏞)
人生處兩間(인생처양간) : 인생이란 천지간에 있어 踐形乃其職(천형내기직) : 남긴 자취 타고난 그의 천직이라 下愚泯天良(하우민천양) : 우매한 자 본연의 천성을 잃고 畢世營衣食(필세영의식) : 평생 동안을 먹고 살기 위해 바친다 孝弟寔仁本(효제식인본) : 효도와 공손은 곧 어진 마음이 근본 學問須餘力(학문수여력) : 학문은 그 남은 힘으로 할 것이로다 若復不刻勵(약복불각려) : 만약에 다시 각고의 노력 없으면 荏苒喪其德(임염상기덕) : 그럭저럭 그 덕을 잃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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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려와병(田廬臥病)-정약용(丁若鏞) 시골집 병석으로 누워-정약용(丁若鏞)
始爲殘書至(시위잔서지) : 당초에 남은 책 끝내려하니 翻嗟一病纏(번차일병전) : 어긋났도다, 병이 몸을 감는구나 閉門黃葉裏(폐문황엽리) : 나뭇잎은 누런데 문능 닫고서 煮藥碧松前(자약벽송전) : 푸른 소나무 앞에서 약을 달인다 髮亂從人理(발난종인리) : 산란한 머리 손질 남의 손을 빌리고 詩成只口傳(시성지구전) : 지어진 시를 입으로 전할 뿐이어라 起看西去路(기간서거로) : 일어나 서쪽으로 가는 길 바라보니 風雪滿寒天(풍설만한천) : 눈바람이 찬 하늘에 가득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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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일배부승주부한양(春日陪父乘舟赴漢陽)-정약용(丁若鏞) 봄날 숙부님을 모시고 배로 한양으로 가면서-정약용(丁若鏞)
旭日山晴遠(욱일산청원) : 밝은 아침, 산은 개어 아득하고 春風水動搖(춘풍수동요) : 봄바람에 물결이 일렁거린다 岸廻初轉柁(안회초전타) : 언덕은 굽어져 배 키를 돌리고 湍駛不鳴橈(단사부명요) : 여울물길 빨라 노 소리도 나지 않는다 淺碧浮莎葉(천벽부사엽) : 옅고 푸른 물결에 풀 그림자 뜨있고 微黃着柳條(미황착유조) : 연노란 빛 버들가지에 물들었구나 漸看京闕近(점간경궐근) : 서울에 가까워짐이 점점 눈에 보이니 三角鬱岧嶢(삼각울초요) : 삼각산이 우뚝하게 높이도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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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수종사(游水鐘寺)-정약용(丁若鏞) 수종사에서-정약용(丁若鏞)
垂蘿夾危磴(수라협위등) : 드리운 댕댕이 넌출이 비탈에 끼어 不辨曹溪路(불변조계로) : 조계로 가는 길을 구별하지 못하겠다 陰岡滯古雪(음강체고설) : 그늘 진 언덕에 옛 구름 머물고 晴洲散朝霧(청주산조무) : 맑게 갠 섬에는 아침 안개 흩어진다 地漿湧嵌穴(지장용감혈) : 땅에서는 솟는 물은 골짜기로 흐르고 鐘響出深樹(종향출심수) : 종소리는 깊은 나무숲에서 울려온다 游歷自玆遍(유력자자편) : 산을 주유함이 여기서 시작되니 幽期寧再誤(유기녕재오) : 그윽한 만날 약속 어찌 다시 그릇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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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가오십유팔일시득가서지희기아(別家五十有八日始得家書志喜寄兒)-정약용(丁若鏞) 집 떠나 오십팔일에 편지를 받고 기뻐서 자식에게 부치다-정약용(丁若鏞)
杜詩先獲我(두시선획아) : 두시가 먼저 내 마음을 읊었구나 書到汝爲人(서도여위인) : 서찰이 왔으니 너도 사람이 됐었구나 物外江山靜(물외강산정) : 세상 밖, 강산은 고요하고 寰中母子親(환중모자친) : 천지에 어머니와 자식은 가까우니라 驚疑那免疾(경의나면질) : 놀란 나머지 병이라도 나겠지 生活莫憂貧(생활막우빈) : 사는 것 가난하다 너무 걱정 말아라 黽勉治蔬圃(민면치소포) : 부지런히 남새밭이나 가꾸면 淸時作逸民(청시작일민) : 청명한 시대되어 평안한 백성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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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寄兒)-정약용(丁若鏞) 자식에게-정약용(丁若鏞)
京華消息每驚心(경화소식매경심) : 서울 소식 올 때마다 놀라는 내 마음 誰道家書抵萬金(수도가서저만금) : 집에서 온 편지 만금이라 누가 말했나 愁似海雲晴復起(수사해운청복기) : 시름은 구름처럼 개었다 다시 일고 謗如山籟靜還吟(방여산뢰정환음) : 비방은 소리처럼 잠잠하다 다시 읊는구나 休嗟世降無巢谷(휴차세항무소곡) : 세상이 말세라서 소곡같은 따르는 이 없고 差喜門衰有蔡沈(차희문쇠유채침) : 가문은 쇠했어도 채침같은 후계자가 있도다 文字已堪通簡札(문자이감통간찰) : 편지를 나눌 만큼 문자공부는 되었으니 會敎經濟着園林(회교경제착원림) : 살림에 착안하여 경제공부를 해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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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리(海南吏)-정약용(丁若鏞) 해남 아전-정약용(丁若鏞)
客從海南來(객종해남래) : 객이 해남에서 오다가 爲言避畏途(위언피외도) : 겁나는 길을 피해서 왔노라 坐久喘未定(좌구천미정) : 한참 앉아 있어도 숨이 가라앉지 않아 怖㥘猶有餘(포겁유유여) : 아직도 겁에 질린 기색이 남아있도다 若非値豺狼(약비치시랑) : 승냥이나 이리를 만난 것이 아니라면 定是遭羌胡(정시조강호) : 틀림없이 오랑캐를 만난 모양이리라 催租吏出村(최조이출촌) : 조세를 독촉하는 관리 마을에 나타나 亂打東南隅(난타동남우) : 동남 구석구석을 난타질 하는구나 新官令益嚴(신관령익엄) : 신관 사또의 명령은 더욱 엄하여 程限不得踰(정한불득유) : 기한을 넘길 수가 없다고 하는구나 橋司萬斛船(교사만곡선) : 주교사 소속의 만곡들이 배들이 正月離王都(정월리왕도) : 정월에 벌써 서울을 떠났다 하는구나 滯船必黜官(체선필출관) : 배가 정체되면 파직을 당하니 鑑戒在前車(감계재전차) : 종전부터 조심하는 일이었다오 嗷嗷百家哭(오오백가곡) : 집집마다 통곡소리 시끄러워도 可以媚櫂夫(가이미도부) : 그것으로는 사공들 끄떡도 안한다 吾今避猛虎(오금피맹호) : 나는 지금 사나운 호랑이 피해왔으니 誰復恤枯魚(수복휼고어) : 물 마른 땅 마른 고기를 누가 구해줄까 泫然雙淚垂(현연쌍루수) : 주루룩 두 눈에 눈물이 떨어져 條然一嘯舒(조연일소서) : 조연히 한 번 긴 한숨 내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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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리(龍山吏)-정약용(丁若鏞) 용산 아전-정약용(丁若鏞)
吏打龍山村(리타용산촌) : 아전들이 용산 고을에 들이닥쳐 搜牛付官人(수우부관인) : 소를 뒤져 관리에게 넘겨주는구나 驅牛遠遠去(구우원원거) : 그 소 몰고 멀리멀리 가니 家家倚門看(가가의문간) : 집집마다 대문 밖에서 보고만 있었다 勉塞官長怒(면새관장노) :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할 뿐 誰知細民苦(수지세민고) : 약한 백성 고통을 그 누가 알아주리오 六月索稻米(육월색도미) : 유월달에 쌀을 찾나키 毒痡甚征戍(독부심정수) : 고달프기 수자리 생활보다 더 심하도다 德音竟不至(덕음경불지) : 나라의 좋은 소식은 끝내 오지 않고 萬命相枕死(만명상침사) : 수많은 생명 모두다 죽게 되었도다 窮生儘可哀(궁생진가애) : 제일 불쌍한 건 가난한 백성 死者寧哿矣(사자녕가의) : 죽는 편은 오히려 더 낫구나 婦寡無良人(부과무량인) : 남편 없는 과부 翁老無兒孫(옹노무아손) : 자식 손자 없는 늙은이 泫然望牛泣(현연망우읍) : 빼앗긴 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노라 淚落沾衣裙(루락첨의군) : 눈물 떨어져 저고리 치마 다 적신다 村色劇疲衰(촌색극피쇠) : 마을 모양새가 심히 피폐한데도 吏坐胡不歸(리좌호불귀) : 아전놈 어찌 돌아가지 않는가 甁甖久已罄(병앵구이경) : 쌀독 바닥난 지 이미 오래거늘 何能有夕炊(하능유석취) : 무슨 수로 저녁밥 지을 수 있나 坐令生理絶(좌령생리절) : 죽치고 앉아 산 목슴 죽게 하니 四隣同嗚咽(사린동오인) : 동네마다 목메어 우는구나 脯牛歸朱門(포우귀주문) : 소를 잡아 권문세가에 바쳐야 才諝以甄別(재서이견별) : 거기에서 관리의 능역 구별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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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절양(哀絶陽)-정약용(丁若鏞) 남근을 자른 것을 애앒아 하다-정약용(丁若鏞)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 노전마을 젊은 아낙 통곡소리 길구나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 현문을 향해 곡하다가 하늘에 울부짖는다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 군인 간 지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겨우 있으나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 남자로서 남근을 자른 일 들어본 일이 없도다 舅喪已縞兒未澡(구상이호아미조) : 시아버지는 삼상 나고 갓난애 물도 안 말랐는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 할아버지,아버지,아들 삼대가 다 군보에 올랐다니 薄言往愬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 관가로 가서 호소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 지키고 里正咆哮牛去皁(이정포효우거조) : 이정은 으르렁대며 마굿간 소를 몰아간다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 : 칼을 갈아 방에 드니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 아들 낳아 군액한 형편 맞은 것 스스로 한탄한다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 무슨 죄가 있어서 잠실에서 음형을 당하는가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 민 땅 자식들 거세한 것도 정말로 슬픈 일이로다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 자식 낳고 또 낳음은 하늘이 정한 이치 乾道成男坤道女(건도성남곤도녀) : 하늘 도는 아들 되이나 땅의 도는 딸이 되었구나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 말과 돼지 거세함도 서럽다 말하는데 況乃生民恩繼序(황내생민은계서) : 대 이어갈 생민들 생각하면 말을 더해 뭣하리오 豪家終歲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 부호들은 일년내내 풍류나 즐기면서 粒米寸帛無所捐(입미촌백무소연) : 낟알 한 톨 비단 한 치 바치는 일 없도다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 똑같은 우리 백성 어찌 그리도 후하고 박한가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 객창에서 거듭하여 시경의 시구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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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석(詠水石)-정약용(丁若鏞) 물과 돌을 노래하다-정약용(丁若鏞)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 냇물 마음은 항상 밖에 있어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 돌 이뿌리 막힌 것 괴롭기만 하다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 천 겹의 험한 곳을 흔들며 지나야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 : 평탕하게 골짜기를 벗어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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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맥행(打麥行)-정약용(丁若鏞) 보리타작-정약용(丁若鏞)
新蒭獨酒如湩白(신추독주여동백)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희고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 큰 사발에 보리밥이 높기가 한 자로다 飯罷取耞登場立(반파취가등장입) : 밥 먹고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쌍견칠택번일적) : 검게 탄 두 어깨가 햇볕에 번쩍인다 呼邢作聲擧趾齊(호형작성거지제) : 응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춰 두드리니 須叟麥穗都狼藉(수수맥수도랑자) : 삽시간에 보리 이삭 온 마당에 가득하다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 다만 지붕 위에 어지러운 보리티끌 뿐이구나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락막락) :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고 了不以心爲形役(료불이심위형역) :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음을 알았도다 樂園樂郊不遠有(락원락교불원유) :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니 何苦去作風麈客(하고거작풍주객) : 어찌하여 벼슬길 떠나는 것 고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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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古詩)-정약용(丁若鏞) 고시-정약용(丁若鏞)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온 때라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하도다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 느릅나무 홰나무 늙어 구멍이 많은데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 어찌하여 이곳에 깃들지 않는가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 제비는 다시 지저귀며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 사람에게 말을 주고 받는 듯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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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여탄(肩輿歎)-정약용(丁若鏞) 가마꾼의 탄식-정약용(丁若鏞)
人知坐輿樂(인지좌여락) :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 알아도 不識肩輿苦(불식견여고) :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 肩輿山峻阪(견여산준판) :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르면 捷若蹄山麌(첩약제산우) : 빠르기 산 타는 노루 같고 肩輿不懸崿(견여불현악) :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오면 沛如歸笠羖(패여귀립고) : 빠르기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 같아라 肩輿超谽谺(견여초함하) : 가마 메고 깊은 골짝 건너면 松鼠行且舞(송서행차무) : 소나무 다람쥐도 같이 춤춘다 側石微低肩(측석미저견) : 바위 옆 지나며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착경민교복) : 오솔길 지나면서 종종걸음 걸어간다 絶壁頫黝潭(절벽부유담) :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보니 駭魄散不聚(해백산불취) : 놀라서 혼백이 아찔하기만 하도다 快走同履坦(쾌주동리탄) : 평지는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이규생풍우) : 귀에서 비바람 소리 나는구나 所以游此山(소이유차산) :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은 此樂必先數(차악필선수) : 이런 즐거움이 먼저 따진다오 紆回得官岾(우회득관점) : 근근히 관첩을 얻기만 해도 役屬遵遺矩(역속준유구) : 역속들을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신이승전부) :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에게야 翰林疇敢侮(한림주감모) :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 領吏操鞭扑(령이조편복) :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 맡고, 首僧整編部(수승정편부) : 수승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는구나 迎候不差限(영후불차한) :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기리오 肅恭行接武(숙공행접무) :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구나 喘息雜湍瀑(천식잡단폭) : 가마꾼 숨소리 여울 폭포 소리에 섞이고 汙漿徹襤褸(오장철람루) :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젖어 가는구나 度虧旁者落(도휴방자락) : 외진 모퉁이 지나니 옆 사람 뒤처지고 陟險前者傴(척험전자구) : 험한 곳 오를 때엔 앞 사람 숙여야 하는구나 壓繩肩有瘢(압승견유반) :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는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촉석견미유) : 돌에 채인 발 미쳐 낫지도 않는구나 自痔以寧人(자치이영인) :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하게 해 주니 職與驢馬伍(직여려마오) : 하는 일 당나귀와 같구나 爾我本同胞(이아본동포) : 너와 나 본래는 동포이고 洪勻受乾父(홍균수건부) :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도다 汝愚甘此卑(여우감차비) :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오녕불괴무) : 내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吾無德及汝(오무덕급여) : 나에게는 너에게 미칠 덕이 없지만 爾惠胡獨取(이혜호독취) :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겠는가 兄長不憐弟(형장불련제) :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자쇠무내노) : 자애로운 늙은 아비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승배유가의) :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哀彼嶺不戶(애피령불호) : 고개 아래 백성들은 가련하기만 하다 巨槓雙馬轎(거공쌍마교) :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복참경촌오) :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여 뚝에 가득하다 被驅如太鷄(피구여태계) : 닭처럼 개처럼 내몰리어 聲吼甚豺虎(성후심시호) :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구나 乘人古有戒(승인고유계) : 가마 타는 사람 지킬 계율 있었지만 此道棄如土(차도기여토) :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렸구나 耘者棄其鋤(운자기기서) :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반자포이토) :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한다 無辜遭嗔暍(무고조진갈) :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만사유수부) :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하는구나 顦顇旣踰艱(초췌기유간) :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희우시속로) : 아,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는구나 浩然揚傘去(호연양산거) : 사또는 일산 쓰고 호연히 떠날 뿐 片言無慰撫(편언무위무) :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는구나 力盡近其畝(력진근기무) : 기진 맥진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신금명여루) : 지친 몸, 신음 소리가 실낱 같도다 欲作肩與圖(욕작견여도) : 가마 메는 그림 그려서 歸而獻明主(귀이헌명주) : 돌아가 임금님께 바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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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남원광한루(登南原廣寒樓)-정약용(丁若鏞) 남원 광한루에 올라-정약용(丁若鏞)
層城曲壘枕寒流(층성곡루침한류) : 층층 성벽 굽은 보루는 강을 베고 누웠는데 萬馬東穿得一樓(만마동천득일루) : 만마관 동녘을 지나오니 한 누각이 나타나네 井地已荒劉帥府(정지이황유수부) : 유수의 고을에는 정전 이미 묵었고 關防舊鞏帶方州(관방구공대방주) : 대방의 나라 요새로서 예로부터 철벽이었다네 雙溪草綠春陰靜(쌍계초록춘음정) : 쌍계의 푸른 풀에 봄그늘 고요하고 八嶺花濃戰氣收(팔령화농전기수) : 팔령에 꽃은 만발하고 전쟁의 기운 걷혔구나 烽火不來歌舞盛(봉화불래가무성) : 봉화불 오르지 않고 노래와 춤 성하거니 柳邊猶繫木蘭舟(유변유계목란주) : 수양버들 가지에는 아직 목란 배가 묶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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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복동가(牛腹洞歌)-정약용(丁若鏞) 우복동가-정약용(丁若鏞)
俗離之東山似甕(속리지동산사옹) : 속리산 동편에 산이 항아리 같아 古稱中藏牛腹洞(고칭중장우복동) : 옛날부터 그 속에 우복동이 감추어져 있다네 峯回磵抱千百曲(봉회간포천백곡) : 봉우리는 두을고 골짝물은 천 구비 백 굽이 둘러 衽交褶疊無綻縫(임교습첩무탄봉) : 여민 옷섶 겹친 주름 터진 곳도 없네 飛泉怒瀑恣喧豗(비천노폭자훤회) : 나는 샘과 성난 폭포가 마음껏 떠들며 壽藤亂刺相牽控(수등난자상견공) : 다래덩굴 가시나무가 얼기설기 막고 있네 洞門一竇小如管(동문일두소여관) : 출입문은 대롱만큼 작은 구멍 하나라네 牛子腹地纔入峒(우자복지재입동) : 송아지가 배를 따에 붙여야 들어갈 정도라네 始入峭壁猶昏黑(시입초벽유혼흑) : 들어서면 가파른 절벽이 깜깜해도 稍深日月舒光色(초심일월서광색) : 조금 깊이 들어가면 해와 달 천천히 빛나고 平川斷麓互映帶(평천단록호영대) : 평평한 시냇물에 끊어진 산자락이 비쳐 흐르네 沃土甘泉宜稼穡(옥토감천의가색) : 기름진 땅 맛있는 샘물 농사짓기 알맞아 仇池淺狹那足比(구지천협나족비) : 얕고 좁은 구지와 어찌 비교가 되리오 漁子徊徨尋不得(어자회황심불득) : 어부가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아낼 수 없다네 玄髮翁嗔白髮兒(현발옹진백발아) : 머리 검은 영감이 백발 된 자식을 꾸짖고 熙熙不老眞壽域(희희불노진수역) : 백 년 가도 늙지 않는 정말 장수의 고장이라네 迂儒一聞心欣然(우유일문심흔연) : 멍청한 선비 소문 듣고서 마음이 흔연하여 徑欲往置二頃田(경욕왕치이경전) : 빨리 가서 두어마지기 밭이라도 차지하였다네 竹杖芒屩飄然去(죽장망교표연거) : 죽장망훼 차림으로 훌쩍 찾아떠나니 繞山百帀僵且顚(요산백잡강차전) : 백 바퀴나 산을 돌다 지치고 쓰러졌다네 天晴疑聞風雨響(천청의문풍우향) : 멀쩡한 하늘에서 비바람소리 들리는 듯하고 世晏如見干戈纏(세안여견간과전) : 편안한 세상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네 爭投茂朱覓山谷(쟁투무주멱산곡) : 무주구천동 달려가서 골짜기 찾아 헤매다가 幸與此洞相接連(행여차동상접연) : 다행히도 우복동과 서로 연결되었다데 三韓開國嗟已久(삼한개국차이구) : 삼한이 개국한 지가 얼마나 오래인가 如蠶布紙蕃生口(여잠포지번생구) : 종이 위에 누에 깔리듯 인구가 너무 많아 樵蘇菑墾足跡交(초소치간족적교) : 나무하고 밭 일구고 발 안 닿는 곳 없는데도 詎有空山尙鹵莽(거유공산상로망) : 남아 있는 빈 산지가 어디에 있을 겠는가 藉使寇來宜死長(자사구래의사장) : 적이 쳐들어와도 마땅히 나라 위해 죽어야지 汝曹豈得絜妻子(여조기득혈처자) : 너희들 처자 데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且督妻舂納王稅(차독처용납왕세) : 아내가 방아찧어 나라에 세금 바치게 해야지 嗚呼牛腹之洞世豈有(오호우복지동세기유) : 아아 우복동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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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약사(採藥詞)-정약용(丁若鏞) 약초 캐는 노래-정약용(丁若鏞)
采藥復采藥(채약복채약) : 약을 캐고 또 약을 캐면서 迢遞躋巖谷(초체제암곡) : 높이 바위골짝을 오른다네 手中三尺鑱(수중삼척참) : 손에는 석 자 보습을 들고서 處處靈根斸(처처령근촉) : 곳곳에서 약초 뿌리를 찍는다네 風吹微雨來(풍취미우래) : 바람이 불고 가랑비가 내리면 嫩芽初舒綠(눈아초서녹) : 연한 싹이 푸르게 나온다네 尋苗涉幽澗(심묘섭유간) : 싹 찾아 깊은 골짝기에도 들고 引蔓穿深竹(인만천심죽) : 덩굴 따라 깊숙한 대밭 찾아 長懷鹿門隱(장회녹문은) : 길이 녹문의 숨어사는 이를 그리워하고 思酬小山曲(사수소산곡) : 소산곡을 화답해 부르고 싶다네 不獨駐流年(불독주류년) : 다만 흐르는 세월 멈추게 하지 못하니 聊以謝淆俗(료이사효속) : 혼탁한 속세를 떠나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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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야인촌거(過野人村居)-정약용(丁若鏞) 시골 사람들의 마을을 지나면서-정약용(丁若鏞)
野彴平疇外(야박평주외) : 외나무다리 건너 들판 저 밖에 荒村一兩家(황촌일양가) : 한두 집 황량한 마을이 있도다 敗籬新綴竹(패리신철죽) : 터진 울타리 새로 대나무로 엮고 小圃未舒花(소포미서화) : 작은 채마밭에는 꽃은 아직 피지도 않았다 冷落餘書架(냉낙여서가) : 초라한 일상 남은 책만 남있고 艱難有釣槎(간난유조사) : 어려운 처지에도 낚싯배는 있다 狐丘幸遂願(호구행수원) : 고향에 가고픈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生理不須嗟(생리불수차) : 사는데에 슬퍼할 일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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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8(다산팔경사8)-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小溪廻合抱晴巒(소계회합포청만) : 작은 시내 감돌아 맑은 묏부리 감싸 있고 翠鬣紅鱗矗萬竿(취렵홍린촉만간) : 푸른 갈기 붉은 비늘 같은 소나무 높기가 만간이로구나 正到絲簧聲沸處(정도사황성비처) : 거문고며 피리 소리 들끓는 곳에 바로 있나니 天風吹作滿堂寒(천풍취작만당한) : 온 집이 차갑도록 천풍이 불어오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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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7(다산팔경사7)-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淺雪陰岡石氣淸(천설음강석기청) : 눈 덮인 응달 언덕에 바위 가운 첨명하고 穹柯墜葉有新聲(궁가추엽유신성) : 높은 가지 비는 잎에 신비한 소리나는구나 猶殘一塢蒼筤竹(유잔일오창랑죽) : 아직도 남아 있는 언덕의 어린 대나무 留作書樓歲暮情(유작서루세모정) : 공부 다락 세모의 정경을 머물러 지켜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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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6(다산팔경사6)-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風靜芳池鏡樣磨(풍정방지경양마) : 바람 잔 풀 우거진 못이 거울처럼 맑으면 名花奇石水中多(명화기석수중다) : 이름난 꽃 기괴한 돌 물 속에 많이 있구나 貪看石罅幷頭菊(탐간석하병두국) : 바위틈에 병두국화 두고두고 보기 탐해 剛怕魚跳作小波(강파어도작소파) : 고기 뛰어 물결 일까 그것이 너무 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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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5(다산팔경사5)-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巖苗參差帶薄雲(암묘삼차대박운) : 작은 바위더미에 엷은 구름 덮이고 經秋石髮長圓紋(경추석발장원문) : 가을을 난 바위털이 동그랗게 길게 자랐구나 仍添颯杳臙脂葉(잉첨삽묘연지엽) : 이에 연지같은 붉은 잎이 우수수 보태지면 濃翠輕紅不細分(농취경홍불세분) : 짙은 푸름과 옅은 붉음이 자세히 분간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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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4(다산팔경사4)-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黃梅微雨著林梢(황매미우저림초) : 황매가 가랑비에 숲 마무 가지에 젖으면 千點回紋水面交(천점회문수면교) : 수면에는 천 개나 동그랗게 물방울 인다네 晩食故餘三兩塊(만식고여삼양괴) : 저녁밥 일부러 두세 덩어리 남겼다가 自憑藤檻飯魚苗(자빙등함반어묘) : 등나무 난간에 기대앉아 고기새끼 먹이 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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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3(다산팔경사3)-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葛萋萋日色姸(산갈처처일색연) : 산 칡은 우거지고 햇살은 부드러워 小爐纖斷煮茶煙(소노섬단자차연) : 작은 화롯불에 차 달이던 가는 연기 끊어지네 何來角角三聲雉(하래각각삼성치) : 어디선가 깍깍대는 세 마디 꿩소리 徑破雲牕數刻眠(경파운창수각면) : 구름 창문 열리니 잠시 든 잠을 깨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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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2(다산팔경사2)-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山家簾子水紋漪(산가렴자수문의) : 산촌의 집안 발 밖에 일렁이는 잔물결 照見樓頭楊柳枝(조견루두양유지) : 누대 앞에 흔들리는 버들 가지 비춰보니네 不是巖阿有飛雪(불시암아유비설) : 바위에 눈 날리는 것이 아니라 春風吹絮弄淸池(춘풍취서농청지) : 봄바람이 버들 솜 날려 맑은 못물 놀린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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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山八景詞1(다산팔경사1)-丁若鏞(정약용) 다산팔경의 노래-丁若鏞(정약용)
響牆疏豁界山腰(향장소활계산요) : 산허리를 경계로 소리 울리게 쳐진 담장 春色依然畫筆描(춘색의연화필묘) :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변함없네 愛殺一溪新雨後(애살일계신우후) : 비가 멎고 난 뒤 개울이 너무 좋아 小桃紅出數枝嬌(소도홍출수지교) : 복사꽃 몇 가지가 뻗어나와 예쁘게 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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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池閣月夜(지각월야)-丁若鏞(정약용) 목가 누각의 달밤-丁若鏞(정약용)
芳池月色可淸宵(방지월색가청소) : 풀우거진 못에 어린 달빛 맑은 밤 露結蛛懸見柳梢(로결주현견유초) : 이슬 맺히고 거미 매달린 버들가지 보인다 忽有一泓生眼底(홀유일홍생안저) : 갑자기 깊은 웅덩이 눈 아래 하나 생겨 微風吹作海門潮(미풍취작해문조) : 산들바람 불어와 바다 문 앞에 조수를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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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淡泊(담박)-丁若鏞(정약용) 담박-丁若鏞(정약용)
淡泊爲歡一事無(담박위환일사무) : 담박을 좋게 여기니 아무런 일도 없어 異鄕生理未全孤(이향생리미전고) : 타향살이도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네 客來花下攜詩卷(객래화하휴시권) : 손님 오면 꽃 아래서 시집을 들고보고 僧去牀間落念珠(승거상간낙념주) : 스님 떠난 침상에는 염주가 떨어져 있다네 菜莢日高蜂正沸(채협일고봉정비) : 장다리에는 한낮이면 벌이 들끓고 麥芒風煖雉相呼(맥망풍난치상호) : 보리 까트라기에 바람 따스하면 꿩들이 서로 부른다네 偶然橋上逢隣叟(우연교상봉린수) : 우연히 다리 위에서 이웃 늙은이 만나 約共扁舟倒百壺(약공편주도백호) : 조각배 함께 타고 술을 실컷 기울이기로 약속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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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池上絶句(지상절구)-丁若鏞(정약용) 못 위에서 적구를 짓다-丁若鏞(정약용)
煖風吹髮度芳池(난풍취발도방지) : 따뜻한 바람 머리털 날리며 못 위를 지나는데 池上橫筇獨坐遲(지상횡공독좌지) : 못 위에서 대지팡이 비껴들고 혼자 서성이노라 老滑禽簧無澁處(노활금황무삽처) : 노련한 새의 노랫소리는 껄끄러운 데 없고 嫩黃楓葉勝紅時(눈황풍엽승홍시) : 노랗게 돋은 단풍잎이 붉은 꽃보다 더 예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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