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이겠다
황교수,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이겠다
<연합뉴스 2005/12/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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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총무원장 황우석 교수 위로 방문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를 위로,격려하고 있다. | |
지관 총무원장 방문에 연구 복귀 의지 피력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10일 오후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를 위로하고 격려했다고 조계종이 11일 밝혔다.
황 교수는 지관 총무원장의 방문에 크게 상기된 표정으로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겠다"면서 "전등사에 가고 싶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에 지관 총무원장은 조선시대 고승이었던 사명대사가 물러나는 스승 서산대사로부터 모든 권한을 물려받자 주변에서 시기와 질투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세상이 뭐라 하든지 학자가 연구에 전념하는 것만이 모든 잡음을 없애는 길"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방문은 약 20분 동안 진행됐으며, 지관 총무원장이 마지막으로 격려의 말을 남기고 떠나려하자 황 교수는 "지금까지 음식을 넘기지 못했는데 총무원장 스님을 보니까 이제 어떻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곧 연구실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관 총무원장은 3일 열린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공개 심포지엄'에서 치사를 하면서 "부처님은 아픈 사람에게 자신의 팔이든 뭐든 다 내주라고 하셨다"면서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부자가 되기보단 잘 사는 사람이 되십시오
부자가 되기보단 잘 사는 사람이 되십시오
<연합뉴스 2005/12/11/일><중앙일보 2005/12/12/월/사회15면><매일경제 2005/12/12/월/사람들A37면><조선일보 2005/12/12/월/사람들A23면><동아일보 2005/12/12/월/투데이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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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법회에서의 법정스님 16일 오전 성북구 길상사에서 열린 법정스님 가을정기법회에서 법정스님이 설법하고 있다./진성철/문화/2005.10.16 (서울=연합뉴스) zjin@yna.co.kr | |
법정 스님 길상사 창건 8주년 법회서 법문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복권에 당첨돼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다고 해서 행복해질까요. 행복은 내 마음에서 향기처럼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길상사 전 회주 법정(法頂ㆍ73) 스님이 11일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열린 창건 8주년 기념법회에서 세밑을 사는 사람들에게 '잘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법문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올해를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법문을 시작한 스님은 "어느 선방에 '생사사대 무상신속(生死事大 無常迅速)'라는 글귀가 붙어있는데, 이는 '삶과 죽음이 가장 큰 일이고, 덧없는 세월은 빨리 지나가버린다'라는 뜻"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는 사는 우리는 순간 순간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나아가 갑작스러운 부(富)가 가져오는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루 아침 몇 십억짜리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다면 당사자는 그날부터 불행하게 돼 있습니다. 그는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됩니다. 가까운 친척들로부터도 멀어집니다. '횡재를 만나면 반드시 횡액(橫厄)을 당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스님은 "부자라고 해서 늘 부자가 아니고, 지금 가난하다고 해서 나중에도 반드시 가난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이웃과 나눠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고, 바로 부자"라고 설했다.
스님은 이어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면 무엇이 남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집과 재산 등은 내 것이 아니며, 자신이 지은 업만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어느날 택시를 탔는데 길상사 가자고 하니까 기사로부터 '아! 그 부자 절이요'라는 말을 들었다"는 스님은 "8년 전 길상사를 세울 때 가난한 절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잘 보살피고 나눠가질 때,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많을 때 그때 비로소 이름 그대로 길상스러운 절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부자가 되기보다는 잘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화두를 법회에 모인 대중에게 던지며 법문을 마쳤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의 연인이자 최고급 요정 `대원각' 운영자였던 김영한(여ㆍ작고) 씨로부터 기증받은 서울 성북동 7천여 평의 대원각 부지 위에 세워진 것으로, 1997년 12월14일 개원 법회를 열었다.
'참선 일기' 펴낸 재가불자 김홍근 씨
'참선 일기' 펴낸 재가불자 김홍근 씨
<중앙일보 2005/12/10/토/문화27면>
"간화선 … 잘하면 깨달음, 못해도 한 공부"
체로금풍(體露金風)의 시절이다. 잎새를 모두 벗은 나무에 비로소 맑디맑은 바람이 부는 법. 화두 하나 들고 공부하기에 딱 좋은 요즘이다. 때마침 불교 조계종단은 재가자를 위한 간화선(看話禪)수행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산중에 갇힌 참선을 시중에 풀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공부엔 바른 길이 있는 법. 더우기 마음공부는 미로에서 탈출구 찾기다. 수천갈래 어지러운 마음 길 중 제 길을 못찾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잘못 된 길 위에선 제아무리 용맹정진한들 물 속의 달을 건지려는 원숭이 꼴일 터이고 모래를 찌니 밥이 될 리가 없다.
재가자들의 화두 참구법에 작은 나침반이 돼 볼까 나선 이가 김홍근(48.성천문화재단 연구실장)씨다. 성천은 무궁화 박사로 유명한 고 유달영 박사의 호다. 김씨는 참선에 2004년 가을 입문, 지금은 깨달음의 전단계쯤 되는 의심의 구름에 싸여 있다고 한다. 물론 직장 생활을 하면서다. 그는 올해 100일에 걸친, 식사는 이렇게 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넣은 '참선일기'를 펴냈다. 도대체 화두란 어떻게 드는가.
김씨는 이 공부가 알고보면 매우 재미있고 결코 어렵지 않다고 했다. 공부의 단계를 따라 올라가면서 내면의 변화가 기분 좋게 느껴지니 재미있고 주인공이 죽지 않는 게임이니 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기면 주인공을 만나 대오(大悟)하고 지더라도 미혹에서 헤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란 누구에게나 내면에 들어 있는 자성,불성,부처 혹은 본래 면목을 말한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는 몇개의 문이 있다. 마음을 일으킨(發心) 뒤 들어가는 첫 문이 신심문(信心門)이다.
-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나. 도대체 마음이 뭔가.
"'이미 내가 부처'라는 걸 무조건 믿는 마음이 공부의 시작이다. 그래야 문제를 푸는 열쇠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마음이 쉬면 비로소 부처 마음과 중생 마음이 가려 보이게 된다. 중생 마음은 왔다가 꺼지는 것, 부처 마음은 항상 여일하게 샘솟는다. 부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평상심이 곧 도라는 뜻이다."
공부의 두번째 문은 분심문(忿心門)이다. 중생마음에 휘둘려 속아 산 세월을 분해하는 단계다.
"공부해야겠다는 자각이 솟구치게된다. 공부가 전투처럼 느껴진다. 간화선은 이 때 적의 졸병들은 무시하고 적장의 목을 바로 노린다. 적장이 누구냐. 바로 지식이나 번뇌라는 졸병들에 둘러싸인 가짜 자아다. 이 가짜를 죽여야 참 나를 볼 수있는 것이다."
참 나를 보기 위한 끝없는 질문의 단계가 의심문이다. 이때 무엇을 의심해야 할지 바로 아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드는 것이 화두요 그 대표적인 게 '이 뭣고'(What is thi s?). 이 '이'(this)가 참 나다!
-'이 뭣고'단계에서 대부분 나가떨어지는데 왜 그런가.
"'이 뭣고'를 참구하기 전에 참 나인'이'를 먼저 감지해야 한다. 확실한 '이'를 앞에 두고 '뭣고'하고 물어야 결판이 날 게 아닌가. 참 나를 감지하려면 종교체험이 필요한데 이게 산중보다 일상생활에서 더 유리하다. 세속의 가치의 무상함을 사무치게 느끼고 그 무언가를 염원하는 마음 그것이 종교체험이다. 절실한 체험을 하면 자기 안에서 자기도 모르는 어떤 힘을 만난다. 바로 참 나다. 그런데 그것은 모양이나 이름이 없기 때문에 머리로는 포착할 수가 없다. 있긴 있는데 잡을 수는 없으니, 이게 뭔가 하고 저절로 의심이 나는 것이다. 그게 '이 뭣고'다. 한번 의심이 나면 갈수록 뭉처져서 수행자를 도망갈 틈이 없는 공부의 공간으로 몰아넣게 된다. 참 나에 대한 절실한 종교체험이 없는 사람은 '이'가 뭔지도 모르고 '뭣고'하고 물으니 될 리가 없다. "
의심문을 나서면 험준한 조사관(祖師關)이 길을 가로 막는다. 이 문을 넘으면 드디어 확철대오, 아무 것도 거칠게 없는 자재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득도한 이는 자기가 인연을 맺고 있는 원래의 일상생활로 회향해 중생을 제도한다.
- 조사관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
"나도 아직은 모른다. 공부할 뿐이다."
글=이헌익 문화담당기자 <leehi@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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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스님 법문집 '산사일기' 등 펴내
성우스님 법문집 '산사일기' 등 펴내
<중앙일보 2005/12/10/토/문화27면>
'가끔 말없이 살면 내가 구름·나무 …'
"물은 저 혼자 잘났다고하여 위로 향해 흐르지 않습니다. 자신을 낮춰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흘러가며 모든 것을 살리고 더러운 것을 씻어냅니다."(노자), "가끔은 말없이 살아보세요. 바람소리.새소리.물소리가 들려올 것입니다. 구름과 나무.돌…. 모두가 내가 되어있을 것입니다."(석가모니)
노자.석가모니 등의 선현과 시인 정현종.정호승, 중국의 문인 뤼신(魯迅) 등의 문인이 쓴 '마음 씻는 글'들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대표적인 율사(律師)스님인 성우(불교TV회장,대구 파계사 회주.사진)스님이 엮은 법문집 '산사일기'(오후에)다.
한문 원전 등은 문사(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이기도 한 스님이 새로 옮겼다. 삽화도 함께 실었다. 스님은"혼탁한 세상에서 간결하고 명징한 한 구절의 말이 삶을 편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성우 스님은 근대불교를 일으킨 경허 스님(1849~1912년)의 법문을 풀어쓴 '나를 쳐라'(노마드북스)도 이번에 펴냈다. 한문으로 된 경허스님의 법문은 1943년 만해 한용운 스님이 우리 말로 펴냈으나 반세기가 넘은 지금 일상의 언어로 다시 옮겼다.
역시 편안하게 읽히지만, 도처에 죽비소리가 숨어있어 정신을 번쩍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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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신륵사 6일간 기거후 떠나(종합)
지율스님 신륵사 6일간 기거후 떠나(종합)
<연합뉴스 2005/12/9/금><서울신문 2005/12/10/토/사람과사회6면><한겨레 2005/12/10/토/사회8면><세계일보 2005/12/10/토/사회8면>
(여주=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최근 6일동안 경기도 여주 신륵사에 머문 뒤 여동생이 사는 충북 충주로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륵사 관계자는 9일 "지율 스님이 지난 3일 오전 10시께 혼자 신륵사에와 요사채에 기거했으며 어제 저녁 8시께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떠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율 스님이 계시는 동안 내내 누워 있었으며 80여 일에 걸친 단식으로 위독해 지난 7일 여주의 모병원 의사를 불러 건강을 체크하기도 했다"며 " 스님이 '내가 죽어야지 천성산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등 단식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을 왕진한 병원 의사는 "지율 스님이 외부에 건강 상태를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며 진단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신륵사유원지 택시조합을 통해 지율 스님이 조합 택시를 불렀으며 8일 오후 9시께 충주에서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스님을 태운 택시운전사는 "충주시 칠금동 신터미널 뒤편에 스님을 내려줬고, 혼자서 걸을 정도는 됐다"고 경찰에 말했다.
충주시 연수동에는 지율 스님의 여동생이 살고 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 공사 과정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시공사로부터 고소돼 울산지법으로부터 구금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이며, 천성산 터널 발파공사는 환경영향 공동조사 기간이 끝남에 따라 지난달 30일 재개됐다.
스님은 경부고속철도 경남 양산 천선상 터널 공사 중지를 요구하며 이미 4차례 총 241일(38일, 45일, 58일, 100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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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 행방 '묘연'
<연합뉴스 2005/12/9/금>
충주 여동생 집 찾지 않아
(충주=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이 8일 경기 여주 신륵사를 떠나 여동생이 사는 충북 충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님은 여동생 집에 오지 않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지율 스님 동생 조경자(36)씨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스님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나도 스님이 신륵사를 떠났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여러 지인들로부터 스님의 거처를 묻는 전화가 오고 있지만 스님이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스님이 충주에 왔더라도 지금 상황에 연락을 주실 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님은 3일전 전화를 걸어와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 음식을 못 삼키겠다'고 몸상태를 전했다"며 "하지만 스님이 단식 중이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스님은 9월 중순께 부산 사무실을 떠나 지금까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자연순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보름전 서울에서 만났을 때도 천성산 홈페이지 관리 외에는 특별히 당부한 말은 없다"고 전했다.
조씨는 하지만 "스님이 현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 않지만 향후 해야 할 말이 있을 때가 되면 분명히 (앞에 나와) 말과 행동을 보여줄 것"이라며 "스님 머릿속에는 오직 천성산 살리기 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지율스님은 천성산 터널공사 과정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시공사로부터 고소돼 검찰에 불구속기소됐지만 울산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치 않고 자취를 감춰 현재 법원으로부터 구금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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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율스님께
<한국일보 2005/12/10/토/종합2면>
지율 스님! 2003년 늦가을로 기억합니다. 부산시청 앞 차가운 땅바닥에 주저앉아 도롱뇽 수를 놓으며 단식에 들던 스님은 처음 만난 기자에게 1시간 이상 환경파괴의 실상을 전하며 울부짖었습니다. 고속철도(KTX) 천성산 관통만은 온 몸으로 막겠다는 스님의 의지는 2년이 흐른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으신 듯합니다.
당시만 해도 경제논리 앞에 환경보전은 바람 앞의 등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도롱뇽 소송’을 통해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몸소 일깨워주셨습니다.
정부의 외면, 사법기관의 판결에 스님은 단식으로 항변했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4차에 걸친 단식이 무려 240여일, 100일이나 계속된 4차 단식 때는 온 국민이 스님을 걱정했습니다. 끝내 올 2월 스님은 천성산 발파작업 중단,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라는 결실을 이끌어 냈습니다.
하지만 3개월 간의 조사가 끝나고 다시 발파가 시작된 지금, 스님은 이를 막지 못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또 다시 80일이 넘게 두문불출하며 단식중이라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습니다. “내가 죽어야지 천성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말을 남긴 채 그간 머물던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 행선지도 알리지 않고 떠나 이제는 스님의 행방조차 아는 이가 드물다구요.
그래서 편지를 드립니다. 스님!
그 동안 스님의 환경 사랑에 감동했던 이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죽음을 각오한 단식이라는 스님만의 극단적 방법이 천성산 문제의 궁극적 해법은 아니라는 고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롱뇽을 살려야 한다던 스님이 스스로의 목숨을 내거시다니요. 다시 돌아오십시오. 건강한 모습으로 도롱뇽 수를 국민들과 함께 놓아가는 스님을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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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 사회부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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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차를 알 수 있는 책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1> 차를 알 수 있는 책들
<서울신문 2005/12/12/월/기획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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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오랜만에 조용히 쉬고 있다. 마치 구멍이 뚫린 듯 퍼붓던 눈발이 뚝 끊기자 세상은 어마어마한 적막속에 잠겨 있다. 길이 끊어지자 인적도 함께 끊긴 탓이다. 오랜만에 산속의 살림살이도 쉰다. 지난 가을 모아두었던 바짝 마른 장작 몇 개를 아궁이에 넣는다. 그리고 눈을 한 움큼 떠서 돌솥에 넣는다. 이른바 ‘설차’를 마시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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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의선사가 지은 다서(茶書) ‘다신전’‘동다송’.이가운데 ‘다신전’은 청나라 모환문이 엮은 백과사전인 ‘만보전서’의 채다론(採茶論)을 필사해 만든 것이다.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 |
돌솥이 달아오르자 눈을 한 움큼씩 집어 넣는다. 마치 만년설이 허공으로 녹아들 듯 돌솥 속에서 녹아든다. 찻물이 끓고 하이얀 백자찻잔에 붓는다. 이른바 ‘눈백차’다. 부처님과 삼라만상에 그 첫잔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바친다. 물이 끓는 소리 그리고 백차 한잔. 삶이란 아주 가끔식 나를 멈추는 행복속에서 사는 것이다.
나를 멈추면 그속에 비로소 완벽한 행복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이 과연 나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현재 우리 곁에는 차를 공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다서(茶書)들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차에 관해 다양한 책들이 우리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다구에 관한 것, 차에 관한 것, 중국·일본차에 관한 것. 그뿐만 아니다. 차에 관한 잡지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차의 대중화가 불러들인 문화적인 현상이다. 차문화는 현재 급속하게 복원 중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적 경계에 접근중이다. 웰빙 그리고 명상·요가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에 관한 출발은 육우의 (다경)(茶經)으로부터다. 전문(全文) 약 7000자(字)로 육우가 편찬한 (다경)(780년쯤)은 당대(唐代)와 당대이전의 차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실천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중국 차문화의 기초를 확립했다.1200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온 (다경)은 단순히 차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을 말한 표면적인 사항을 정리한 책이라기 보다는 ‘차의 정신’을 중요시하고 있다. 육우가 확립한 다학(茶學), 다예(茶藝), 다도(茶道)의 사상과 그것을 정리한 (다경)은 시대를 초월한 차의 명작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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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3년 고려에 왔던 중국 사신 서긍이 고려에 머물면서 펴낸 견문기행문 ‘고려도경’ 제31권.이 절목에 차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적혀있어 당시의 차 문화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 |
(다경)은 3권 10장규모로 1장에는 차의 근원,2장에는 차의 연장,3장에는 차 만들기,4장 찻그릇,5장 차 달이기,6장 차 마시기,7장 차의 옛일,8장 차의 산출,9장 차의 생략,10장 차의 그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3차례 정도의 수정을 거쳐 교연스님과 안진경의 후원으로 간행된 (다경)은 당의 피일휴, 소의 진사도, 명의 노팽, 진문촉, 장예경(발문), 동승서(육우찬), 이유정, 서동기, 청대에는 증원매, 민국시대에는 상락스님등이 후대에 서문을 썼다. 현존하는 (다경)은 4종이 있다.
주(注)가 있는 것으로 이른 것이 남송대 좌규본(左圭本:백천학해본)이고, 주가 없는 것으로는 (백권(百倦)의 설부본)이며 하나의 증본으로 다기권(茶器卷)을 다구도찬(茶具圖讚)에서 추가한 명의 (정화은본(鄭火恩本))(선화당본(宣和堂本))이 있다. 넷째는 원문을 가감한 삭절본(削節本)으로 명대의 (왕기본(王圻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경)이 전해졌거나 간행되었겠지만 그 흔적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다경)역시 고대 다서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중국에서 발견된 최초의 (다경)간본은 1273년 좌규가 (백천학해(百川學海))의 (임집(任集))에서 다른 다서와 함께 (다경)을 판각한 (백천학해본)이 있는데 주가 첨부되고 있다. 명대의 간본도 있다. 다경선화당본(宣和堂本)은 명대(1368~1644)에는 세종 가정 연간에서 신종만력 연간에 걸쳐 (다경)에 관한 첨삭이 있었다. 원본에 기타자료를 부가한 (다경외편)중 하나로 다기권을 (다구도찬)에서 추가하여 마치 정문(正文)인 것처럼 만든 것이 바로 (선화당본)이다.
육자다경(陸子茶經)과 건안다록 역시 눈여겨볼 만한 다서중 하나다. 청말 서탑사의 주지인 상락스님이 간행한 가장 완비된 (다경)이다.1792년 (당인설회본)에 (다경)이 함께 수록된다. 건륭연간에 경릉서호의 왕자한이 음운을 교정한 (다경)을 증각했다. 건안다록(建安茶錄)은 송나라 정위(962~1033)가 지은 책인데 총 3권으로 되어 있으며 ‘건안 공다소’의 차밭, 차공자, 기구, 차따기, 제다법을 기록해 놓았다. 중국 지배계층과 일반 서민들의 차생활을 알 수 있는 다서들도 있다. 황제의 다도를 자세히 그린 (다록)과 (다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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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무안군 삼향면 왕산리 초의선사 생가에 세워진 다성(茶聖) 초의선사 동상.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 |
먼저 다록은 송나라때 복건성 건안동쪽에 있는 봉황산의 산록에 ‘북원’이라 부른 차밭을 관리하던 채양에 의해 저술된 것이다. 당시 황제는 차에 관한 의문을 채양에게 하문했다. 채양은 황제의 하문에 답하기 위해 차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바쳤다. 그 책자가 바로 (다록)이다. 채양은 당시 차제법과, 차의 품평 그리고 황제의 다도를 상세하게 저술했다
이에 비해 다소(茶疏)는 명나라 사람 허차서가 17세기 저술한 자신의 차 체험기 성격을 띤 책이다.(다소)에 대해서는 기록된 것이 없어 관련된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다소)의 서문을 쓴 요소현 글에서 그 기록의 편린들을 엿볼 수 있다.
“병신년(1596년)에 나는 허차서(연명)와 함께 용정을 여행하며 약 열흘간 송사에서 침식을 함께 했다. 그때 승사에서 제공해주는 신차(新茶)를 즐기면서 고담(古談)을 나누었다. 몇해가 지나 허차서가 나를 찾아 그가 저술한 (다소)를 보여주었다. 나는 그것을 어보고 허차서에게 말했다. 육우의 (다경)이후 그 뒤를 이어받는 것 없이 세월이 흘렀는데 이것이면 육우의 익우(益友)가 되겠다. 군의 문장이 한위의 문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어서 육우가 고개를 숙일 것이다. 허차서가 말을 받아 제멋대로 사는 놈이 자기 멋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 육우의 제자라도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소)의 가치는 자신이 체험한 차에 관해 논(論)한 것이라는 데 있다.
초의스님의 (다신전)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만보전서(萬寶全書)도 있다.(만보전서)는 청나라 모환문이 엮은 백과사전으로 초의스님은 1828년 칠불암에서 (만보전서)의 채다론(採茶論)을 필사해 (다신전)이라 붙였다. 만보전서의 채다론은 명나라때 장원이 지은 (다록)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옛 다서들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초의스님의 (동다송)(다신전), 한재 이목의 (다부),(고려도경)등이 그것이다.
(고려도경)(高麗圖經)은 고려 인종원년인 1123년 6월13일 송사 노윤적, 부사 부묵향을 따라 고려에 온 서긍이 한달 동안 고려에 머물면서 지은 견문기행문이다.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갖가지 풍물을 그림과 문장으로 엮어 냈다. 총28문 3백여항으로 분류되어 있는 (고려도경)은 1226년 금나라가 송나라 수도를 함락시켰을때 정본이 불타 없어졌으나 인하 조씨 소산당에서 인각해 간직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고려도경) 목록 31권 ‘다조’(茶俎)라는 절목에 당시 우리나라 차에 대한 기록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차는 맛이 쓰고 떫어서 구미에 당기지 않으며, 중국의 납차(臘茶)와 용봉사단차(龍鳳賜團茶)는 중국에서 진상받은 것과 상인이 수입해서 판 것들이 있었는데 차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의 차들을 즐겨마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차 도구 중 찻잔은 천목(天目)찻잔과 청자찻잔을 쓰고 있는데 청자 찻잔은 비취색과 같다. 또한 은으로 만든 차 화로 등은 중국 것과 비슷하다.
고려 사람들이 차를 어떻게 마시고 사용했는가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먼저 잔치를 할 때다. 먼저 정원에 차를 달여놓는다. 그리고 연꽃모양의 큰 주전자에 차를 담아 손님들에게 “차를 고루 고루 잡수시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차가 식어 냉차(冷茶)가 됩니다.”라고 안내방송까지 했다. 또한 방안에서 잔치를 할 적에는 홍사포(紅沙布)위에 다구를 놓은 다음 붉은 보로 덮어놓는다. 하루에 세 번씩 차를 마시게 하되 사람이 많아 차가 떨어지면 차관에 탕수만 부어서 차를 마시게 했다는 세밀한 기록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제6권에 연영각에서 잔치를 베풀 때는 차와 정자와 청자 찻잔을 갖추었고, 제26권 관회(館會)절목에는 왕궁사연(私宴)에 골동품과 고완·법서·명화·이화와 좋은 차등을 벌여놓게 했다, 제27권 ‘향림정’(香林亭) 절목에는 무더운 여름 향림정에 소풍을 가 갈증을 해소하기위해 달여온 차를 마시고 놀았다는 기록 등이 있다.(고려도경)은 고려시대 우리 차 문화의 일단을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다산 정약용의 저서로 알려진 (동다기)등이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효당 최범술스님의 (한국의 차도), 금당 최규용 선생의 (금당다화), 김운학선생의 (한국의 차문화), 응송 박영희스님의 (동다정통고)등이 있다.
우리 차인들은 모두 다예, 즉 다도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먼저 차에 대한 정확한 공부가 필요하다. 책을 통해, 강의를 통해 차에 대한 개괄적인 인식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체(體)에 맞는 용(用)으로써 차의 진정한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지암 암주
■ 심안노인의 다구도찬
차를 마시는 행위는 마치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된 종합예술 같은 것이다. 한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정갈한 마음과 움직임으로 차를 준비하며 행할 때는 마치 바람이 산을 타고 강을 건너듯 완만하고 원융해야 한다. 그럴때 그 찻자리는 훈훈한 향기를 느끼게 한다.
옛날부터 차를 사랑했던 차인들은 많다. 그중 특이한 차인이 있다. 바로 송나라때 심안노인이다.(다구도찬)을 쓴 심안노인은 당시의 점다법에 근거해 12점의 다구를 의인화해 노래하고 있다. 다구 12점을 그림과 함께 그려넣은 특이한 다서를 만든 것이다. 심안노인은 각 다구의 성격에 따라 의인화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관직과 이름, 자·호까지 명기하고 있다.
먼저 차를 보관하는 배로(焙爐)다. 배로의 관직은 위홍려, 이름은 성인이 쓰는 솥인 문정, 호는 사창한사다. 심안노인은 “위홍려를 찬양하여 가로되/축융은 여름을 관장하는데/만물을 모두 태운다/그 화염은 곤강의 옥석을 모두 태워 아무도 없게 한다/만약 위홍려를 사용하지 않으면/산과 골짜기의 차는 모두 도탄에 빠지고 말 것이다/도탄에 빠지지 않는 것은/위홍려의 공로다”라고 적고 있다.
탕속의 찻가루를 휘젓는 찻솔은 축부수. 축부수의 이름은 선조, 자는 희점, 호는 눈같이 흰 파도와 같은 공자라는 설도공자라고 했다. 특히 찻솔을 정절을 지키는 의로운 다기로 여겨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있다.
“수양산의 백이 숙제는/주무왕이 상나라를 토벌하며/전쟁이 한창일때도 과감하게 간언하였는데/전쟁과 같이 솥에 물이 펄펄 끓을때/그 뜨거움을 가늠하여 간언한 자가 몇 명이나 될까/나는 자네의 청절을 우러러 보며/오직 너만이 홀로이 몸소 실천할 수 있다/이러한 일은 위급에 처하여도/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한 자라야 하는데/누가 능히 이루어 낼 수 있는가”라고 칭찬하고 있다.
찻잔에 대해서는 위풍당당한 군자에 비유하고 있다. 찻잔은 검은 독수리가 사는 신비한 누각인 칠조비각이라 했고, 이름은 승지, 자는 하늘을 담고 있다는 역지, 호는 옛 누마루 높은 곳에 앉은 노인이라 하여 고대노인이라고 했다. 물을 따르는 찻주전자에 대해서는 따뜻한 골짜기에 늙음을 버린다는 온곡유노라고 표현했다. 주전자의 이름은 새로운 것을 내놓는다는 발신, 자는 한번 운다, 혹은 소리낸다는 일명이다.
“호연지기를 기르고 물 끓는 소리를 내/능히 중용의 도를 지킨다/그는 탕왕을 보필한 덕을 지녀/주객 사이에서 잔을 주고 받으며/주인을 섬기는 공로는 중숙어를 능가한다/그러나 밖으로 뜨거움에 대한 근심이 있고/안으로는 열의 우환이 있으니 어찌하랴”라고 중용의 뜻을 전하고 있다.
말차가루를 곱게 치는 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체는 나추밀로 이름은 고약, 자는 전사, 호는 사은장료다. 나추밀에 대해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일을 함에 있어 세밀하지 못하면 해로움이 되나니/큰 것은 골라내고 작은 것은 흩뿌려지게 하는데는/정밀함과 조잡함이 일치하지 않으면 혼란스러워지나니/사람은 그 모든 것이 어려운 것/어찌 섬세함에 옳고 그름을 아끼겠는가”
이밖에도 찻종지는 도보문으로 칭했고(이름은 거월, 자는 자후, 호는 면위상객), 물을 뜨는 표주박은 호원외(이름은 유일, 자는 종허, 호는 달을 긷는 신선인 저월선옹), 차를 가는 맷돌은 석전운으로(이름은 착치, 자는 매행, 호는 언제나 차를 갈아 차향 가득한 누옥에 은거한다는 향옥은거), 떡차를 으깨는 다듬잇돌과 방망이는 목대제(이름은 이제, 자는 망기, 호는 격죽거인), 찻잎을 으깨 가루를 내는 약연은 금법조(이름은 연고, 자는 원개, 호는 화금선생)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
[우리 산하를 다시 걷다] 10. 옛길의 그린투어, 죽령과 소백산
[우리 산하를 다시 걷다] 10. 옛길의 그린투어, 죽령과 소백산
<경향신문 2005/12/12/월/기획28면>
‘그리운 마음으로 가시는 길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실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길노래’라면 절절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떠나보낸 사람의 아픔과 떠나간 사람의 설움이 짜르르한 마음으로 통할 적에, ‘나그네 설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곤두서게 마련이다. 화랑 죽지랑을 사모하여 부르는 ‘모죽지랑가’에 나오는 가사인데, 이 신라 향가는 죽령 옛길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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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 동쪽을 향하여 좌정한 무량수전 안의 아미타 소조불상(보물 220호). 서방정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먼저 동방의 광명을 받고자 하는 것일까. |
오르막 30리 내리막 30리의 죽령고개 60리를 단양 대강면으로부터 찾아 올라간다. 용부원리(마을 사람들은 ‘샛골’이라 부른다)의 으슥한 기슭에 목이 부러지고 몸체마저 흠집투성이인 석상이 우두커니 세워져 있다. 두상까지 따지면 5.5m 높이가 될 것이라 하지만 몸체만으로도 4m나 되는 ‘장육불상’이다. 이 석상과 관련하여 풍설로 전해지는 ‘삼국유사’의 기사가 그럴싸하기도 하다. 험한 죽령 고갯길을 닦는 이가 있어 후일 그 공덕을 기리기 위해 ‘고개 북쪽 봉우리에 무덤을 만들고 돌미륵 하나를 세워놓았다’ 하는 기록과 이 석상이 부합된다는 것이다.
절터의 이름은 ‘보국사(輔國寺)’였다는데, 혹자는 충주 미륵리의 미륵사지에 견주어 이 또한 군사요충지의 호국염원 사찰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되살아나는 죽령길
신수가 끼끗한 스님 한 분이 ‘돌미륵’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어 문답이 오간다.
-미륵상이 맞는지.
“내가 보기에 오른손은 시여원인(施與願印), 왼손은 선무외인(善無畏印)이다. 항마촉지인과 선정인의 석가모니 부처상과는 다르다.”
-스님은 어떤 분인가.
“나는 이곳 죽령에 새로 절집을 닦으려고 외지에서 갓 들어왔다. 기독교로 말하자면 개척교회인 셈이지.”
-죽령과 소백산은 한마디로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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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동편 3층석탑(보물 249호) 쪽에서 바라본 부석사 전경. 아침 햇발이 앞산에 닿아 이마받이를 하고 있다./사진작가 황헌만 |
“대흥(大興)이다. 앞으로 크게 일어날 고개이고 산이다. 미륵보살님 상주처라고 믿어 내가 이곳 터주대감 되려고 들어온 것 아니겠나.”
-중앙고속도로 개통되고 죽령터널 뚫려 5번국도는 이미 옛길이 되어 썰렁하고 이 일대 마을들도 스산하기만 하지 않은가.
“오히려 죽령 길이 되살아나고 있다. ‘뛰면서 생각하자’ 하던 시절 있었지? 뛰면서 생각하고 싶은 이들 고속도로 씽씽 내달리면 된다. 꼼짝 않고 가만 앉아 생각하고 싶은 자들 이제부터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다. 느긋하게 죽령 옛길 오락가락 소요할 수 있게 됐다. 교통정리가 아주 잘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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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매바우 기슭의 보국사지 미륵 장육불상. 소백산은 영험이 깃든 산이라고 설명하는 월탄(月誕) 스님. |
가만히 살피니 5번국도의 죽령 고개는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도로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 길’에서 차츰 해방되어 ‘역사-자연 생태로’로 가꾸면 오히려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영주군과 단양군이 합의하여 양쪽에서 도로공사를 벌이게 된 것이라 한다. 패스트 푸드가 있으면 슬로우 푸드가 나오게 되는 것이고, 하이웨이의 편의성을 자랑하면 ‘슬로우 웨이’의 그린 투어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인 것이다.
‘죽령 산신당’은 다른 이름으로는 ‘다자구 할머니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타래처럼 헝클어진 고속도로와 국도의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빠져나가야 하는 으슥한 곳에 사당을 세워놓았는데 그나마 자물통으로 잠겨 있다. 3월과 9월에 산신제를 올린다지만 소백산과 죽령은 더 이상 ‘산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산이며 고개가 된 것처럼 보인다.
‘희방사역’은 4,500m의 똬리굴(터널)을 끼고 있지만 하루에 두 번밖에는 기차가 멈추지 않는다. 번창하던 주막거리가 있어서 명칭마저도 ‘주점골’이라 부르던 곳마저도 허전해져서 사람 내음을 그리워하기만 하는 듯하다. 오히려 ‘그린 투어’의 진경산수를 되찾고 있는 중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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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서편의 부석(浮石). 불교 전래 이전에는 이 일대가 한국 샤머니즘의 성소로써 거석문화의 선돌(menhir)과 같은 숭배물이 있었을 것이다. |
#소백산의 부석사인가, 부석사의 소백산인가.
새벽 6시30분, 오늘이 새해 첫날 아니라도 상관할 바 없다. 미명(未明)에 잠긴 산사로(山寺路)는 속세 탈출로가 되는데,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 해맞이를 하려는 마음은 벌써부터 경건해진다.
산과 절, ‘산사’는 수직공간의 산 오름에 수평공간을 장만하여 들어앉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난스러운 예외’가 부석사다. 오르고 또 오르는 상승곡선은 사찰 경내로 접어들어도 숙어지지 않는다. 일주문-천왕문-범종각-안양루는 연속되는 오르막 행보의 상승공간이고 승화공간이다. 만다라 화엄계이고 연화장이다.
나는 뜬 돌, 부석(浮石) 앞에서 드디어 대장엄의 일출을 맞는다. 무량수전의 아미타 부처님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서편 쪽의 소백 연봉에는 햇발이 부딪쳐 이마받이를 하고 있다. 서방정토의 삼라만상이 들고 일어나 광명세상의 춤을 춘다.
‘근대적 자아’로서 고대인의 ‘만다라 유토피아’를 맡아내는 정호승과 이문재의 탁발한 ‘부석사 시편’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길은 도(道)이고 길닦이는 수도(修道)이다. 처음 길을 내었던 사람들의 ‘시원공간’, ‘원초공간’을 거슬러 올라 이를 확보한다. 예전에는 소백산의 부석사를 찾았지만 오늘은 부석사의 소백산을 살핀다. 부석사 내부공간의 짜임새에 대한 찬탄 못지않게 외부공간으로 펼쳐지는 소백산 전망대로서의 부석사 문화경관이야말로 웅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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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 산신당(단양 민속자료 3호). 쳐놓은 금줄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올 9월의 산신제도 받아 잡순 듯하지만 달라진 교통망으로 인해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다. |
소백산은 죽령만 아니라 고치재와 마구령의 옛길을 너울의 끈처럼 두르고 있다. 김훈과 김하돈이 자전거 여행과 도보 여행으로 찾았던 ‘오지 마을’들도 들통이 나고 있는 중이니 ‘도로 포장’은 끈덕진 강력계 형사 같기만 하다. 부석사의 봉황산 옆구리를 질러가는 마구령은 은밀하게 숨어 있던 충북의 의풍 마을과 함께 숨겨져 있던 강원도 영월의 ‘김삿갓 계곡’을 끄집어내고 있다.
〈소설가 박태순〉
한때 알코올 중독 허근 신부 영성 치료센터 운영 6년 맞아
한때 알코올 중독 허근 신부 영성 치료센터 운영 6년 맞아
<중앙일보 2005/12/10/토/문화27면>
'그 때 술을 안 마셨더라면 … '
"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을텐데// 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텐데//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건강한 몸으로 살고 있을텐데// 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맑은 정신으로 살고 있을텐데//그 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하느님을 좀 더 사랑했을텐데".
그 자신 알코올 중독의 마굴에서 헤매다 가까스레 벗어나 이제는 알코올 중독자의 재생에 헌신하는 허근(사진) 신부가 환자의 심경을 대변한 참회의 시다. 허 신부가 이끄는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가 창립 6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림동 사목센터 강당에서 기념행사를 한다.
이 자리에서 허 신부는 '중독치료에 있어 의료모델과 영성모델과의 상관관계' 특강을 한다. 오후 5시부터는 김운희 주교와 허 신부가 공동 집전하는 미사가 있다. 재생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과 힘써 치료에 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
허신부는 특강에서 알코올 중독 치료는 의료적,정신적 치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적 치료의 단계를 거쳐야 완성되는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단주의 과정까지 완전히 끝낸 환자들이 다시 술을 입에 대고 이내 중독의 상태로 빠져드는 이유가 영성의 결손 때문임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허 신부는 "환자들에겐 지인의 도움외에도 ,하느님의 보살핌 같은 종교적 보호가 환자로 하여금 보통 사람들처럼 일상생활을 꾸려가게 하는 용기를 준다"며 어떤 종교든 그 종교의 힘이 주는 영성치료가 환자를 구하는 마지막 단계임을 강조했다.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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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람들의 아픔 나눠야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 나눠야
<중앙일보 2005/12/10/토/문화27면><세계일보 2005/12/10/토/사람들24면>
기독교교회협 성탄 메시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9일 성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KNCC는 메시지에서 "예수는 우리에게 세상과 다른 가치를 전해주셨다"며 "경쟁보다 나눔을, 승리보다 희생을, 질투와 미움보다 사랑을, 분쟁과 전쟁보다 평화의 가치를 알려주셨다"고 강조했다.
KNCC는 나아가 "이제 우리 모두는 믿음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 생존을 위협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픔을 나눔으로써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온 땅에 퍼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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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서약 ‘빈그릇 운동’ 의 힘!
100만명 서약 ‘빈그릇 운동’ 의 힘!
<한겨레 2005/12/12/월/사회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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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시작 15개월만에 문화운동 새지평 참여단체 음식쓰레기 3분의1로 줄인 곳도
11일 오후 서울 명동 우리은행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빈그릇운동 참여 서약을 받고 있는
정토회 부설 환경교육단체 에코붓다 회원들 앞을 잔반통에 빈 그릇 등을 실은 음식배달
이륜차가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불교 수행공동체인 정토회가 시작한 ‘빈그릇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서약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100만명’이라는 숫자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에서 이뤄진 여러 서명운동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외부에 요구’하는 서명과 달리 ‘자기 내부부터 변하겠다’는 서약의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빈그릇운동을 기획하고 이끌어 온 정토회 부설 환경교육단체 에코붓다는 11일 “빈그릇운동에 호응해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람이 9일 현재 99만9999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에코붓다는 9일 이후 서약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서약자 행렬은 이어지고 있어 서약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붓다가 99만9999명 이후 서약자 집계를 않고 있는 것은 빈그릇운동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100만번째 서약자로 노무현 대통령을 ‘유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빈그릇운동은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어 남기지 말자는 운동이다. 이로써 환경보호와 자원절약을 실천하고, 그렇게 아낀 자원을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자는 취지다. 이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함께, 자신이 아낀 음식물을 굶주리는 이웃과 나누겠다는 마음을 담은 성금 1천원을 기부한다.
이 운동은 지난해 9월5일 경북 문경의 정토회 수련원에서 정토회원 1천명이 서약하면서 출발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서약자 중에는 환경단체는 물론 정치·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이 고루 망라됐다. 정토회 쪽은 운동이 각계의 호응을 얻고 있는 데 대해 밥알 하나도 소중히 하는 전통 문화를 지닌 사회에서 음식물을 버리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뜻이 호소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토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 운동은 5월 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다른 종교 단체들이 종파의 차이를 넘어 적극 참여하면서 100만명 서약이라는 새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불과 7개월이 지나지 않아 새 목표가 달성됐다.
이 운동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서약자로 참여한 많은 학교에서 급식 뒤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휘경동 휘경여고에서는 1학년 3반과 5반 학생들이 빈그릇운동 동참을 서약한 것이 다른 학급에까지 영향을 줘 급식 뒤 나오는 음식쓰레기가 서약 이전의 3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또 빈그릇운동과 음식물을 이용한 지렁이 기르기를 함께 하는 인천 부평의 부흥중학교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15%로 줄었다.
유정길(46) 에코붓다 대표는 “지금까지는 주로 학교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운동을 펼쳐왔으나, 앞으로는 음식점들과 공공급식소, 회사 구내식당 등으로 참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 | |
천주교 난자채취 비판 목소리
천주교 난자채취 비판 목소리
<경향신문 2005/12/10/토/사회9면>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이자 가톨릭신문사 사장인 이창영 신부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신부는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난자 채취의 실상을 안다면 그렇게 쉽게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말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일반적으로 여성은 한달에 한번 배란시기에 하나의 난자를 생성하는데, 난자 채취 과정에서는 한번에 수십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배란 촉진 호르몬 주사가 필수적”이라며 “이로 인해 정신적 후유증은 물론 조기 폐경과 불임, 최악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신부는 “독일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호르몬 투여를 통한 난자 채취를 여성의 인권 또는 인격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생명공학 연구의 윤리성 확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
우리은행,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
우리은행,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
<한국경제 2005/12/10/토/사람들A19면>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9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에게 북한 어린이 돕기 모금액 4100만원과 재해·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우리사랑기금 1000만원을 기증했다.
[사학법개정] 종교계 강행 처리에 반발(종합)
[사학법개정] 종교계 강행 처리에 반발(종합)
<연합뉴스 2005/12/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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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판씨름과 모래판씨름 한국 전통 민속경기가 씨름이어서일까. 샅바를 잡고 맞붙어 상대를 넘어뜨리는 겨루기 스포츠가 모래판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생중계되고 있다. 사진은 9일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처리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부산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05 기장장사 씨름대회 결정전./김병만/이상학/조정호/정치/체육/ 2005/12/9 (서울=연합뉴스) | |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개방형 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정부와 여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종교계가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 최성규 목사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전에 범개신교계가 결의한대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는 됐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국회는 법을 다루는 곳이고 대통령은 국민의 화합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어렵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기총은 또 10일 광화문 일대에서 3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는 '북한인권을 위한 촛불집회'를 사학법 반대 투쟁과 연계해 진행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개신교 주요 교단 총회장과 신학대 총장 등 30여 명은 7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고 학교 폐쇄, 헌법소원 등으로 맞설 것"이라고 결의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0.4%에 불과한 사립학교 내 부정을 가지고 정부가 일부 언론을 통해 모든 사학들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모임을 주도했던 예수교장로회 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는 "흥분한다고해서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면서 "개신교계 20여 개 교단이 참여하는 교단장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사 사장인 이창영 신부는 9일 가진 종교기자 간담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천주교계는 학교운영에서 떠나 사회복지쪽으로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학법 개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불교 등 국내 7개 종교 지도자들의 협의기구인 종교지도자협의회도 지난해 8월 성명을 내 "사학재단의 학교운영권을 빼앗는 교육법 개정을 중단하고,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우리 종단들이 총단결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천도교 한광도 교령 신년사
천도교 한광도 교령 신년사
<연합뉴스 2005/12/9/금>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천도교 한광도 교령은 새해를 앞두고 9일 신년사를 발표, "새해는 힘 있는 사람들이 그 힘을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위해 배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교령은 "우리나라는 지금 마치 60년 전 병술년의 사회상을 방불케 하는 갈등과 편가르기가 만연되어 있다"면서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을 향하여 너 나 없이 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교령은 "올해는 힘 있는 분들이 그 힘을 자제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분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며 "왜냐하면 힘있는 분들이 자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사회가 시끄러워지는데 반해서 가난하고 힘 없는 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베풀면 사회가 그만큼 밝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美 일부 대형교회 올 성탄절 예배 안본다
美 일부 대형교회 올 성탄절 예배 안본다
<연합뉴스 2005/12/9/금><한국일보 2005/12/12/월/국제A14면>
일요일과 겹치자 취소…성탄절 세속화 논란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미국의 유명 대형교회 중 일부가 올해 성탄절이 주일과 겹치자 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결정, '성탄절 세속화' 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금까지 최소한 8곳의 대형교회들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그중 대표 주자격인 일리노이주 사우스 배링턴 소재 '윌로 크릭 공동체 교회'는 이번 성탄절날 예배를 드리지 않고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자체 제작한 DVD를 신자들에게 배포키로 했다고 전했다.
평소 일요일에 2만명의 신자들이 찾고 있는 윌로 크릭 교회 관계자는 "신자들이 DVD를 갖고 집에 가서 거실의 안락한 분위기에서 DVD를 통해 하나님이 늘 함께 한다는 한층 친밀한 성탄절 메시지를 들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대형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결정이 혁신적이고 가족적인 접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성탄절에 '개점 휴업'하는 대형교회들은 1천200개 중 최소 8곳이지만 이같은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커 다른 대형교회들은 이번 성탄절에 문을 열면서도 보통 주일에 비해 예배 횟수를 줄일 예정이다.
일례로 2만5천명의 신자를 갖고 있는 조지아주의 한 침례교회는 이번 성탄절에 평소처럼 2차례가 아닌 한 차례만 예배를 올릴 계획이다.
올해처럼 일요일과 성탄절이 겹친 가장 가까운 해는 1994년으로, 당시 일부 대형교회들이 문을 열었지만 신자들이 거의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로 성탄절의 세속화와 관련된 논쟁이 매년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학교들에서는 "성탄절 휴가"란 말보다는 "12월 휴가"란 말을 사용토록 압박이 가해졌고, 특히 백악관조차도 이번 주에 "휴일"을 잘 보내길 바란다는 내용의 카드를 보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판론자들은 이들 대형교회가 오래 전부터 신학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켄터키주의 한 신학교에서 신약을 전공하는 벤 위더링던 교수는 "여러 면에서 일부 대형교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기 도취적이고 자아중심적인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佛정교분리법 채택 100주년…다수가 존속 지지
佛정교분리법 채택 100주년…다수가 존속 지지
<연합뉴스 2005/12/9/금>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 국가와 교회의 엄격한 분리를 규정한 프랑스의 정교분리법이 9일로 채택된지 100년이 된 가운데 프랑스인의 다수는 정교분리법의 유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IFOP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정교분리법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이 법을 폐지하거나 일부 내용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각각 7%와 18%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64%는 정교분리 정책이 위협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질문에 대한 2003년 6월의 응답률 56%보다 많아진 것으로 프랑스 사회에서 정교분리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밖에 응답자의 75%는 정교분리법이 개별 시민들로 하여금 각자의 종교 생활을 영위하도록 해준다고 답했고 59%는 이 법이 공공기관에서 종교적인 부속물을 나타내지 못하게 한다고 답변했다.
프랑스의 정교분리 전통은 19세기 혁명기에 군주제를 지지하는 가톨릭교회의 세속 권력을 박탈하려는 의도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지나치게 경직된 적용보다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크 시라크 대통령 등 주요 정부 지도자들은 정교분리법이 국가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며 법 존속을 강조하고 있다.
아픔까지 닦아주는 '때밀이 목사님'
아픔까지 닦아주는 '때밀이 목사님'
<연합뉴스 2005/12/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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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목욕 봉사해온 이영호 목사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목욕봉사로 이웃사랑을 설파해온 강북구 번동 은혜교회의 이영호 목사(오른쪽 두번째)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씻겨드리고 있다.//사회부 기사참조/사회/2005.12.11(서울=연합뉴스) | |
7년간 목욕 봉사해온 이영호 목사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신도들에겐 봉사활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제 자신은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역시 실천이란 말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서울 강북구 번동 은혜교회 이영호(62) 목사는 한 달에 두 번은 `목욕관리사'가 된다. 거동하기 불편한 이웃의 몸을 손수 닦아 온 것.
1998년 강북구보건소에 들른 길에 우연히 목욕 봉사자를 모집하는 전단지를 본 게 목욕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처음엔 보건소가 만든 목욕봉사팀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젠 교회 신도와 지인들에게 이웃을 돕는 기쁨을 설파해 함께 목욕봉사에 나선다.
봉사를 시작한 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2주에 한 번은 어김 없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 2∼3곳을 찾아 청결함을 선사했다. 이 목사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겨 준 이웃은 어림잡아 300여명에 달한다.
한 사람을 씻기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목욕이 끝난 뒤 장애나 중병으로 움직이기 불편한 이웃과 그 가족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목욕을 시키고 나면 온몸에 비지땀이 흐르고 힘이 쪽 빠지지만 힘든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게 몸을 씻기는 일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목사는 "목욕하는 동안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농담도 곧잘 하는 편이지만 행여나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오히려 자존심을 다치게 하진 않을지 세심한 관찰과 배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목회생활을 하다 보니 죽음과 만나는 기회가 많다"는 그는 죽음을 앞두고 절망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평안과 위안을 주는 호스피스(임종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본업이 선교활동이다 보니 성탄절이 끼어있는 연말연시는 시간이 빠듯하지만 목욕 봉사를 원하는 이웃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며 "올해도 예외없이 바쁜 연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일 아침에]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가자
[토요일 아침에]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가자
<서울신문 2005/12/10/토/오피니언22면>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전라도 땅에는 눈사람을 만들고도 넉넉한 함박눈이 내려 온 누리를 눈부신 은빛 동심으로 가득 넘치게 했다. 폭설 때문에 듣게 된 재난소식이 마음 아팠지만 겨울답게 춥다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계절다움’이 오히려 감동으로 와닿았다.‘자기다운 모습으로 제 자리에 있다는 것’, 하나님께서 만물을 지으신 창조의 원리요 질서이다.
눈 덮인 산하를 바라보며 몇 년 전 옌볜(延邊)에서 만났던, 이제 초등학교 2학년생인 이길이 생각났다.“빨리 오소. 빨리 오소….” 중국 옌볜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길이 목소리로만 기억하는 부모에게 전화를 받으면 늘 시작하는 말이다. 이길은 생후 8개월 때 부모와 헤어졌다. 옌볜에는 이길처럼 네 집에 한 집 꼴로 보통 3∼5년, 길게는 10년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한 중국 동포 아이들이 살고 있다.
중국 동포들은 한국을 고국이 아니라 ‘기회의 땅’,‘약속의 땅’으로 기억한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 직후, 한국에서 잠깐 번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 ‘갑부’ 소리를 듣게 된 이들을 바라보면서 키워온 ‘코리안 드림’이다. 한국에서 번 돈 10만원이 중국 공무원 월급보다 많다는 단순한 계산 때문에 눈덩이처럼 커진 꿈이요, 순박한 비전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악덕 고용주들의 횡포와 고된 노동, 임금 체불, 부녀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방황하며 하염없이 옌볜하늘을 쳐다보며 눈물 흘리고 있다.
서울시 가리봉동에는 ‘중국 동포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제2의 옌볜’,‘조선족 타운’이라 불린다.90년대 이후 한국인들이 ‘3D업종’을 기피하면서 중국 동포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런 일들을 대신하게 되었고, 이런 직종이 모여 있는 가리봉동 일대로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것이다. 그나마 입국해서 방세가 싼 다가구 ‘벌집’에 모여 살기까지는 몇 차례 브로커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소요되는 1인당 비용은 중국에서 평생 월급을 모아도 갚을까 말까한 엄청난 액수이다. 결국 거액의 알선료는 그들이 일생 동안 힘겹게 지고 가야 할 빚이 된다. 이들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과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정말 중국 동포들이 ‘코리안 드림’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슴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똑같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지만 복음을 간직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삶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복음을 접하지 못한 대다수 동포들이 술과 도박과 마약에 빠져 있는 반면, 금식기도로 주님의 치유를 경험한 어떤 형제는 신학을 전공하여 중국동포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일용직으로 일하는 어느 부부는 조금만 더 저축하면 옌볜에 돌아가 교회를 세울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찬바람과 함께 이제 세모의 언덕 위로 달려간다. 몇 날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해의 아침이 밝아온다. 그리고 그 아침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들을 위해 말씀으로 찾아오신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신 하나님께서 준비하시는 새벽이 언제나 잉태되고 있는 것이다. 우주만물과 인류를 향한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이다. 비록 어둠 속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다시 새해를 기다리며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간다.
우리가 험한 바다를 헤쳐나가는 동안에 그분께서 우리의 배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해 주신다.“광풍을 평정히 하사 물결로 잔잔케 하시는도다…, 여호와께서 저희를 소원의 항구로 인도하시는도다.”(시 107:29,30). 그리하여 우리의 배에는 평강과 감사의 찬양이 차고 넘친다.
또 한 해를 넘기며 사회 곳곳에서 불우이웃 돕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평소에는 일상의 삶에 쫓겨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곳을 한 번 더 돌아보며, 이웃들의 상한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가리봉동 ‘쪽방’에 살고 있는 중국 동포들을 바라보며 뇌리에서 떨칠 수 없는 사실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너무 부자구나.’라는 느낌이다.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고 있는, 무려 15만명이 넘는 중국 동포들과 함께 만선의 꿈을 안고 힘차게 바다로 나가는 일은 하나님으로부터 먼저 복을 받아 누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몫이란 생각이 든다.“너희와 함께 있는 타국인을 너희 중에서 낳은 자같이 여기며 자기같이 사랑하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19:3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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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내 몸은 곧 우리의 몸
[삶과문화] 내 몸은 곧 우리의 몸
<중앙일보 2005/12/10/토/오피니언30면>
성인성 질환(Sexuality Transmitted Disease)이라 불리는 성병에 사람들은 왜 걸리는 걸까? 그리고 성교육 안에서 성병을 왜 가르치는 걸까? 성병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성교육자로서 성병이 가져오는 문제와 원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던져봤다.
성인성 질환을 공부하면서 왜곡되고 비뚤어진 관계에 대한 회복과 인간 몸의 가치를 도구화하거나 수단화하는 행동에 대한 개선 또는 잘못된 시선의 회복이 없는 한 지구상에는 무고한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러한 피해는 당사자인 본인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을 포함한다는 것을. 마치 성이라는 게 육체적 관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잘못된 성의 결과는 육체.심리.사회.영적으로 원치 않은 고통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몇 주 전 태국 파타야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리용의 에이즈센터에 갔을 때 만난 그곳의 종사자 12명은 모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보균자였고 원인은 성관계였다. 여성 대부분은 남편에게서 전염됐고 그 센터에 머무르는 아이들은 모두 수직 감염됐다. 그들은 무슨 잘못으로 이 사회가 천형처럼 무서워하는 에이즈 원인균에 감염된 것일까?
그날 밤 무거운 마음으로 파타야 바닷가를 거닐면서 성의 상품화로 출렁거리는 물결을 만났다. 바닷가의 수많은 여인 가운데 십대처럼 보이는 어린 아가씨들이 이국에서 온 것 같은 서양인의 팔에 매달리며 데이트하는 것을 봤다. 바닷가를 달리며 줄지어 서 있는 카페와 술집은 대낮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 도시는 알고 있을까? 지구 저편의 얼마나 많은 가정에서 아버지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지, 또 얼마나 많은 그 땅의 소녀와 여성들이 몇 푼의 돈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잃어가고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길 원한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의 몸 안에 나 자신이면서 나 자신을 넘어서는 거룩한 실존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어떠한 폭력도 침투할 수 없도록 퇴치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성교육은 인간과 인간,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원 래의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는 그것들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돼야겠다. 성이란 것이 사랑과 생명을 이분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사진작가가 아프리카에서 찍어 온 사진 중에는 아주 인상 깊은 한 아이의 얼굴이 있다. 그 아이는 부모에게서 에이즈의 원인인 HIV가 수직 감염됐다.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으면서 웃어 보라고 여러 번 부탁했지만 그 아이의 두 눈 밑은 눈물이 이슬처럼 가득 맺혀 있었다. 그 아이가 사회를 보는 시선은 무엇이었을까? 그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는 걸까?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웃음을 이 아이는 언제 잊어버렸는지, 지금의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눈물만 맺혀 있는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희망은 또 무엇인지, 우리의 무분별하고 쾌락적인 성행위가 지구 저편의 무고한 어린이들의 웃음을 앗아가는 행위는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인간관계 안에는 늘 나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 그 이웃은 지구촌의 모든 인류를 포함한다.
배마리진 수녀 착한목자수녀회 소속 한국틴스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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