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성탄 미사곡으로 선정된 곡은 ‘터너 미사곡’이라고 알려진 곡입니다. 몇 해 전에 저희가 구입한 『성주간・부활 미사곡집(상지원)』에 수록된 곡입니다. 악보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목차에 「St. Cecilia 미사곡」이라고 제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작곡자 정보로 'Rev. J. E. Turner O.S.B.'라고 적혀 있습니다.
Rev.는 Reverend의 약자로 목사나 신부님을 일컫는 말입니다('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O.S.B.는 Order of Saint Benedict의 약자로 성 베네딕토 수도회를 말합니다. 따라서 성베네딕토 수도회의 수도사제였던 J. E. Turner 가 작곡한 성 세실리아 미사곡 (Mass of St. Cecilia) 정도가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성베네딕토수도회(라틴어 Ordo Sancti Benedicti, 영어 Order of Saint Benedict, OSB)는 서기 529년경에 이탈리아 누르시아의 성베네딕토가 창설한 수도회로 동방교회보다는 조금 늦은 서방교회 수도회의 모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Pax)’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를 모토로 하는 이 수도회는 이후 프랑스, 독일, 영국등 서부유럽에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성음악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중세이후에 침체해 있던 그레고리오 성가를 19세기에 새롭게 재조명하고 발전시킨 프랑스의 솔렘 수도원이 바로 베네딕토 수도회 소속이라는 점입니다. 이후 그레고리오 성가는 다시금 교회의 고유한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고, 각 나라의 베네딕토 수도회를 통해 전파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1909년 독일을 통해 진출되었습니다.
작곡자에 대해 더 이상의 정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앞서의 미사곡집이 1990년에 초판 발행되어 20년이 넘었는데도 출판사에서도 작곡자에 대한 더 이상의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코랄위키를 비롯한 해외 음악사이트에도 J. E. Turner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우연히 영국 서북부의 Warrington 지역의 ‘성모 마리아 성당 (St. Mary's Warrington roman catholic church)’에서 J. E. Turner가 오르가니스로 활동한 적이 있다는 글을 확인하고, 그 성당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였다가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St. Mary's Warrington roman catholic church
1877년 설립된 이 성당은 『Ampleforth의 성 베네딕토 수도원(Benedictine Monks of Ampleforth)』에 의해 관할되는 성당이며, J. E. Turner가 설립 초기 오르가니스트로 있으면서 영국 북서부 지역에서 가톨릭 음악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관록이 엿보이는 예전의 오르간] [현재의 오르간이라고 설명되었는데....아리송~]
이 성당 성가대의 기록에 의하면 J. E. Turner는 당시 Westminster 대성당(헨델의 무덤이 있는...)의 오르가니스트였던 R. R. Terry(1865~1938)과 함께 영국에서 르네상스 시대 폴리포니 음악을 재조명하고 부흥시키는데 공헌을 하였다고 합니다. 정확한 출생연대를 알 수는 없지만 Terry와 비슷한 시기라고 추측됩니다.
[거의 매주 다른 미사곡을 봉헌하는 St. Mary's Warrington 성당의 성가대]
이 성당에 사제를 파견하면서 관할하는 수도원인 Benedictine Monks of Ampleforth (Ampleforth Abbey) 역시 영국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로 유명한 수도원입니다. 따라서 수도원에서 성음악을 교육받은 Turner가 St. Mary 성당에 파견되어 그 지역의 성음악 발전에 기여를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당시에는 주임신부만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3~4명의 수사들이 함께 파견되어 공동생활을 하는 소수도원(Priory) 형태였으므로, 주임신부는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웹상에서 확인 되는 J. E. Turner의 작품은 “Mass of St. Cecilia", "Mass of St John the Baptist", "Mass of the Good Shepherd" 등의 미사곡과 모테트 "Ascendit Deus(1893년)" 이 있습니다. 미사곡들은 각각 축일을 앞두고 전례용으로 작곡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 성당의 주보에 의하면 현재에도 교중 미사때는 거의 매주 다른 미사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 사이에 위치한 Warrington과 수도원 본원이 위치한 Amplefo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