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5-1 5 제인거실題人居室 사람 사는 집에 쓴 것
1 제정숙서청題正叔書廳 정숙이 서재 마루에 쓰다
하처추풍지何處秋風至 어디선가 가을바람 불어와
소소동객음蕭蕭動客吟 쓸쓸히 나그네의 시를 짓게 하네.
한공의벽상寒蛩依壁上 찬 귀뚜라미 바람벽 위에 의지해 있고
추엽점정음墜葉點庭陰 지는 잎은 뜰에 그늘을 점 찍네.
월입렴롱정月入簾櫳靜 달빛이 들어오니 발 안이 고요해지고
향잔장악심香殘帳幄深 향불이 남아 있어 침실 안이 깊은 듯하네.
유시료가화有詩聊可和 시詩 있으면 그런대로 화운하겠고
이석무상금移席撫床琴 자리 옮겨 상 위의 거문고 타리.
작일광풍기昨日狂風起 어저께 모진 바람 일어나더니
고추엽추림高秋葉墜林 깊은 가을 잎새가 수풀에 떨어진다.
단경이침상短檠移枕上 짧은 등잔걸이 베개 옆에 옮겨 놓고서
호구당한음好句當閑吟 좋은 시귀詩句 한가하게 읊어 보리라.
방광비관세放曠非關世 미친 체하는 것 세상에 관계없고
이유부대금怡愉不待琴 기쁘고 유쾌한 것 거문고가 필요 없네.
지이성가매支頤成假𥧌 턱 괴고 앉아서 잠깐 조는데
만호동한침萬戶動寒砧 만 집의 찬 다듬이 소리 요란하구나.
►하처추풍지何處秋風至 어디선가 가을바람 불어와
●추풍인秋風引 가을바람의 노래/유우석劉禹錫(772-842)
하처추풍지何處秋風至 어디선가 가을바람 불어와
소소송안군蕭蕭送鴈群 쓸쓸하게 기러기 떼를 보낸다
조래입정수朝來入庭樹 아침부터 마당에 있는 나무에 불어오니
고객최선문孤客最先聞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구나
►‘메뚜기 공蛩’
►‘도지개 경檠’ 도지개(트집난 활을 바로잡는 틀) 등잔걸이. 등불
►‘잘 매寐=매𥧌=𥦉’ 자다. (아무 소리 없이)적적寂寂하다
►‘다듬잇돌 침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