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자아 인식에서 창출한 자전적 시법 --김부자 시집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1. ‘내 영혼’은 지금도 방황하는가 현대시 창작에서 시인 자신의 절실한 체험을 회상하고 재생하여 거기에서 불망(不忘)의 이미지들을 추출하는 것은 시창작의 택스트로 되어 있는 듯하다. 그것은 시적 발상에서부터 주제의 정립까지 그들이 살아온 궤적(軌跡)에서 중요한 진실들이 탐색되고 이를 현실에서 인간정서와 조화를 도모함으로써 시의 위의(威儀)가 명징(明澄)하게 구명(究明)되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김부자 시인이 상재하는 첫 시집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를 일별하면서 이러한 인생 체험에서 탐색한 절규에 가까운 영혼의 지향점이 인간의 칠정(七情-희노애락(喜怒哀樂) 애오욕(愛惡慾))에서 분사(噴射)하는 애환(哀歡)이 그의 지나온 인생을 가장 의미 있게 제시하고 있어서 그의 작품도 당연히 그 체험의 범주(範疇)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그의 내면에는 지금도 ‘하루하루가 산전수전 공중전 까무라치지 전 3650°회전 / 지난 10년이 꼭 100년쯤 되는 듯 눈물도 말라버렸다(「2009~2019까지」 중에서)’는 지난 10년간의 악몽(惡夢)이 그를 방황하게 하고 있어서 시집 전체에 흐르는 의식의 향방은 자신의 비애(悲哀)에 대한 진솔한 체험의 일단을 감지하게 된다. 김부자 시인은 우선 자아 인식에서 탐구하는 정서나 사유(思惟)의 정점에는 사납도록 아팠던 체험이 자전적인 시법으로 독백처럼 절망을 노래하면서 그 극복의 한 방편을 모색하는 다양한 현실적인 비판을 동시에 간구(懇求)하고 있다. 어제는 배가 쇳덩이처럼 고파서 김치 쭉쭉 찟어 밥 숟가락에 처억척 열두 번 휘감아 돌려 꾸역꾸역 밀어넣고 오늘은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허기져 아이러브 쏘주를 외치며 통증 3병을 습관처럼 눈물에 말아 삼켰다 굶겨서 미안하다 너도 주인을 잘 만났어야지 가랑이를 쩍 벌리고 개처럼 고개를 처박고 위로한다 쉰 넷에 눈물도 말라버리고 말도 잃어버린 채 식물귀가 되어버린 내 작은 영혼. --「내 영혼」 전문 우선 그가 회상하면서 추구하려는 ‘내 작은 영혼’은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허기져 아이러브 쏘주를 외치며 / 통증 3병을 습관처럼 / 눈물에 말아 삼켰다’라는 어조(語調)로 그의 방황이 적나라하게 현시(顯示)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그가 과거의 상황이 얼마나 비참했는가를 이해하게 한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쏘주’로 ‘개처럼 고개를 처박고’ 위로하고 있지만 결론으로 적시한 그의 영혼은 ‘쉰 넷에 눈물도 말라버리고 / 말도 잃어버린 채 / 식물귀가 되어버’리는 절망과 혼돈의 연속이다. 그는 다시 ‘당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 나는 강하지도 똑똑하지도 않단 말이오 / 참는 것만 잘하는 겁쟁이 바보란 말이오(「푸념」 중에서)’라는 어조로 정신적으로 여린 여인의 표상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슬플 때는 달이 폐지처럼 구겨지고 별은 꽃처럼 눈물에 튀겨졌다 맘이 허기질 때는 달을 듬성듬성 빌리고 별을 한 웅큼 얻어와 쌈을 싸 술과 함께 삼켰다 --「저작권」 중에서 김부자 시인은 별과 꽃을 눈물에 튀겨 ‘술과 함께 삼’키는 습성이 있다. 그의 술안주는 고급 주안상이 아니고 언제나 별이거나 꽃이다. 낭만적이다. 그러나 이것들을 ‘눈물에 튀’킨다는 아이러니컬한 점이 시의 마력(魔力)이다. 그는 이어서 ‘이생에서 차고 슬픈 것들은 / 모두 달이 되고 별이 되는 걸까’라는 의문형으로 시를 전개함으로써 그의 ‘눈물’을 더욱 방황의 길로 흡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나와의 약속」에서도 ‘남의 쪽박 깨지 말라기에 / 약속 지켰다가 / 그 쪽박 내가 찼네 // 남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말라기에 / 약속 지켰다가 / 그 피눈물 내가 흘렸네 // 그래도 나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네.’라는 비장한 어조로 궁극적인 인식의 확고한 정점을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2. 절망과 독백의 서정적 발라드 우리 시법에는 일반적으로 많은 서정시나 자연시보다 삶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이나 에피소드를 옆 사람과 얘기하듯이 쉽게 풀어 쓰는 담시(譚詩)의 형태를 응용하는 경우를 많이 대할 수 있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형성된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작품인 발라드(ballade)풍의 시들도 많이 쓰고 있다. 김부자 시인도 이러한 유형의 시를 창작하여 자전적인 요소를 다양하게 슬픔이나 눈물 등으로 현현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김부자 시인의 심저(心底)에는 지난날의 끔직한 궤적에서 발현하는 위기의 이미지가 비정적(非情的)으로 창출되어 ‘정말 외롭고 무섭고 / 두려웠습니다 // 소름끼치게 / 외롭고 무섭고 / 두려웠습니다 // 하늘 땅 만큼 // 에이포 용지 백만 장 만큼.(「2017∼2019 3년동안」 전문)이라는 두려움이 무섭게 전신을 휘감고 있다. 98% 부족한 지렁이가 2% 부족한 사람들에 섞이며 사느라 오늘도 낭떠러지에 황홀하게 서있다 . --「낭떠러지에서」 전문 아아, 위험한 상황(situation)이다. 현실적인 고뇌를 극단적인 선택의 방법을 모색하는 ‘낭떠러지’에 서서 깊은 사유에 잠겨있다. 그것도 ‘황홀하게’ 반어법(反語法)으로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김부자 시인은 우울하거나 슬픈 풍향계를 설치해놓고 현존(現存)의 고뇌를 자신의 부족함 또는 어리석음으로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절망의식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놓고 인간의 가면을 쓰고 사는 악마와 악녀들만 콕콕 찍어내 태풍에 날려버리면 안되나.(「2019. 13호 태풍 링링」 중에서)’라는 강한 어조로 저주 섞인 원망으로 당시의 실생활(real life)을 회상하면서 개탄하고 있다. 우리는 말을 할 수 있는 동물 유일하게 부끄러움을 아는 동물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전문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마술에 걸린 듯한 고뇌의 동굴에서 상당히 전개한 고심의 흔적을 이제사 이해하면서도 항의성 원망의 어조를 강렬하게 분사(噴射)하고 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처절한 절규로 상대방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는 어쩌면 직유법으로 인간답지 못한 상대방의 행위를 꾸짖어면서도 ‘우리는 사람’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을 적시하고 또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평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하여 고뇌의 중심에서 헤매이게 하느냐는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진솔한 언어는 그가 이미 발행하여 베스트 셀러까지 올랐던 자전소설 『가시나무새는 울지 않는다』에서 자세하게 상황을 전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인간들의 유한적(有限的)인 존재에서 너무나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아니 부도덕적인 삶의 행태를 소상하게 고발하고 있어서 아마도 그런 상황이 모티브가 되어 이러한 시적 경지에까지 도달하여 우리들의 공감을 유로하고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살자니 시시하고 죽자니 만만치가 않고 청춘이 아깝다고 하면 욕먹을 것이고 죽을 거면 진작에 죽을 것이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힘들게 처먹은 나잇값은 하라고 무당이 말린다 누구와 어디서 뭐하며 뭐 먹고 살까 --「점집에서」 중에서 그는 이제 생의 한계점까지 도달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가 생동한다. 어느날 무당을 찾아가서 생사(生死)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진작에 죽던지 아니면 ‘힘들게 처먹은 나잇값은 하라고’ 무당이 말린다. 그러나 ‘누구와 어디서 / 뭐하며 뭐 먹고 살까’라는 또 하나의 고민이 엄습(掩襲)하고 있어서 인간의 생명성에 대한 냉철한 지적인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수술을 해서 칼로 도려낸 것도 아니거늘 / 오장육부가 다 녹아내려 하나도 / 쓸모가 없게 돼버렸다 / 결혼 후 언제부턴가 / 인내심이라는 심부 하나 저절로 생겨 / 오장칠부로 조절을 잘해 왔거늘 / 그 인내심이 바닥났다 / 오장팔부로도 살아내기 힘든 요즘 세상 / 이모 / 여기 희망이라는 장기 하나 추가요.(「오장팔부」 전문)’과 같이 ‘인내심이 바닥’나서 힘들게 살아가는 비극적인 삶의 행태를 원망하면서 ‘희망의 장기’를 추가하여 ‘오장팔부’라는 역설적 언어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새파랗게 / 질렸소이다 // 내가 새파랗게 / 졌소이다 // 죽어도 그 무엇으로 / 새파랗게 싹틔우지 / 않겠소이다.(「두 손 두 발 번쩍이요」 전문)’라거나 ‘저 / 이제 / 대충 살아도 / 괜찮지요 / 저 / 이제 / 열심히 살지 않아도 / 되지요.(「괜찮지요」 전문)’과 같이 그동안의 모든 허물을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새로운 인내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부자 시인은 이처럼 절망과 독백의 시정(詩情)을 서정적인 발라드풍으로 간명(簡明)한 언어로 묘사하고 있어서 공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3. 여망과 기원의지의 처절한 화해 김부자 시인의 시심(詩心)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삶에 대한 고초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사유를 집중해서 방안을 탐색한 결과 그는 하나의 웅대한 결심의 여망을 기원으로 형상화하는 심리적인 결단을 내리게 된다. 일찍이 괴에테가 ‘괴로움이 남기고 간 것을 음미하라. 고난도 지나쳐 버리면 달다’라는 명언을 들려준다. 톨스토이도 ‘괴로움을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간이 발전하여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다’라는 말로 고독함과 우울함, 괴로움 등을 하나의 정신적 또는 인간적 성장 발전의 단초로 삼으로라는 교훈이다. 사람을 사자니 돈이 아깝고 총으로 쏘자니 총알이 아깝고 칼로 너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 난도질을 하자니 칼이 아깝다 그동안 내가 쏟은 피눈물로 가마솥 가득 채우고 고춧가루 팍팍 풀어 굵은 소금 한가마니 들어붓고 장작불 지펴 콸콸콸 끓여서 젖먹던 힘들 내어 너의 고운 미소에 사뿐히 뿌려주고 싶다. --「분노」 전문 그는 ‘하루하루가 산전수전 공중전 까무라치기전 360도 회전(「2009~2019까지」 중에서)’ 등 온갖 시련을 극복한 체험에서 획득한 삶의 진리는 바로 이 ‘분노’를 삭이는 일이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쏟은 피눈물’과 거기에서 내면으로 용암(鎔巖)처럼 이글거렸던 분노를 분출시켜서 녹여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너의 고운 미소에 사뿐히 / 뿌려주고 싶다.’는 애틋한 기원의지로 현현되어 그동안의 고초와 고심을 이해하면서 수용하고 긍정하면서 화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싶다’라는 문법상의 보조형용사를 문장에 삽입함으로써 그의 소망과 기원이 더욱 간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십 년 전 삼월 고향을 떠나와 서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눈을 뜨니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고향산천이 그립고 부모 형제가 보고싶고 낯선 것들로부터 밀려오는 두려움에 한없이 숨죽여 울었었다 그렇게 소녀의 모진 객지 생활이 시작되고 겁많은 소녀는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탔었다 내년 봄 삼월에는 솜사탕처럼 달달한 분홍빛깔 눈이 내려 주기를. --「삼월의 눈」 중에서 여기에서도 그가 안정을 소망하는 심저가 잘 발현되고 있다. 그가 고향산천과 부모형제를 떠나 서울로 올라온 체험에서 ‘겁많은 소녀’가 겪은 그리움과 두려움들을 ‘내년 봄 삼월에는 / 솜사탕처럼 달달한 / 분홍빛깔 눈이 내려 주기를.’ 인생 환희의 희망찬 호소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는 오래전(사십년 전 전 삼월)에 고향을 떠나와서 ‘소녀의 모진 객지 생활이 시작되’었고 추위를 견디면서 ‘한없이 숨죽여 울’기도 많이 했던 애환도 그를 인간적인 화해를 흡인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것이 결론적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유로하는 지적(知的)인 삶의 현장으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절망이 나의 슬픔이 나의 어리석음이 누군가에서는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전문 김부자 시인은 다시 현재의 절망적인 분노나 과거 처참했던 심중의 일단을 자신에게 스스로 질책하면서 ‘누군가에서는 / 타산지석이 / 되기를 바란다.’는 화해의 어조를 만천하에 분사함으로써 이러한 고행이나 불미스런 인생론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시(敎示)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의 기원은 원대한 인생의 순박하고 안온한 등대불로 밝게 비춰주기를 소망하는 참된 지성인의 조화이며 귀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마디를 던진다. ‘저 / 당신과의 약속 / 잘 지켰습니다! // 이제는 당신이 그 약속 / 지킬 때입니다? (「약속」 전문)’ 그는 자신과의 엄숙한 ‘약속’을 지킬 것을 독려하고 있어서 시적인 진실이 더욱 명징하게 정립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시를 통한 자정의 미학적 승화 김부자 시인은 다시 이러한 기원 속에는 시(詩)라는 좋은 인생 안내자를 만나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게 된다. 이는 자정(自淨)의 미학을 스스로 탐색하여 인생의 지표(指標)를 세우고 매진하는 양상의 인생노정을 설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탁월한 시인 보들레르는 ‘기쁨이든 슬픔이든 시는 항상 그 자체 속에 이상을 좇는 신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는 말로 시를 찬양한 바 있지만 김부자 시인도 자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자애(自愛-self love)를 위한 애환을 시와의 교감을 통해서 이상(理想)을 탐구해보자는 숭고한 심리적인 현상이 발원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존(自存-self respect)의 궁극적인 대명제가 동행하게 되는데 자신이 재생한 체험적 상상력에서 외연(外延)과 내포(內包)의 철학적인 상관성이 많은 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는 ‘60살 때 / 시를 배운지 3년이 다 된 / 지금 꽃을 보며 / 당신은 어찌 그리 예쁘오 / 묻고 있다 / 꽃은 살며시 미소만 짓는다(「꽃」 중에서)’는 어조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외적인 사물과도 대화가 가능한 시인으로 발돋음하게 되는 열렬파로 변신하고 있다. 어떤 시를 쓰려고 오장육부가 이리도 아리고 저리고 시리고 아프란 말이요 얼마나 좋은 시를 쓰려고. --「좋은 시를 찾아서」 전문 김부자 시인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길동시장에 위치한 강동도서관에서 ‘PC가 서툴러 연필글씨’로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쓰기 위해서 갖은 고초의 아픈 체험을 감내(堪耐)하고 있다. 그는 강동도서관에 가서 ‘이곳에 오면 세금 낸게 아깝지 않다 / 이 자리에서 공부해서 책도 쓰고 / 시도 쓰니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행복을 / 느끼는 공간이다 / 나만의 천국이다(「191번은 나의 수인번호」 중에서)’ 그는 시와 함께 하면 ‘나만의 천국’인 행복감에 젖는다. 마음의 안정을 찾지못해 10년째 이맘때면 이런 내용의 일기를 썼다 더 잃을 것도 더 내려놓을 것도 없으니 홀가분하다 내년 이맘때면 일기는 시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달처럼 적셔주고 흘린 눈물은 진주가 되고 새가되어 별처럼 빛날 것이다 --「10년째 이맘때면 쓰는 일기」 중에서 세상에는 공짜 없고 행운은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그분들 중 손수건 넉 장만큼 울게 한 분은 시인이다 나는 그분을 가장 존경하게 됐다 또 한 분은 인문학자다 이름 석자만 대면 모두가 다 아는 유명한 글쟁이들을 두 분씩이나 존경하는 나는 부자다. --「손수건 넉 장에 흘린 눈물」 중에서 보라. 김부자 시인과 시와의 친근한 교감은 이제 생활 주변에서 진정한 친밀감을 적시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심중을 ‘더 잃을 것도 더 내려놓을 것도 없으니 홀가분하다’는 단정(斷定)으로 시와 친교를 맺는다. 그는 ‘내년 이맘때면 일기는 시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 달처럼 적셔주고 흘린 눈물은 진주가 되고 새가되어 / 별처럼 빛날 것이다’라는 어조는 그의 비장한 지향점에 대한 각오와 매진을 확고하게 적시하는 애정이다. 또한 그는 ‘글쟁이들을 두 분씩이나 존경하는 나는 부자다.’라는 어조도 그가 시인과의 친교를 통해서 획득한 심신의 안정적인 처방이다. 아, 얼마나 고매(高邁)한 행로인가. 그는 이제 시와의 화해를 위해서 인생의 재탄생을 염원하고 있다. 비록 늦은 나이이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의 창조를 위한 결단이 한생에서 가장 보람찬 인생론으로 발전할 것이다. 시는 본질적인 면에서 인생이 비평이라고 M. 아놀드는 말했다. 그리고 시는 아름다운 언어구사만으로 모자란다고 호라티우스 시론에서 말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부자 시인의 시적 원류는 인간들의 갈등이 원초적으로 발흥(發興)되어 저항으로, 분노로 다시 화해로, 성찰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의 시정신과 시의 본령(本領)을 감응하는 것이다. 김부자의 첫 시집은 아직까지 언어의 조탁(彫琢)이나 주제의 투영에서 상징성, 은유적 시법, 그리고 이미지의 창출 등이 약간 미흡하거나 희박한 직설적인 표현 등이 앞으로 더욱 많은 열정을 투자해야 된 것 같다. 그런 연후에는 필연코 좋은 시응 창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며 탁월한 감성 깊은 좋은 시인으로 탈각(脫殼)하게 될 것은 자명(自明)하다.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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