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大物)나훈아, 그는 진정한 레전드가 분명했다
추석을 하루 앞둔
어제 저녁 8시가 30분이 지나는 무렵 지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KBS2에서 나훈아 단독 콘서트 방송이 있으니 시청하라는 메시지였다.
평소에도 KBS는 잘 시청하지 않는 나로서는 선뜩 내키지 않았지만,
지인의 권유도 있고 해서 채널을 돌렸다. 다른 인기 가수들에 비해 좀처럼 볼 수 없는
나훈아 특유의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무대가 펼쳐져 있었다.
가수는 팬들의 사랑과 성원을 받고 사는 직업이다, 수많은 가수들 중에는 잠깐 반짝했다가
유성별처럼 사라지는 가수가 참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훈아는 달랐다.
지난 2019년 ‘청춘 어게인’이라는 타이틀로 열었던
나훈아 콘서트의 R석 가격은 165,000원이었고 S석은 143,000원이었다.
그런데도 3만 석이 30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소식은 살아있는
레전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해주는 바로미터였다.
이번 나훈아 콘서트의 타이틀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을 반영하여
“대한민국 어게인”이었다. 파격적인 조건도 붙어 있었다. 재방송 불가,
유튜브 불가, 영상 편집 불가, 광고 불가, 그 대신 출연료 제로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런 조건이 왜 붙었는지 특별 출연한
김동건 아나운서와의 대담에서 은연중 드러났다.
15년 만에 공중파에 등장한
나훈아는 자신의 공연을 중계한 공영방송 KBS를 향해 그동안 국민의 눈높이와 달랐던
KBS의 보도 행태를 지적하며 “KBS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는 앞으로 거듭날 겁니다.”라고 작심한 듯 소신 발언을 했다.
출연료 0의 공연을 기획한 KBS로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핵 펀치 한 방이었다,
나훈아의 발언은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편파방송을 일삼고 있는
KBS의 속성을 국민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나훈아의 소신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훈아는 코로나 방역의 영웅으로
의사와 간호사들을 칭송하고 의료진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의사 파업이 일어났을 때 간호사를 영웅으로 칭하여
의사와 편 가르기를 시도했던 청와대 누구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면서 나훈아는
“옛날 역사책을 보면 제가 살아오는 동안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여러분 생각해보십시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IMF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습니까.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고,
나라를 위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나훈아가 언급한 위정자는
국민을 위해 선정을 베푸는 위정자(爲政者)가 아니라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자기편 이익만 추구하는 사기꾼 정치인 즉 위정자(僞政者)를 지칭했다,
이날 순간 시청율은 41.4%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나훈아의 이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청와대에서도
이 방송을 시청했다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장본인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또한 이 순간 쥐구멍을 찾은 사람은 이 공연을 재가(裁可)한 KBS 사장뿐만 아니라
조국, 추미애, 윤미향 등을 감쌌던 사이비 정치꾼들도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나훈아는 김정은이 불렀던 2018년 평양공연에도 가지 않았다.
들렸던 소문에는 “내가 거기에 왜 가느냐”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당시, 이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김정은 앞에서 90도 고개를 숙인 조(趙) 아무개 가수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이 세간에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나훈아는 정부가 주는 훈장을 거절한 사연도 밝혔다,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가 엄청난데 거기에 훈장까지 목에 걸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디느냐”는 말로 거절이유를 밝혔다.
역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은 대인(大人)다운 처신이었다.
이날 나훈아는
책을 많이 읽어야 곡에 맞는 가사가 창작된다는 소회도 밝혔다.
그가 열창한 신곡 ‘테스 형’ 가사에는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는 노랫말이 나온다. 테스 형이 소크라테스였으니
철학이 깃든 노랫말로 들렸다, 나훈아는 노래는 물론 작곡, 작사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트다.
자신이 작곡한 노래만 800곡이 넘고 그가 부른 노래도 2600곡 이상이나 된다.
음원 수입도 엄청난 금액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나훈아의 공연은
그가 왜 가황(歌皇)이라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는지 실증해 주는 무대이기도 했고,
그 어떤 인기 가수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진정한 레전드의 카리스마가 빛난 무대이기도 했다.
그에게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글: 장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