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3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안철수 의원. photo 연합 |
지난 12월 13일 결행된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은 내년 4월 총선 전망과 관련해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 3자 대결 구도가 현실화될 경우 야권은 여당에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안겨주며 심각한 패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에 동의하는 쪽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분열주의자’로 비판하며 선거 막판이라도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중도성향의 안철수 신당이 오히려 여권 표를 잠식해 여권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여야 극렬 대치를 불러오는 현 지역 독점 기반의 양당제 대신 이제는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이러한 전망에는 안철수 신당이 제3당으로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섞여 있다.
안철수 신당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할 것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지난 4·29 관악을 재보선 결과를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당시 선거에선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출마해 야권 표를 잠식하면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오 후보는 43.89%를 얻었고,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34.2%,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20.15%를 득표했다.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 황태순씨는 “야당의 아성이라는 관악을에서 27년 만에 새누리당 후보가 깃발을 꽂은 관악을 상황이 안철수 신당 출현 후 치러질 총선 결과를 보여준다”며 “야권 후보가 난립할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는 야권의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수도권 112석 중 20석도 어렵다”
‘분열=필패’라는 전망은 안철수 탈당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12월14일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상대로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고 물은 결과 새누리당 30.2%, 새정치민주연합 23%, 안철수 신당 18.6%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3자 구도가 현실화할 경우 새누리당은 서울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24.5%로 새누리당(23.4%)을 오차 범위 내에서 눌렀고 안철수 신당을 찍겠다는 응답도 21%나 됐다. 서울과 함께 총선의 분수령인 경기·인천에서는 새누리당이 25.6%로 1위를 차지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24.2%), 안철수 신당(18.5%)을 합할 경우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훨씬 많았다. 호남의 경우는 안철수 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이 30.4%로 새정치연합(27%)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 승패를 좌우할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어부지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안철수 신당은 선전하더라도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의석을 나눠 갖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신당 후보가 기호 3번을 달고 출마하면 3~5% 정도의 표를 갉아먹는데, 500~1000표 차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그 정도면 치명적”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걱정은 내년 수도권 총선”이라며 “지난 총선은 야권연대가 이루어져 전국 대다수 지역에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 현재의 야당 의석이 나왔다. 현 상황에서 이러한 구도는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이 1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180석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자 구도로 가면 야권이 현 수도권 112석 중 20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분열=필패’에 동의하지 않는 쪽 주장을 보자. 안철수 신당이 나와도 야당에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는 쪽은 ‘분열=필패’라는 공식 자체가 잘못된 믿음이라고 주장한다. 역대 선거결과 분석을 토대로 제3당 가능성을 모색한 ‘바보선거’ 저자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은 “지난 30년간의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은 선거에서 결코 양당제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며 “야권이 뭉치면 승리하고 흩어지면 진다는 공식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인 2014년 7·30 보궐선거 결과를 보자. 당시 동작을 선거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야권 단일후보인 노회찬 후보를 상대해 929표 차로 신승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패해 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지만 야당 강세지역으로 평가받는 지역구에서 야권은 오히려 패배했다.
반면 같은 7·30 보궐선거에서 수원정 지역구는 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당·노동당 등 야권 후보들이 난립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가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를 약 7%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이에 대해 최광웅씨는 “문제는 어떤 후보가 나서 광범위한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느냐 여부”라며 “7·30 동작을 선거에서 사표(死票)가 1403표나 나왔다는 것은 노회찬 단일후보가 중간층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며, 이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4·29 관악을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이긴 것도 야권 후보 난립보다는 ‘친노’(정태호) 후보와 ‘급진’(정동영) 후보가 중간층을 끌어들이지 못한 결과로 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野 후보 난립보다 중도표 흡수가 관건
‘분열=필패’라는 공식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 지난 대선에서 야권은 절대 질 수 없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여야가 1 대 1로 맞붙은 최초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대로 당시 선거에서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차례로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문재인 단일후보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결과는 문 후보의 3.5%포인트 차 패배였다. 반면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야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완주하며 95만여표(3.9%)를 가져갔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57만여표 차로 승리했다.
사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양당제 못지않게 다당제도 선호했다. 1985년 12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 8번 치러진 선거에서 제3신당이 성공한 사례는 모두 네 번이었다. 1985년 12대 총선에서 선거 25일 전 급조된 신민당이 관제 야당인 민한당을 누르고 제1 야당으로 올라선 것이 시작이었다. 12대 국회는 선거 이후 신민당이 민한당을 흡수해 양당제로 운영됐지만 당초 국민의 선택은 다당제였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는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을 차지한 가운데 3김이 이끄는 야당이 무려 164석을 얻었다.(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 3김은 탄탄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야당의 외연을 오히려 확장했다.
이어 14대 국회도 정주영 회장의 통일국민당이 31석을 얻으며 3당 실험에 성공했다. 통일국민당은 제1 야당인 민주당(97석)과 함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인 민자당(149석)을 견제했다. 15대 국회에서도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어 제1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79석)에 이어 원내교섭단체가 됐다.
전문가들은 제3당 실험이 성공을 거둬 다당제로 운영된 국회가 오히려 생산성이 높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 13·14대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청문회 제도 도입(13대), 사회보장기본법안(14대) 등 우리 사회를 바꾼 굵직굵직한 입법 성과가 있었다. 의석수에서 뒤진 여당이 오히려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협치의 정치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여야 두 정당이 정면으로 맞부딪치지 않고 중재 역할을 하는 제3당의 존재가 협치를 가능하게 한 측면도 있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 우리 선거제도와 선거 후 이뤄진 인위적 정계개편이 ‘어거지 양당제’를 만들기 일쑤였지만 당초 득표율만을 기준으로 하면 유권자들의 표심은 항상 일정 수준의 3당의 출현을 기대했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각각 119석과 109석을 얻은 16대 총선에서는 자유민주연합이 17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했지만 득표율은 9.8%(186만표)로 만만치 않았다.
이 득표율에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전국구 의석수를 다시 계산하면 당시 자민련의 의석수 17석은 29석으로 늘어난다. 17·18·19대에서도 제1당과 2당을 제외한 소수당의 득표율은 각각 20.1%, 29.5%, 13.5% 등으로 모두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전국구 할당 방식이 제1, 2당의 기득권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실제 최근 여야 선거구 획정 협상에서 검토 중인 ‘균형의석제’가 도입되면 안철수 신당은 현재의 지지율만으로도 안착이 가능하다. 균형의석제는 정당의 총선 득표율 절반을 비례대표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만약 안철수 신당이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인 18%만 얻어도 300석 기준 9%인 27석을 보장받는 식이다. 극단적으로 안철수 신당에서 안철수 의원 혼자만 지역구에 당선되더라도 26석을 비례의석으로 채워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제도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정당투표에서 13.3% 이상만 득표하면 20석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제도 도입을 새누리당이 명확히 반대하고 있어 도입은 불투명하다.
“야권 파이 키워주는 상황”
현행 제도하에서도 안철수 신당은 우리 정당사에 제3당 성공의 역사를 추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과거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던 3김에 비해 애매한 중도 이념만 앞세워서는 안철수의 3당 실험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우리 국민들에게 제3당을 바라는 기대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를 끌어낼 구체성이 안철수 신당에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안철수 의원의 행보와 발언이 관건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3당을 지향하는 명분과 구체성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반(反)문재인’ 말고는 뚜렷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의원의 그간 주장으로 미뤄볼 때 안철수 신당은 ‘중도 개혁’ 노선을 표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은 지난 12월 13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겠다”고 밝혔고,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는 ‘낡은 진보 청산’을 혁신의 제1과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안 의원은 새누리당 노선에 반대하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진보 노선에도 거부감이 있는 제3의 중도지대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지난 12월 15일 부산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패나 막말, 갑질하는 사람, 내 생각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 수구 보수적인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며 신당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철수 신당이 중도지대를 파고들 경우 여권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당 내에서도 나온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지난 12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이탈한 세력들이 합리적 보수, 중도층을 겨냥할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이 싫어서 우리에게 남았던 층들이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결국 야권 분열로 인해 우리에게 유리한 게 아니라 야권에 파이를 키워주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선거 막판 야당이 다시 합치거나 선거 연대를 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이 선거 연대를 해서 단일 후보를 내세울 경우 수도권 싸움에서 여당은 결정적으로 불리해진다.
결국 관건은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사람들의 면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주도권 싸움과 중도표의 흐름을 결정 지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호남의 지지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호남 여론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경우 수도권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면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에서의 추가 탈당이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안철수 신당 자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댓글 강건너 불구경하다 여당에서 어부지리 한다는 말씀인가요?
새누리당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으로 선거 막판 야당이 다시 합치거나 선거 연대를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충분하게 명문이 있고, 승산이 있어도 누구하나 나서지 못하게하는 새정치민주당 입니다.
이거는 밑빠진 독에 물붇기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서로 텃밭싸움 할 시간이 어디있나요.
오죽했으면 부패나 막말, 갑질하는 사람, 내 생각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 수구 보수적인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었을까요.
이제는 전국민이 다 듣고, 보고 알고 있습니다.
연대보다 중도층의 표흡수가 더 크게 성패를 좌우한다는 결론의 기사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복잡한 시기이니 더 많은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저도 새정연과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거 같기도 하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단테 좋은 의견이십니다 ... 근데 박근혜 넘사벽 지지율은어떤 상황에서도 존재하니 진보쪽 또한 합리적인 스텐스면 함께해야지않을까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