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가
매년 초마다 언론을 통해서 자주 발표되는 설문조사 결과가 하나 있다. 바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새해 목표에 대한 설문조사이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 결과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매년 큰 변동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는 금연이,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가 매년 압도적인 1순위로 집계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평생에 걸쳐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만큼 다이어트를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한다. 때문에 새해가 되면 그 열정이 더욱 커지면서 설문조사 결과가 도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년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새해 목표 조사에서는 금연과 다이어트가 매년 1순위를 차지한다. <출처: gettyimage>
실제로 비만 인구에 대한 다양한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다이어트의 실패는 단순히 심리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비만 인구의 비율이 15% 이상인 주가 1991년에는 4개뿐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의 대부분의 주인 37개로 크게 확산되었다. 영국 역시 10대 인구의 과체중 비율이 198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비만 인구 비율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만 인구의 비중이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총 사회경제적 비용이 1조 8,10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사 결과들은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시간과 비용을 투여하고 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이에 대해 경제학 역시 의미 있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음식 섭취 행위를 비용-편익 관점에서 살펴본 일련의 연구들이 있었다. 위싱턴대학의 애덤 드레브노프스키(Adam Drewnowski) 교수는 저소득층 가구가 상대적으로 몸에 해로운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경제적 관점에서 규명하기 위해 1달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칼로리 정도를 음식별로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채소나 과일 등을 구매하여 1달러 당 얻은 칼로리와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을 구매하여 1달러 당 얻은 칼로리를 비교한 것이다.
애덤 교수는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1달러를 투여하여 저칼로리의 음식을 구매하여도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지출을 하는 데 별 부담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저칼로리 식재료인 채소, 과일, 통밀빵 등에 대한 구매가 원만히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저소득층 사람들은 자신의 비용으로 저칼로리 음식을 섭취할 경우 모자란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식비를 지출해야 하므로 채소, 과일과 같은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평균 이상의 수입을 가진 사람에 비해 빈곤선 근처의 수입을 거두는 사람들의 비만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전반적인 비만 인구 비율의 증가 추세를 비용편익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커틀러(David M. Cutler) 교수는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 투여되는 제반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음식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만드는 시간적 비용과 음식을 만들어 먹은 후에 치우는 데 드는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 또한 분명 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먹었을 때 누리는 편익보다 이러한 불편함으로 인한 비용이 더 클 경우, 당연히 음식 섭취는 줄어들게 된다. 배는 고프나 귀찮아서 굶었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금은 냉동으로 포장된 감자튀김을 사기만 하면 된다.
<출처: gettyimage>
하지만 오늘날에는 냉동식품의 발달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별다른 불편함 없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대형마트 식품 코너에 가보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즐겨 먹는 거의 대부분의 음식이 냉동식품으로 만들어져 출시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일이 식자재를 사서 요리에 적합한 형태로 다듬고 양념도 직접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냉동 포장된 제품을 사서 일회용 그릇에 놓고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쉽게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즉, 음식을 섭취하는 데 투여되는 여러 비용들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당연히 음식 섭취의 횟수와 양이 증가할 요인들이다. 커틀러 교수는 과거에는 감자튀김을 먹으려면 감자를 썰고, 튀기는 일련의 행위를 직접 해야 했지만, 지금은 냉동으로 포장된 감자튀김을 사기만 하면 된다고 언급하면서, 1970년대 이후 감자 소비가 30% 이상 증가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커틀러 교수가 음식 섭취에 투여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면, 시카고대학의 토머스 필립슨(Thomas Philipson)과 리처드 포스너(Richard Posner)는 섭취한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 주목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근무 형태의 대부분이 육체노동에 해당했기 때문에 자신이 섭취한 칼로리를 자연스럽게 소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누군가의 농장에서 돈을 받고 일을 하면서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오늘날의 경우, 자신이 섭취한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요컨대 과거에는 돈을 받으면서 칼로리를 소모했지만, 오늘날에는 돈을 써야지만 칼로리를 소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만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일련의 연구들이 전반적인 비만 인구 비율의 증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견해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연초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강력히 희망한다는 것은 다이어트에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편익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다이어트에 계속해서 실패하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음식 섭취로 인한 편익 못지않게 다이어트에 성공했을 때 얻게 되는 편익 또한 높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에도 기본적으로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 접근법은 유효하다.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가 칼로리도 높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대가를 지불해야 함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맛있는 햄버거가 주는 편익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햄버거를 구입한 것이다. 또한 밤에 강변에서 조깅하는 것보다 치킨과 맥주를 시켜놓고 TV 앞에 앉아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더 큰 편익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운동 대신 야식을 선택한 것이다.
햄버거의 칼로리가 높다는 것을 알지만, 맛있는 햄버거가 주는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햄버거를 구입한다.
<출처: gettyimage>
다이어트와 음식 섭취에 대한 일련의 상황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다이어트 성공으로 인해 얻게 되는 편익은 먼 미래의 편익이지만,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편익이라는 점이다. 즉, 우리는 먼 미래의 편익보다 지금 당장의 편익을 더욱 크게 생각하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먼 미래의 편익보다 지금 당장의 편익을 더욱 크게 생각하는 이유를 행동경제학자들은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를 통해 설명한다. 과도한 가치폄하효과란 가까운 시일 안에 받을 수 있는 편익이라면 그 편익의 크기가 비록 작아진다 하더라도 더 빨리 받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다.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를 단적으로 확인시켜준 실험이 있었는데,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명저 《넛지》의 저자로 알려진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가 35살 때 수행한 실험이다. 그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비일관적인 태도를 확인한 바 있다.
리처드 탈러는 먼저 일 년을 기다렸다가 사과 한 개를 받을 것이냐 아니면 일 년하고도 하루를 더 기다렸다가 사과 2개를 받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거의 동일하게 일 년이나 기다렸는데 하루를 더 못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일 년하고 하루를 더 기다려 사과 2개를 받는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사과를 주겠다는 시점을 일 년이라는 긴 시간 뒤가 아니라 바로 당장으로 바꾸어 제시하면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 당장 사과 하나를 받을 것이냐 아니면 내일 사과 2개를 받을 것이냐는 질문을 바꾸어보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앞서와 동일하게 하루만 기다려도 사과를 하나 더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사과 1개 받는 것을 더욱 선호했던 것이다. 즉, 모순된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탈러 교수는 먼 미래에는 사과 하나를 더 얻기 위해 기다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 왜 지금 당장은 하루를 더 기다리지 못하는 지에 대한 이유로 사람들이 편익을 얻게 되는 시점에 따라 상이한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지금 당장 사과 1개를 받을 것이냐, 내일 사과 2개를 받을 것이냐 <출처: gettyimage>
동일한 금액을 지금 당장 받을 경우와 나중에 받을 경우를 두고 선택하라면 누구나 지금 당장 받는 것을 선호한다. 그것은 미래에 받게 될 편익의 경우에는 지연된 기간만큼 할인되어 평가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100만 원은 말 그대로 100만 원의 가치가 있지만, 1년 뒤에 받게 될 100만 원은 100만 원보다 적은 금액으로 할인되어 평가된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상거래나 우리 일상생활 중에서 1년 뒤에 100만 원을 받는 대신 차라리 지금 당장 80만 원 내지 90만 원만 달라는 등의 역제안을 하는 경우를 빈번히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위의 탈러 교수의 실험 상황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사람들은 일 년 뒤에 사과 한 개를 받기보다는 일 년하고도 하루를 더 기다려 사과 두 개를 받기를 원했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하루를 더 기다리기 싫어 사과 2개 대신 할인해서 받고자 한 사과의 개수가 사과 1개보다는 더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 년하고도 하루를 더 기다리는 대신 일 년 뒤에 곧바로 사과를 받는다면, 그들이 원하는 사과의 개수는 사과 1.5개 내지 1.7개 등과 같이 사과 1개보다는 더 크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를 더 기다려 사과 2개를 받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에게 하루라는 기다림의 비용보다 사과 1개가 가져다 주는 편익이 분명 더 컸기 때문에 이 같이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사과 1개를 받는 것과 내일 사과 2개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결정을 내린다. 아까까지는 사과 1개를 더 받기 위해 하루를 더 기다리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이제는 사과를 1개 더 받을 필요 없으니 지금 당장 달라는 것이다. 이는 아까와는 달리 하루라는 기다림의 비용보다 사과 1개가 가져다 주는 편익이 작기 때문이다. 즉, 1년 뒤의 하루와 지금 당장의 하루는 다른 방식으로 판단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먼 미래에 받게 될 보상을 상대적으로 크게 평가 절하했기 때문에 유발된다. 즉, 과도한 가치폄하 현상이 유발된 것이다. 먼 미래에 얻게 될 편익은 작게 평가되어 하루 이틀 더 기다려도 무관하지만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보상은 남다른 것이기에 하루만 달라져도 평가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는 다이어트와 금연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출처: gettyimage>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는 다이어트의 실패를 설명하기에 아주 유용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이어트를 통해 멋진 외모를 갖추고 보다 건강해지는 것은 커다란 편익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편익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편익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다이어트 성공으로 인해 먼 미래에 얻게 될 편익은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반면, 지금 눈앞에 있는 조각 케이크가 주는 기쁨은 상대적으로 크다. 조각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앞서 탈러 교수의 실험 결과처럼 하루만 기다리면 두 조각을 준다 해도 바꾸기 어려운 기쁨일지도 모른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식탁 앞에 놓은 음식에 속절없이 굴복하는 것이다.
미래 편익에 대한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는 비단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만을 규명하는 데 적합한 이론은 아니다. 매년 초 남성들의 새해 목표인 금연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적합하다. 흡연이 가져다 주는 기쁨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하지만 금연으로 인해 건강해지는 편익 등은 한참 뒤에야 누릴 수 있다. 건강이 가져다 주는 편익이 먼 미래에 유발될 편익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보다 큰 편익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먼 미래에 누리게 되는 편익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평가 절하되고, 지금 당장의 흡연의 기쁨과 비교되어 무시당하는 것이다.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인기 드라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 CEO가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구조보다는 단기성과에 몰입되는 이유 등이 모두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에 의거한 행태라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련의 행위 중 미래의 편익을 과도하게 폄하하여 유발된 행동은 무엇인지 돌아보면,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생활에 도움되는 알찬정보 접수합니다^^
다이어트 힘들어요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