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생활적응기 1편 -까다로운 시아버님식성]에 이어
두번째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시어머니 이야기랍니다.
토욜에, 산부인과에 다녀왔습니다.
두 번이나 다녀왔읍지요.
왜 두번이나 다녀왔냐면은요... ^^
오전에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는데,
담당선생님께서 아기가 첫아기때보다 크고(3.7kg),
제 건강상의 이러저러한 이유로 하여,
예정일(10월7일)은 아직 멀었지만,
월욜(29일) 저녁때 유도분만을 시도하는 것이
아기건강이나 제 건강을 위해 가장 나을듯한 방법이라고 하시더군요.
선생님 말씀대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병원에 다녀와서 시댁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님 안계시더군요.
친정에 전화해서 그러저러해서 월욜에 유도분만하기로 했다고
말씀드리고, 아버님 핸폰으로 전화를 드렸더니
아버님께서도 알았다면서 끊으셨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어머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으응??? 예정일 되려면 아직 한참남았는데,
또 아그를 돌려서(유도분만해서) 놓는다구?]
-첫째 아이도 유도분만을 했었습니다. 그땐 양수양이 적어서...
[네, 어머니.... 아기가 조금 크고, 게다가 아기 두상도 큰편이라네요.
....그래서... 아기 더 크기전에 낳자고 권하시고....
제가 왠만하면 자연분만하기를 원하니까..... .......
그래서, 월욜 저녁밥 먹고 오라고 하네요.]
-저녁밥 먹고 오라고 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어머님께서 발끈(!) 하셨습니다.
[으응??? 뭐라구??? 이 사람들이 정신 있는 사람들이가???
올해가 양띠 아니가??? 양띠 알라를 저녁먹고 밤에나 새벽에
낳자는 말이쟈나???]
결국, 어머님께서는 그날 오후에 저를 데리고 병원에 한번 더 가자고 하셨습니다.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야 아기 낳을 날짜를 뽑을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배 아플때까지 기다려서 낳을꺼 아닌 이상, 좋은 날 맞춰서 낳는게 좋지않겠냐고 하십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대부분 제왕절개 수술해서 낳을때도 좋은 날, 좋은 시 맞춰서 낳는다고 말씀하시네요.
유도분만을 하면 낳는 시까지는 못맞춰도 날짜는 맞춰줘야 하지않겠냐고 하십니다.
병원에 갔더니, 오전에 왔던 제 얼굴을 또 본 간호사들...
갑자기 배아파서 온줄 알더군요.
어머님 병원가서 한바탕 뒤집어 놓고 오셨습니다.
아무리 태아감별이 불법이라고는 해도,
이제 낼모레 아기를 낳을건데, 아들인지, 딸인지 좀 가르쳐주면
어디가 덧나냐고말입니다.
딸이라고 해서 아홉달 넘게 뱃속에서 키운 아기를 지우기라도
할까봐 안가르쳐주냐면서....
정작 제 담당 선생님은 5시까지 근무하시고 퇴근한 시각이었습니다.
애꿎은 간호사들한테 마구마구 퍼붓자,
얄궂은 표정을 한 간호사가(병원에서 노발대발 퍼부어대는 어머님 모습이 밉거나 짜증났었겠지요...) 제 담당선생님말고 다른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초음파를 한번 더 보자고 하더군요.
다른선생님 말씀이,
초음파로 봐서 아들인지 딸인지 100% 알수 있는건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림자로 아들인지 딸인지 구별할수 있겠냐고 하시네요.
운좋으면(아기가 다리를 쩍~ 벌려주면)
정확하게 아들이구나 짐작할수 있는것이고,
운나쁘면(아기 자세가 다리를 꼬고 가리고 있으면)
아무리 의사라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딸이라도 외음부가 약간 돌출된 아기의 경우
아들로 착각할수 있고,
아들이라도 고추가 작거나 하면 안보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제 담당 선생님은 99%이상 정확하게 아들,딸
구별되지 않는 이상 [딸입니다. 아들입니다]하고 언급해주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어쨌든, 초음파를 한번 더 봤는데,
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낳아봐야 안다는 말도 덧붙여주셨습니다.
남편은 어머니때문에 창피해 죽을뻔 했다고 하네요.
저도 조금은 창피했지만, 죽을뻔 한 정도는 아니었구요. ^^
저 시어머니 욕하려고 글 적고 있는것 아니거든요.
저는 친정엄마보다 시어머니가 더 좋습니다.
어느 엄마를 더 사랑하냐고 물어도 금방 대답하기 힘들정도입니다.
love와 like의 차이... 아시는 분은 아실것입니다.
사과를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사랑한다고 하기는 좀 그렇죠?
친정엄마를 사랑한다고는 말할수 있는데,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제가 친정엄마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것입니다.
분명히 친정엄마를 사랑하지만, 그건.... 애증(!)이 섞인...
묘한 색깔의 사랑이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시어머니가 더 편하고, 더 좋습니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친정엄마랑 시어머니가 물에 동시에 빠져서 둘중 한분만 제가
구할수 있다고 한다해도 저는 쉽게 결정 못할것입니다.
친정엄마랑, 시어머니는 극과 극입니다.
아주아주 다릅니다.
엄마는 25년을 넘게 사회생활 하신 분이고,
저보다 살림에는 더 잼병이고, 소질없는 분입니다.
부잣집 완전늦동이 막내딸로 자란 분이지요.
시어머님께서는 평생을 살림만 하신 분이시고,
가난한 집 맏딸로 자란 분이세요.
저는 회사생활만, 열심히 열성적으로 하는
수퍼우먼엄마(왠만한 월급쟁이 월급의 4-5배의 돈을 벌었으니까)
밑에서 자랐기때문에 어릴때 꿈이 [현모양처]였답니다.
그런 엄마에대한 반발(?)내지는 보상심리로서,
나는 시집가면, 살림 예쁘게 하고,
자식들 외롭게 하지 않는 엄마가 되어야지...
집안 예쁘게 꾸며놓고, 맛난 간식 만들어서, 애들 먹이고,
맛난 음식 정성껏 만들어서 남편먹이고, 애들 먹일테다....
애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따뜻하고 기분좋게 맞아줘야겠다.
비가 오면 꼭 학교앞에 우산들고 마중나가야지...
그런 생각으로 자랐지요.
그런 엄마를 가진 아이들을 항상 부러워하며 컸으니까요.
조금 커가면서 제가 엄마대신 빨래도 하고,
청소도하고, 반찬도 만들어 내고 하자 엄마는
내심 반가웠겠지만, 겉으로는 그런거 하지말로고 했습니다.
여자가 일 잘하면 일 복 많아진다고,...
못하면 못해도 살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일 잘하는 여자들이 꼭 일 복 많은 지지리도 궁상맞은 곳에
시집가게 된다고...
돈만 있으면 가정부들여서 일 시켜가면서 살면 된다는...
그런 엄마한테 파 하나 써는 방법, 상추 한장 씻는 방법,
콩나물 다듬는 방법, 구멍난 양말 꿰매는 방법같은걸
배우기는 무리였겠지요?
저 나름대로 음식은 제법 만들줄 알고 시집왔습니다.
엄마한테 배웠을리는 만무하지요?
고모한테 전화해서 김치찌게, 된장찌게 끓이는거 배웠고,
국수 잘만드는 큰엄마한테 전화해서 국수 만드는법 배웠고,
시장가서 생닭사오면서 그거 파는 아줌마한테 닭도리탕 만드는법
듣고 와서 음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께 대파 다듬는 법, 콩나물 다듬는 법,
상추씻는법....뭐 그런걸 배울수 있었겠습니까...
저 시집와서 어머님께 다 배웠습니다.
잔소리 들어가면서 지긋지긋하고 괴롭게 배웠냐구요???
아니요.
그냥 어머님께서 하시는거 눈으로 보면서 배웠습니다.
말로 이것저것 아는척하시는 분 아니거든요.
어머님 성격이 저랑 비슷해서,
잔소리 하는것도 싫어하시고, 듣는것도 싫어하시는 분이십니다.
꼭 해야할말만 (물론, 당신 기준에서) 하시는 분이십니다.
친정엄마는 그다지 살가운 성격이 아니십니다.
딸이라고 따뜻하게 한번 안아준 적도 거의 없습니다.
아플때 이마에 손 한번 짚어준 기억 없습니다.
그냥 돈주면서 병원가라고 하시는 분입니다.
그에비하면 우리 시어머님은...
제가 잘못했을땐 (최대한 감정다스려가면서)
이러이러해서 니가 잘못했다고 호되게 야단치시지만,
조금 지나면 등 뒤에서 안아주시면서,
[엄마때문에 속상했재? 또 엄마 몰래 울었나?]하십니다.
[엄마가 너 미워서 잔소리 한거 아닌거 알재?]하시며,
웃어주십니다.
제가 아프면 이마에 손도 짚어주시고,
약도 직접 사다주십니다.
물론, 또 아프냐고 핀잔도 주시지만,...
시집오고 처음엔 또 아프냐는 말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님마음 알기때문에 서운하지 않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병원다녀와서,
남편은 입이 이따만큼 나와서 투덜댔더랬습니다.
병원에서 쪽팔려 죽는줄 알았다면서...
아기를 낮에 낳으면 어떻고, 밤에 낳으면 어떻다고,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길래,
사주가 다 뭐소용이냐고,
요즘 애들 몽땅 다 날 받아서 좋은 날에 사주 받아서 태어나면,
팔자 더러운 애는 하나도 없겠다면서....
병원가서 그 소란이냐구......
간호사들이 수근대더라면서.....
제가 그랬어요.
사주가 맞든, 틀리든,
어머님 말씀하는게 진짜든, 미신이든,...
그렇게 해서 어머님 마음이 편하고 든든하면 그걸로 된거 아니냐고.
그냥 병원에서 시킨대로만 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어머니께서 생각하는 좋은 날짜나 시가 아니라면,
별것아닌 일에도 아기 사주가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 하실텐데...
그냥 어머님 하시고 싶은대로
날 받아서 유도분만해서 낳으면,
애꿎은 병원탓, 사주탓 안하실거 아니냐고...
어머님 생각이 그러시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어머님 마음대로 하게 해주면 될것을......
병원에서 조금 창피했던게 대수냐고,
당신 어머니 기분이 더 중요한거 아니냐고 말해줬더니,
남편도 아무말 안하더군요.
저는 사주나 미신같은거 안믿지만,
어머님께서 믿으시니까,
어머님께서 그게 좋으시다고 하니까,
그냥 어머님 시키는대로 하려고 해요.
제가 이번주에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머님께서 아직 날을 안받았으니까....
아마도 아기낳으러 병원에 가야 할것같아서요.
제 결혼생활적응기 -아가씨들이야기, 결혼준비이야기, 남편이야기....
남은 이야기는 천천히 올릴수 있을것같네요.
오늘 밤에 아기 낳으러 간답니다. 내일 11시에서 1시 사이에 낳는게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밤 10까지 입원하러 갑니다.... ^^ 남편과 딸아이는 집에서 자라고 하고 어머님이랑 저랑 둘이 가기로 했어요. 슬슬.....겁이 나기 시작하는게..... 아효~~~ 떨려...
첫댓글 왜 갑자기 일케 눈물이 나는걸까요? 갑자기 울 시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이쁜아기 잘 낳으셔요~~@@@
오늘 밤에 아기 낳으러 간답니다. 내일 11시에서 1시 사이에 낳는게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늘 밤 10까지 입원하러 갑니다.... ^^ 남편과 딸아이는 집에서 자라고 하고 어머님이랑 저랑 둘이 가기로 했어요. 슬슬.....겁이 나기 시작하는게..... 아효~~~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