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제사상을 준비하며
화은 배애희
결혼 후
첫 명절 제사상을
차리시던 시 엄마가 부르시더니
제사라고는 처음인 내게
제사상 차리는 법을 알려
주신다
홍동백서니 어두 육미니
네가 알아야 나중 동서를
볼 때 편하다나
여 때 그런 거 몰라도
잘 만 지내왔는데
그런데
지방을 집안 조카에게 부탁을
해 써오신다
그게 못마땅한 나
남편에게 왜 남에게 부탁 하나
했더니
시아버지께서 으레
그렇게 하시니 그냥 따라가는 거라고
그러니 아들이 몇 명이 있어도
알려 하지 않았다
내가 나서기로 한다
한자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쓰는 법을 알기에
옥편을 뒤져
그 뜻을 알아가며 내가 쓰기 시작했다
다음 명절
당숙께서 물으신다 지방 누가
쓴 거냐고
혹시 실수라도 했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제가 쓴 거라고 잘못된 것이
있나고 했더니
제 손을 잡으시며
고맙다고 잘했다고 칭찬을
하시며 그 뜻을 아냐고
물으신다
내가 아는 만큼 뜻풀이를 하니
당숙께서 크게 칭찬을
해 주셨다
우리 집안에
좋은 며느리 들어왔다고
아는 게 힘
내 어깨가 으쓱 해졌다
그때부터 시동생들에게
지방 쓰는 법을 알려 줬지만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았고 남편 역시도
지방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명절이나 기제사가 있는 날이면
시동생과 조카들을 불러놓고
일장 연설을 했지만 아무도 알려 하지 않아
나도 포기한 상태
그러다 막네 동서가 들어왔다
지금은 은행 지점장으로 있기에
글을 예쁘게 잘 쓴다
이제부터
동서 네가 맡으라며 쓰는 법과 뜻풀이를 해주며 인계를 해주고
셋째는 밤을 예쁘게 잘 깎으니
네가 맡고 그렇게 하나씩 분배해 주었다
요즘은
지방 대신 사진으로 대체하지만
사진 없는 윗 어른들은 아직도 지방을 쓰야 하기에
내 작은 노트에
아직도 지방 쓰는 법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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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사상을 준비하며35
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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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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